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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89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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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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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화 변태 아니라고!

DUMMY

슈우우웅


“우웁⋯⋯.”


갈리오를 마지막으로 던전 공략 파티 모두가 던전에 입장하였다.

갈리오는 던전에 입장할 때 느끼는 이질감에 속이 울컥 한 모양이다.

살짝 거북한 느낌이긴 하지만 아레스와 헬레나처럼 전장이 익숙한 군인에게는 헛구역질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후 속을 진정시킨 갈리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가 던전 안쪽이군요. 생각보다⋯⋯”

“별 거 없지?”

“그러네요. 뭔가 엄청난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 같았는데요.”


말 그대로 던전이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는 거대한 건축물 속이었고, 들어올 때 사용했던 ‘차원의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틈과 틈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일종의 워프 마법처럼 임의의 장소에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보였다.

중간중간 횃불이 달려 있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었지만, 집중해서 보더라도 일정 거리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조금씩 이동하여 전진하는 방법뿐이었다.


“조심해서 이동한다. 이상한 거 만지지 말고 수상한 거 보이면 바로 나에게 말해.”


시작부터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일단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특히 헬레나와 갈리오는 던전이 처음이기 때문에,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을 잘 학습시켜야 했다.

뭐든 그렇지만, 처음 생긴 습관은 고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카라스는 처음 만남에서 내가 적의 대가리를 날리는 것을 봤다.

이후 카라스는 적을 만나면 일단 대가리부터 날린다.

최근에는 종종 기분이 좋으면 대가리를 날리기 전에 상대를 기만하거나 도발하기도 한다.

물론 이후에는 바로 대가리부터 날린다.

뭐 카라스가 가진 유니크 스킬인 <슬리피 할로우>에 딱 어울리기는 하지만⋯⋯


“던전은 위험한 곳이야. 쉽다고 생각할 때 꼭 변수가 발생하곤 하지.”

“변수라니요?”

“내가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땐 고블린 몇 놈이 나타나서 쉽게 생각했더니, 바로 정예 몬스터로 홉고블린이 등장하더라고.”

“홉고블린이요? 별 거 아니잖아요?”

“5마리 파티로.”

“⋯⋯.”

“힐러까지 갖춘 정식 파티였어.”


아레스는 걸으며 잠시 그날을 회상했다.


“그때 난 루키였고 잘 구성된 파티를 상대하는 방법도 몰랐지. 심지어 상대는 교활한 배테랑 홉고블린 파티였으니 정말 죽는 줄 알았어.”

“대단하시네요.”

“뭐가?”

“갑자기 닥친 위기 상황에서도 홉고블린 파티를 괴멸시키셨다는 거잖아요?”


셀리나에게 기본적인 검술과 전술을 배우던 시절, 아레스와 셀리나는 던전에서 함께 훈련하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첫 던전 공략에서 아레스는 홉고블린 파티에게 정말 죽을 뻔했다.

하지만 셀리나가 홉고블린 파티를 싹 쓸어버렸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파티를 상대하는 방법도 모르고 경험도 없었지만, 셀리나는 아레스가 당하는 동한 홉고블린 파티의 움직임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레이피어를 꺼내든 이후 1분도 지나지 않아 모조리 처리했다.

셀리나의 진짜 무서운 점은, 가문의 뒷배경도 엄청난 검술 실력도 아니다.

타고난 전술적 감각과 순간적인 대응력,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타고난 두뇌다.


“내가 아냐.”

“네?”

“있어, 그런 게.”


굳이 다 알려줄 필요는 없다.

카라스가 없는 지금, 부하들에게 위엄을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짓말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굳이 사실을 하나하나 알려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영주님! 저기에 보물 상자가 있습니다.”

“훗. 보물상자라는 게 이렇게 길가에 대충 있는 게 아냐. 저건 분명 보물상자를 위장한 몬스터인 <미믹>이다.”

“오오. 역시 영주님!”


달칵.


“야이 귀신 눈깔 미친년아! 내가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

“뭐가 들어있는데요?”

“⋯⋯.”


헬레나는 보물상자 안에서 발견한 지도를 나에게 주었다.


[지도 - 아니타 던전을 획득하였습니다.]

[아니타 던전의 지도가 활성화됩니다.]


“⋯⋯.”

“⋯⋯.”

“⋯⋯.”


싯팔.


* * *


아레스는 원래 뽑기 운이 별로 없는 편이다.


“영주님 왼쪽에 보물상자입니다!”

“미믹이다.”


[던전의 정수(1)를 획득하였습니다.]


“영주님 정면에도 보물상자입니다.”

“비켜. 이번엔 내가 꺼낼 거야!”


[미믹이 깨어납니다.]


갈리오는 헬레나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이 정도면 차라리 영주님에게 물어보지 않는 게 낫지 않나요?’

‘무슨 소리야? 당연히 물어봐야지.’


미믹들 때려잡고 풀이 죽은 아레스는 헬레나의 말에 조금은 기운을 차렸다.


‘그래, 이거 몇 번 틀렸다고 내 위상이 떨어지겠어?’


기운을 차리려는 아레스를 뒤로하게 헬레나와 갈리오는 대화를 이어갔다.


‘영주님이 하는 말 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런 개⋯⋯”

“네?”

“⋯⋯ 아냐.”


아레스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본 갈리오는 다시 헬레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니, 영주님은 왜 저렇게 신경질적이죠?’

‘원래 인내심이 짧고 그릇이 작아. 그것도 작고.’

‘정말입니까? 그래도 영주님인데⋯⋯.’

‘아냐, 카라스 선배가 그랬어. 작고 소중한 영주님의⋯⋯’


“닥쳐! 닥치라고! 으아악!”


아레스는 또다시 자시의 손으로 깨운 미믹을 때려잡으며 소리 질렀다.

미믹을 때려잡고 획득한 경험치와 보상조차 치욕스러웠다.


* * *


그렇게 열심히 미믹을 때려잡으며 회랑의 끝에 도착했다.

회랑의 끝에 도착하니 위쪽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나는 지도를 호출하여 위치를 확인했다.


“흐음⋯⋯ 일단은 위쪽이군.”


대부분의 던전은 거대한 탑이며 위로 올라가는 방향과 지하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탑의 위쪽으로 올라가면 각종 마법이나 스킬을 획득할 수 있고, 지하로 내려가면 특수한 재료나 아티팩트를 포함한 장비를 획득할 수 있다.

탑의 꼭대기에는 던전의 주인이, 지하의 끝에는 던전핵을 지키는 가디언이 있다.

던전 클로징을 위해서는 던전의 주인을 죽이고, 던전핵을 파괴해야 한다.

그러면 던전과 이어지는 ‘차원의 틈’이 매워지면서 던전으로 통하는 문이 막히는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우리의 위치는 정확하게 탑의 중앙, 즉 1층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첫 정예 몬스터를 상대하게 되고, 1F 층을 확보하게 된다.

아직은 재료나 장비 같은 소모품보다는 한 번 배우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마법이 더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지하가 아닌 상층으로 향하는 것이 좋았다.

상황을 보니 셀리나의 말대로 던전을 이용한 육성 방법이 생각보다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영주님 이제 위로 올라가면 되나요?”

“잠깐만. 일단 올라가기 전에 정비 좀 하자고.”

“뭐 정비할 것이 있나요? 혼자 몬스터 깨우고 혼자 잡고 다 하셨으면서.”

“⋯⋯.”

“맞습니다. 저희는 멀쩡하니 영주님만 정비 끝나시면 바로 출발하시죠?”

“⋯⋯.”


분명 나쁜 의도로 하는 말은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지나온 길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는 <던전의 정수> 제외하면, <던전 지도>와 <던전 전용 허브>가 몇몇 있었다.

<던전의 정수>는 던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화폐인데, 당장은 사용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던전 전용 허브>인데, 던전에서만 사용 가능한 일종의 각성제다.

짧은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향상시켜 주며, 중복 사용으로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부작용은 없고 던전 밖으로 나가면 즉시 남은 허브와 함께 허브의 효과도 사라진다.

가끔 효능이 뛰어난 허브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다.


“뭐 처음이기도 하고 하급 허브가 나온 걸 보니, 이번엔 헬레나 실력 좀 보면 될 것 같군.”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씀은 무슨. 너 혼자 해결해 보라고.”

“위에 뭐가 있는 줄 알고요?”

“괜찮아. 나 보다 쌘 건 아닐 거야.”

“애초에 영주님보다 쌘 놈이 있으면 다 죽는 거 아닌가요?”

“평소에는 별로 똑똑해 보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감사합니다. 헤헤. 가 아니라!”

“너 혼자 여기 다 정리하면, 너에게도 줄게.”

“뭘요?”


아레스는 엄지 손가락을 입으로 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내 피”


아레스는 선심 썼다는 듯 살짝 미소까지 보였지만, 헬레나의 표정은 뭔가 이상했다.


“더러워⋯⋯.”

“?”

“불결해⋯⋯.”


헬레나는 혐오의 감정을 듬북 담은 눈길로 아레스를 째려보았고, 갈리오는 그런 헬레나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아무래도 영주님은 이상한 취향을 가지신 것 같아요.’

‘그냥 변태인거지.’

‘변방의 ‘작은’ 영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원래 중앙에서 목소리 좀 내고 살았다더니, 이런 촌구석까지 도망온 게 설마⋯⋯’


“닥쳐!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르긴 뭘 몰라요! 죽어라 몬스터 때려잡으면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변태 영주의 은밀한 사생활 수발까지 들라는 거잖아요!”

“영주님 제 생각에도 이건 너무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어찌나 역하던지 기절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억울함에 얼굴이 달아오른 아레스는 헬레나에게 다가갔다.

헬레나는 그런 아레스를 보며 양손으로 어깨를 감싸고 몸을 돌려 물러섰다.


“뭐⋯⋯ 뭐요! 자꾸 이러면 경비병 부를 겁니다.”

“내가 영주인데 뭔 경비병이야? 시끄럽고 칼이나 하나 내놔!”


아레스는 헬레나의 검,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한 자루 빼앗아 갈리오에게 던졌다.

얼떨결에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든 갈리오는 어쩌라는 표정으로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목소리를 들어봐.”

“영주님 저는 영주님의 취향을 존중하지만 함께 어울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닥치고 아티팩트에 집중하라고!”


아래스의 극대노에 움찔한 갈리오는 조용히 샐러맨더 블라스터에 집중해 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병장기를 든 어색한 모습은 이내 숙달된 검사와 같은 분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래. 그렇구나.”


갈리오는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앞으로 들었고, 잠시 후 검날 주변으로 불길이 일었다.


“뭐야! 너 어떻게 했어?”


헬레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갈리오를 다그쳤다.


“그⋯⋯ 그냥 이 검이 시키는 대로⋯⋯ 어라?”

“검이 뭘 시켜?”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아티팩트와 아티스트는 그런 관계지.”


아레스의 말에 갈리오와 헬레나는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피?”

“설마⋯⋯ 변태행위!”

“변태 아니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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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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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1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10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4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7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5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4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3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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