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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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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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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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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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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4. 웨스트포인트 (4)

DUMMY

베를리피칭 집안은 그의 선조 때부터 동유럽에서 귀족 가문으로 이름을 날렸었다. 그러나 불안해지는 유럽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베를리피칭 가문의 후손은 유럽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미국에 정착한다. 초기에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으나 끝끝내 뉴욕에 정착하여 다시 이름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영국과의 전쟁이 큰 힘이 되었지. 거기에 참전하셔서 많은 사람들을 구했거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까지 만났었다고.”

“누가요?”

“당연히 내 아버지 빌헬름 베를리피칭이지!”


프란츠가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그의 아버지 빌헬름은 지역의 영웅으로 인정받아 시의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여러모로 입지적인 인물이지만, 이제는 은퇴하여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 메첸거슈타인 집안은요?”

“그놈들? 유럽에서부터 우리 집안을 따라온 거머리 같은 족속들이지. 우리 집안이 잘되는 꼴을 보기 싫은지 사사건건 방해한다니까.”


프란츠의 말대로 메첸거슈타인 집안 또한 그의 집안처럼 동유럽에서 이름난 가문이었다. 그들 또한 미국에 정착해 이름을 알렸는데, 수 세기 동안 서로를 증오했던 두 가문의 사이는 미국까지도 이어졌다.


프란츠가 서남쪽을 가리켰다. 나와 그는 베를리피칭 집안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는 열심히 개발 중인 평야와 숲, 그리고 산이 있었다.


“저 땅이 메첸거슈타인 놈들 땅이야. 우리 집안 바로 옆에 있지. 정말 안 될 놈들이라니까.”

“그렇게 가까이서 지내면 이제 친구로 지내도 되지 않을까요?”


그 말에 프란츠는 웃기만 했다. 듣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했기에 나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내 예상보다 두 가문은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했다. 그걸 나는 웨스트포인트에서도 봤지만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를리피칭 집안 저택에 도착했다. 벽돌로 지은 고풍스러운 2층 저택으로, 중세 건축 양식에서 영향을 받은 모습이었다. 때문에 나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프란츠가 나를 안으로 안내했다.


“이 저택을 중심으로 10에이커는 우리 집안 땅이지. 농사도 짓지만 승마와 사냥도 즐길 수 있어. 서쪽 끝에 숲이 하나 있거든.”

“정말 대단한 곳이네요.”

“아버지와 내 선조들이 힘쓴 덕분이지. 그리고 에드거, 미리 말하는데 우리 아버지가 몸이 불편하셔. 그러니 조금 이상한 모습을 보여도 이해하라고.”

“알겠어요, 선배님. 그리고 이제 에디라고 불러주세요.”

“좋아, 에디. 사람들이 곧 도착할 거야. 여기서 인맥을 쌓으면 너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프란츠는 나 말고도 자신과 친한 사관생도는 물론 뉴욕의 유명인사를 파티에 초청했다. 파티는 늦은 오후부터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벌써 저택에서 파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 뉴욕에서 이름난 인물들이었다. 프란츠는 그들과 바로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프란츠. 더 멋져졌는데?”

“벌써 오실 줄은 몰랐네요. 혹시 아버지와는 인사를 나누셨나요?”

“아직. 나보다 먼저 여기 온 사람이 있어. 지금 인사 나눌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

“더 일찍 온 사람이 있다고요? 누구요?”

“글쎄. 처음 보는 얼굴이야. 내가 보기에는 자네 손님은 아닌 것 같아. 빌헬름 씨의 손님으로 온 것 같더라고.”


프란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초대한 사람 말고는 이 저택을 방문할 사람이 오늘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때 마침 빌헬름의 방에서 누군가 나왔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다시 인사를 하고는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다름 아닌 백작이었다. 백작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사람들을 훑어보다가 내게 시선이 돌리고는 인사했다.


“에디. 여기서 다시 보는군. 사관생도가 된 느낌은 어때? 옷이 제법 잘 어울리는군.”

“레이놀즈? 대체 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

“자네가 내게 편지를 보냈잖아. 웨스트포인트에 들어갈 거라고. 그래서 왔지. 마침 빌헬름 씨와도 인사를 나누고 말이야.”

“아는 사이에요?”

“예전에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지. 그래도 아들은 처음 보는군.”


그러면서 백작이 프란츠에게 인사했다. 잘생긴 얼굴에 당당한 태도를 지닌 백작을 바로 앞에서 본다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프란츠 또한 이 매력적인 사람에게 바로 호감을 보였다.


“아버지 친구분이라고요? 그럼 대단한 능력을 갖추셨겠는데요.”

“베를리피칭 집안에 비하면 보잘것없지요. 그저 사업가로 활동할 뿐이지요.”

“에디와도 아는 사이인가요?”

“그럼요. 아주 잘 알죠. 제 자문가죠. 아는 게 많은 친구랍니다.”


아버지의 친구이면서 나와도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에 프란츠는 그 자리에서 백작을 파티에 초대했다. 백작은 마다하지 않았다. 나는 백작을 보면서 정말로 내가 궁금해서 뉴욕에 온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백작과 프란츠가 대화하는 사이에 빌헬름에게 인사할 순서가 되었다. 나는 프란츠와 함께 빌헬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는 정말로 쇠약한 중년 남자였다.


빌헬름은 구부정한 허리에 머리카락이 다 빠져 흉한 머리, 파르르 떨리는 눈썹과 수염을 지닌 남자였다. 중년이라고 했지만 거동조차 불편한 노인에 가까웠다. 그만큼 몸이 불편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도 지팡이로 몸을 가누는 빌헬름에게 프란츠가 인사했지만 그는 느리게 목을 끄덕일 뿐이었다. 프란츠는 이어 나를 소개했다.


“아버지. 이번에 새로 사귄 후배 에드거 앨런 포라고 해요.”

“에드거···에드거? 처음 듣는데?”

“제 후배라고요. 이번에 웨스트포인트에 새로 온 사관생도요.”

“사관생도라···그래···메첸거슈타인은 아니겠지?”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을 싫어하죠. 에드거는 저희 편이에요.”

“메첸거슈타인 놈들은···당장 없애야 해.”


프란츠와 빌헬름의 대화가 내게는 불편했다. 같은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프란츠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리고 빌헬름은 내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환자처럼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렇게 프란츠가 파티에 참석한 손님이 올 때마다 빌헬름과 인사를 시켰다. 그동안 나는 백작과 함께 있었다. 조촐한 파티인 줄 알았는데 모이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프란츠의 파티에 처음 참석한 나나 백작은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에 비해 백작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나는 백작에게 물었다.


“레이놀즈. 제가 웨스트포인트에 들어가서 곤란하지 않아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지? 진심으로 장교가 되고 싶어서 들어간 게 아니잖아? 자네 일을 끝마치려고 간 거 아니었어?”

“하지만 제가 정말로 장교가 되고 싶어서 여기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에디, 자네는 솔직하지 못해.”

“그게 무슨 뜻이죠?”


백작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눈인사하면서 음료를 하나 가져왔다. 몇 모금 마신 뒤 만족한다는 미소를 머금고는 잔을 가볍게 돌렸다.


“나는 자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관심이 없어. 나는 자네를 후원하는 사람이지 부모가 아니라고. 웨스트포인트에 들어가서 자네가 복수를 끝마치려고 해도 나랑 상관없다고.”

“복수라는 단어가 거북한데요.

“에디. 이제 자네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정말 장교가 되고 싶어서 사관생도가 되었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몰트리 요새에서 처음 웨스트포인트로 간다고 했을 때, 장교가 된다는 목표는 사실 수단에 불과했다. 백작의 말처럼 나는 페리를 우선 떠올렸다.


백작이 내 표정을 읽고는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하고 싶은 게 있어. 그런 마음이 있지. 자네는 그 마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그게 자네를 위해서도 훨씬 좋아.”

“문학적인 표현이네요.”

“내가 워낙 예술을 좋아해서 말이지. 어쨌든 아까 빌헬름 씨가 내게 부탁한 게 있어. 별일 아닌데, 그걸 자네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군.”

“웨스트포인트와 관련 있는 일인가요?”

“어디? 자네가 있는 곳? 전혀. 내가 몰트리 요새에서 소령한테 그렇게 당했으면서 또 군인이랑 엮이고 싶겠나?”

“···대체 무슨 일인데요?”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군. 정말 별일 아냐. 이 저택으로 말 한 마리만 옮겨주면 돼.”


나는 순간 잘못 들었는지 알고 눈만 깜빡였다. 갑자기 말이라니. 나는 어릴 때 말을 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고작 몇 번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완전히 까먹었다.


나는 백작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레이놀즈, 전 말을 탈 줄 몰라요.”

“자네에게 말을 타라고 한 적 없어. 말을 여기까지 데려오라는 거지. 이 베를리피칭 저택으로 말이야. 그리고 그 말은 사람 말을 정말 잘 들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빌헬름 씨가 아마 도와줄 사람을 붙여줄 거야.”

“그럼, 그 일도 글에 관한 경험이 되나요?”

“그럴 거야, 에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전에 쓴 <황금 벌레> 말이야. 아주 좋았어. 확실히 자네는 실력이 대단해.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글이었어. 자네를 후원한 보람이 있었어.”


곧 백작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저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이내 백작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아무래도 백작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불현듯 어떤 생각에 도달했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을 백작에게 물어봤다.


“혹시 제 글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줘도 되나요?”

“투고라도 하려고? 그건 곤란하지. 내가 자네에게 소설을 받는 대신에 후원금을 주잖아. 엄연히 계약 위반이라고.”

“그럼 제가 쓴 시는요?”

“그건 괜찮지. 하지만 명심해, 에디. 나를 위해 써준 글은 다른 사람이 봐서는 안 돼. 그건 나를 위한 글이잖아? 괜한 생각은 안 해줬으면 좋겠군.”


그때 백작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쳐다봤다. 나는 백작이 내게 그런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봤다.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던 백작은 이내 다시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예상대로 백작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었다. 그건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버지니아를 떠올렸다. 왜 그랬는지 몰랐다. 다만 버지니아와의 약속이 떠올라 백작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다. 그럴 이유가 없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 * *


사람들의 호감을 잔뜩 산 백작은 당분간 베를리피칭 가문의 저택에서 머물 예정이었다. 물론 빌헬름의 부탁 때문에라도 그는 뉴욕에서 며칠 동안 지내야 했지만 말이다.


파티 이후에 내게 조금 변화가 생겼다. 웨스트포인트에서 내게 말을 거는 생도들이 늘어난 것이다. 동기는 물론 선배까지 괜히 내게 인사하거나 말을 붙였다. 특히 프란츠와 함께 있다면 더더욱.


반대로 페리 무리는 더더욱 나를 싫어하게 되었다. 이제 페리 무리인 루츠 메첸거슈타인은 노골적으로 내게 적개심을 드러냈다. 당장 기회가 생긴다면 내 목에 칼을 들이밀 기세였다.


“저들이 널 싫어해도 당장 뭘 할 수 없으니까 걱정 마, 에디.”


프란츠는 페리 무리가 보건 말건 별로 신경 쓰지 않은 눈치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물론 웨스트포인트 내에서 생도끼리 싸우면 규정상 징계를 받는다. 때문에 페리 무리도 쉽게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웨스트포인트 밖은 달랐다. 나는 프란츠에게 물었다.


“나중에 웨스트포인트 밖에서 만나면 어떡하죠?”

“밖에서? 그러면 물러서지 말아야지. 그런 일이 있으면 루츠한테 본때를 보여주겠어.”


프란츠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웨스트포인트 밖에서 생도끼리 종종 싸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단순 주먹다툼이어서 가벼운 징계로 끝났지만 말이다.


“칼이나 총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랬다간 정말로 퇴학당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어요?”

“나야 모르지. 직접 본 적은 없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프란츠가 내게 바짝 다가와 은밀히 말했다.


“가끔 밖에 나갔다가 웨스트포인트로 돌아오지 않은 생도들이 있었다고 했어. 말 그대로 안 돌아 온 거야. 밖에서 싸웠다가 죽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생도 생활을 못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겠지.”


프란츠가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그게 소문이든 사실이든 웃을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그의 웃음에서 기묘함을 느꼈다.


그러다 프란츠가 웃음을 거두고는 내게 더 바짝 다가왔다. 나와 프란츠 말고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하듯이.


“내일부터 주말이잖아. 저녁에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야겠는데.”

“무슨 일인데요?”

“아버지가 말을 한 마리 끌고 오라고 하더라고. 백작이 너한테도 말했다고 하던데?”


나는 백작의 부탁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프란츠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씨익 웃으며 내게서 멀어졌다.


“백작이 에디 너를 참 신뢰하나 봐. 대체 그 사람 뭐 하는 사람이야? 좀 친해졌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의 눈을 전에 본 적 있다. 광란의 저택에서 봤던 페리의 눈과 똑같았다. 나는 사업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 * *


주말 저녁, 나는 프란츠와 함께 베를리피칭 집안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저택으로 향하지 않고 넓은 땅을 따라 향했다. 나는 프란츠가 미리 준비한 말을 함께 타며 움직였다.


“서쪽 우리 땅 끝에 그린우드라고 있어. 거기서 백작과 말이 기다린다고 아버지가 알려주셨지. 하필이면 그린우드라니.”


프란츠는 가면서도 계속 투덜거렸다. 그는 백작과 만나는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프란츠 뒤에서 앉은 채 그에게 물었다.


“그린우드가 나쁜 곳이에요?”

“거기가 우리 땅이 끝나는 지점이자 메첸거슈타인 놈들의 땅이 시작하는 곳이야. 숲 자체는 꽤 커. 토끼랑 사슴도 자주 출몰해. 가끔 멧돼지도 나타나지. 그게 싫어.”

“동물이 나타나는 게 싫다고요?”

“아니. 사냥하기 딱 좋은 숲이야. 그래서 싫다는 거지. 프리드리히 메첸거슈타인, 그 자식이 그린우드에 자주 나타나서 사냥하거든. 사냥에 완전히 미친 놈이야.”

“이렇게 어두운 저녁에 사냥을 할까요?”

“동생 루츠는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웨스트포인트로 들어왔지만 프리드리히는 여전히 방탕하게 지내지. 사냥을 너무 좋아해서 값비싼 사냥 도구를 사는 데 재산을 탕진하는 놈이야.”


프리드리히와 루츠 형제는 어린 시절에 부모를 여의고 현재 메첸거슈타인의 주인이 되었다. 형제의 아버지는 막대한 자산가여서 그가 작고하자마자 엄청난 자산을 형제들은 물려받았다.


프란츠는 특히 프리드리히를 조심해야 한다고 숲에 다가가면서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놈이 더 무시무시한 놈이야. 루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사람 목숨 알기를 토끼보다도 가볍게 여긴다니까.”


그러다 프란츠가 입을 다물었다. 곧 그린우드가 나타났는데, 이름과 다르게 시커먼 오크나무들이 빽빽하게 세워진 숲이었다. 불빛은 하나도 없었고, 새도 울지 않았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나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말았다. 프란츠는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지막이 투덜거렸다.


“젠장. 말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리고 백작은 또 어디 있고?”


약속장소는 그린우드 안에 있는 공터였다. 두어 사람이 야영하기 적당한 공간이었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변에는 불빛도 없었다.


“저기, 뭐가 와요.”


내가 주변을 둘러보다 어딘가를 발견하고는 손으로 가리켰다. 그건 큰 그림자였다. 그림자는 천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푸르륵거리며 콧바람을 냈다.


그것은 정말 멋지게 생긴 말이었다. 불에 타오르는 듯이 빨간 털에 검은 갈퀴를 가진 말은 프란츠가 탄 말보다도 덩치가 더 크고 당당한 모습을 지녔다. 거기다 눈은 어찌나 맑은지 광채가 나오는 것 같았다.


말은 나와 프란츠 곁으로 천천히 다가오더니 멈춰 섰다. 사람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는 걸 보니 분명 훈련이 잘된 말이었다. 백작이 없어 수상하게 여기던 프란츠도 이제 말에만 관심을 보였다.



“이 말은 꽤 품종이 좋아 보이는데? 아버지가 내게 부탁했던 이유가 있었어. 그런데 참 이상하네.”

“뭐가요?”

“이렇게 좋은 말을 우리 집안에서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거든. 설마 아버지가 타고 다닐 것 같지는 않은데.”


프란츠가 중얼거리더니 미리 준비한 밧줄을 붉은 말의 모에 걸려고 했다. 그때까지도 붉은 말은 얌전히 기다리기만 했다. 프란츠는 그 말이 꽤 마음에 든 눈치였다.


“말이다. 말이야.”

“좋은 말이라고.”


멀리서 수상한 목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나와 프란츠는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얼른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어디에서 그 목소리가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한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나와 프란츠가 당황하니 그들은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한참 동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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