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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76,332
추천수 :
3,811
글자수 :
257,284

작성
24.05.19 12:01
조회
4,642
추천
93
글자
12쪽

마라톤 대회(3)

DUMMY

.




당황한 박경수가 어이없이 웃었다.


‘하! 저거 진짜 미친놈이었네?’


황당했다.

괜찮아요가 아니라 괜찮소라니?

무슨 컨셉충이나 오덕인가?

박경수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뚱뚱한 건 그렇다 쳐도 말투까지 저러면 극혐인데.’


태희라는 크리에이터도 크게 당황했는지 초고도비만자를 어색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박경수의 눈동자가 댓글창으로 향했다.


-.......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야?

-괜찮소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

-몸매나 말투. 진짜 완벽한 씹덕 그 자체ㅋ

-솔직히 비주얼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듣자마자 준나 웃었네ㅋㅋㅋㅋ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응원했는데 말투에 확 깼습니다.

-타, 탈출이 시급하다!!!!!


핵폭탄이라도 터진 듯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씹떡 초고도 비만자는 대답 대신 멈춰 서서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손은 겹친 상태에서 배꼽 아래 부근에 가져다댄 상태였다.

들숨과 날숨을 연속적으로 반복하더니 돌연 눈을 번쩍 떴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태희라는 크리에이터가 크게 당황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알겠소.”

“.....”


표정 관리에 완벽하게 실패한 그녀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광경에 어처구니없이 웃던 박경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진짜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극도의 혐오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함께 있는 것조차 거부감이 생길 정도로.

천천히 댓글창을 훑어보았다.


-앗! 태희 어디갔어!

-빨리 쫓아가라!

-저 딴 씹덕 돼지 말고 여신님을 달라!!

-우리형 감을 잃으셧네ㅋㅋㅋ

-민심을 따라가라고!

-탈출하라! 탈출하라!


모두가 태희를 외쳐대고 있었다.

역시 구독자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결정은 빨랐다.

급히 카메라를 돌려 태희의 잘빠진 뒤태를 촬영했다.


-엌

-비율 보소!!!!!

-운동하는 여신은 역시 다르다!!!!

-크하~~~~~~

-내 눈알이 정화되고 있어!!!

-가즈아아아아!!!!!!


폭주하는 댓글의 반응을 확인한 박경수는 속도를 높였다.


‘역시 저런 놈보다는 미인이 최고지!’


만고의 진리는 항상 통하는 법이었다.



*



“포긴가?”

“힘내세요.”

“무리하긴 했지.”


간신히 호흡을 정상범위 내로 되돌린 권왕은 자신의 곁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몇몇을 제외한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신기한 동물을 발견한 듯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실제로도 그들의 눈빛 이면 안에는 측은과 경멸의 그 경계 사이를 오가는 중이었다.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다른 존재라고 규정지은 결과였다.

멸문지화라는 비극을 겪으면서부터 늘상 쫓아다니던 시선이라 분노 따위의 얄팍한 감정은 일어나질 않았다.

다만 저 많은 시선을 묵묵히 견뎌내고 끝까지 달린 나고봉의 의지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특별한 맛이라······.’


거래로 내세운 조건이었다.

여기에 반나절의 시간을 주겠다는 발언까지 곁들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말문이 막혔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삶을 바래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소중한 시간을 걸 정도라면 대체 그 요리의 맛이 얼마나 맛있다는 소리인가?

그래서 거래를 승낙했다.

이제 약속을 지킬 차례였다.

혼절 이후의 상황을 책임질 것이라는 약속을.

권왕의 입가에 뜻 모를 웃음이 옅게 맺혔다.


‘일단은 체력부터 회복해야겠군.’


육체적인 힘은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초석이었다.

권왕은 지난번처럼 혼원선공(醉一仙功)을 일으켰다.

혼원선공은 심법과는 다르게 육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종의 내가수련법이었다.

민생에서는 건강호흡법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혼원선공의 진면목은 따로 있었다.

중단전과 상단전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의 깨달음이 담긴 초상승 무학인 셈이었다.


이런 깊은 이치가 담겨 있기에 지친 육체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권왕은 호흡을 하며 혼원선공의 묘리를 떠올렸다.


‘혼돈이 나뉘어 천지가 되고, 천지가 자리하니 오방이 펼쳐져 각 방위······.’


육체 자체를 자연지기의 상태, 즉 정(靜)에 이르도록 이끄는 신묘한 선공이었다.

일정 수준에 이르면 호흡을 통해 자연스레 기(氣)가 순환되는 효능을 발휘하게 돼 있었다.

이립(30세)인 나이에 오기조원에 이른 것도 혼원선공의 깨달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그는 집중력을 극도로 끌어올린 뒤에 혼원선공의 오묘한 이치에 점점 빠져 들어갔다.

상쾌하고 청량한 기운이 폐부 깊숙이 찾아왔다.

육체 안으로 깃들어 부드럽게 퍼져나가 활력을 북돋아주었다.

곳곳에 퍼진 세포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육체에 기력을 불어넣는 행위에 불과했다.

남은 거리를 달릴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이 아닌 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완주라는 거창한 목표는 나고봉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약속대로 혼절 이후의 상황만 책임지면 끝이었다.

권왕이 눈을 떴다.


‘됐군.’


시끄러운 소리가 웅웅 들려왔다.


“이봐요.”

“괜찮으세요?”

“치료해야 하니까 밖으로 나와주실래요?”


어느새 다가온 사람들이 안위를 물었다.

권왕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니 신경쓸 것 없소.”

“예?”


황당해하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뗀 권왕은 주변을 보았다.

기존 참가자들이 모두 사라진 채였다.

지체된 시간만큼 더 달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적당한 경신법 하나를 떠올렸다.


‘천리비행보.’


한줌의 내력으로 천리를 간다는 초상승의 경신법이었다.

기로써 육체를 최대한 가볍게 만든 후 흐름에 따라 이동하는 극상승의 묘리가 담긴 경공이었다.

내공이 없으니 천리비행보를 전개할 수는 없으나 그와 약간 비슷한 효과는 낼 수 있을 터였다.

호흡처럼 선순환하고 있는 기(氣)로써 육체의 무게를 조금씩 줄여나간 권왕은 약간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겨우 이정도가 한계인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저, 저기요!”

“치료를 해야한다니까요!”

“뭐야 저사람?”

“그런데 왜 저렇게 잘 뛰어?”

“그러게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한 그의 발길이 더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일정 페이스를 유지하며 선두권에 진입한 손태희는 앞서 뛰는 남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다르구나.’


경험 많은 사람들의 페이스를 쫓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일정한 보폭이나 호흡, 자신만의 주법을 확실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저들을 앞지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몸소 와 닿는 기분이었다.

물론 스피드 칩으로 측정된 시간을 분류해서 남녀 따로 시상식을 진행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대회 전체 1등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녀는 결연한 얼굴로 속도를 약간 더 올렸다.


“훅훅! 꼭 합방 한 번 해주실 거죠?”


아까부터 계속해서 쫓아오던 러너맨이라는 사람이었다.

옆을 힐끗 보자 약간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보였다.

손에 카메라를 든 채 실시간으로 라방을 하고 있었다.

손태희는 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떠들면서 호흡이 유지가 되나?’


말을 하면서 뛰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일단 호흡 자체를 컨트롤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쉴 새 없이 떠들며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분명 배울 점이 있기는 하지만 반강제적으로 합방해달라는 태도가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훅훅! 합방 안 해주면 우리 구독자분들이 싫어할 겁니다! 훅훅!”

“기회가 된다면, 후우, 후욱, 꼭 해요.”

“형님들! 훅훅! 들으셨죠? 훅훅! 조만간 태희 씨와 함께 라방 가겠습니다!”


애써 밝게 웃은 그녀가 러너맨 TV의 구독자들에게 인사하며 약간 더 속도를 높였다.

지금은 마라톤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러너맨은 절대 놔주지 않고 줄기차게 옆을 따라붙었다.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처럼 느껴진 그녀는 약간 심적으로 부담을 느낀 나머지 호흡이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순위권 안에 들 수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때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와!”

“쫓아왔다고?”

“저 몸으로?”

“저 사람도 대단하네.”

“소름 돋네, 진짜.”


소란에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본 손태희의 눈동자가 놀란 토끼처럼 왕방울만 해졌다.


‘저, 저 사람은?’


순위권 팀에 속한 무리들 중앙으로 거대한 체격의 남자 한 명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구직공고를 보고 이모의 식당에 찾아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쓰러져서 움직일 수 없었을 텐데?’


두 번이나 쓰러져 달리기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성난 멧돼지를 떠올리게 만들만큼 저돌적이었다.

주변의 모두도 놀란 나머지 슬금슬금 피할 정도였다.

비난이나 비하가 아니라 정말 그랬다.

170kg가 넘는 육중한 몸매를 지닌 남자가 전력질주나 다름없는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피하지 않고 베길 수 없는 것이다.


“혀, 형님들! 훅훅! 대박 사건입니다!”


러너맨이 카메라를 돌려 뒤를 촬영했다.

자연스럽게 손태희의 시선이 그의 카메라 화면으로 이동했다.

알바지원자의 모습이 촬영되는 순간, 댓글창이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으악! 저, 저게 뭐야?

-씹덕 맷돼지가 부활했다!!!!!

-헐!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임?

-와, 진심 소름ㅎㄷㄷ

-저사람 좀비 돼지임?

-내 평생 살면서 저런 광경은 처음 봄

-혹시 주작 아님?


주작 가능성이 물밑으로 올라온 순간 구독자들 대부분이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3km나 뛰어왔다.

저 몸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기적이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그 불가능한 현상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

구독자들이 믿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상황인 셈이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들썩이는 댓글의 반응에 러너맨은 세상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보고도 못 믿을 기적을 촬영하고 있는데 왜 좋지 않겠나.

그 유혹이 너무 큰 관계로 손태희는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켜고 알바지원자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마음과 몸이 따로 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평생 살면서 이런 일을 언제 또 겪어보겠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 그는 아주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손태희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정말 대단해!’


괴상한 말투나 뚱뚱한 몸매를 다 떠나 저 의지는 정말 존경받아 마땅할 일이었다.

세상의 모든 비만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었다.

손태희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과연 그가 10km를 완주할 수 있을지가.

하지만 2km가량을 더 뛰었을 때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말았다.

얼마 못가 1120번 참가자가 자신을 앞질러 나갔기 때문이었다.

육중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손태희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게 말이 돼?’


지금 상황이 꿈처럼 느껴지는 그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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