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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esses 님의 서재입니다.

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개연성과 리얼리티...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
12.10.08 17:09
조회
1,224

오래전에 극작관련 강좌를 들었었는데, 주요골자가 개연성과 리얼리티였습니다. 너무 오래 전이라 자세히는 기억을 못하지만, 개연성은 인과관계가 짜여져서 실현되는 성질로, 리얼리티는 그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사실성과 현실성으로 배웠구요.

개연성과 리얼리티. 이 두가지가 없으면 소설은 물론, 드라마, 영화 또한 죽은 작품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강의를 해주신 스승님이 설명하길, SF영화에도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얼리티는 작품 속 세계의 현실입니다. 그 SF영화가 타임워프를 하든 22세기로 날아가든, 스타워즈처럼 우주계이든 뭐든 간에, 작가는 자신이 쓰는 소설 속 세계, 그  설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자 혹은 관객은 작품을 보면서 그 설정과 세계를 머릿속에 그려가기 때문에, 그렇게 머릿속에 형성된 작품의 세계 자체가 리얼리티입니다.

아주 오래된 SF영화에서 외계인들은 빨리 늙는 설정이라면, 최소한 그 영화에선 그 규칙대로 가는 것이 리얼리티입니다. 외계인과 지구인 사이에서 2세가 태어나면 좀 다르게 전개되더라도, 일단은 외계인끼리 낳은 2세가 아무런 원인 없이 천천히 늙을수는 없는 것이구요. (물론 다른 영화에 그 영화의 룰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무협을 예로 들면, 어떤 소설에선 '인피면구'로 누군가와 똑같이 변신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변조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해둡니다. 그런데 소설 속의 지인들은 인피면구를 쓴 가짜와 대화를 오랫동안 나누면서도 눈치채지 못합니다. 이게 리얼리티가 깨진 장면입니다. 이럴 경우엔 물론 개연성도 깨지겠지만요.

하지만 어떤 소설에선 인피면구 뿐만이 아니라 음성까지 변조가 가능한 캐릭터를 만듭니다. 그럴 경우엔 에이..싶다가도 설정의 규칙을 독자가 따라가게 되지요. 작가가 작품 속 설정의 틀을 최대한 지키는 것이 리얼리티입니다.

개연성의 경우에는 막장드라마를 예로 들기가 좋지요. 여주인공이 잘 가다가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다든지, 분명 부모가 양친 생존한 남자주인공이 갑자기 친어머니가 계모라는 설정으로 아무런 설명없이 스토리가 바뀐다든지, 여주인공이 임신의 증상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애를 낳는 설정이라든지, 머리나쁘고 노력않는 인물이 갑자기 명문대에 들어간다든지, 인과관계가 전혀 납득되지 않는 장면이 개연성이 파괴된 것이구요.

저는 사극이든 무협이든 SF든, 작가가 설정을 치밀하게 깔아두기만 하면 개연성이든 리얼리티든 흔들릴 일이 없다고 배웠습니다. 재미있는데 개연성과 리얼리티가 없다...그렇게 느낀 순간부터 재미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독자가 머릿속에 의심을 품고 점점 몰입이 흐트러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재미있으면 개연성이고 리얼리티고 필요없다는 말은, 독자가 슬슬 재미없어지기 시작하는 작품에 대해 변명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냥 이번만은...이러고 용서하는 개념일 뿐이지요.


Comment ' 7

  • 작성자
    Lv.19 타이치
    작성일
    12.10.08 17:13
    No. 1

    추천 기능이 있었으면 추천했을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레그다르
    작성일
    12.10.08 17:15
    No. 2

    명답이십니다. 한수 배워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2.10.08 18:25
    No. 3

    타이치님의 댓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김은파 작가님!
    차기작은 언제쯤 구경할 수 있는지요?
    기다리면서 천지인 재탕끝내고 조금 쉬는중입니다.
    ㅜ.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2.10.08 18:48
    No. 4

    그게...이미 등장인물과 시대는 설정해 두었는데 아직 자료조사 중이라..( ..) 아무리 빨라도 몇달은 걸릴 것 같네요. 게다가 인물도 좀더 오래 숙성을 시키려면 더 걸릴 것도 같구요. 천지인을 쓸 때만 해도 지름작을 쓰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는데, 막상 완결내고 보니 또 느긋해져서 큰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법저아
    작성일
    12.10.08 20:09
    No. 5

    옳소!!ㅋㅋ

    누가 스펙터(?스펙데이터였나..?)를 보고 개연성 없다고 안하듯이!!
    (현실 쇼크웨이브 사용) 세계관을 잘 구축하면 독자는 인식을 못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0.08 22:34
    No. 6

    옳은말씀이라고 봅니다. 작가가 설정한 틀 안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던지 그건 독자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단 그 틀을 깨는것이라면 그건 건의를 해야겠죠.

    작가가 설정한 세계에서 만큼은 작가는 신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流寧
    작성일
    12.10.09 00:35
    No. 7

    네, 그렇죠. 다만 소설 내에서 현 지구와 같은 조건에서 마법이 추가된다거나 초능력이 추가된다거나 시간이 다르거나 하는 판타지 소설에선 독자가 우리가 있는 '현실'이 소설 속의 '현실'에 오버랩되며(심하면 동기화까지 갈지도;;) 공감하고 몰입하는 경우가 있기때문에 가끔씩 작가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개연성에 영향이 가는 경우가 존재할 때도 있다죠~_~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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