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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27,957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05.12 10:55
조회
2,664
추천
50
글자
17쪽

#1. 400대 하루

DUMMY

─네가 정말 신이라면, 지울 수 있을 거 아냐?


무의식 속 오랜 한 마디와 함께 눈을 떴다.


원목으로 된 천장.


사각거리는 펜 소리에 슬며시 고개를 옆으로 눕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흰 가운을 입은 노파가 책상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뭔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시선을 눈치챘는지 펜을 내려놓고 의자를 돌려 앉았다.


“일어났네?”


“·········”


퍼서석─


제 머리맡에서 들리는 소리에 다시 천장을 보면 익숙한 드루이드가 천장과 일체 되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줄기가 어느새 눈앞까지 와있었다.


“그 녀석이 데리고 왔어. 고맙게 생각해.”


노파의 말에 가느다란 줄기를 조심스레 붙잡고 흔들었다.


처음보다 조금은 두꺼워졌을지도.


의도를 눈치챘는지 다시 천장에 붙은 눈동자가 웃었다.


끄응─


작은 신음을 흘리며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더니 묻지는 않았지만, 노파는 뭔가를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성흔병. 심장에 부여된 질병이야. 부여된 스티그마(Stigmata)가 부작용을 나타내면 생기는 드물진 않은 건데, 그 진도도 매우 느리고 왜인지 그쪽은 더 그런 것 같지만 확실한 건 언젠가는 죽어.”


“······”


어떤 반응을 기대한 것 같지만 별 시원찮은 리액션에 노파는 팔짱을 끼고 애꿎은 안경만 연달아 고쳐 썼다.


“이야, 그나저나 성흔병이라. 그 예전 축복의 용사가 있던 구닥다리 시절이라면 몰라도 이 시대에 말이지~ 뭐 치료법은 간단······.”


노파는 말하다 말고 뭔가 잊은 듯 앓는 소리를 내며 의자를 뒤로 주욱 젖혔다.


다시 퍼뜩 의자를 세우더니 곤란보다는 피곤에 가까운 표정으로 펜을 들었다.


“천족이 해마다 털갈이를 할 때 생기는 빛의 조각이 있어. 그걸로 촉(鏃)을 만들어 영혼에 성흔을 재차 덧새기는 것으로 병은 쉽게 완치되거든. 본래라면! 말이지.”


계속해서 뭔가를 설명하면서 백지 위로 펜을 빠르게 놀렸다.


“지금은 죄다 떠나고 없다며 그것들? 전쟁통에 인계의 신관들하고 끊어놓았던 연결고리도 그대로 둬서 연락수단도 없고.”


탁!


노파가 끄적이던 펜을 책상에 거칠게 내려놓고 백지를 들어 보였다.


“······?”


별도 아니고 가루도 아닌 두루뭉술한 형태의 그것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빛의 조각이야.”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노파는 단호하게 찾아, 하고 말했다.


“미처 돌아가지 못한 신이나 천사 같은 거라던가, 그냥 무작정 찾으면 털갈이할 때 모아둔 조각이라도 있나 물어보라고. 어쩌면 돌아갈 때 어딘가에 떨궈놨을 수도 있고.”


무작정이라는 단어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 그런 행동이라는 것 정도는 아는 모양이다.


노파는 시술에 대한 설명만 늘어놓고는 갑작스레 이번엔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또 알게 모를 표정을 짓고 있으면 다시 한번 단호하게 돈! 하고 말했다.


“진찰비는 내야 할 것 아냐.”


당황하며 제 몸이나 침대 밑에 있던 소지품을 둘러봤지만 있을 턱이 없었다.


드루이드도 그 상황에 안타까운 듯 가지로 눈 주변을 슬쩍 가렸다.


노파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됐어. 어차피 기대도 안 했고.”


그러더니 일어나서 벽 쪽에 나열된 무수한 서랍들을 한 번씩 열어보곤 뭔가를 꺼내 봉투에 담았다.


노파는 다시 그 봉투를 내밀었다.


“가루다의 깃을 성화로 지져 만든 약재다. 그것들도 천족에서 나온 거라고 그나마 병세를 지연시켜줄 거야. 앞으로 이걸 하루에 한 번씩 자기 전에 끼얹어. 다 떨어지면 다시 찾아오고.”


이번엔 내민 봉투를 받지 않고 있자니 노파는 억지로 그것을 무릎 위에 떨궈놨다.


“빛의 조각을 찾으면 그때까지의 진찰비를 포함한 약재 처방 값 전부 받을 테니, 괜한 오해하지 마.”


의자를 책상 쪽으로 되돌려 손만 이제 가보라는 듯 휘휘 젓는 노파에게 검을 내놓았다.


“담보라도 내놓으려고? 됐다니까. 이딴 쇳덩어리를 나보고 어디다 쓰라는 거야.”


검을 받기 전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탓에 노파는 어쩔 수 없이 받아냈다.


“참고로 드루이드의 것도 받을 거야. 이제 나가봐.”


검을 구석에 세워두고 다시 손을 휘휘 내젓는 노파의 뒷모습에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끼익─



그녀가 문이 닫히는 소리에 힐끔 흘겨보고는 일어나 창문에 기대섰다.


창문 너머로 점차 멀어지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안경을 조심스레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 탓에 알 수 없는 아련함이 깃든 눈동자가 드러났다.


“······당신을 어떻게 마다할 수 있겠어.”


#


어딘지 감조차 오지 않는 마을은 수복과 재건으로 소란스러웠다.


“우리도 웬만하면 노동직을 고용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끼리 돕는 사정이라. 거, 미안하네.”


이미 머릿속은 병에 대한 건을 지워버린 채 처음의 고민만 가득 들여놨다.


지치지 않고 내쉰 한숨에 옆에 따라붙은 드루이드가 여린 가지로 뺨을 쓰다듬었다.


그 때문에 돌리게 된 시야에 웬 게시판이 들어왔다.


「택배기사 모집! 성별/연령대 무상관! 호위, 경호 및 각종 무술 경험자 우대!」


문구를 보자마자 전단지를 떼어내 그려진 지도를 보며 뛰기 시작했다.


곧 앞쪽에 불그스름하게 칠해진 건물과 ‘태랑’이라 적힌 간판이 보였다.


벌컥!


단숨에 정문을 열고 들어와 카운터에 전단지를 거칠게 올려놓는 탓에 직원이 흠칫했다.


어느새 제 몸을 축소해 어깨에 감싸 올라 있던 드루이드도 괜히 비장한 눈을 했다.


곧 전단지를 빤히 보던 여성 포레스트 엘프가 애써 당황한 기색을 숨기며 싱긋 웃었다.


“지원하러 오셨나요? 나이와 이름을······”


“400대 하루.”


명단 작성 서류를 내밀다 말고 그녀가 얼을 탔다.


근처에 있던 단원들도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한창 물자를 나르던 근육질의 남성이


‘하루에 400이라 꽤 하는군.’


하며 멋대로 오해하고 있을 때 하루도 제가 내뱉은 한 마디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 그러니까······. 이름이 하루, 입니다.”


어색한 존대에 직원은 그제야 수긍의 감탄사를 끌어냈다.


다행히 400대라는 건 없던 단어로 치는 건가 싶었지만 연이어 나이를 물어오자 다시 당황하며 주변을 살폈다.


벽면에 붙은 거울에 담긴 자신과 마주했다.


거울을 흘깃 스쳐보곤 뭔가를 중얼거리면 그녀가 재차 물어왔다.


“20 후반······ 아니 스물아홉, 입니다.”


그녀는 다시 미소를 장착한 얼굴로 서류와 펜을 내밀었다.


“이쪽에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하루는 잠시 붉어진 얼굴을 진정시키며 펜을 들었다.


한참 작성에 몰입하던 어깨에서 사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 푸른 잎사귀 하나가 붙어있는 것을 보고 손을 가져간 직원은, 잎사귀 뒤에서 목격한 눈동자에 그만 비명을 질렀다.


주변에 있던 무장한 단원들이 너도나도 전부 하루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영문을 모르고 벌어진 일에 양손을 슬며시 든 하루의 어깨에서 줄기가 길게 뻗어 나오더니 무기를 전부 낚아챘다.


찰그락!

텅그렁!


한쪽 구석에 낚아챈 무기를 수북이 쌓아둔 줄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랑였다.


누군가는 흥미롭게, 또 누군가는 벙진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드루이드는 어깨에서 내려와 축소 시킨 몸을 다시 돌려놨다.


“드루이드!”


직원이 입을 틀어막았다.


다름이 아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순수하고 촉촉한 눈망울에 비명을 질렀다는 사실이 잠시나마 죄책감을 형성했다.


“어느새······.”


하루 역시 몰랐다는 눈치였지만 그녀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해요! 혹시 지원자분의 동료분인가요? 저도 모르게 그만.”


하루는 들고 있던 양손을 저었다.


그리곤 입을 열려다 말고 조금 신중한 표정으로 고심했다.


“······친구 같은 겁니다.”


“친구 같은?”


드루이드의 눈동자가 직원을 보며 웃었다.


그 웃음에 치유되는 듯한 표정으로 양손 한가득 볼을 감싸던 그녀에게 살며시 가지를 내밀었다.


푸스슥


가지에 달린 잎사귀들이 인사를 재촉하면 그녀가 재빨리 가지를 붙잡고 조심스레 흔들었다.


“혹시 이름이······?”


행복한 표정으로 물어오자 하루는 다시 고심했다.


힐끔 자신을 바라보는 하루를 무성한 가지가 감싸 안았다.


그 사이에서 가지 하나에 새싹이 돋는 것을 목격했다.


“이삭. 이삭입니다.”


“이삭! 너무 귀여운 이름이네요!”


한참을 붙잡고 있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가지를 놓았다.


“흠, 흠. 오늘따라 실례가 많네요. 서류는 혹시 전부 작성하신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면 그녀가 말없이 서류를 응시했다.


“······?”


한쪽 눈썹이 미묘하게 흔들린 것 같다.


이내 살피던 서류를 다시 하루의 앞으로 스윽 내밀었다.


“저, 혹시 지원자님. 이쪽 기술란에 적는 걸 오해하신 것 같아서요. 알고 있는 기술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기술 즉, 쓸 수 있는 기술들을 적으시면 되거든요.”


다시 서류를 찬찬히 살폈다.


“······”


아무리 살펴도 이상한 점은 없다.


하루는 한 번의 확인을 거친 후 다시 앞에 서류를 내놓았다.


“확인했습니다.”


수정되지 않고 제 앞에 온 서류를 그녀는 다시 난감한 표정으로 받았다.


하지만 뒤늦게 눈동자를 크게 뜨더니 하루의 얼굴에 서류를 들이밀었다.


“지원자님. 저도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만······ 혹시 여기 적으신 것들 확실하신가요?”


자꾸 던지는 질문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애써 고개를 한 번 더 끄덕이자, 그녀는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카운터에서 나와 2층 계단을 올랐다.


함께 곁에서 지켜보던 단원들 역시 그녀가 가는 방향을 시선으로 쫓았다.


클로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어째선지 물자를 나르던 이들도 정적 속에서 시침이 흘러가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끼익,

탁.


정적을 깨는 문소리와 복도를 천천히 거니는 발걸음이 모두를 2층 난간으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이 그곳에 양팔을 걸치며 얼굴을 내밀었다.


붉은 눈동자가 카운터 앞에 선 채로 굳은 하루에게 향했다.


“참고로 난 거짓말쟁이는 싫어하는데?”


찬찬히 그를 살피던 루이스의 입가에 알게 모를 미소가 드리웠다.


#


“하루──! 하루 출근했냐!”


묵직한 여성의 목소리가 2층에서부터 1층 중앙현관까지 퍼졌다.


1층에 모여있던 단원들은 고사하고 고객들도 그 소리를 심심찮게 들어왔음에도 매번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2층에서 뚜벅뚜벅 걸어와 양손으로 난간을 잡고 모습을 드러낸 건 단장인 루이스였다.


붉은 장발을 세 갈래로 땋은 구릿빛 피부의 건장한 다크 엘프.


“단장님! 오늘도 건강해 보이시네요!”


일찍이 상단에 들린 여성 고객 한 명이 그녀를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리사! 오늘도 빠르네.”


루이스는 고객을 익숙하게 부르며 난간에 몸을 기댔다.


“무식하게 큰소리 좀 내지 말라니까.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까먹겠지만 매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희고 까끌한 수염을 매만지며 카운터 앞에서 리사의 물품을 전달받는 가드가 평소처럼 루이스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어차피 까먹을 거 잘 알면서 너야말로 이제 그만할 때 되지 않았냐. 그나저나 하루 어딨어.”


“아직 안 왔······”


덜컹


“여깄습니다.”


건물 밖에서부터 루이스의 목소리를 듣고는 현관문을 열며 답했다.


“급하게 발신을 부탁받았어.”


루이스는 하루를 보자마자 용건부터 말했다.


“급하다는 건······”


“물건 쪽. 고위 빙결계까진 필요 없겠지만 온도 유지 가능한 정도의 소서러는 붙어야 해서. 호위 좀 부탁할게.”


“내용물은요?”


루이스가 질문에 씩 웃었다.


“빙과(氷菓).”


“아.”


“오.”


루이스의 대답에 1층에 있던 사람들은 감탄이나 의문의 반응을 이어갔다.


단원들은 잘 알고 있는 단어인 듯 침을 삼키거나 미소를 지었다.


“저번에 하루가 만든 간식 말하는 거지?”


“간식뿐만이 아니야. 재료만 좀 더 다양하게 섞으면 주식으로도 충분히 가능해. 최근에 시험 삼아 식료품 운송에 추가했거든. 콜로사이니 식당 알지? 오늘 대표재료만 보고 괜찮으면 발주하기로 했어.”


“클람 수도에 있는 그 식당? 나도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는데.”


“어쩌면 반대로 신메뉴를 맛보게 될지도 몰라.”


“아! 왜 또 하루야? 나라도 괜찮았잖아!”


얘기 도중 가드가 카운터를 거칠게 두들기자 카운터 앞에서 발신 서류를 작성하던 클로에가 흠칫했다.


곧잘 있는 일상인 듯 앞에 선 리사와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넌 리사 물건을 받으려고 대기 중이었잖아. 그거나 마무리 짓고 와. 애초에 아이디어 제공자한테 맡기는 게 당연한 것을 쓸데없는 곳에 왜 탐을 내?”


가당치도 않다는 듯 팔짱을 끼는 루이스를 올려다보던 가드가 혀를 찼다.


리사와 눈빛을 주고받던 클로에가 대신 미안한 듯 조용히 반응하면 클로에도 어색하게 웃으며 넘겼다.


하루는 카운터로 오자마자 가드의 눈총을 맞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클로에가 내민 확인증을 받아 챙겼다.


그리곤 뭔가를 찾으며 두리번거렸다.


“그래서 그 소서러분은?”


루이스가 한동안 1층을 찬찬히 내려다보다 흉부를 부풀리며 한가득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행위에 또다시 모두 식겁하던 찰나,


덜컹!


커다란 모자를 쓰고 뛰어 들어온 여성이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늘은 곧잘 타이밍이 적절하구만.”


누군가의 한 마디에 이어 소서러로 보이는 여성이 깊게 심호흡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라 폴더라고 합니다.”


이름을 들은 루이스는 다시 난간에 기대 한참 턱을 매만졌다.


“폴더··· 폴더···. 이상하네. 오기로 한 건 폴더는 폴던데 사라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크하하! 단장이 잊어먹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구석에서 외치던 단원은 루이스가 노려보자 다시 아무 일도 없던 듯 서둘러 게시판을 찬찬히 살폈다.


“맞아요. 저희 언니 대신 제가 온 거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쓰고 있던 거대한 모자를 벗어 부둥켜안자, 머리에 구부정한 작은 뿔이 드러났다.


“·········!”


뿔을 직시한 루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놀란 표정이었지만 애써 그런 기색을 숨기며 있었다.


사라는 조심스레 루이스를 올려다 봤다.


“바네사 폴더의 여동생이에요.”


“음. 확실한 것 같네. 그건 그런데······”


잠시 망설이는 루이스에 똑같이 머뭇거리던 사라는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사실 언니가 아침에 우유를 사러 갔다가 돌아오질 않아서요. 소지품을 놓고 일하러 간 건 아닐 것 같아서 서둘러 왔는데······ 대신은 안 되는 걸까요?”


간절하게 올려다보는 눈망울에 루이스가 움찔하더니 끄으읏 하는 신음을 흘리며 눈을 지끈 감았다 떴다.


“뭐─ 안 될 이유는 없지.”


화색이 도는 사라의 미소마저 티 없이 맑았다.


턱을 괴며 흐뭇하게 웃던 단원들은 하나 같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단장. 저런 타입에 약했지.’


“근데 언니분은 괜찮은 거야?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거지?”


다시 묻는 말에 사라는 도로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숙였다.


어째선지 날카로운 단원들의 시선에 루이스는 허둥지둥하는 몸짓을 했다.


“일단 다녀와서 다시 찾아볼게요.”


애써 짓는 미소에 다들 측은해졌다.


하루는 그런 그들의 반응 속에서도 멍하니 서 있다 사라와 함께 상단을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에 또 한 번 덜컹거리는 현관문을 단원들이 모여 바라봤다.


“하루도 완전히 익숙해진 느낌이지?”


“아직도 그 말이야? 이쯤 됐으면 당연하지.”


가드와 단원들의 말에 단원들과 리사가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첫인상은 조금 엉뚱했지만요.”


난처했다는 투로 말하는 클로에의 말에 다수가 긍정했다.


“그날은 창립 이래로 떠들썩한 날이었지.”


“단장이 밖으로 끌고 나갔을 때는 괜히 조마조마했다니까!”


“그러게. 그런 녀석이 갑자기 택배 기사가 되고 싶다고 지원할 줄 누가 알았겠어?”


“입단하고 직후는 말도 얼마 없는 놈이었잖아.”


“그건 지금도 비슷하지 않나?”


하루에 대한 소재로 상단은 단숨에 왁자지껄해졌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루이스의 입가에 그날과 같은 미소가 만연했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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