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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스노우

에드거 앨런 포는 작가로 살고 싶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완결

제이스노우
작품등록일 :
2023.07.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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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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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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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 웨스트포인트 (3)

DUMMY

미국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는 뉴욕에 있으며 1802년 창립되었다. 아직 30년도 되지 않은 사관학교였고, 임관한 장교의 자부심과 별개로 웨스트포인트의 영향력은 이제야 빛을 냈다.


“솔직히 말하지, 원사. 처음 가면 후회할 수도 있어. 생각보다 별거 없거든.”


나는 몰트리 요새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전역을 신청했다. 물론 전역하고 싶다고 바로 군복을 벗는 건 아니었다. 절차를 기다리면서 인수인계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대신할 후임 원사에게 인수인계하는 한편, 하워드 대위에게 웨스트포인트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대위는 내 결심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도 웨스트포인트의 현실을 알려주었다.


“가서 두 가지만 기억해, 원사. 하나는 어떤 일에든 성실하게 할 것. 그건 자네를 믿어. 여기서 자네의 능력을 인정받았으니까.”

“알겠습니다, 대위님.”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동생 빨리 찾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너희 그딴 식으로 나올 거야?! 내 집안을 모욕하고도!”


몰트리 요새 앞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나와 하워드 대위가 그쪽을 바라보면서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로버 소령의 집안사람들이 또 나타나서 행패를 부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나타나서 몰트리 요새를 귀찮게 했다. 진상규명을 하라고, 그로버 소령을 빨리 찾아내라고 소리쳤다. 덕분에 입구를 지키는 병사들은 죽을 맛이었다.


한동안 하워드 대위가 그들을 상대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대위가 나서면 그들은 더 흥분해서 온갖 폭언을 내뱉었다. 그 때문에 상부에서도 하워드 대위에게 나서지 말라고 명령했다.


나와 하워드 대위는 시끄러운 요새 앞을 바라봤다. 특히 대위는 자신의 멱살을 잡았던 중년 장교를 보면서 내게 말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저 폴 터너 소령처럼 되지 말라는 거야.”


폴 터너 소령은 하워드 대위를 공격했던 중년 장교다. 그는 사라진 그로버 소령의 형으로, 수도 워싱턴 D.C 인근 포병부대에서 복무 중이었다.


나름 입지적인 인물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하워드 대위가 말하길, 그는 군인으로서 명예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저 사람, 웨스트포인트에 있었을 때도 알아주는 사람이더군.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그 안에서도 온갖 교활한 짓은 다 했었어.

“대위님은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정보를 듣는 인맥이 있어, 원사. 그리고 굳이 집요하게 캘 필요가 없었어. 너무 유명해서 온갖 소문이 다 있더라고. 지금 저런 짓을 하는 이유도 그로버 소령이 걱정되어서 그러는 게 아냐.”

“그럼요?”

“제대하면 정치인이 될 거라고 떠들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자기 동생이 밀수했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정치인이 되기는커녕 당장 군복을 벗어야 할 거야.”


대위는 기분 나쁘다는 듯 혀를 차더니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시끄러운 소리가 점점 잠잠해졌을 때, 대위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경고했다.


“원사. 웨스트포인트에 들어가면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자네가 누구와 어울리든 그건 자네 선택이야. 하지만 그 선택에 따른 책임도 생각해야 해.”

“그렇게 신중해야 하나요?”

“그냥 장교가 되려고 온 사람들은 거의 없어. 대부분 자기 입지를 다지려고 오지. 거기서 인맥을 쌓고 장교가 되어서는 딴짓하는 거야. 장교가 되는 건 그저 간판에 불과해. 거긴 작은 정치판이라고.”


나는 하워드 대위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만났던 장교들을 떠올렸다. 분명 군인으로서 자부심을 지니며 성실히 임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대위의 말처럼 자기 입지를 다지려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나는 여전히 몰트리 요새 앞에서 소리치는 폴 터너 소령을 슬쩍 바라봤다. 그는 집안의 명예에 대해 떠들어댔다. 그건 거짓된 열정이었다. 그저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동생의 이름을 파는 행동에 불과했다.


* * *


나는 인수인계를 마친 뒤 무사히 전역할 수 있었다. 웨스트포인트에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나는 그동안 뉴욕에서 머물 예정이었다. 리치몬드로 돌아갈 수도 있었으나 그곳 사정을 알아보고 싶었다.


나는 웨스트포인트로 간다고 앨런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번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잘 생각했다는 내용만 담긴 답장이 돌아왔다.


그리고 백작에게도 따로 편지를 보내 웨스트포인트로 갈 것이라고 알렸다. 백작이 알려준 곳으로 편지를 보냈으나 그는 내가 전역할 때까지도 답장을 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하워드 대위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날 배웅했다.


“아직 여기가 시끄럽지만 신경 쓰지 말라고, 원사. 아니, 에디. 자네는 뉴욕으로 가서 지내다가 웨스트포인트로 들어가라고. 가서 장교가 될 날만 기대하면 돼.”

“나중에 다시 만나요, 대위님.”

“그때는 선후배가 되겠지.”


나는 몰트리 요새를 떠났다. 덤불숲도 더는 보지 않아도 됐다. 그때까지도 몰트리 요새에서는 덤불숲을 수색하지 않았다.


당연히 덤불숲에 소령이 없다고 단정을 짓는 건지, 아니면 기묘한 덤불숲의 분위기에 다가가지 못하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떠나는 길에 덤불숲을 마지막으로 잠시 바라봤을 뿐이다.


그렇게 도착한 뉴욕은 온갖 사람들이 지내는 곳이었다. 수많은 이민자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없이 도시에 정착하려는 이들로 어수선했다. 동시에 그들을 등 처먹으려고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있었다.


뉴욕은 그 자체로 혼란스러운 도시였다. 모든 것이 빠르게 형성되는가 하면, 동시에 빠르게 사라지기도 했다. 그건 이 도시의 특징이면서 동시에 이 국가의 특징이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뉴욕에서 지내며 웨스트포인트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앨런에게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 군인으로서 모아둔 돈이 있었으며 백작이 매주 꾸준히 주는 20달러 금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1830년에 웨스트포인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나를 포함하여 3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사관생도가 되었고, 많은 이들은 부푼 기대를 안았다.


하지만 나는 첫날부터 기대하지 말라고 했던 하워드 대위의 말을 실감했다. 미국을 지킨다는 거창한 문구로 생도들을 환영하는 웨스트포인트였으나 실상은 건물 몇 개만 있는 휑한 곳이었다.


건축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웨스트포인트의 건물들은 버지니아 대학교의 도서관보다도 못했다. 허드슨강을 끼고 있는 경치는 좋았지만 그게 전부이니 몇몇 생도들은 한숨을 깊이 내뱉었다.


처음 생도가 되었을 때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학교에 들어간 것처럼 정신이 없었지만 나름 생기 넘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주말이 오길 고대했다.


왜냐하면 주말에는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버지니아 대학교보다 더 여유로운 규정이었다. 나는 세삼 내가 다녔던 대학교의 규정이 빡빡하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어느 정도 사관학교 분위기에 적응한 생도들이 저마다 인맥을 쌓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접근했다.


“이봐, 넌 어디 출신이야?”

“필라델피아에서 왔는데?”

“그래? 그럼 저 밖의 이민자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네?”

“우리 아버지는 영국과의 전쟁에도 참전했었어. 진짜배기 미국인이라고.”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집안 출신인지, 언제부터 미국에 정착해서 지냈는지, 그리고 어느 지역 출신인지 노골적으로 물어보면서 교류했다.


그리고 어느새 생도들 사이에서 같이 어울리는 무리들이 형성되었다. 당장은 서로 친하게 지냈지만 이제 무리들끼리 더 자주 어울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남부에 그저 그런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그때 하워드 대위의 경고를 실감했다. 여긴 정말로 작은 정치판이었다.


그러다 새로 들어온 사관생도를 환영하는 자리에 참석할 때가 있었다.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먼저 들어온 선배 사관생도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페리를 볼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자리에서 자기 무리와 어울리던 페리도 마침내 나를 발견했다. 그는 나를 알아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마나 놀랐는지 턱수염이 움찔거릴 정도였다. 나는 그저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페리는 당장 자기 주변에 있는 무리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말했다. 나에 대해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페리와 그 무리가 나를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웨스트포인트에 온 이상 페리가 어떤 짓을 꾸밀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걸 모르고 여기에 온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나 또한 순진하게 이곳에 오지 않았으니 기회를 엿봐야 했다.


그렇게 환영식이 끝날 무렵, 내게 선배 한 명이 다가왔다. 갈색 머리에 짧은 수염을 지니고 키가 큰 남자였다.


그는 딱딱한 유럽식 말투로 내게 물었다.


“에드거 앨런 포 맞지? 존 H. 페리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던데?”

“네, 맞습니다만?”

“굳이 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페리가 너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더군. 여기 들어오기 전부터 서로 앙숙이었나?”

“사연이 길어서요. 그걸 제가 선배님께 알려드릴 이유가 있나요?”


키가 큰 선배의 눈썹이 스윽 올라갔다. 건방지다고 한마디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크게 웃더니 정식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프란츠야. 프란츠 베를리피칭. 혹시 우리 집안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아니요.”

“그래? 그래도 뉴욕에서 나름 잘 나가는 집안인데 말이야. 내 친척 중에서 정치인이 몇 명 있거든.”

“선배님이 나중에 정치인이 되는 건 저와 상관없는 문제여서요. 집안 얘기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집안은 별 볼 일 없어요.”

“자네 집안을 모욕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사과하지. 그리고 하나 제안하고 싶은데 말이야. 네가 여기 웨스트포인트에서 잘 지내고 싶으면 나랑 같이 다니는 게 좋아. 페리도 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프란츠는 대답 대신 멀리 서 있는 페리 무리를 가리켰다. 페리 무리는 나와 프란츠를 주시하고 있었다. 특히 페리 옆에 있는 검은 곱슬머리에 눈이 날카로운 생도는 프란츠를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봤다.


프란츠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 자식은 프리드리히 메첸거슈타인의 동생 루츠 메첸거슈타인이야. 우리 집안이랑 메첸거슈타인 집안은 오랫동안 원수였지.”

“저는 집안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데요.”

“그러고 싶겠지. 그런데 페리 저 녀석이 메첸거슈타인 집안이랑 꽤 가깝다고. 네가 페리와 앙숙이면 저 메첸거슈타인 놈도 널 싫어할 거야. 그래도 네 뜻과는 상관없는 일일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페리가 날 찍어 누르려면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자기 패거리를 동원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루츠라는 작자도 나를 노릴 게 분명했다.


“그러니까 적의 적은 아군이다, 그런 건가요?”

“좋게 포장하자고. 협력관계라고 말이야.”

“좋아요. 저도 제 편이 있으면 든든하겠네요.”

“그럼 이제 나랑 같이 어울리게 됐군. 혹시 내일 시간은 어때? 마침 우리 집에서 파티가 있는데?”


나는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제안에 응했고, 프란츠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좋아, 에드거. 나중에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자고. 가면 꽤 마음에 들 거야.”


그러면서 프란츠는 자기 집안에 대해 자랑했다. 나는 그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나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과 함께하길 권유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내가 프란츠와 함께하는 동안 페리 무리의 눈길이 계속해서 쫓아왔다. 나는 슬쩍 뒤를 돌아봤다. 페리 말고도 루츠 또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절대 날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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