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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님의 서재입니다.

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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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작가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0:23
최근연재일 :
2023.05.30 20: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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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
추천수 :
33
글자수 :
105,904

작성
23.05.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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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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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DUMMY

“죽여라!”

“우와아아!”


반란군에게 쫓기기 시작한 아레스는 이를 빠득 갈았다.

반면 카라스와 헬레나는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찼다.


“못생긴 얼굴로 요행을 바랄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

“탁월한 감각이군. 영주님은 원래 뭘 해도 못해. 때려 부수는 것만 빼고.”

“그런 주제에 머리를 쓰자고 한 거라고요? 선배도 고생이 많았겠어요.”

“⋯⋯ 헬레나는 볼 수록 매력적인 인재군. 이러다 반하겠어?”

“뭐예요, 선배. 지금 고백하시는 건가요?”

“이 미친 연놈들이 진짜!”


가뜩이나 승질나 미쳐버리겠는데, 뒤에서 염장까지 지르고 있다.

심지어 개차반인 주제에 잘생겨서 인기 많은 집사랑 귀신 눈깔을 하고선 쓸데없이 매력적인 훈련 교관이 눈이 맞으려니 속이 뒤집히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저 놈이 안타라스의 영주다! 죽여버리지 않으면 나처럼 팔을 잃을 것이다!”


내 스윗홈에 불을 지른 칸트라는 놈이 왜 여기에 있냐는 말이다!


“저 사람 팔을 영주님이 잘라버렸다면서요?”

“독전대를 시켜서 다짜고짜 팔부터 잘라버렸다더군.”

“그래놓고 내가 팔다리부터 자르자고 하니까 한심하다고 한 거예요?”

“원래 윗사람이 다 그렇잖아? 지가 예전에 했던 방법을 책략으로 가져가면 빠꾸 넣고, 다시 자기가 옛날에 했던 방법이라면서 내가 책략으로 냈던 방법으로 하자고 하고.”

“미쳤네요. 어떻게 저런 영주랑 여태 함께 했어요. 진짜 대단해요 선배.”

“닥쳐! 모가지 날려버리기 전에!”

“내가 모가지부터 날라버리는 거 누구한테 배운 지 알겠지?

“⋯⋯.”



도망치던 아레스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뒤를 쫓던 반란군들은 아레스의 기세에 눌려 추격을 멈췄다.

합을 맞추며 속을 긁던 카라스와 헬레나도 분위기를 읽고 입을 다물었다.


“다들 왜 이렇게 발끈하는 거야? 내가 신분을 속인 건 미안하지만, 너희들을 도와주겠다니깐?”

“개소리하지 마라! 네 녀석도 영주 아니냐? 다 똑같은 놈들인데 우리가 속을 것 같으냐.”


그 와중에 용기를 낸 반란군 하나가 활을 쏘았고, 아레스는 담담한 표정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주먹으로 튕겨냈다.

일단 편을 먹어볼 생각으로 평화적인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이 녀석들이 영 말을 들어먹지 않는다.

저 칸트라는 놈이 부추긴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영주를 믿지 않고 있다.

결국 경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인가.


“헬레나.”

“옙.”

“손목만.”


헬레나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두 자루의 검을 뽑았다.


“우리 영주님께서 저의 책략을 받아들여주셔서 너무 기뻐요.”


카라스는 심통이 난 얼굴로 내 옆으로 다가왔다.


“저는요?”

“너는 너무 과해. 그리고 여기서 네 흔적이 발견되면 골치 아프다.”

“손목만 날리는 거면 저도 괜찮아요!”

“네놈이 피를 보고도 거기서 멈추겠냐?”

“⋯⋯ 쳇.”


생각보다 빨리 포기한 카라스를 뒤로하고 손을 튕겨 독전대를 소환했다.

흉흉한 분위기의 독전대를 꺼내자 반란군들은 움찔하며 조금 더 뒤로 물러섰다.

특히나 이들에게 손목을 잃은 칸트는 사색이 되어 주저앉고 말았다.


“저⋯⋯ 저 괴물들을 막아!”

“반항하는 놈들은 손목을 날리고, 무기를 버리는 놈들은 적당히 밟아.”


아레스의 명령이 끝나기 무섭게 헬레나가 앞으로 튀어 나가 가장 선두에 있던 반란군의 손목을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황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손맛⋯⋯ 짜릿해.”


환희에 찬 헬레나 뒤로 독전대가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풍기며 돌격을 시작했다.


* * *


손목이 잘려나간 반란군을 20여 명이 되지 않았다.

워낙 큰 전력 차이에 항복이 빠른 이유도 있었지만, 아레스의 목적이 ‘섬멸’이 아닌 ‘굴복’에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꿇어앉은 반란군들을 보며 아레스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너희를 괴롭힐 생각이 없다. 저 영주성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목적이 있다.”

“왜 영주성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지?”


꿇어앉은 반란군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진압되었던 반란군들의 얼굴이 밝아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저들의 우두머리인 모양이었다.

곧 무장한 반란군 무리와 함께 갈리오가 나타났다.

갈리오가 이끄는 반란군은 조금 전의 칸트가 끌고 온 반란군과는 달리 눈빛과 기운이 정식 군대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았다.

무기와 갑옷 같은 장비도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카라스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아레스에게 말했다.


“그래도 이 놈들은 제법 태가 나는데요?”

“그렇지? 영주에게 반감을 가지고 돌아선 정규군 놈들인가?”

“쓰레기 같은 놈들과 비교하지 말아라. 우리야말로 진정한 아니타의 군인이다.”


아레스와 카라스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타에 영주 말고 군벌이 더 있었나?”

“글쎄요⋯⋯ 관문에서 전부 작살 나서 안타라스의 윈드크로스 같은 군벌 가문은 전부 지워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살아남은 가문이 있었나 보네?”

“나는 혁명군의 갈리오다. 우리를 더러운 귀족들과 비교하지 마라!”


갈리오를 비롯한 반란군들의 눈에 강한 살기가 돌았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의 귀족과 영주에 대한 반감은 생각보다 큰 것 같았다.


“나도 성실한 영주는 아니었지만, 여기 영주는 진짜 막장이었나 보네.”

“우리를 서서히 말려 죽이고 있는 아니타 영주도 그렇지만, 동료였던 우리를 버리고 외면한 주위 영주라고 우리의 분노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저기⋯⋯ 나는 당신들이 관문에서 참상을 겪은 이후에 안타라스로 왔는데.”

“무슨 상관인가? 우리를 외면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을.”

“정확하게는 안타라스의 영지민들도 외면했습니다!”


갈리오의 등장에 기세가 등등해진 칸트가 소리를 질렀다.

저 놈은 카라스의 말처럼 대가리를 날려버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지금이라도 칸트에게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갈리오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인정하지. 나는 좋은 영주가 아니었다.”

“알고 있습니다.”

“카라스는 좀 닥쳐!”

“그럴까요.”


깨알 같은 재미를 본 카라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흠흠. 아무튼 나도 내가 영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에 소홀했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내가 최선을 다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우리가 잘 먹고 잘 살았을 거 아닙니까?”

“지금도 밥 굶지 않고 몬스터들로부터 안전하게 잘 살고 있었잖아?”

“이계인의 침략을 막을 생각도 하지 않고 도망간 주제에!”


아무래도 칸트는 영주에 대해서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말은 똑바로 하자고. 내가 도망간 것은 너희 때문이잖아?”

“당신이 평소에 안타라스를 강하게 만들었다면, 우리가 당신을 배신했겠냐고!”

“그건 모르는 일이지. 이계인이 더 달콤한 제안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를테면 중앙의 귀족으로 만들어 준다거나.”

“그⋯⋯ 그건⋯⋯”

“그것 보라니까? 어차피 난 이계인만큼 너희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다고.”

“그럼 힘없는 농민들이 더 강한 사람을 따르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잘못은 아니지. 하지만 뒷감당은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냐? 누가 날 배신하라고 협박이라도 했어?”

“영주의 목을 가져오면 살려준다고 했어. 우린 어쩔 수 없었다고!”

“그건 선택지를 준 거야. 협박이 아니라.”

“⋯⋯.”


말문이 막힌 칸트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아마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아레스를 배신한 이유가 살기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갈리오가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고 영주가 자신의 이권을 위해 영지민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누가 뭐래? 덕분에 아니타의 영주는 목이 달아났잖아?”

“대신 우리는 이런 지옥에서 살아야 했다!”

“그럼 뭐 이미 죽은 영주를 관짝에서 꺼내서 태우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도련님이 우리의 심정을 알리가 없지. 쳐라!”


애초에 완벽하게 설득할 수 있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설득에는 실패하더라도 어느 정도 나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다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리오는 내 말을 조금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마치 내 말을 인정하면 소중한 무엇이 부서져버린다는 듯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갈리오와 반란군들을 처리하려던 순간, 뒤쪽의 영주성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터졌다.


콰아앙!

으아악!!


강렬한 폭발음에 이어 영주의 병사들이 내지른 비명 소리가 주위에 울렸다.

영주성의 성문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잠시 후 성문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성문 안에서 거대한 몬스터가 걸어 나왔다.

한 손에는 나무 지팡이를 들고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커다란 몬스터,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크르르륵.”

“저쪽에 더 많이 있다고?”

“크르르”

“그래. 인간은 밟아 죽이는 맛이 있지!”


하나의 머리는 괴물의 말을, 하나의 머리는 공용어를 하는 것 같았다.

대화의 내용은 대충 우리를 도륙하겠다는 것이고.

그런데 영주성에서 갑자기 트윈 헤드 오우거라니?

1 티어 병사 1천 명이 달려들어도 막아낼 수 없는 몬스터다.

관문 밖에서 영역싸움이나 하면서 어슬렁거리는 녀석이 왜 이런 한적한 구석에서 나타난단 말인가?


“막아라! 절대 영주성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이때 영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고, 순간 깜짝 놀라 몸이 경직되었다.

옆에서 역시 경직된 목소리의 카라스가 물었다.


“영주님 저분은⋯⋯”

“그래⋯⋯ 맞는 것 같다.”

“도망갈 거죠?”

“일단 네가 시간 좀 벌어봐”

“싫습니다. 영주님께서 시간을 버세요.”

“헬레나 시킬까?”

“탁월한 판단이십니다.”


둘이 수군거리는 사이 트윈 헤드 오우거는 나무 지팡이로 반란군을 가리켰고, 공용어를 하는 머리가 주문을 외운 이후 안광을 내뿜었다.


“파이어 볼.”


커다란 불덩이가 나무 지팡이 위에 만들어졌고, 엄청난 열기로 주변을 달구기 시작했다.


“죽어라 인간들!”

“크르릉!!”


트윈 헤드 오우거는 나무 지팡이를 바닥으로 휘둘렀고, 거대한 불덩이는 반란군 맨 앞에 있던 아레스 일행에게 날아갔다.


“일단 저것부터!”

“에이, 귀찮게. 너도 따라와.”

“예? 아, 넵.”


카라스는 맨몸으로 거대한 불덩이에 달려들었고, 뒤이어 카라스의 명령을 받은 헬레나가 두 자루의 검에서 강렬한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먼저 카라스가 거대한 불덩이에 주먹을 날리며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내 커다란 불덩이 가운데 구멍이 생기며, 카라스가 반대쪽 구멍으로 나왔다.

맹렬하게 날아가던 불덩이는 속도를 잃었고, 뒤따라 오던 헬레나가 강한 열기를 머금은 두 자루의 검으로 거대란 도넛이 된 불덩이를 사정없이 잘라냈다.

불덩이는 이내 작은 불덩이들로 잘려 사방에 흩어졌고, 대부분은 잠시 후 연기를 뿜으며 사라졌다.

불덩이를 관통한 카라스는 바닥에 꿇어앉아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참으며 심호흡을 했다.


“허억허억. 하필이면 화염 마법이라니, 뜨거운 건 딱 질색인데.”


투정을 마친 카라스는 고개를 들다가 영지성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성 영주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진 카라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카라스?”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뭐야, 카라스 맞잖아? 그럼 혹시?”


눈을 질끈 감은 카라스는 손을 들어 아레스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아레스는 살기 어린 눈으로 카라스를 노려보았지만, 카라스는 그런 아레스의 눈길을 애써 무시했다.


“죄송합니다, 영주님. 하지만 나만 죽을 순 없지 않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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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변방 영주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수정 23.05.17 21 0 -
21 21화 네놈이 더 나빠! 23.05.30 9 0 11쪽
20 20화 해피앤딩으로 끝나는 악몽이라니. 23.05.27 8 0 10쪽
19 19화 채소 좋아하지? 23.05.26 7 0 11쪽
18 18화 방심하지 말라니까⋯⋯. 23.05.25 10 0 11쪽
17 17화 변태 아니라고! 23.05.24 9 0 11쪽
16 16화 이의 있는 사람? 23.05.23 13 0 11쪽
15 15화 너, 내 부하가 되라. 23.05.20 20 1 10쪽
14 14화 다른 방법이 있어? 23.05.19 18 2 12쪽
13 13화 지 혼자 살겠다고! 23.05.18 23 2 10쪽
12 12화 그런데 진짜 괴물은 저런 못생긴 것들이 아냐. 23.05.17 27 2 12쪽
11 11화 영주씩이나 되어서 아는 게 뭐야! 23.05.16 24 2 10쪽
» 10화 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23.05.15 34 2 12쪽
9 9화 아저씨. 그거 그렇게 하면 영주성 못 깨요. 23.05.14 38 2 10쪽
8 8화 이계인만 없었으면 은퇴할 수 있었는데 23.05.13 48 2 11쪽
7 7화 안타라스의 ‘현재’ 영주가 누구라고? 23.05.12 49 2 11쪽
6 6화 이계인보다 미친놈이 여기 있었네요. 23.05.11 53 2 11쪽
5 5화 안타라스의 ‘작은’ 영주님. 23.05.10 60 2 13쪽
4 4화 도와달라고 한 거 아니었어? 23.05.10 61 3 13쪽
3 3화 이제 어디로 가지요, 영주님? 23.05.10 69 3 13쪽
2 2화 이상하게 도망칠 수가 없네. 23.05.10 76 3 12쪽
1 1화 설마 바로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23.05.10 1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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