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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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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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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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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8.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3)

DUMMY

나와 헨리가 창고 문을 보면서 실버 선장이 다시 나타나길 바랐다. 그때까지도 나는 창고에 나와 형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나는 헨리보다 바닥에서 열리는 문을 먼저 발견했다. 그 문은 천천히, 정말 천천히 열려서 헨리는 여전히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열리는 문으로 검은 머리가 나타났다.


나는 헨리의 등을 쿡 찌른 뒤 눈빛을 보냈다. 바로 뒤에 무언가가 있다고. 그제야 헨리는 바닥에서 열리는 문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와 형은 주변에 쌓인 물건들 중에서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았다. 나는 몽둥이를, 형은 단검을 찾아 곧장 서로에게 신호를 보냈다.


들고 있던 무기를 검은 머리한테 들이밀려는 순간, 검은 머리가 꽥 소리쳤다.


“자, 잠깐만요! 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여기서 나가게만 해주세요!”


검은 머리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앳됐다. 그의 외침에 나와 형은 즉시 무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니 검은 머리가 곧장 밑에서 올라왔다.


그리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아직 앳된 모습을 벗지 못한 소년이었다. 덩치는 나보다 작았으며, 검은 머리에 눈꼬리가 아래로 처진 눈을 지녔다.


그런대로 매력적인 얼굴을 지닌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울상이 되어 손만 벌벌 떨었다. 나와 헨리는 이 소년이 그램퍼스 호의 선원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나는 몽둥이를 내려놓고 물었다.


“넌 누구지? 왜 저 밑에서 나온 거야?”

“저, 저는 아서 고든 핌이라고 해요. 이 배 그램퍼스 호의 소유자인 버나드 씨의 아들 어거스터스의 친구이기도 하고요.”

“핌? 핌 가문이라고?”


헨리가 묻자 핌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가문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내심 안도하는 얼굴로 말이다.


나는 핌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형은 내 표정을 읽고는 내 곁으로 와 슬쩍 말했다.


“여기 낸터킷에서 알아주는 가문이야. 배를 여러 척 소유한 부자이기도 하지. 낸터킷 사람 중에서 핌 가문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나는 그런 알아주는 가문의 소년이 굳이 왜 이런 상선에 숨어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건 헨리도 마찬가지였다.


살벌했던 분위기가 풀리자 긴장했던 소년도 이제 안정을 찾았다. 핌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나와 헨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서로 궁금한 게 많은 모습이었다. 우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이 배 주인의 아들의 친구라는 뜻이지? 그런데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굳이 이렇게 숨어 있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건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래요. 그럼 당신들은 여기 선원인가요? 아까 여기서 시끄럽게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아니죠?”

“내가 먼저 질문했어. 대답하는 게 좋아.”


굳이 핌을 위협하고 싶었지만 나는 낮은 목소리로 핌에게 물었다. 어쨌든 이 배에 선원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게 좋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결국 핌이 대답했다.


“이 배는 보스턴으로 갈 거예요. 배에 실린 물건들을 옮기려고요. 보스턴으로 가는 뱃길에 제 친구 어거스터스도 같이 있어요. 저는 제 친구랑 보스턴에 가려고 몰래 여기 숨어 있었어요.”

“또 보스턴이야? 망할 놈의 그곳은 지긋지긋하게 가는군.”


헨리가 진심으로 한숨을 푹 내뱉었다. 솔직히 나도 보스턴에 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물론 우리 사정을 모르는 핌은 눈만 껌뻑였다.


나는 다시 핌에게 물었다.


“왜 몰래 나가려는 거야? 여기서 보스턴까지 가는 배는 많잖아.”

“집에서 허락해 주질 않아요. 아직 어려서 배를 타면 안 된다고요. 저 얼마 전에 생일이 지나서 17살이 되었어요. 이제 다 컸어요. 집에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도 지겨워요.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보스턴에 갈 거예요.”


핌은 눈을 반짝이며 힘을 주어 말했다. 그의 열정 가득한 모습에 나나 헨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핌은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 모험심으로 가득했다.


이제 핌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럼 두 분은 왜 여기 있죠? 그램퍼스 호의 선원은 아니죠. 아까 선장도 같이 있는 걸 봤어요.”

“나는 다른 배에서 일해. 여긴 내 동생이고. 우리 둘은 보스턴에서 이 배 선장이랑 잠깐 일한 적 있어. 그때 서로 오해가 생겼는데, 선장이 우리 말을 믿질 않아서 이렇게 창고에 가뒀어.”


가두었다는 말에 핌은 그제야 우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눈에 불안이 가득해지자 헨리는 가볍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정말 오해라고, 핌. 우린 선장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사실 선장도 알아. 그런데 믿지 않을 뿐이라고. 아마 내일이면 오해가 풀리겠지. 내일모레 출항하기 전에는 여기서 다시 내보내 줄 거야.”


그런데 그때 핌의 표정이 묘했다. 헨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 분명했고,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이 배, 내일모레 출항한다고요? 제가 여기 숨어 있던 게 오늘 저녁이었어요. 그때 어거스터스가 내일 출항한다고 말했어요.”


나는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배의 출항 날짜를 들었던 헨리는 핌의 말을 믿지 않아 다시 물었다.


“이 배가 내일 항구를 떠난다고? 나는 분명 내일모레 떠난다고 들었는데?”

“아니에요. 제 친구가 버나드 씨한테 직접 들었어요. 보스턴에는 내일 오후에 도착하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어거스터스가 그랬단 말이에요!”


형은 지금까지 자신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다음이 문제였다.


“형, 우리가 보스턴에 가도 문제야. 실버 선장이 우리 말이 진짜인지 보스턴에서 알아볼 거 아냐?”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누가 우리 말을 증명해 줘? 에드워드랑 같이 있던 사람들은 모조리 바다로 사라졌는데.”


당연히 우리 형제의 말을 증명해 줄 사람은 없다. 선장이 무슨 수로 알아보겠나. 그렇다고 선장이 우리 말을 믿겠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럼 선장이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저 보스턴에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분풀이를 할 게 뻔했다.


헨리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버럭 소리쳤다.


“이 망할 놈 같으니! 보스턴에 있었던 일은 그냥 핑계야! 보스턴에 도착하면 우릴 범법자로 만들 작정이었어! 몰래 그램퍼스 호에 숨어들어온 놈들이라고 우기겠지!”


그러더니 헨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당장 문을 박살 낼 기세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분노를 이해한 핌이 얼른 그에게 소리쳤다.


“잠깐만요! 무슨 짓을 하려고요?!”

“뭐긴 뭐야? 문을 부숴야지. 그리고 여기서 나갈 거야. 나가서 실버 선장이랑 다시 붙어야지.”

“네?! 그러면 제가 여기 있는 걸 들켜요! 보스턴에 갈 수도 없다고요!”

“그건 네 사정이지! 여기 그냥 있다간 나나 내 동생이 위험해진다고!”

“제, 제가 여러분의 보증을 설게요! 여기 일부러 이 배에 탄 게 아니라고요! 어거스터스한테 말한다고요! 어거스터스는 제 말을 이해할 거예요.”


하지만 헨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형은 핌의 말에 오히려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문을 부술 수 있는 물건을 찾았다.


나는 형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핌이 나선다고 해도 실버 선장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건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 나가려고 하니 핌이 다시 외쳤다.


“버나드 씨한테도 말할게요! 선장이 당신들한테 어떤 짓도 하지 못하게요! 아니면 우리 핌 가문에서 당신들을 도와줄 수도 있어요!”


소년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대로 소리쳤다. 그러나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핌 가문까지 나서준다면 제아무리 선장이어도 우리를 어찌 못할 것이다.


핌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 여전히 소년에게 우리는 낯선 존재였다. 또 우리가 문을 부수거나 선장과 담판을 지어도 배는 예정대로 출항할 것이다.


그런데도 핌이 굳이 우리를 도와주는 건 순전히 그가 지금 가진 모험심 때문이었다. 만약 우리가 소란을 피우면 핌의 계획은 완전히 망가질 테니까.


“됐어, 형. 핌이 우리를 도와주면 넘어갈 수 있을 거야.”

“선장이 이런 짓까지 했는데도 순순히 우리를 놔둘까?”

“그러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당장 소란을 피우면 더 곤란해질 거야. 우리만 말고 저쪽도.”


내가 핌을 가리켰다. 헨리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감정보다 이성이 남은 형이었다.


상황이 간신히 무마되었다고 여겼는지 핌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더니 휘파람을 불었고, 이내 핌이 나온 문에서 작은 머리가 불쑥 나왔다.


그건 다름 아닌 개였다. 팔뚝보다 조금 더 큰 덩치의 개는 혀를 쭉 내밀고는 핌 옆에 앉았다. 핌이 녀석을 쓰다듬으면서 소개해 줬다.


“내 애완견인 타이거예요. 저랑 같이 보스턴으로 갈 동료죠.”

“개까지 데려오다니. 준비를 철저히 했네.”


핌이 웃었다. 헨리가 한 말은 칭찬이 아니었지만 핌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핌은 낙천적이면서 사교적인 자기 성격을 잘 드러냈을 것이다.


물론 이 좁디좁은 창고에서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물과 마른 과일, 잘게 자른 육포를 꺼내서는 우리 앞에 놓았다.


“저기, 혹시 보스턴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요?”


나는 그제야 이 창고에 있는 물건들이 각종 식재료와 물, 그리고 담요나 옷이라는 걸 알았다. 한 사람이 며칠 동안 지낼 수 있는 충분한 물품이었다.


나는 핌과 그의 친구 어거스터스가 일부러 이 창고에 모험을 위한 물품을 숨겼다는 걸 알았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보스톤에 잠깐 있었어. 혹시 뉴욕이라면 알려줄 수 있는데. 아니면 다른 곳은 어때?”

“보스턴은 잘 모르나요?”

“거기라면 내가 잘 알아. 아주 지긋지긋하지.”


핌은 뉴욕이나 다른 도시에는 관심이 없었다. 헨리가 정말 귀찮은 곳이라는 듯 고개를 저으니 그 모습에 눈을 반짝였다.


사실 헨리의 모습은 허세와 멀었다. 그런데 겨우 1년 정도 보스턴에서 지냈던 형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나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나와 형, 핌은 보스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와 형은 지금 상황이 난처했지만, 그렇다고 핌의 모험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나와 형에게 남지 않은 모험심이, 낭만이 핌에게 있었다. 그러니 나와 형은 지금 상황을 잠시 잊고 그의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을 늘어놓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만든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인연은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나는 그때까지도 그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 *


다음 날 아침, 예정대로 그램퍼스 호는 낸터킷을 떠났다. 순간 창고 바닥이 출렁거리는 걸 나와 헨리는 느꼈다.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은 창고였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창고 주변으로 선원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누구 하나 창고를 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도 문이 열리지 않으니 나와 헨리는 마른 과일을 씹으며 문만 바라봤다.


“역시 예상대로 선장은 오지 않네.”

“정말 보스턴에 도착하면 우리를 데려가겠지.”

“그런데 네 친구는 여기를 한 번도 오지 않네? 이 배에 탄 게 분명하지?”


헨리의 물음에 핌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긴 혀를 쭉 내밀며 숨을 헐떡이는 타이거를 쓰다듬으며 굳이 은밀하게 말했다.


“어거스터스는 보스턴에 도착하면 절 데려갈 거예요. 다른 사람들 모르게요. 아마 저녁에나 절 찾을 거예요.”

“하긴. 이 배가 보스턴에 머물 시간을 생각하면 여유롭게 나가도 되겠네.”


나와 헨리는 핌에게 그램퍼스 호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얻었다. 그중 하나는 그램퍼스 호는 일주일 동안 정박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실버 선장이 어떤 짓을 할지 몰라도 우리 형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핌은 출항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떠벌렸다.


“일주일 동안 보스턴에서 지내다니! 지금도 꿈만 같아요! 있죠, 거기 가면 저는 어거스터스랑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거예요. 사람들도 많이 만날 거고요. 대체 왜 아버지는 절 계속 섬에 두려고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돼요.”


물론 나와 헨리는 그의 수다를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보스턴으로 가는 동안 나와 헨리는 실버 선장이 어떻게 나올지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나와 헨리, 핌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난 건 분명했다.


창고에 있는 동안 우리는 몇 번이고 음식과 물을 먹었다. 거기다 낮잠도 여러 차례 잤다. 그리고 이제 창고 앞으로 사람들은 지나가지 않았다.


이제 형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


“이거 대체 왜 이러지? 낸터킷에서 보스턴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이미 진작 도착했어야 했는데?”

“아직 가려면 멀지 않았을까요?”


핌이 묻자 헨리는 고개를 저었다. 유일하게 배를 타본 경험이 있는 형이었다. 그가 곧장 일어나 창고 문에 귀를 기울였다.


한참 동안 집중하던 형은 내게 눈빛을 보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이제 나도 이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와 형이 문 앞에 서 있자 핌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타이거만 이 상황을 몰라 계속 숨을 거칠게 내뱉었다.


형이 문고리를 만졌다.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형은 있는 힘껏 문고리를 움직였다. 손이 빨갛게 변할 정도였지만 소용없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전혀. 그래도 사람들이 뭔 짓을 하면 여기까지 들려야 하는데.”

“갑판에 무슨 일이 있나?”

“나가보면 알겠지.”

“잠깐만요! 나간다고요? 왜 갑자기 또 나가려고 하는 거예요?”


핌이 형의 말을 듣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소년은 나와 헨리를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 헨리는 핌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핌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헨리가 경고했다.


“이봐, 핌. 이미 이 배는 보스턴에 도착했어야 했어. 이렇게 오랫동안 걸리지 않아. 분명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거야. 그걸 알아보려면 나가야 해.”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당신이 착각했을 수도 있죠.”

“착각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어.”


형이 뒤로 물러나더니 그대로 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온몸으로 문과 부딪혔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흔들렸다.


그리고 다시 뒤로 물러서더니 문과 부딪혔다. 이번에도 문이 흔들렸다. 다만 걸쇠가 부러진 듯 둔탁한 소리가 함께 들렸다.


“같이 발로 차자, 에디.”


나와 형이 있는 힘껏 발로 문을 찼다. 도끼처럼 발로 문을 내리치니 손잡이를 제외하고 점점 문이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쾅!


한참 뒤에야 너덜너덜해진 문이 바닥에 쓰러졌다. 사방으로 먼지가 피어올랐고, 나와 형은 먼지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문을 부수는 동안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도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와 형은 조용한 주변을 살피며 점점 더 이상함을 느꼈다.


그때, 배가 심하게 출렁거렸다. 앞뒤로 흔들리는 배 때문에 나와 형은 얼른 주변에 있는 물건을 잡아 버텨야 했다.


“젠장!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고!”


형이 소리쳤다. 그사이에 배는 더 심하게 흔들렸다. 창고에 있던 핌이 비명을 질렀고, 타이거는 요란하게 짖어댔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중심을 잡으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머리카락이 쭈뼛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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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5) 23.08.14 63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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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3) +1 23.08.09 62 5 16쪽
27 27.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2) +1 23.08.08 76 5 17쪽
26 26.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1) +3 23.08.07 74 5 16쪽
25 25. 병 속에서 찾은 수기 (7) +1 23.08.04 89 8 19쪽
24 24. 병 속에서 찾은 수기 (6) +2 23.08.03 76 7 15쪽
23 23. 병 속에서 찾은 수기 (5) +1 23.08.02 67 5 14쪽
22 22. 병 속에서 찾은 수기 (4) +1 23.08.01 76 6 13쪽
21 21. 병 속에서 찾은 수기 (3) 23.07.31 79 6 13쪽
20 20. 병 속에서 찾은 수기 (2) +1 23.07.28 84 5 15쪽
19 19. 병 속에서 찾은 수기 (1) +1 23.07.27 98 5 13쪽
18 18. 웨스트포인트 (8) +1 23.07.26 93 6 13쪽
17 17. 웨스트포인트 (7) 23.07.25 96 6 14쪽
16 16. 웨스트포인트 (6) 23.07.24 86 4 15쪽
15 15. 웨스트포인트 (5) +1 23.07.21 86 4 13쪽
14 14. 웨스트포인트 (4) +1 23.07.20 99 4 17쪽
13 13. 웨스트포인트 (3) +2 23.07.19 108 5 12쪽
12 12. 웨스트포인트 (2) +1 23.07.18 115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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