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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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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74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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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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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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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DUMMY

“카라스입니다.”

“들어오세요.”


아니타 영주성의 알현실 앞에서 예의 있는 모습으로 하문한 카라스는 마치 귀족과도 같이 품위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대가리를 날리겠다느니, 영주의 소중한 곳이 작다느니 하는 상스러운 말을 일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응접실로 들어선 카라스는 근사한 몸놀림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셀리나 님.”

“저도 그래요, 카라스. 정말 얼마만인가요?”

“아니타에 자리 잡으셨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 걸음에 달려왔을 겁니다.”

“한 걸음에 달려오다니요?”

“실은 아레스 님과 제가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안타라스’ 였습니다.”

“어머! 바로 옆에 아레스와 카라스를 두고도 모르고 있었다니!”

“이것 참 운명의 장난이 아니겠습니까?”


카라스가 화사하게 웃자 셀리나도 함께 마주 웃었다.


“여전하네요 카라스는⋯⋯.”

“변치 않는 모습이야말로 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함께 웃던 셀리나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젠 좀 변했을 줄 알았지.”

“⋯⋯.”

“안타라스에 있었다고? 설마 영지는 내팽개치고 무기력하게 놀고 마신다던 놈들이 너희였을 줄이야.”


카라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감췄다.

그리고 떨리는 몸을 들키기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기력을 끌어올렸다.


“아레스는?”

“아⋯⋯ 아직 몬스터를⋯⋯”

“5분이나 줬는데 아직도?”

“예전 같지 않으시니까요.”

“예전 같지 않으니 5분이나 준 건데, 아무래도 다시 하나씩 알려줘야 할까? 카라스 생각은 어때?”

“저⋯⋯ 저는 괜찮습니다. 저였으면 1분도 안 걸렸다고요.”

“그런데 카라스는 아레스의 집사잖아? 아레스를 혼자 두고 온 거야?”

“5분 안에 오라셨잖아요?”

“카라스는 정말 여전하구나.”

“변치 않는 모습이야말로 제가 가진⋯⋯”


카라스가 열심히 자기변호를 하는 사이, 거친 발소리와 함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세⋯⋯ 셀리나! 나 왔어!”

“늦었네?”

“아니 아까 끝냈는데, 오는 길에 잠깐 길을 잃어서 돌아오다가 늦었지 뭐야?”

“영주성은 다 구조가 똑같은데?”

“그랬나? 사실 내가 영주성에 들어온 지 오래되어서 말이야.”

“안타라스에 영주로 있었다며?”

“아니 어떤 새끼가 그래?”


카라스가 조용히 손을 들고 대답했다.


“이 새끼입니다.”

“이 새끼가⋯⋯.”


셀리나는 카라스와 아레스는 보며 짧은 한숨 이후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좋네. 옛날 생각도 나고 말야.”

“⋯⋯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옛 기억과는 괴리가 있는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혹시 영주님과 셀리나 님만 따로 가지고 있는 추억이라도 있으신가요?”

“있긴 한데, 너랑 같이 했던 기억들보다 좋다고 할 만한 것들은 없는데?”

“⋯⋯ 그러면 다시 생각나게 해 줄까?”


카라스와 아레스는 셀리나의 물음에 움찔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아니 내 말은 역시 우리 셋이 함께 했을 때가 제일 즐거웠다는 거지.”

“바로 그렇습니다! 옛날에 훨씬 더 즐거웠는데, 지금 이 순간이랑 비교하시니까 괴리가 들었던 거죠!”

“하하하. 요 녀석! 너도 그때가 몹시도 그러웠구나?”

“하하하. 영주님. 저는 매일 밤 그 나날의 꿈을 꾼답니다!”


턱을 괴고 콧소리를 내며 웃은 셀리나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아레스는 왜 여기 있는 거야? 안타라스는 어떻게 하고?”

“아 그게 말이야⋯⋯”

“설마 이계인?”

“뭐⋯⋯ 그렇지?”

“그렇게 대단해? 너랑 카라스가 있는데도?”

“실은⋯⋯ 은퇴할 때 다 내려놓고 왔거든.”

“전부?”

“전부. 그래도 12살부터 셀리나에게 배웠던 것들은 이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어디서 객사하진 않을 거야.”

“와⋯⋯. <성배>의 수호자 ‘아레스 컨커러’가 이런 변방의 영주라는 것도 기가 막히는데, 그 모든 걸 진짜로 버렸다니···”

“아쉽게 시끄러운 집사 하나를 차마 버리지 못했지만⋯⋯.”

“걱정 마세요 셀리나 님. 이 카라스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왔습니다.”


아레스의 결단에 놀란 셀리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이계인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카라스가 멀쩡한데도 그냥 도망부터 쳤다?

중앙에서 군림하던 ‘아레스 컨커러’를 기억하는 셀리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레스는 셀리나의 표정에서 그런 의문을 눈치챘고, 먼저 대답해 주었다.


“카라스는 스케일이 너무 커. 이 놈이 설치면 분명 중앙에서 눈치챌 거야.”

“어차피 죽었다고 속인 것도 아니잖아? 이계인의 습격을 막아냈다고 중앙에서 압박이라도 할 까봐?”

“그게 아니라⋯⋯ 다시 휘말리기 싫어서⋯⋯.”


아레스는 군림이 아닌 은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아레스가 보여준 위상과 그로 인한 상징성은 중앙의 모두가 탐내는 것이다.

아레스의 은퇴를 막을 명분도 세력도 없었지만, 아레스의 복귀를 종용할 세력은 발에 차이고도 넘쳤다.

그런 아레스가 변방의 영지에서 이계인을 막아냈다는 소문이 돈다면?

다시 은퇴 선언은 고사하고, 중앙의 모든 연맹에서 제의가 올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속해 있던 7대가문 중 하나인 <컨커러 가문>도 다시⋯⋯.

아레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뱉었다.


“셀리나가 제일 잘 알잖아? 난 가문의 불순물인 거.”

“그렇게 말하지 마.”

“비하하는 거 아냐. 그냥 사실이 그렇지. 덕분에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전장으로 나갈 수 있었고, 셀리나를 만나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될 수 있었잖아? 지금이야 은퇴했지만.”

“⋯⋯.”

“나야 이렇게 지내고 있었다지만, 셀리나는 왜 이런 변방에 있던 거야?”


화재를 바꾸고자 이야기를 돌린 아레스를 보며, 셀리나도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실은 아니타에 대한 소문을 듣고 흥미로운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영주로 지원해 왔어.”

“소문? 흥미로운 실험?”

“아아. ‘관문’에서 패배한 이후 아니타에 던전을 폭주시키는 형벌을 내리겠다고 하길래, 새로운 영지 빌드를 만들어볼까 하고 말이야.”


생긋 웃는 셀리나를 보며 아레스는 등줄기에 흐르는 땀과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최강의 행정 보급관 <셀리나 바실리스코스>.

오직 강력한 군사를 양성하는 영지야말로 승리할 수 있다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한 전술가이자 보급이라는 개념을 필수적인 전략으로 끌어올린 전략의 혁명가이다.

셀리나의 등장 이전까지 모든 영지는 오직 높은 티어의 병종을 뽑고, 이 병종의 능력을 높이는 업그레이드에 치중한 획일화된 모습을 보였다.

영지가 강력해진 이후 여유가 된다면 타 영지를 습격하고 자원지를 약탈하여 자원을 빼앗아 성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셀리나는 영지를 성장시키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이론을 제안했다.

2개의 영지를 동시에 육성하되, 초반에 내정과 채집 위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단계 이후에 주력이 될 영지는 군사적으로, 나머지 하나의 영지는 계속 채집 위주의 성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후 채집 영지는 꾸준히 채집한 자원을 주력 영지로 보급하고, 주력 영지는 채집 영지를 군사적으로 보호하는 전략을 만들었다.

이 방법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두 개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는 ‘일정 단계’의 정확한 시간과 자원량, 즉 숫자다.

오차가 있다면 기존의 방식으로 강력해진 영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 육성된 영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정과 채집을 성장시켜야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다.

셀리나는 여러 실험과 시행착오로 이 <극대화 지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극대화 지점’을 조금 더 뒤로 미룰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이건⋯⋯ 그냥 영주와 영웅이 가진 힘이다.

결국 병사를 움직이는 것은 영주와 영웅이다.

이들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면, 그래서 1 티어 병사로 2~3 티어를 막아낼 수 있다면⋯⋯

병사에 투자할 자원을 모두 영지 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이후에 병사의 질과 양으로 환원될 것이며, 이렇게 한 번 밀리기 시작한 전장은 다시 뒤집을 수 없을 만큼 큰 격차를 보이게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이론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셀리나 본인의 타고난 재능에 있었다.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전략의 핵심인 보급 부대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셀리나는 보급 부대로, 보급을 습격하는 적의 주력 부대를 때려 부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정확하게는, 혼자 적의 주력 부대를 때려눕히는⋯⋯.

셀리나는 내가 아는 가장 강력한 장수이고, 대륙이 인정한 ‘최강의 보급관’이다.


“무슨 생각해?”

“네가 또 세상을 어떻게 뒤집어 놓을까 하는 생각?”

“내가 한 것은 하나의 이론을 제안한 것이야. 결국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한 것은 중앙의 가문들이지.”

“덕분에 지금 잡힌 질서는 절대 깨어지지 않을 거야. 7대가문을 비롯한 중앙 세력들에게 너는 절대적인 뮤즈라고.”

“대신 ‘관문’ 밖 세력들에게는 사다리를 걷어 찬 마녀였지. 이곳 아니타라던지⋯⋯.”

“너 혹시?”


셀리나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웃었다.


“딱히 아니타를 위해서는 아냐. 그래도 이들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은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들은 중앙처럼 강력한 영주나 영웅이 없어. 결국 ‘관문’을 넘을 정도로 중앙 놈들을 따라갈 수 없을 거야.”

“그렇겠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일반적인 방법? 다른 방법이 있어?”

“아니타에 뭐가 있다고?”

“설마⋯⋯ 폭주한 던전을 이용한?”


셀리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 카라스를 어디에서 처음 만났지?”

“그런데 이건 도박이잖아? 아무나 나처럼 버텨낼 수 없을껄?”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해봤어.”

“미안한데, 나보다 네가 더 규격 외라고⋯⋯.”

“이렇게 연약한 레이디에게 규격 외라니, 실례야.”

“⋯⋯ 지금 네 행동이 더 실례야.”


셀리나는 양손으로 가슴을 감싸고 몸을 뒤로 돌려 무섭다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러나 아레스와 카라스는 모두 그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잠시의 침묵을 카라스가 깼다.


“그런데 셀리나 님. 결국 던전을 공략하고 보상을 획득한다는 것은, 영주와 영웅의 능력에 따른 것입니다. 일반 병사들은 던전에서 크게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니타에 던전이 폭주한 순간부터 때부터 독점할 수 있는 영주로 자원했던 거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초 던전 폭주 당시부터의 공략 포인트와 보상 항목. 이를 활용한 영지 육성 방식.”

“예?”

“물론 영주와 영웅이 강력하다면 더 빨리 던전을 클리어해서 영지를 더 빠르게 육성할 수 있겠지. 하지만 최소한의 전력으로도 할 수 있게 내가 해봤어.”

“그래서 트윈 헤드 오우거가 영주성에서 튀어나왔던 거구나.”

“내가 잡아 버리면 공략이 안되잖아.”


셀리나는 웃으며 대답했고, 아레스와 카라스는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관문> 안쪽은 던전이 생성되지 않았다.

자원은 풍족하고, 몬스터는 강력하지만 동선이나 정체 파악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관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폭탄, 던전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풍족한 자원지에서 많은 자원을 쌓고, 원하는 시간에 공략 가능한 몬스터를 토벌하며 레벨을 올리는 이상적인 낙원.

관문 안쪽은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셀리나는 던전을 이용한 영지 육성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관문 안쪽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방법, 오직 관문 밖 세력에게만 가능한 방법.


“어때? 일단 안타라스에서도 잘 되는지 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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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0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8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9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9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19 1 10쪽
»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3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6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4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3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7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8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2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59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0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8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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