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늘 너무 실망스런 쪽지를 받았습니다. 이건 단지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엄연히 장르문학을 표방하며 문피아라는 거대한 포털을 운영하는 분들께서 해선 안될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s :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씀.
정규란은 작가란으로 가기 위한 발판의 역할입니다.
절대 정규란에 안주하려 하지 마십시오.
정규란은 단지 다른 작가들과 경쟁하는 곳일 뿐입니다.
물론 작가분들마다의 사정을 제가 알 수는 없겠지만, 안되는 글 붙잡아 세월 보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생각입니다.
고깝게 듣지 마셨으면 합니다.
정규마스터님이 보낸 쪽지의 끝에 달린 추신입니다. 이건 엄연히 한명의 작가 지망생으로서 쓰는 글이므로, 아마 정규마스터님에 대한 인신공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는 지탄이 들어온다면 반드시 지우겠습니다. 이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다른 말들은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엄연히 큰 포털을 운영하는 분들로써 작가들을 자극하여 더 나은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이 본분입니다. 하지만 묻겠습니다. 대체 '안되는 글'이 뭡니까? 도대체 안되는 글이 무엇이길래 그걸 잡고 세월보내면 안된다는 겁니까?
그 안되는 글을 앞서 말씀하신 글로 유추해보겠습니다. 추신에서정규연재란은 작가연재란으로 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즉 정규연재란의 목표는 작가연재란인 겁니다. 작가연재란은 일단 출판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판되지 않는 글을 가지고 세월보내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말이 되겠군요.
그럼 이 말에 기초해서 묻겠습니다. "요즘 출판되는 글들은 대체 뭡니까?" 저는 오늘날 한국판타지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 하나입니다. 빈곤한 상상력에 작가의 철학은 물론이요 신념조차 없는 글들이 나오고, 또 단지 튀는 설정과 남성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글들이 출판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글들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글들을 써야 한다, 이겁니까?
그런 안일한 생각때문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판타지가 되었습니다. 라이트노벨이라는 일본상업주의에 쩔어있는 소재를 어떻게들 도입시키려고 아둥바둥 거리는 출판사를 만들어냈습니다. "먼치킨 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으며, 그렇게나 수많은 비판을 먹고 있습니다. 그걸 잘 아시는 분들이 저런 말씀을 하셔야 겠습니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학계는 생각보다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나오는 글들의 질이 다 고만고만하며, 시를 제외하고는 특히 소설부분에서는 그렇다할 것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몇몇 외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을 제외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바다건너 일본처럼 시장이 크질 못합니다.
그 이유의 진단으로 가장 대표적인게 '인디'의 부족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프로의 바로 아래에서 프로가 되기 위하여 아둥바둥 거리는 존재들의 부족입니다. 말하자면 생산층의 부족입니다. 프로 바로 아래에서 이것 저것 다양한 글들을 실험하고 연구하는 층이 부족한 것입니다. 이러한 계층이 있을 때에야 프로는 자극을 받아 더 좋은 글을 쓸 것이며, 그것이 나아가 전체의 향상을 불러오는 겁니다. 정규마스터님의 발언은 바로 이러한 인디계층을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정규마스터님의 발언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안되는 글을 가지고 세월보내지 말라." 안되는 글에는 안되는 글의 가치가 있습니다. 되는 글만을 쓰려는 사람, 그 사람이 과연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작가라고 말할 수 있으며, 그래야지만 자신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대중이 요청하는 글을 쓰는 작가는 그 이름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는 그저 이야기를 쓰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되는 글, 사회가 어떤 글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 요구하는 글을 쓰는 것. .....정녕 그게 작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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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마스터님이 위에 말한 의도대로 한 말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피아를 여기까지 이끌어온 마스터님의 헌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저 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 문제의 "안되는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환상문학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출판이 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출판을 바라고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글의 목적이 출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글의 목적은 출판이 아닙니다. 글의 목적은 출판이 아닙니다. 글의 목적은 출판이 아닙니다.
만약 제가 말한 것 중에서 오해한 것이 있다면 말씀남겨주십시오. 제가 굉장히 크게 오해했다고 생각되면 지우겠습니다. 또한 이 글로 인해 받게되는 그 어떤 처우도 달게 받겠습니다.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죄송합니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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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생각이 짧아 걸러내지 않고 글을 쓴 점 대단히 죄송하다 생각합니다. 오해를 하신 것 같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몇 년 째 문피아에서 굴러 먹으며 글을 끄적거리는 작가 지망생입니다. 단지 문피아에서의 직함이 정규마스터일 뿐이고, 입장은 작가 지망생이라는 말과 같습니다.(저는 운영진이라는 허울을 그다지 내세우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추신에 덧붙인 말은 위에 비원(飛願)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출판 가능성이 없는 안되는 글"이 아니라, 글쓴이 본인이 수번, 수십번 수정해도 나아지지 않는... 즉, 스스로가 머리로는 인정해도 가슴으로는 인정하지 않은 "안되는 글"을 말함입니다.
몇몇 작가분들의 게시판을 지켜보며, 혹은 그 분들이 쓰는 글을 지켜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리뉴얼해서 새롭게 올라오는 글들을 볼 때마다 문장만 좋아질 뿐이며 이야기는 변함이 없는 경우가 있고, 지지부진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론 점점 발전하는 글은 제외를 하겠지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 비원님께서 해주셔서 저는 달리 할 말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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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마스터님께서 남기신 덧글입니다. 저도 그럴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긴 마스터님께서 그런 의도로 글을 그렇게 쓰셨을리 없으시죠 ;ㅁ; 자 우리 모두 오해를 풉시다.
분명히 아무리 쓰려고 노력해도 지금 작가의 상황이 좋지 않고, 또 다루기 어려운 소재여서 안써지는 글이 있습니다. 정규마스터님은 바로 이런 글을 "안되는 글"이라고 말씀하신 겁니다. 아마 마스터님이 작가님이셔서 자신의 관점으로 글을 쓰다보니 단어가 오해를 불러 일으킨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글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쓰는 글이 그렇구요 (..) 이것저것 5, 6월 내내 문학공모전이나 백일장을 준비하다보니 지금 쓰는 글을 못쓰겠더군요 ㅠㅠ 얼른 어떻게든 해야할텐데 ㅠㅠ
자 아무튼 오해를 풉시다. 정규마스터님, 너그럽게 읽어주시고 너그럽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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