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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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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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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1
글자수 :
257,284

작성
24.06.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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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
17쪽

과거의 악연(3)

DUMMY

링 위를 주시하던 이홍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뭐하는 거지?’


괴상한 장면이 1라운드 내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한사람은 화려한 콤비네이션을, 또 한사람은 이걸 기를 쓰고 피하는 중이었다.

공격자는 남기혁 선수고 수비 쪽은 고봉이었다.

마치 한편에 잘 짜인 공연처럼 두 사람의 움직임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그 정도로 공수가 절묘할 정도로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휘휙- 후욱!


상체를 낮춰 날카로운 훅을 피한 고봉이 가드를 올린 상태에서 적당히 거리를 벌였다.

살짝 흥분한 남기혁 선수가 노련하게 따라붙으면서 리드미컬한 공격을 감했다.

왼손, 오른손이 정신없이 교차하며 미친 핸드 스피드를 자랑하면서.

하지만 여전히 고봉이는 아슬아슬한 움직임으로 이를 보란 듯이 피해버렸다.


“또?”

“와! 저런 자세에서 저걸 다 피하네.”

“고봉이 회피 능력 미쳤는데요?”

“그런데 왜 자꾸 피하기만 하는 거지? 지금! 아. 왜? 왜 공격을 안 하는 거야?”

“그러게요?”

"자세는 또 왜 저래?"

"자세가 뭐가 중요해요. 저렇게 잘 피하는데."


관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홍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피하긴 하지.’


어정쩡한 동작치곤 회피 능력이 정말 대단했다.

웬만해선 피하기 힘든 콤비네이션을 미친 센스로 모조리 다 피해버리고 있었다.

이러니 거리를 두고 싸워야할 아웃복싱 스타일인 남기혁 선수가 점점 달라붙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그도 우연이라 치부하고 더욱 공격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탐색전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화려한 연계동작까지 구사하면서 고봉이를 밀어붙였다.

단지 헛손질만 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열불이 터지지 않고 배기겠나?

10승 무패 행진을 달리는 선수가 경험도 없는 고봉이를 단 한 대도 치지 못했는데?

얼마나 자존심이 상할지 눈에 훤했다.

이젠 아슬아슬, 힘겹게 피하고 있는 고봉이의 모습이 일부러 저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꼭 약 올리는 느낌이었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였다.

지난번에 봤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수준 높은 동체시력과 판단력을 지닌 사람이 저런 식으로 굴고 있다는 건 상대를 농락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고봉이의 동영상을 봤다던 남기혁 선수도 이를 눈치챈 듯 살짝 흥분한 눈치였다.

이홍수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1라운드에서의 흥분은 독이야.’


흥분이 아니라 상대를 탐색하고 다음 라운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잔뜩 흥분해서 콤비네이션을 난발할 게 아니라.

연습과 시합은 완전히 달랐다.

호흡이 거칠어지면 끝이었다.

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고갈되는 게 시합이니까.

완급조절 체력안배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 생각과 함께 이홍수의 눈이 커졌다.


‘설마?’


작전인 것 같았다.

어설픈 동작으로 상대를 도발하고 흥분시켜 체력을 빼놓을 생각 같아보였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나?

흥분한 남기혁 선수가 미친 듯이 연타를 날리고 있었다.

적당히 두들기고 뒤로 빠진다 따위의 완급조절이 필요한 순간에도 전력질주 중이었다.

저러다 지친다.

아무리 선수라도.

이홍수는 헛웃음이 터졌다.


‘하여간 대단한 녀석이야.’


저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놀라웠다.

애초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과연 누가 저런 계획을 실천할 수 있을까.

복싱 역사상 저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아, 있긴 있다.

기량 차이가 확연하게 나는 경우에.

이홍수는 기대가 되었다.

과연 2라운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가.




*



“헉헉!”

“너 지금 수 싸움에서 완벽하게 밀리고 있잖아! 그래서 콤비네이션이 하나도 안 먹히는 거라고.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거리주지 말고 네 스타일대로 하란 말이야. 겨우 1라운드 끝났는데 벌써 지치는 게 말이 돼?”


코너로 돌아와 관장의 조언을 들은 남기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 싸움이고 지랄이고.’


할 겨를도 없었다.

미끼고 뭐고 주먹만 던졌다하면 싹 다 피해버리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나.

아무리 기를 쓰고 따라붙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약 올리듯 귀신같이 피해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적당히 거리를 벌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또 해보라는 듯이.

한두 번도 아니고 1라운드 내내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모멸감을 느낀 남기혁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저 새끼 일부러 저러는 거야!’


확실했다.

도발이었다.

어설픈 동작으로 피하거나 가만히 서서 쳐다보는 행위 모두 다.

너 따위는 나한테 안된다는 걸 보여주려는 속셈이었다.

분노에 남기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찐따 새끼 주제에!’


학교 다닐 때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던 놈이었다.

잔심부름이나 하던 애새끼가 건방지게 도발을 한다?


“순간적인 회피 능력은 좋을지 몰라도 거리주고 싸우면 네가 유리해. 솔직히 네가 달려들지 않았으면 이렇게 지치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안 그래? 저거 다 작전이야. 너 지치게 하려고. 말려들지 말고 침착하게. 알겠어?”


관장의 말에 남기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


놈은 뚱뚱했다.

초고도 비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보다는 다소 뚱뚱한 편이었다.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거리를 주지 말고 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데미지 누적이라는 아웃복싱 스타일이라면.

본래 자신의 스타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남기혁은 이를 악물었다.


‘두고 봐!’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무렵, 2라운드 종이 울렸다.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자세를 잡고 서서 놈을 노려보았다.


‘이번엔 다를 거다!’


슬슬 거리를 잡고 그대로 유지하며 고무공이 통통 튀듯 경쾌한 스텝을 밟았다.

놈이 공격해오기만을 기다렸다.

가드를 바짝 올린 놈이 일직선으로 전진해왔다.

정말 보잘 것 없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남기혁은 방심하지 않았다.


‘와봐!’


계속해서 거리를 좁혀오는 놈의 행동에 기회를 엿보다가 순간적으로 잽을 날리곤 상체를 숙인 상태에서 사이드 스텝을 밟았다.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기술이었다.


'씨발 새끼 죽었어!'


공격권에서 벗어나 옆구리를 선점한다면 날고 기는 놈들조차 노답 상태로 빠지고 만다.

안면과 턱, 간장이 무방비상태로 되는 것이다.

바로 오른손 훅을 날렸다.


퍽!


가드를 내린 상태에서 상체를 틀어 훅을 방어한 놈이 방향을 바꾸면서 뒤로 물러섰다.

내렸던 가드는 다시 턱에 붙인 상태였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대처이긴 하지만 분명 자세가 무너졌다.

남기혁은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급함에 전진 스텝을 밟아 거리를 좁혔다.


‘이대론 못 도망가!’


뒷발과 몸을 함께 회전시켜 펀치에 체중을 싣고 그대로 뻗었다.

강력한 스트레이트였다.


슈욱!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상체를 비틀어 주먹을 흘려보낸 놈이 또 다시 거리를 두고 섰다.

후속타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재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만 살짝 꺾어 흘려보내곤 빤히 쳐다보았다.

더 해보라는 듯이.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남기혁은 말려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호흡하면서 침착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휘휙! 슉슉!


노련한 수 싸움을 걸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피하고 또 피하고, 계속해서 피했다.

화려한 위빙도 없었다.

그저 고개를 꺾거나 상체를 낮추는 행위만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종종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날린 변형 공격은 피하기보다 가드를 올려 막아냈다.

말마따나 모든 공격을 막거나 피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상황이 1분 내내 이어지자 남기혁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저 개새끼가 진짜!’


적당히라는 단어가 없었다.

도발을 1,2라운드 내내 하고 있었다.

단순히 피하기만 하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가드 속에서 빛나고 있는 저 눈깔.

비웃는 것 같은 저 눈깔이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들고 있었다.

겨우 그것밖에 안되냐는 듯 묻고 있는 듯한 저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열불이 뻗쳐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제야 알겠다.

왜 저런 눈으로 쳐보는지, 왜 자꾸만 피하기만 하는지를.

가지고 논 것이다.

확실한 실력차이를 보여주려고 저러는 것이다.

마우스피스를 꽉 깨문 남기혁이 분노로 물든 얼굴로 거리를 좁혀 들어가 맹공격을 퍼부었다.

이번 라운드에서 반드시 끝내버리겠다는 의지로 모든 힘을 다 짜내서 말이다.




*




밑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주원길은 소름이 돋았다.


'저게······말이 돼?'


기혁이가 완벽하게 밀리고 있었다.

적당한 거리에 치열한 수싸움을 걸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지금까지 기혁이가 유효타를 적중시킨 횟수가 겨우 3번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가드 위나 복부 쪽이 다였다.

나머지는 전부 헛방이었다.

말 그대로 체력만 깎아먹는 헛지랄만 하고 있는 셈이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10승 무패, 떠오르는 신예가 바로 기혁이었다.

그런 그의 매서운 주먹을 보란 듯이 회피하는 저 괴물은 대체 뭐란 말인가?

풋워크, 위빙 따위가 아니라 다소 괴상한 동작으로 완벽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이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

게다가······.

공격할 타이밍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지금도 그랬다.

훅에 이은 어퍼가 빗나가면서 기혁의 안면이 완벽하게 비었다.

그런데 공격하지 않았다.

시선은 그 빈곳을 쳐다보고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공격을 배제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왜?

그 황금 같은 기회를 잡기보다 뒤로 물러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의 눈동자에 다소 이질적인 장면이 포착되었다.


‘피하는 동작이 자연스러워졌다고?’


처음과는 다르게 지금은 공격 패턴이라도 외운 듯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분명 뭔가 있다고 판단한 주원길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느낌이 안 좋아.”


뭔지는 몰라도 큰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



“뭐해 안 먹고? 무슨 걱정 있어?”


혜림 엄마의 물음에 이미선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때 쇼핑할 때부터 이상하더만. 말해봐, 뭔데?”


깊은 한숨을 내쉰 이미선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쇼핑할 때 본 것 같아서.”

“누굴?”

“가해자 중 한명.”


혜림 엄마가 깜짝 놀란 표정을 그려냈다.


“진짜?”

“응. 요즘 고봉이 마음잡고 살고 있는데 괜히 마주칠까봐 겁나.”

“언니가 잘못본 건 아니고?”

“처음엔 그랬는데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니까 맞는 것 같더라고.”

“큰일이네.”

“그러니까.”


이미선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분명히 무서워 할 거야.’


두려움에 떨며 또다시 어둠속으로 숨어들 고봉의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이제야 남들처럼 행복을 되찾아가고 있는데 하필 이런 때에 그 가해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이 너무 원망스럽게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 악몽을 지워낼 수 있을까?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이미선은 깊은 한숨을 불어냈다.


‘제발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지금으로써는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




“헉헉헉!”


3라운드 중반까지 모든 힘을 짜내서 공격을 퍼붓던 남기혁은 비틀거리며 깊은 절망에 빠졌다.


‘제, 제기랄!’


닿지 않았다.

모든 공격을 총동원해 보아도 저놈에게 주먹이 닿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허탈하고 절망적인 순간은 단연코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 비로소 절망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마치 벽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처럼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었다.

화를 내고 오기를 부려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비참해졌다.

밑에서 느껴지는 시선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정타가 하나도 안 들어 가냐?”

“피하기만 하는 고봉이도 진짜 대단하다....”

“저게 다 기량차이 아니겠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다.

적당한 거리를 둔 놈이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지쳐 보이지 않았다.

분명 끝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놈은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처음엔 그 행동이 기회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놈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가 났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무기력하게.


“씨발······.”


너무 분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견딜 수 없는 수치심에 이를 악물고 노려보았다.

놈이 처음으로 가드를 내렸다.

그리고 빤히 쳐다보았다.

와 보라는 듯이.

악에 받친 남기혁이 크게 분노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불길 속을 뛰어드는 부나방처럼 말이다.



*



휘휙!


감정이 실린 콤비네이션을 회피한 나고봉은 눈을 빛냈다.


‘확실히 지쳤어!’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잔뜩 흥분한 나머지 공격 패턴도 단순해졌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콤비네이션은 빠른 잽 이후 스트레이트로 가드 위를 친 다음, 복부를 때리고 곧바로 날리는 훅과 어퍼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가드가 내려갔을 때 나오는 공격패턴이라는 점이었다.

나고봉은 그걸 노리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지금 끝내야 해!’


지치고 흥분한 지금이라면 충분히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숨을 골랐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가드를 내렸다.


‘자, 와봐.’


의도적인 도발에 광분한 남기혁이 들소처럼 달려들었다.

바로 그 순간.

불현 듯 귀라도 막힌 것처럼 주변이 고요해졌다.

동시에 남기혁의 동작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투영되어 들어왔다.

빠른 스텝의 전환과 어깨 근육의 움직임, 날카롭게 뻗어오는 주먹, 거친 호흡,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까지.

모든 상황이 거짓말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변 사물의 동작이 느릿하게 흘러갔다.

나고봉의 눈이 커졌다.


‘설마?’


아드레날린 러쉬였다.

두 번째였다.

이 현상을 겪은 일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신기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감탄은 차후의 일이었다.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는 걸 알기에 나고봉은 고개를 살짝 꺾어 잽을 흘러 보냈다.


‘이제 스트레이트!’


역시 예상한 경로로 뒷손이 천천히 날아왔다.

상체를 낮춰 그대로 흘려보내자 이번엔 남기혁이 허리를 비틀었다.

왼손 훅을 날리기 위해서.

나고봉도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매일같이 등산로 흙담 끝에 쌓아놓은 폐타이어를 쳐댄 그 주먹을.


‘육합권법 제 2초식 질풍산진!’


상대의 공격을 쳐냄과 동시에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질풍 같은 공격을 퍼붓는 절초였다.

45도 각도로 꺾어 비수처럼 날아드는 남기혁의 훅을 향해 내질렀다.


파앙!


서로의 글러브가 부딪치며 격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반탄력에 남기혁의 왼손이 뒤로 튕겨져 나가듯 날아올랐다.

작정하고 부딪친 결과였다.

깜짝 놀란 그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여태 피하다가 갑자기 공격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지금까지 인내하며 참아왔다.

그 결과로 남기혁은 결정적인 틈을 내보고 말았다.

텅 빈 안면을 응시하던 나고봉의 두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났다.


‘지금!’


초식의 동작이 이어져 왼쪽 뺨을 후려쳤다.


퍼억!


크게 휘청거린 그의 고개가 반대로 꺾였다.

주먹 끝에서 묵직한 타격의 감각이 짜릿하게 전해져왔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무려 4년이었다.

방구석에 처박혀 자신을 자책하다가 분노하며 늘 상상해오던 세월이.

반 애들이 보는 앞에서 입술이 터질 때까지 뺨을 때리고 넘어트려 밟고 침을 뱉으며 조롱하던 저놈을 처단하는 공상이 이젠 현실이 되고 있었다.

기쁨을 알리려는 듯 질풍산진의 동작이 비상하며 바람처럼 휘몰아쳤다.


퍼퍽, 퍼퍽!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속도도 빨라졌다.

계속해서 빈틈을 후려치고 또 쳤다.


파박! 퍽! 퍽!


쏟아지는 주먹세례에 남기혁의 입술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팍! 퍼퍽!


절망에 몸부림치며 참담한 울음을 터트리던 그 못난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거칠게 주먹을 쏟아냈다.


퍼퍼퍽!


옆구리를 후려치자마자 곧바로 복부를 때렸다.


퍼억!

“우욱!”


로프까지 밀린 남기혁의 허리가 구부려졌다.

자연스럽게 왼쪽 가드가 내려갔다.

안면이 텅텅 비었음을 확인한 나고봉이 폐타이어를 치듯 거침없이 두들겼다.


퍼퍼퍼퍽!


이미 전의를 상실하다 못해 실신 상태에 이른 그의 눈동자가 희뜩 까뒤집히며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풀썩.


충격적인 상황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추천 감사합니다.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연재주기는 아직까지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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