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새글

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9,734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01 07:35
조회
110
추천
3
글자
9쪽

남자이기 전에

DUMMY

여자라는 사람이 자신이 애를 가진 걸 알게 되자 행동이 참 조심스럽다.

평소와 확연하게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닌데.

접촉을 피한다고 할까.


사물과 또 사람과의 거리를 충분히 두고, 시간의 거리도 넉넉하게 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멀어지고, 느려진 것인데.


지연이 애를 가졌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 선입견이 있는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기찬이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재지는 느낌도 있다.

자신이 발빠르게 움직여서 조금이라도 일을 줄여주려고 하는 것인데.


분식집을 자주 찾아오는 여자 손님들 중에서 가게 안 분위기를 금방 눈치채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말을 하지 않지만 따뜻한 시선을 주고 가는 여자, 뜬금없이 지연의 손을 잡아주고 가는 여자 손님이 간혹 보이고 있다.

하나 같이 애를 가져봤을 법한 연배의 여자들이.


지연도 달라진 것이, 시장통 거리를 지나가는 유모차에 앉은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이 잦아졌다.

지금도 칭얼거리며 엄마를 괴롭히는 어린 아이를 보고 있다.

엄마가 아이를 보고 미소지으면 이런 미소가 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모처럼 한가한 시간, 분식집 밖 의자에 앉아 커피내려 먹는 손님들을 구경하고 있던 기찬의 눈에 저멀리서 다가오는 두 명의 여고생이 들어왔다.

앞장 선 한 명은 발걸음이 가벼워서 쑤욱 쑤욱 공간 이동하듯 빠르게, 뒤에 선 여자는 가끔씩 달려가며 보조를 맞추며.


기찬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발견한 소희에게서 오버액션이 나오고 있다.

얼굴은 만개한 꽃송이 처럼, 발검음은 날아오르는 백조와 같이, 두 팔은 벌리고 우다다다 달려왔던 것인데.

기찬이 소희를 흉내내며 몇 발짝 앞으로 내디딘 것이 평소와 좀 달랐다.


소희가 달려오면 보통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몸을 사려서 가끔 소희가 툴툴거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려가 마주 안았다.

소희도 달라진 기류에 놀라는 눈치다.


기찬이 소희를 안아서 분식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는 잡아먹을 듯이 소희에게 달려들었다.

입을 찾아 들어갔던 것인데.


찐득한 환대에 영문을 몰라하던 소희가 눈에서 이채가 발하며 기찬의 등을 쓸어주었다.

기찬의 손이 소희 몸을 쓸고 내려갔다.

소희가 소스라치게 놀랐고.


주방 쪽 벽에 소희를 밀어붙이고 몸을 한껏 붙여가는 기찬이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그때 혜영이 분식집 안으로 들어왔다.

소희가 갑자기 달려가는 바람에 조금 늦게 들어온 것인데.


주방 벽에 몰린 소희를 보고는 지연 앞에 가만히 앉고 있다.

한숨도 새어나온 것 같다.


지연은 그러거나 말거나 딴 세상에 들어가 있다.

여전히 지나가는 아이들 보며 엄마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인데.


"아저씨 나 아프다."


말없이 기찬에게 안겨 있던 소희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찬이 화들짝 놀라서 바로 몸을 떼고는 아프다는 소희를 올려다 봤다.


"참으려고 했는데 등이 너무 아파. 거기도 아프고."


"아~ 미안."


기찬이 서둘러 소희 옷을 추스려줬다.

허리 위로 올라간 치마며 오른쪽 어깨쪽으로 올라가 붙은 블라우스를 제자리로 돌려주며.

그리고 나서 다시 소희를 꼭 안아주는 기찬이다.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 보네.

소희가 아프다고 할 정도로 정신없이 밀어붙였어.


소희도 처음 겪어보는 기찬의 과격한 행동에 놀란 눈치다.

언제나 조심스레 아껴주던 남자였기에 놀람도 두 배.


'끝까지 참았어야 했는데..'


소희가 무안해 하는 기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가, 자연스럽게 지연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놀란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여서 숨소리가 아직까지 거친 상태다.


"이모 축하해요. 들었어요."


"응. 고마워. 오늘에야 소희가 짐승 한마리를 본 모양이구나."


지연이 소희를 보고 한마디 하고는 다시 길거리에서 아이가 없나 살펴보고 있다.

부부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듯이 신경을 끄고 있다.


소희가 자리를 비운 틈에, 어느새 다가간 혜영이 기찬에게 안겨 있다.

가벼운 인사에서 시작된 스킨십이 여러 날이 지나면서 점점 농도가 짙어지고 있던 두 사람이다.

옆에서 보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찐하게.


"커피 마셔야겠다."


소희가 분식집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와보니 어느새 왔는지 별이가 아저씨 고정석에 앉아 있다.

소희가 엉덩이로 툭툭 쳐서 자리를 확보했다.


"칫, 내가 먼저 앉은 건데?"


"네 자리 아니야. 까불지 마. 여긴 아저씨 자리야."


별이 분식집 안에 들어가서 의자를 하나 더 내오고 있다.


"소희야 혜영이가 아직도 아저씨와 붙어있는 거 알고 있니?"


"알아."


잠시 일어나 셀프 드립 테이블에 묻은 물기를 행주로 닦아주는 소희다.

손님들에게 커피를 직접 내려줄 마음은 없는 모양인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별이 걱정스럽다는 듯 소희를 쳐다보고 있다.

소희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고.


"너 그러다 아저씨 빼앗겨."


"어쩔 수 없어. 아저씨는 내 남자 이전에 내 가족이야. 난 아저씨가 좋으면 그걸로 만족해.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더 좋다고 해도."


별이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설마하니 소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


왜 질투를 안하는지 궁금했던 별이다.

그건 지연도 그리고 당사자인 기찬도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지연이 소희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마치 아기에게 그러듯이 조심스럽게.


"이모는, 내가 애야? 손길이 뭐 아기 만지 듯 해. 간지럽고 느끼하잖아."


"아까 참지 그랬어. 안그러던 자기 남자가 어느 순간 짐승으로 변하면 죽을 만큼 아프지 않는다면 참아줘야 남자의 욕구가 해소되는 법이야. 남자는 파괴본능을 가지고 있거든. 진짜 아플 때는 밀어내야 하지만."


소희가 고개를 폭 숙였다.

자책하는 듯 한 표정이다.


"놀라서 그랬지. 아저씨가 그런 적이 없었어서. 다음에는 안그럴거야."


"혜영이는 정말 못 말려. 그 성난 뜨거운 열기를 온전히 다 받아내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소희 눈가로 얼핏 물기가 어리는 듯 반짝이고 있다.


지연이 분식집으로 들어간지 얼마 안돼서 혜영이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셀프드립하고 있는 손님들 줄 세우고 직접 커피를 내리는 혜영이다.


두 볼에 홍조가 띈 혜영이다.

마치 아저씨의 뜨거운 열기를 얼굴에 모조리 담아낸 것 처럼 그렇게 빨갛게.



"미쳤어? 왜 그래. 오빠답지 않게."


지연이가 들어와 기찬의 등을 두드리지 않았으면 일 벌일 뻔 했던 위험한 순간이었다.

혜영은 기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수동적인 수용 정도가 아니라 한 손을 거들어주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였다.


아저씨가 편하게 각도를 맞추고, 거리를 맞추고, 타이밍을 보면서 끌어안았다가 또 풀어주며.

기찬이 손을 대면 바로 그에 대응하는 모습이, 오랫동안 살을 부비고 살았던 부부의 그것처럼 보일 만큼 그렇게.


지연이 기찬의 등을 두드리고 나서.

두 사람이 흐트러진 옷을 가다듬는데 시간이 꽤 걸릴 만큼 주방 테이블 안쪽에서 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말리는 게 조금 늦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그래. 내가 미쳤나 봐. 이제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분식집 나오면 스킨십 자제해. 소희까지도. 소희는 집에 들어가서 안아주고. 지금은 혜영이하고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가 아니잖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짙어져 갔던 것이라..

지연이 말이 옳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미쳐 날뛰었으니.

소희에게 미안하네.


"소희가 뭐라는 줄 알아? 오빠가 자기 남자이기 전에 가족이래. 그래서 오빠가 좋으면 자기도 좋데. 다른 여자에게 가도."


"소희가 그랬어?"


분식집 밖을 내다보자 마침 가게 안으로 고개돌린 소희가 눈을 마주쳐오며 활짝 웃어주고 있다.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이.


내가 나쁜 놈이지.

소희를 두고 딴 마음을 먹었으니.

혜영이에게도 몹쓸 짓이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지연이는 못 봤겠지?


김밥 손님이 가게로 들어오자 움직이려는 지연을 말리고 김밥존으로 들어가 김밥을 마는 기찬이다.

왼쪽 아래로 앉아 있는 소희가 보인다.

자신을 보면 항상 웃어주던 소희였는데, 혜영을 보고 있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인다.


그러다 눈을 돌려 김밥존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기찬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면서도 곧바로 활짝 웃어주고 있다.

김밥존에 서 있는 걸 이제야 발견한 소희다.

그 만큼 온신경이 혜영에게 가 있었다는 것.


"나도 김밥 말게."


소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기찬 옆에 섰다.

전하고 다르게 거리를 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기찬이지만.

그 벌어진 거리를 메우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나로 인해 벌어진 거리야.


미세하게 벌어진 거리.

지금도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소희가 있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39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9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0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1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