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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최근연재일 :
2023.09.26 22:25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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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0
추천수 :
361
글자수 :
394,242

작성
23.07.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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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추천
7
글자
17쪽

8. 황금 벌레 (4)

DUMMY

“알아볼 수 있겠나, 에디? 아무래도 자네가 이해해야만 보물을 찾을 수 있겠는데?”


백작은 내게 어떤 암호인지 물었는데도 얼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소리가 컸는데, 르그랑과 그로버 소령이 들으라고 일부러 그렇게 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감정이 격해져 눈에 불을 켠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르그랑과 소령이 동시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먼저 르그랑이 반응했다.


“알아냈다고?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어? 이걸 알아본단 말이지?”


그다음에 소령도 내게 다가와 명령했다. 그 또한 흥분해서 이제는 특유의 거만한 표정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여전히 매부리코는 계속 움찔거렸지만.


“빨리 말해, 원사. 오늘 밤에 반드시 찾아야 해. 몰트리 요새에서 또 나올 수 없단 말이야.”


윌리엄 키드의 보물을 찾겠다는 맹목적인 목표로 가득한 두 사람의 눈은 광기로 번쩍였다. 내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면 억지로라도 말을 내뱉게 할 기세였다.


그들의 눈빛 때문에 나는 더 집중할 수 없었다. 내 행동을 이해한 백작이 르그랑에게 부탁했다.


“르그랑. 펜과 종이를 주십시오. 아무래도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려면 글로 써야 하지 않겠어요?”

“아, 그렇지! 펜! 종이!”


르그랑이 기분 좋게 어깨를 들썩이며 펜과 종이를 가져와 내게 건넸다. 나는 그걸 받아 양피지의 표시를 옮겨 적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먼저 소령님의 지도에 있는 표시는 글이에요. 알아볼 수 없게 표시로 변환시켰을 뿐이죠. 마치 암호처럼요.”

“이게 글이라고? 방위나 그런 게 아니라? 숫자가 잔뜩 적혀 있잖아?”

“전혀요. 이 표시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정한 형식이 있어요.”

“형식이라니? 대체 무슨 형식인데?”


르그랑이 재촉했다. 나는 대답 대신 윌리엄 키드의 양피지 속 표시를 종시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하니 더더욱 내 생각이 옳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표시들, 알파벳이에요.”

“알파벳이라니?”

“표시를 알파벳으로 바꾸면 글로 바꿀 수 있어요.양피지에 적힌 글이 뭉개져서 다 알아볼 수 없지만 확실해요. 첫 번째 알파벳 A부터 마지막 알파벳 Z까지 각각 표시를 바꿀 걸 적었어요. 예를 들어 숫자만 보면 3은 E, 4는 H, 1은 I가 되죠. 다른 표시들도······.”

“그러니까 저게 무슨 뜻이냐고!”


르그랑과 소령이 동시에 소리쳤다. 그들에게는 알파벳과 표시의 관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당장 알고 싶은 건 지도의 내용, 보물의 위치였다. 그러니 내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나는 옮겨 적은 글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THEPOINT···THETALLESTTREE···LEFTEYEOFDEATHSHEAD···GOLDSHOT···]


르그랑과 소령은 잔뜩 미간을 찡그린 채 내가 쓴 글을 뜯어보았다. 르그랑은 이제 어깨도 들썩이지 않았다. 하지만 잔뜩 흥분한 그들이 집중력을 발휘해서 글을 바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포기한 그로버 소령이 내게 물었다.


“원사. 이건 글이 아니야. 자네 생각대로라면 뭘 알아볼 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이게 영언가? 아니면 라틴어? 그것도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떤 언어라도 되나?”


“표시를 모두 붙여놓으면 이상하게 보일 겁니다. 하지만 띄어쓰기를 하면 글이 완성이 되죠. 그러면 모든 글을 이해할 수 없지만,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 나와요.”


내가 나열된 글에 띄어쓰기를 표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을 소령과 르그랑이 다시 확인했다.


[THE POINT···THE TALLEST TREE···LEFT EYE OF DEATH'S HEAD···GOLD SHOT···]


“어떤 지점? 가장 높은 나무? 죽음의 머리의 왼쪽 눈은 뭐지? 그리고 황금을 쏜다? 원사 자네가 알아낸 글의 뜻이 이렇게 된다고?”

“아마도 보물이 있는 지점은 이 덤불숲의 가장 높은 나무와 관련이 있을 거예요. 죽음의 머리의 왼쪽 눈이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하지만 나무에 가보면 알겠죠. 그리고 황금은···”

“벌레! 내가 찾은 바로 이 벌레겠지!”


르그랑이 소리쳤다. 그는 여전히 둘둘 말린 종이를 가지고 있었다. 소령과 대치할 때도, 지도를 못 알아볼 때도 잔뜩 흥분해서 고릴라처럼 시끄럽게 행동할 때도 종이만큼은 얌전히 들고 있었다.


어쨌든 르그랑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히히거렸다.


“역시 이 벌레가 보물을 찾는 열쇠야! 자, 주피터! 나가자! 보물을 찾을 때 쓰려고 했던 물건들을 가져와! 이제 우리는 가장 높은 나무로 간다!”

“사방 천지에 널려 있는 게 나무인데 어떻게 분간한다는 거지?”


소령이 냉소적으로 묻자 르그랑은 또 히히거렸다. 이제 르그랑은 정말로 기분이 좋아서 아까 소령과 대치했던 기억은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친절한 모습마저 보였다.


“나 윌리엄 르그랑이 이 숲에서만 5년 동안 있었지! 가장 높은 나무를 모를 것 같나? 그 정도는 눈 감고도 갈 수 있어! 이 어두컴컴한 밤에도 말이야!”


르그랑은 이제 눈앞에 보물이 있다고 확신했지만 소령은 아니었다. 그는 내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광기에 번쩍였지만, 아까보다 차분해진 그의 눈을 보면서 그걸 알아차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백작이 소령에게 제안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소령. 그러니 원사가 해독한 글을 믿어보죠. 나무에 도착해서 실망해도 늦지 않아요.”

“난 지금도 실망하고 싶지 않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소령은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나와 백작이 뒤따랐다. 백작은 특유의 멋진 목소리로 나를 칭찬했다.


“잘했어, 에디. 암호를 잘 풀었군. 저 두 사람보다 자네가 더 나아.”

“둘 다 흥분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윌리엄 키드의 암호는 초보적인 수준이었어요.”

“아니. 저들은 평생 이해하지 못했을 거야. 이번에 보물을 찾으면 그건 순전히 자네 덕이지.”

“그렇겠죠.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길 바라야죠. 어차피 보물은 내 것인 아닌데요.”


그때 백작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밖으로 나오니 주피터는 삽과 짧은 곡괭이가 든 가방을 메고 있었다. 허리가 굽은 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불도 들고 있어서 주변을 알아볼 수 있었다.


“자, 출발하자고!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


르그랑이 신나게 외치며 움직이자 얼른 주피터가 따라갔다. 처음 숲에 들어올 때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위는 어두웠다.


주피터의 등불을 따라 걷고 있을 때, 앞서가던 소령이 내게 물었다.


“원사, 지도를 어떻게 해석했지?”

“전에 암호학을 책으로 읽은 적 있습니다.”

“책을 읽었다고? 어디서?”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은 모양인지 소령은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아마도 그런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고 여긴 모양이었다.


내가 대충 수습하려고 할 때, 백작이 나섰다.


“아직 모르나 보군요, 소령. 원사는 예전에 버지니아 대학교에 다닌 적이 있지요. 사정이 생겨서 금방 그만둬야 했지만요. 원사는 그때쯤에 나를 알게 됐죠.”


나는 입대 후 누구에게도 버지니아 대학을 다녔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얼마 다니지도 않은 대학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로버 소령은 대학에 대해 아는 체했다.


“버지니아 대학이라면 알아주지 않나? 거기 입학할 정도면 머리가 좋고 집안이 꽤 괜찮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금방 그만둬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소령님.”

“내 외조카도 버지니아 대학교의 학생이었지.”


소령이 버지니아 대학교를 굳이 띄워준 이유는 결국 자기 외조카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오두막에서 잔뜩 흥분했던 소령의 모습 때문에 몰트리 요새에서의 소령을 순간 잊고 있었다.


백작이 흥미롭다는 듯 소령에게 물었다.


“외조카도 버지니아 대학교에 다녔나요? 지금도 학생인가요? 아니면 졸업했나요?”

“졸업하지 못했어요. 1년 정도 다니다가 나왔죠. 대학에 다닐 흥미가 사라졌다고 했었나. 어쨌든 지금은 웨스트포인트에서 사관생도가 되었지요. 내가 추천한 덕분이지요.”


자기 외조카 자랑에 이어서 그로버 소령은 자기 자랑까지 덧붙였다. 특히 자기 출신인 웨스트포인트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히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백작이 계속 맞장구를 쳤다.


“외조카도 나중에 장교가 되겠군요. 좋겠군요, 소령. 나중에 군인 집안이 될 수도 있겠네요.”

“우리 집안은 대대로 군인 출신이었소, 백작. 아마 그 영향이 내 처의 집안, 그러니까 페리 집안에도 영향이 있었던 모양이오.”


소령의 자기 자랑을 듣던 나는 페리, 라는 단어에 순간 멈칫했다. 분명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나는 잊고 있었던 버지니아 대학교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며 그로버 소령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소령님. 질문이 있습니다.”

“뭔가, 원사?”


자기 자랑을 실컷 해서 기분이 좋아진 소령은 평소에도 보기 힘든 너그러운 얼굴마저 지었다. 나는 역겨운 그의 행동을 참으며 물었다.


“혹시 외조카의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존 어니스트 페리네. 존 H.페리라고도 부르지.”


나는 뒤통수가 망치로 맞은 듯 얼얼했다. 어떻게 그 이름을 잊겠는가.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나를 망가뜨리려고 약은 수를 썼던 놈인데! 마지막까지 나를 위협했던 녀석의 모습은 여전히 똑똑히 기억했다.


지금까지 소령의 외조카가 페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나는 소령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백작을 바라봤다.


이 모든 게 과연 우연일까.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정말로 우연히 내가 페리의 외삼촌인 그로버 소령과 일하고 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이 또한 백작의 계획에 있었던 일일까.


“자, 다 왔네! 이 나무가 덤불숲에서 가장 높은 나무지! 가을에도 무성한 잎사귀에 웅장한 모습까지! 어느 나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


르그랑이 어느 나무 앞에 서서 떠벌였다. 확실히 르그랑이 소개하는 나무는 상당히 컸다. 바로 옆에 떡갈나무 여러 그루가 있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커서 나와 소령은 고개를 높이 쳐들어야 했다.


발작하듯이 히히 웃던 르그랑이 나무를 가볍게 두들기더니 위를 가리켰다.


“이 나무는 튤립나무야! 지난 5년 동안 여러 나무를 봤지만 이만큼 장대한 나무는 없어! 그러니 지도에서 말하는 나무는 이 나무가 틀림없단 말이지!”

“그럼 죽음의 머리는 어디에 있지?”


소령이 내게 물었다. 이 장대한 나무와 죽음의 머리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건 분명했으나 그게 무엇인지 나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가 주변을 둘러보려고 하자 르그랑이 헛수고라는 듯 손을 저었다.


“이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 내가 몇 년 동안 오갔단 말이야! 내 늙은 하인도! 그렇지, 주피터?”

“맞습니다요. 이 주변에는 풀떼기만 있죠.”

“그럼, 위로 올라간 적 있나요?”


내가 묻자 르그랑은 어깨를 들썩였다. 아무래도 올라간 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 옆에서 바보처럼 웃던 주피터도 웃음이 잦아졌다.


나는 이 장대한 나무 위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나무 위를 살펴봐야겠어요. 위에 죽음의 머리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누가 올라가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곁눈질했다. 검은 밤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서 있는 나무를 어느 누가 쉽게 나서겠는가. 조금만 올라가도 머리 핑 돌 정도로 아찔한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르그랑이 또 히히거렸다. 그러고는 바로 곁에 있는 주피터를 가리켰다.


“나는 몸이 좋지 않아 올라가지 못해! 하지만 내 하인이 올라갈 거야!”

“제, 제가요, 윌 주인님?”


화들짝 놀란 주피터가 제 주인처럼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나 르그랑은 번복할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 주변을 봐!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너도 알잖아! 그러니 얼른 올라가서 뭐가 있는지 확인하란 말이야!”

“어, 얼마나 올라가야 하죠?”

“뭐가 나올 때까지! 빨리 움직여!”


주인의 명령에 주피터가 쭈뼛거리며 나무 앞에 섰다. 그 모습을 소령은 덤덤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애초에 그는 올라갈 생각이 없었다. 아마 내게 명령했겠지만, 나는 나무 타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 상황이 내게는 참 다행스러웠다.


심호흡을 깊게 들이마신 주피터가 이내 결심한 듯 나무를 잡았다. 그리고는 거미처럼 팔다리를 움직이면서 천천히 나무를 올라갔다.


그렇게 위에 펼쳐진 어둠을 향한 움직이던 주피터는 이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한참 뒤에 주피터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얼마나 가죠?!”

“어디까지 갔지?!”

“아주 높이요! 멀리 별이 보입니다요!”

“그딴 건 신경 쓰지 말고 더 올라가!”


그리고 또 한참 동안 주피터는 말이 없었다. 나, 르그랑, 소령은 다시 주피터가 고함을 지를 때까지 나무 밑에서 기다렸다. 다들 오랫동안 목을 쳐들고 있던 터라 뒷목이 뻐근해져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다 주피터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르그랑이 얼른 소리쳤다.


“왜! 무슨 일이야?!”

“해, 해골이 있어요! 뼈도 같이 있어요!”

“어떻게 있는데?!”

“가지에 처박혀 있습니다요! 새들이 살점을 뜯어먹었는지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주피터가 발견한 해골이 지도에 적힌 죽음의 머리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 해골의 왼쪽 눈구멍에 무엇이 있을 게 분명했다.


이번에는 내가 주피터에게 소리쳤다.


“왼쪽 눈구멍에 뭐가 있죠?”

“아무것도 없이요! 아무것도! 이제 내려가도 되죠, 윌 주인님?”


아무것도 없다는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해골의 왼쪽 눈은 대체 무슨 뜻일까. 하지만 답은 금방 나왔고, 나는 곧장 르그랑에게 말했다.


“당신이 잡은 황금 벌레. 그걸 왼쪽 눈구멍에 넣어야 할 것 같아요.”


그제야 르그랑이 알겠다는 듯 히히거렸다. 그는 주피터에게 내려오라고 명령했다. 한참 뒤에 얼이 빠진 주피터가 간신히 땅에 내려왔다.


그러나 주피터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르그랑은 땅에 내려온 주피터에게 둘둘 말린 종이를 건네고는 명령했다.


“얼른 다시 올라가! 이 벌레를 들고! 왼쪽 눈구멍에 이 벌레를 넣어!”

“다, 다시요? 더, 더는 못하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윌 주인님.”

“식은 죽 먹기야, 주피터! 이번 일을 잘 해내면 자네에게 선물을 주지! 그러니까 얼른 가!”


결국 주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한 주피터가 다시 나무를 잡고 올라갔다. 그리고 한참 뒤에 주피터의 고함 소리가 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들에게 들렸다.


“넣었어요, 우리 주인님!”

“벌레가 뭘 하지?”

“그냥, 그냥 기어다녀요!”


그런데 곧 장대한 나무 위에서 희미한 불빛이 나타났다. 그 불빛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사라지다가 생기기를 반복하였다. 그리고 곧 나뭇가지를 떠났다.


희망한 불빛은 황금 벌레였다. 마치 반딧불처럼 날아가는 황금 벌레를 따라 나를 비롯하여 나무 아래에 있던 눈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윽고 벌레가 어떤 지점에 떨어졌다. 튤립나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르그랑이 얼른 황금 벌레에게 다가가 다시 그걸 잡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나를 봤다.


“여긴가? 여기에 보물이 있겠지?”

“파보면 알겠죠.”


르그랑이 즉시 곡괭이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삽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소령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오두막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느 새 눈빛이 탐욕에 번쩍였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르그랑이 곡괭이를 휘두르자 사방으로 흙이 튀었다. 이에 질세라 소령 또한 분주히 삽질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나무에서 내려온 주피터도 뒤늦게 합세하여 땅을 팠다.


그렇게 모두가 말도 없이 4야드 정도 땅을 팠다. 백작은 웃으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가끔 무어라 흥얼거렸는데 그 소리를 제대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땅을 파던 소령이 이내 삽질을 그만두었다. 곡괭이로 돌덩이를 파내던 르그랑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헉헉거리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땅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허리 높이만큼 팠는데도 말이다. 보물은커녕 반짝이는 쇠붙이 하나 없었다. 나오는 건 거친 흙과 돌덩이, 썩은 내가 나는 나무뿌리였다.


그 순간, 르그랑과 소령의 눈빛이 달라졌다. 두 사람 모두 들고 있던 삽과 곡괭이를 꽉 쥐고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당장에라도 파놓은 구덩이에 당장에라도 날 묻어버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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