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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82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25 20:00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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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DUMMY

“자르고⋯⋯ 태우고⋯⋯ 한 번에 할 수 있어. 하아⋯⋯ 뜨겁게⋯⋯.”


헬레나는 반쯤 풀린 눈으로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레스는 갈리오 옆으로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야. 아직도 내가 변태 같냐? 그럼 저 년은 뭐냐?’

‘오해입니다. 저는 영주님을 변태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취향이 다르시다고 생각했지요. 영주님의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너⋯⋯ 의도 없이 상처를 잘 주는 타입이구나.’

‘네?’

‘혼자 있고 싶으니 꺼지라고!’


갈리오는 머쓱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아레스는 그런 갈리오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식 훈련을 받지 못한 놈이라 아지랑이 정도만 불러내도 헬레나에게 자극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쓸만한 놈이군.’


그리고 여전히 중얼거리며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쓰다듬고 있는 헬레나를 보았다.

헬레나는 아티스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샐러맨더 블라스터의 열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물론 열기 정도는 저 아티팩트의 능력을 1%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지만, 아티팩트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만약 ‘피의 맹세’가 활성화된 이후, ‘특성’까지 육성시킨다면 정말로 쓸만한 옵션이 될 것 같았다.


‘잠재력은 카라스보에 비해서 작은 정도? 뭐 카라스보다 높은 녀석을 본 적이 없긴 하지만.’


비교군은 카라스로 잡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성격에 문제가 좀 있지만⋯⋯.

아니, 많이⋯⋯.


“이제 올라가자. 그전에 헬레나.”

“옙?”

“받아.”


아레스는 헬레나에게 허브 5개를 모두 줬다.

헬레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뭐 이런 건가요? 기왕이면 꽃으로 주시지, 이파리가 뭔가요?”

“변태 같은 너한텐 관심 없거든? 이건 던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허브다. 하나당 대충 1분 정도 신체 능력이 강화될 거야.”

“이런 풀떼기가요?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마법이나 포션이 얼마나 귀한데요?”

“이건 그런 거랑 조금 달라. 그리고 이 던전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효력도 밖으로 나가면 사라져.”


헬레나는 여전히 아레스에게 불신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안심시켜 줄 필요가 있어 보였는데, 헬레나가 먼저 물었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이상한 아저씨가 주는 건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일단 난 이상한 이상한 사람이 아냐. 아저씨는 더더욱 아니고.”

“원래 변태는 다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데요.”

“그러니까 나는 아니라고!”


헬레나는 조금 가늘어진 눈으로 아레스를 흘겨보며 물었다.


“나중에 몸에 뭐 나고 그런 거 아니죠?”

“나도 던전에 들어오면 항상 사용하던 거야. 부작용은 없어.”

“설마 이거 많이 먹으면 특정 부위만 작아진다거나⋯⋯.”


헬레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레스의 소중한 그곳을 응시했다.

아레스는 기어코 이성의 끈을 놓고 헬레나에게 달려들었다.

기겁하고 도망치며, 죽일 듯이 달려들며, 허겁지겁 뒤따르며.

던전 공략 파티는 계단을 따라 1F로 올랐다.


* * *


[1F 보스룸이 활성화됩니다.]

[위험에 대비하세요. <카이저 미믹>이 소환됩니다.]


예전에 셀리나, 카라스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던 시절에는 보스가 소환된 이후에나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주 지원 시스템>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니 조금은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소환까지 몇 초가 다였지만, 등장과 함께 엄청난 공격을 날리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혜택이었다.

심지어 ‘카이저 미믹’이 딱 그러한 타입의 몬스터였다.


“모두 일단 충격에 대비해.”

“예?”


커다란 돔 형식의 보스룸 바닥에 소환 마법진이 생성되었고, 우리가 올라왔던 계단은 사라지고 벽이 생겼다.


파지지지직


이어서 소환 마법진이 붉게 빛나고 커다란 실루엣이 나타났다.


“지금이다. 버텨!”


콰아앙!


아레스의 외침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보물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며 지진을 일으키듯 바닥을 울렸다.

아레스의 경고가 아니었다면 갑작스런 충격에 넘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단순히 넘어지는 것이 무슨 큰 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어지는 카이저 미믹의 공격에 아레스가 경고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두 피해라!”


슈슈슛

퍼버버벅


거대한 송곳과 같은 미믹의 손가락이 파티가 있던 자리로 날아들었다.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스피드는 아니었지만, 만약 첫 충격에 넘어져 있었다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레스 덕분에 카이저 미믹의 손가락은 아무도 없는 맨바닥만 꿰뚫었다.


“크르르릉”


카이저 미믹은 자신이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 쓸모 없어지자 기분이 상한 듯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모양만 미믹일 뿐, 크기는 오우거보다 컸다.

심지어 입에서 튀어나온 8개의 팔은 보스룸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길었다.

날카로운 손가락은 팔마다 하나씩 달려 있는 것이, 보물상자 모양의 거미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려 보였다.

다만 곤충 특유의 징그러움 보다는 미묘한 귀여움이 있었는데, 입 안에 자리 잡은 눈에 카이저 미믹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비취기 때문이었다.


“화났군.”

“화났네요.”

“화난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화가 난 눈매로 변한 카이저 미믹은 갑자기 팔 두 개를 입 안으로 집어넣어 무엇인가 뒤적거렸다.

아레스는 피식 웃으며 뒤로 물러서 갈리오에게 손짓했다.


“이제 우리는 뒤로 물러서자고. 그리고 우리 훈련 교관님 실력 좀 볼까?”


갈리오는 괜찮겠냐는 얼굴을 했지만 아레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를 따라 뒤로 물러섰다.

헬레나는 두 자루의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꺼내 들고 한 껏 열기를 끌어올렸다.


“팔다리가 8개라니. 사지를 다 자르려면 두 배는 더 힘들겠네요.”


헬레나는 빠르게 돌진하여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팔 중 하나에 검을 교차하여 가위처럼 날렸다.

깜짝 놀란 카이저 미믹은 헬레나가 노리는 다리를 들어 피했는데, 거대한 덩치에 비해서 속도가 제법 빨랐다.

입맛을 다신 헬레나가 자세를 잡고 다시 달려들기 직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는 눈빛으로 변한 카이저 미믹이 손에 넣은 것을 꺼내 헬레나에게 집어던졌다.

헬레나는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이용해 배어버릴 생각으로 검을 겨눴지만,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왜 저런 게!”

“원래 보물상자에는 별별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법이지.”


헬레나는 아레스의 설명을 들으며 샐러맨더 블라스터를 거두고 반대 방향을 향해 냅다 뛰었다.

도저히 잘라버릴 수 없는 것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왜 폭탄이 날아오냐고오!”


* * *


콰아앙!

쾅쾅!


“아오 진짜!”


헬레나는 날아오는 폭탄을 멀찌감치 피하며 있는 힘껏 짜증을 냈다.

카이저 미믹은 신이 난 눈을 하고 폭탄을 집어던지고 있었고, 날아오는 폭탄에 대한 대책이 없는 헬레나는 그저 폭발 범위 밖으로 도망만 다니고 있었다.

카이저 미믹은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교활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아레스와 갈리오가 공격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 이후, 모든 폭탄을 헬레나에게 집중하여 던지고 있었다.

또한 폭발을 이용하여 접근할 수 없도록, 헬레나와 자신 사이에는 지속적으로 폭탄을 함께 투척했다.

헬레나는 접근전, 특히나 빠르게 승부를 보는 딜러 포지션임을 파악한 것이다.

계속 뒤로 밀려나면서 체력을 소비하고 있는 헬레나로서는 공략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최악의 상성이었다.


“켈켈켈켈켈”

“아악! 저 눈깔! 짜증 나!”


카이저 미믹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이 난 눈빛과 함께 웃는 소리까지 내며 헬레나를 도발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헬레나는 날아오는 폭탄 틈을 집요하게 노려보았고, 결국 자신과 카이저 미믹 사이에 폭탄이 없는 하나의 장소를 발견했다.

헬레나는 몸을 한껏 움츠리며 허브를 하나를 입에 물었다.


질겅질겅


“더럽게 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먹을 만하네요?”


두 어번 허브를 씹자 마치 온천탕에 들어온 것처럼 뜨거운 기운이 몸 밖을 감쌌다.

그리고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헬레나는 움츠렸던 몸을 용수철처럼 튕겨냈고, 카이저 미믹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당황한 눈빛으로 바뀐 카이저 미믹은 허겁지겁 폭탄을 찾아 집어던졌다.

하지만 헬레나의 속도는 카이저 미믹이 행동보다 빨랐고, 폭탄이 날아가기 전에 이미 헬레나는 해당 위치를 지나쳐 버렸다.


“죽어라 재수 없는 눈깔 괴물!”


헬레나는 샐러맨더 블라스터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려 카이저 미믹의 눈을 향해 뛰어오르기 위해 디딤발에 힘을 주었다.

그때.


“방심하지 말라니까⋯⋯.”

“예?”


슈우욱


아레스의 경고와 함께 헬레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카이저 미믹의 팔 하나를 발견했다.

도약하기 위해 응축했던 힘과 근육은 발산되지 못하고 풀렸고, 때문에 중심을 잃고 휘청이게 되었다.

카이저 미믹은 날카로운 손가락으로 그런 헬레나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켈켈켈켈”


카이저 미믹의 눈은 어느덧 웃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처음부터 ‘일부러’ 그곳에 폭탄을 던지지 않은 것이다.

실수인 척 함정을 파고 상대가 넘어오길 기다리며 당황한 모습을 보여줘 미끼를 물게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무리.

그러나 헬레나도 그냥 당하지 않았다.

중심을 잃은 상황에서도 살짝 뛰어올라 공중으로 뜨며, 샐러맨더 블라스터 두 자루를 교차해서 카이저 미믹의 날카로운 손가락을 막아냈다.

충격을 완화시켰다고는 해도 카이저 미믹의 일격은 매우 위험했다.

결국 강렬한 충격에 구석으로 날아가 뒹굴었지만, 최악의 피해는 면했다.


쿨럭!


헬레나는 역류하는 피를 뱉으며 몸을 점검했다.

허브 덕분인지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온몸 구석구석 멀쩡한 곳이 없었다.

하지만 쉴 틈도 없었다.

카이저 미믹은 즐거운 표정으로 다시 폭탄을 쏟아내고 있었다.


“도와줄까? 무리일 것 같은데⋯⋯.”

“싫어요!”


헬레나는 남은 허브를 몽땅 입에 털어 넣으며 카이저 미믹이 던진 폭탄들을 피했다.

눈에는 장난기가 모두 사라졌으며, 날카로운 살기가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저 눈깔 괴물은 내 손으로 죽일 거예요. 팔을 하나씩 전부 자르고, 마지막에 저 재수 없는 눈깔을 파내고 말겠어요.”


귀신같은 눈을 번쩍이며 전의를 불태우는 헬레나가 어찌나 무서운지, 아레스와 갈리오는 움찔하며 오한을 느꼈다.


“말 한번 살벌하게 하시네요.”

“그러게. 귀신 눈깔이 눈깔 괴물한테 화가 많이 났나 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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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0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9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3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6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4 2 10쪽
10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3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2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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