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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87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18 20:00
조회
23
추천
2
글자
10쪽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DUMMY

“우리 영주가 저 괴물보다 더 강하다고?”

“강함의 기준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확실한 건 여기 있는 모두가 덤벼도 셀리나 님을 이길 수 없다.”

“이⋯⋯ 이럴 수가⋯⋯”


반란군들은 황당한 사실에 망연자실했고, 갈리오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럼 난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지⋯⋯.”


카라스는 절망에 빠진 반란군들과 갈리오를 향해 위엄 있는 목소리로 제안했다.


“어차피 너희는 결국 투항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카라스 님께서 아니타의 영주이신 셀리나 님과 인연이 좀 있다. 나에게 투항하면 너희 모두 살려줄 수 있게 힘을 쓰겠다.”

“그게 정말인가?”

“정말 반역을 저질렀는데 우리 모두 살 수 있다는 거야?”


웅성거리며 동요하는 반란군을 보며 카라스는 거의 넘어왔음을 직감했다.


“저 괴물 같은 영주한테 항복하면 대가리가 잘리거나 대가리만 남기고 다 잘릴걸? 지금 기회가 있을 때 나에게 투항해라. 저쪽도 곧 끝날 것 같은데.”

“근데 대가리는 저 허연 놈이 날린 것 같은데?”

“사지는 뒤에 귀신같은 여자가 잘랐고.”

“지금 그게 중요해? 저 괴물은 성벽만 한 불기둥을 불러내는데?”

“그래. 딱 봐도 악당 같은 얼굴이기도 해. 이쪽은 잘생기고 이쁘잖아?”

“기왕이면 잘생긴 쪽에 붙어야지.”

“당장 저 괴물 같은 영주가 오기 전에 이 분에게 투항하자!”


카라스의 말처럼 아레스와 오우거의 일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반란군들은 사실상 선택지를 강요받은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던 갈리오가 꿇었던 무릎을 펴고 일어나 카라스에게 다가갔다.


“정말 우리를 모두 살려주시는 것입니까?”

“아마도?”

“아마도라니. 말이 다르지 않은가!”

“셀리나 님이 학살자가 아니고서야 천여 명의 영지민을 몰살시키겠어? 그런데 주동자는 모르지.”

“역시⋯⋯.”

“그래도 내가 직접 수급을 잘라 바치진 않을 거야. 선택은 셀리나 님에게 맡기는 거지. 어때? 어차피 죽을 목숨, 도박에 써보는 것이?”

“대신 나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의 안전은 보장해 주는 것인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카라스는 순간 기존의 표정을 지우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갈리오를 바라보았다.


“지금 너희에게 이 이상의 배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카라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자, 반란군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그냥 저 리치인지 오우거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어진 놈을 놔두고 우리끼리 자리를 떠볼까? 아니면 셀리나 님에게 자비를 구하기 전에 지엄한 국법으로 현장처형을 집행해 볼까? 그것도 아니면 저 괴물 같은 영주가 하고 싶은데로 놔둬볼까?”

“⋯⋯.”


카라스의 일갈에 반란군들은 급격하게 낯빛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혁명군이라고 포장해 봤자 자신들은 반란군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반란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자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없다.

분노와 분위기에 휩쓸려 여기까지 온 사람들도 있지만, 이 모든 상황은 해볼 만하다는 판단에서 선택한 자신의 의지였다.

아무도 협박하거나 강제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석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은 구원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 카라스라는 인물이 자신들이 살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혹시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카라스의 말처럼 그냥 저 오우거를 놔두기만 하면 되고, 저 영주만 해도 전부가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어 보였다.

아니, 지금 눈앞에 있는 두 남녀만 해도 여기 모인 전부를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건 잡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민 손을 거두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하는 동아줄이었다.


* * *


“죽어라, 인간!”

“으어어어어!”

“한 놈만 말해! 진짜 정신 사나워 죽겠네.”


리치가 된 오우거는 이전보다 섬뜩한 소리를 내며 손을 휘저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힘만 좋았다면, 이젠 얼음 마법까지 구사하고 있다.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원래 트윈 헤드 오우거는 화염과 땅 계열의 마법만 구사할 수 있다.

그런데 리치는 얼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려 3개 속성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우거는 지팡이를 매개로 삼아 주문을 외워 마법을 사용한다.

때문에 마법 시전까지의 시간이 걸리는 약점이 있다.

트윈 헤드 오우거들은 머리가 2개 있는데, 하나는 마법 주문을 외우는 동안 다른 하나가 육탄전을 벌이는 방법으로 약점을 상쇄할 수 있다.

그래서 트윈 헤드 오우거는 상대하기 껄끄럽고 관문 너머에서나 발견되는 상위 몬스터인 것이다.

문제는 육탄전을 벌여야 하는 머리 쪽이 리치가 되어서 매개도 주문도 없이 실시간으로 얼음 마법을 날려대고 있다.

얼음 마법으로 움직임을 봉쇄한 이후에는, 원래 특기인 강력한 화염 마법과 땅 마법이 날아왔다.

마법사와 상성이 좋지 않은 검사들은 몇 단계의 전력 차이가 있지 않으면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상성의 천적이었다.

정석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레스는 ‘아티스트’다.

아티팩트를 든 아티스트는 그 자체로 재앙이다.

마치 자신처럼 존재 자체가 의심되는 돌연변이 리치 오우거의 마법을 피하기만 하던 아레스는 마음을 먹었다.


‘추가 퀘스트가 발생하지 않는 걸 보니, 이 녀석도 <대마법사>의 계획 안에 있는 놈이군. 뭐라도 더 건질 수 있나 했는데⋯⋯.’


아레스는 날아오는 아이스 볼트를 항해 붉은 검을 겨눴다.

그리고 아레스는 눈을 감고 가만히 검의 ‘목소리’를 들었다.


위이이이이

치이이잉


‘그래⋯⋯ 알겠다.’


눈을 뜬 아레스는 검을 향해 명령을 내리듯 말했다.


“날뛰어, ‘샐러맨더 블라스터’.”


순간 검에서 악어 모양의 머리를 한 불덩이가 발사되었다.

이 불덩이는 아이스 볼트를 삼키고 속도를 유지하여 오우거에게 날아갔다.


“그어어어어”


리치가 된 머리 쪽에서 재빨리 아이스 볼트를 난사했지만, 샐러맨더 블라스터에서 발사된 불덩이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남은 머리가 주문을 완성하여 커다란 불덩이를 자신의 머리 위로 소환하였다.

처음 카라스에게 날렸던 것보다 2배 이상은 커다란 불덩이를 보며 오우거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케헤헤헤헥. 죽어라 인간!”

“그오오오오!”


오우거는 나무 지팡이를 내리쳐 파이어 볼을 날렸고,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아레스는 덤덤한 표정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너도 살기 위해 인간들을 죽였을 테니 딱히 미안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너도 이해해라.”


아레스가 하는 말을 의아하게 듣던 오우거는 곧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샐러맨더 블라스터에서 발사된 불덩이는 오우거가 날린 파이어 볼을 먹어치우고 더욱 커다란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 부족하다는 듯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크어어어!”

“뭐⋯⋯ 뭐냐! 이 말도 안 되는!”


콰아앙!

화르르륵!


악어 머리 모양의 불덩이는 오우거를 잡아먹듯 충돌했고, 곧 엄청난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

뒤이어 강렬한 화염에 휩싸인 오우거가 눈에 들어왔다.


“그오오오오”


오우거였던 반은 이미 녹아내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나머지 반은 리치가 되었기 때문에 강력한 마법 내성으로 화염을 버텨내고 있었다.

물론 그냥 두더라도 샐러맨더 블라스터의 강렬한 불꽃은 상대가 재만 남을 때까지 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레스는 이 돌연변이에게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말없이 불타는 오우거 앞으로 다가갔다.


“고통을 끝내주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이니.”


아레스는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꽉 쥐었다.

정석적인 사선 베기로 리치가 된 오우거의 목을 노렸고, 잠시 후 목이 떨어졌다.

떨어진 리치의 목은 곧 가루가 되어 화염에서 뒤섞였고, 녹아내리던 오우거는 그런 자신의 형을 바라보았다.


“머⋯⋯ 먼저⋯⋯ 가지⋯⋯ 말라니까.”


아레스가 감정 없는 눈으로 오우거를 보며 다시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꽉 쥔 후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오우거는 그대로 쓰러졌다.

말없이 타오르는 오우거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삼켰다.

잠시 후 반투명한 창인 <영주 지원 시스템>이 호출되었다.


[미션 <영지를 해방시키세요 (1)>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으로 <보상 자동 획득>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보상으로 1단계 보급 상자 2개가 지급됩니다.]

[레벨이 놀랐습니다.]

[레벨이 놀랐습니다.]

[2 특성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연속된 미션 <아니타 영지를 해방시키세요 (2)>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보상 : 던전 정보 확인창]

[보상 : 아니타 영지를 해방시키세요 (3) 진행 가능]


보상과 새로운 미션을 획득한 아레스는 2개의 특성 포인트를 <각성>에 투자했다.

독한 술을 들이켠 것처럼 몸속에서 뜨거운 힘이 꿈틀거렸다.


[각성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합니다. ‘올드 블러드’가 강화됩니다. 모든 신체 능력이 1% 증가합니다.]

[각성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합니다. ‘피의 맹세’가 활성화됩니다.]


올드 블러드의 피를 이용하여 ‘아티스트’를 육성할 수 있는 ‘피의 맹세’를 획득한 것은 아레스의 계획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아티팩트를 획득하더라도 현재 그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자신과 카라스 둘 뿐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빌어먹을 대마법사 놈의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이계인과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전력을 더 모아둘 필요가 있었다.

마치 중앙 대륙의 전장을 누비던 동료들처럼⋯⋯

잠시 회상을 마친 아레스는 반란군들이 있던 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들은 백기를 올리고 헬레나와 독전대의 명령으로 주위를 정리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아레스는 헬레나에게 소리쳐 물었다.


“야! 카라스는 어디 있어?”

“시간이 얼마 없다면서 먼저 영주성으로 가신다고, 뒷 정리 하라고 하셨는데요?”

“뭐?”


아레스는 두려움에 휩싸인 얼굴로 영주성을 돌아보았다.


“이 새끼가⋯⋯ 지 혼자 살겠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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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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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1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9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4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7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4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4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3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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