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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83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17 20:00
조회
26
추천
2
글자
12쪽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DUMMY

“반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일단 저라도 먼저 들어가 있을까요?”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가 저 괴물 처리하는 동안 넌 반란군들 좀 물려 봐봐.”

“예? 아무래도 저랑 영주님 특기가 바뀐 것 같은데요?”

“언제는 때려 부수는 것만 잘한다며?”

“쪼잔하게 또 마음에 두고 있었나 보네요.”

“쪼잔은 모르겠지만 마음에는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

“그런 쪽으로는 꼼꼼하시다니까.”


카라스는 아레스에게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였고, 아레스는 답례로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훈훈한 두 사람을 보며 헬레나가 물었다.


“영주님 방금 그거⋯⋯ 그거 뭡니까?”


카라스는 아차 싶었는지 표정을 바꾸고 헬레나에게 말했다.


“네 무기가 아티팩트인 건 알고 있었냐?”

“당연하죠. 그러니까 아끼는 거라고 했던 건데요.”

“넌 네 아티팩트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어?”

“칼이 무슨 목소리를 내요? 내가 필요로 할 때 열기는 내는 건 알았지만, 저렇게 불기둥이 되어 버리는 것은 처음 본다고요.”

“그래. 원래 대부분의 아티팩트 주인들이 너처럼 진짜 힘을 끌어내지 못하고 힘의 일부분만 빌려서 사용하지.”

“그럼 방금 저 불기둥이?”

“네 아티팩트가 가진 진짜 힘이지. 물론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끌어내는 힘이 다르겠지만.”


헬레나는 멍한 얼굴로 자신의 검을 들고 있는 아레스를 바라보았다.

자체 필터를 먹여 5배 정도 잘생긴 모습이 되어 버렸다.


“뭐야 영주님⋯⋯ 저런 면이 있었어?”


헬레나의 시선이 불편해진 카라스는 헬레나의 남은 검을 빼 들고 반란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저 오우거 괴물은 같은 괴물이 처리할 테니, 우리는 반란군 설득이나 하러 가자.”

“자⋯⋯ 잠깐만요. 같이 가요!”


* * *


아레스가 불러낸 불기둥의 크기는 실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그 잔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반란군들은 그저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빠르게 정신을 차린 칸트가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빠르게 판단했다.

이미 전의를 상실했지만, 이 병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같은 농민 출신 반란군이라고 하더라도, 안타라스에서 자신과 함께 봉기했던 오합지졸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공성 병기까지 다룰 수 있는 정예들이었다.

비록 1 티어 전력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분명 어느 영지에서나 대우를 받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칸트는 갈리오를 바라보았다.

갈리오도 다른 반란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많은 전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 저 리치가 된 오우거와 성벽만 한 불기둥을 휘두른 영주가 얼마나 괴물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칸트는 재빨리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냈다.

지금 상황에서 갈리오만 적절히 구슬리면, 이 부대는 내가 접수할 수 있다.

설사 넘어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적당한 때에 치워버리고 저 영주 놈 짓이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병력을 이끌고 이계인에게 투항한다.

물론 한 자리를 차지하는 조건으로.

머릿속으로 행복한 미래까지 그린 칸트가 입을 열었다.


“모두 정신 차리세요! 일단 저 괴물들이 서로 싸우다 자멸하도록 우리는⋯⋯”


뎅강!


그러나 칸트는 자신의 생각을 더 이상 말로 할 수 없었다.

바닥에 머리를 떨구었는데, 이상하게 몸통은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눈앞에는 자신의 발이 보였고, 서서히 무너져 내리더니 목 없는 몸뚱이가 철퍼덕 쓰러졌다.


‘어어? 저거 나?’


“진작에 머리를 날렸으면 얼마나 좋아? 편하고.”


카라스는 떨어진 칸트의 머리를 발로 차 멀리 날라버렸다.

이후 헬레나에게 빌린 검에 힘을 주어 불기둥을 일으켰다.

조금 전 아레스와 같이 성벽만 한 크기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영지민들이 주거하는 집 크기 만한 불기둥이었다.

때문에 반란군들이 공포를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카라스는 불기둥을 휘둘러 쓰러진 칸트의 몸뚱이에 불을 붙였다.

이내 매캐한 시체 타는 냄새가 풍겼고, 일부 반란군들은 손으로 입을 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역시 선배는 대가리부터 날리는군요.”

“항상은 아니지만 이 놈은 예외. 덕분에 우리도 영주님도 개고생을 하고 있잖아?”

“그건 인정해요. 저였다면 팔다리부터 날렸을 걸요.”


헬레나는 차가운 눈으로 타오르는 칸트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비롯한 안타라스의 사람들 목숨은 이계인의 손에 떨어져 있다.

바로 저 칸트라는 놈 때문에.

물론 칸트가 배신하지 않았더라도 아레스는 이계인을 상대로 도망쳤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빚쟁이를 피해 도망가듯이 안타라스를 버린 이유는 분명 칸트의 배신이 한몫했음을 알고 있다.

때문에 지금 목이 잘린 상태로 불타는 모습에 일말의 연민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베어버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분함이 있었을 뿐이다.

물론 손 맛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도.

그런 헬레나를 잠시 바라보던 카라스가 검에서 뿜어내는 불기둥을 흔들며 말했다.


“나도 불기둥.”

“예?”

“영주님만 할 줄 아는 거 아니라고.”

“아. 그러네요.”

“⋯⋯ 쳇.”

“왜 그러세요?”

“반응이 밋밋해. 재미없어.”


검에서 불기둥을 거둔 카라스는 반란군들 앞으로 걸으며 말했다.


“자, 여러분. 잠시 좋은 말씀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뭐야⋯⋯.”

“저 놈도 방금 저 영주 놈처럼 불기둥을 일으켰어.”


한 반란군의 주절거림에 카라스는 눈썹을 움찔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며 경고를 날렸다.


“한 번만 더 영주님을 시정잡배 부르듯이 하면, 네놈도 대가리를 날려 불에 태워주마.”

“히이익!”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이 무시무시한 말을 더 무섭게 들리도록 했다.

협박을 받은 반란군은 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었고, 주위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한 카라스는 표정을 조금 풀고 입을 뗐다.


“여러분이 반기를 든 아니타의 영주의 이름이 ‘셀리나’가 맞나요?”


모두가 공포에 질려 카라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을 때, 정신을 다잡은 갈리오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그렇다. 영주의 이름은 셀리나 바실리스코스다.”

“그럼 ‘바실리스코스 가문’이 뭔 지도 아시나요?”

“우리 영지는 중앙을 꿈꾸던 연맹의 맹주였다. 그런 우리가 ‘중앙 7대가문’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 것인가.”

“이거 이거. 그걸 다 아시는 분들이 지금 반란군을 조직했다는 건가요?”

“영주성 안에는 폭주한 던전과 연결된 입구가 있다. 얼마 전부터 주변에서 볼 수 없던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결국 영주가 보유한 군대를 모두 투입해야 겨우 막아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해볼 만했다?”

“⋯⋯.”

“병사들이 자신들을 위해 몬스터를 막아내는 동안, 그들의 뒤통수에 칼을 들이밀겠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영주가 먼저 우리를 착취하여 궁지로 몰았다. 결국 관문에서처럼 우리를 파멸시킬 생각이었단 말이다!”


한숨을 내쉰 카라스는 근사하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보였다.

잘 생긴 얼굴에 그저 매력적인 미소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 표정에 담긴 조소를 갈리오는 눈치챘다.


“약자일수록 편향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건 많이 봐온 일이니 새로운 경험은 아냐. 문제는 너희들의 오해인데, 굳이 내가 풀어줄 필요는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특별히 설명해 주지.”

“무⋯⋯ 무슨 궤변이냐! 우린 정당한 복수를 위한 혁명군⋯⋯”


어느덧 표정을 지운 카라스는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반말로 갈리오의 말을 끊었다.


“첫째. 네놈은 속마음을 숨겼다. 아마 저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 복수를 위해 자신들을 몬스터로부터 지켜주는 영주와 병사들을 배신한다? 그럼 이후에 던전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는 누가 막을 건데?”

“그⋯⋯ 그건⋯⋯”

“너희끼리 저걸 막다가는 일주일도 못 버티고 전멸이야. 살기 위해 거병했다는 놈들이 스스로 사지로 걸어 들어간다? 뭔가 이상하잖아?”

“전부 죽이려던 것은 아니다. 그저 영주만 사로잡으면⋯⋯”

“그렇지. 영주를 사로잡아 바실리스코스 가문과 협상을 할 생각이었겠지. 한 자리 차지하기 딱 좋은 카드잖아?”


카라스의 말에 반란군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이란 생각 이상으로 욕심이 많은 법이다.

가끔 자기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 정도로.

거병 당시의 분노와 복수심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반란군의 수가 늘어날수록, 반란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그다음을 생각하게 되었을 것이다.

자신들을 착취하던 영주를 죽이고 영주의 병사들을 제압하면, 몬스터는 누가 막는단 말인가?

자멸할 수밖에 없는 끝이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포기하면 여기 모여 응축된 분노와 살의는 어디로 향한단 말인가?

반란은 교수형이다. 본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싸워야 하지만, 이겨도 사지에 몰린다.

싸워서 이겨도, 져도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 그리고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이득을 볼 수 있는 방법.

대가문 출신의 아가씨를 납치하여 교섭의 카드로 사용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자신만은 저 풍요로운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바실리스코스’만 생각하다가, ‘셀리나’라는 인물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뭐 이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물론 네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


이미 갈리오를 보는 시선에 적대감이 섞인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는 갈리오에게 카라스는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말했다.


“둘째. 너희가 셀리나 님을 진짜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냐?”

“이미 영주성 안으로 몰아넣었다. 너희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

“하⋯⋯ 셀리나 님도 많이 유해지셨군.”


카라스는 격전을 벌이고 있는 오우거와 아레스를 검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지금 저들이 괴물로 보이지?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자신의 영주를 폄하하는 모습에 반란군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헬레나는 그렇다는 듯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셀리나 님은 지금의 세상을 만드신 분이다. 이 의미를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너희는 이 세상의 질서를 정립한 분을 잡으려 든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셀리나 님을 사로잡아 바실리스코스 가문에 협상을 하려 했다? 중앙의 모든 세력들이 손을 잡고 아니타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했을 것이다.”

“뭐⋯⋯ 뭐야?”

“넌 설명해도 몰라. 그리고 7대가문이 그렇게 쉬워 보이냐? 바실리스코스의 사람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진짜 모르지?”


카라스는 검으로 반란군들을 가리켰다.


“너희 전부가 달려들어도 저 오우거를 상대할 수 없고, 저 오우거는 우리 영주님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하던 카라스는 이마에 땀이 한 방울 흐르는 것을 느꼈다.

레이피어를 들고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웃는 얼굴로 전장에 선 모습.

아름다울 수 있는 그 모습은 수많은 시체를 밟고 서 있었다.

성벽보다 높고 영지보다 넓은 시체의 평야 위에.

회상을 마친 카라스는 두려운 눈빛으로 갈리오에게 말했다.


“영주님이 전력을 다 해도 셀리나 님을 이길 수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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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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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0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9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3 2 10쪽
»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7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4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3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2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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