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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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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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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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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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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3
글자수 :
263,363

작성
24.05.17 12:04
조회
5,213
추천
99
글자
12쪽

마라톤 대회

DUMMY

.




“다녀올게.”

“너무 무리해서 뛰지 말고.”

“걱정 말라니까. 내가 이래봬도 운동 크리에이터 아니야. 10km는 식은 죽 먹기지. 내가 꼭 1등해서 맛있는 거 사줄게.”


장난스럽게 웃은 손태희가 장새아의 어깨를 주물렀다.


“그러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얘는. 누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그래.”

“다 알거든? 그 사람 가고 이모 이틀 내내 쭈삼 불고기 레시피 연구했잖아.”

“알고 있었어?”

“모르면 이상하지. 시도 때도 없이 쭈삼 불고기 해서 먹어보라고 하는데 그걸 모르겠어?”


직설적인 화법에 장새아의 얼굴이 어색해졌다.


“네가 보기엔 어떤데? 솔직히 말해봐.”

“진짜 솔직히?”

“응.”


손태희는 신중한 얼굴로 고민해보았다.


‘맛은 나아지고 있기는 한데.’


음식 솜씨 좋은 이모가 고심한 맛은 기본의 레시피를 뛰어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뚱뚱한 사람이 만든 요리의 맛과 비교하면 좀 뒤처지는 게 사실이었다.

따뜻할 때 먹으면 그걸 잘 못 느끼지만 요리가 식었을 때는 확실히 느껴졌다.

무엇보다 향의 그 조합은 그 뚱뚱한 사람의 요리가 훨씬 더 나았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 사람이 요리를 만들 때 이모가 꺼내준 식재료로만 요리를 했다는 점이었다.

이모처럼 이것저것을 추가한 게 아니라.

손태희는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설명을 끝까지 들은 장새아가 한숨을 불어냈다.


“맛은 비슷하게 흉내낼 수는 있는데 그 향은 어떻게 조합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

“마늘이나 대파 같은 걸 계량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해봐도 정확한 양을 모르겠어.”


집착에 가까운 그 말에 손태희는 그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꺼내들었다.


“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뭐가 중요한데?”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맛을 낼 수 없다는 거. 물론 이모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 사람 실력이 특별하게 좋은 것 같다는 뜻으로 말하는 거야. 일종의 재능? 나 같은 경우도 가끔 같은 업계 사람 만나면 그런 기분 느낄 때가 있거든. 난 어려운 데 그 사람은 되게 쉽게 할 때 그런 생각을 해. 아, 저 사람은 타고났구나, 뭐 이런 생각?”

“가만 생각해보면 네 말이 맞는 것 같기는 해. 내가 똑같은 재료로 똑같이 해봐도 그 맛이 안 났거든.”


잔뜩 풀이 죽은 그녀의 모습에 손태희는 자신의 속내를 살짝 내비쳤다.


“그러지 말고 그 사람을 요리사로 고용하는 건 어때? 그럼 이모는 식당 관리만 신경 쓰면 되잖아?”

“나도 그러곤 싶지.”

“그런데?”

“그럼 마진이 거의 안남아. 장사가 엄청 잘되면 상관없는데 요즘 들어 손님이 더 뜸해졌거든.”

“이번 기회에 바꿔보는 건 어때?”

“뭘?”

“요리 맛. 그 사람 간절하다면서. 그러니까 한 번 더 불러서 테스트 해보고 승산 있다 싶음 그냥 확 저질러보는 거지. 이모만 결정하면 나도 영상 제작해서 홍보해줄게. 그러니까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


고민에 빠진 장새아가 침묵하자 손태희는 슬쩍 웃으며 자리를 피해줬다.

지금은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해야할 시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 역시 학창시절의 사고로 불구가 될 뻔했지만 생각의 전환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운동 크리에이터가 된 것도 그 우연한 계기가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다.

물론 부모님과 이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식당 밖으로 나온 그녀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 좋네.”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하늘이 온통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달리기 딱 좋은 날이었다.

운동화 끈을 꽉 묶었다.

허리를 펴고 일어나 씽끗 웃었다.


‘그럼 가볼까?’


우리 동네 마라톤 대회 1등이 그녀의 목표였다.



*



아침을 차려놓은 나고봉은 곧장 제 15회 우리 동네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는 대정공원으로 출발했다.

개최 측에서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덕분에 버스비는 1,000원이었다.

뚱뚱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 탑승하자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았다.

딱히 비하발언 같은 말은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뭐야? 설마 저 사람도 참가하는 거야?’라는 듯한 노골적인 감정이 실려 있었다.

그 부담스러운 눈빛들을 피해 빈자리에 앉은 나고봉은 턱을 쓸었다.


‘변수가 생겼단 말이지.’


조금만 무리해도 곧바로 호흡곤란과 함께 찾아오던 실신 현상이 최근엔 사라졌다.

이젠 기절 자체가 힘들어졌다.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최선이었다.

24kg감량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고로 기절작전이라는 비장의 전략이 보기 좋게 날아갔다는 의미였다.

이러다간 애꿎은 참가비만 날리게 생겼다.


완주를 하기 위해서는 권왕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답답할 정도로 고집불통인 그가 과연 도와줄까?

어머니를 핑계 삼아도 그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방법이 잘못됐다며 뭐라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결국 그 카드뿐이었다.


육참골단.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었다.

제 아무리 권왕이라도 무조건 통하는 방법이었다.

처음 육체 빙의 이후, 정신적인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의 심각한 정신병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

자해는 거의 서비스 수준이었고.


자다가 봉변을 당한 권왕은 심각한 고민 끝에 규칙 하나를 만들었다.

서로 간,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서 협의해보자는 게 그의 취지였다.

오늘은 이 방법을 사용해볼 생각이었다.

빈 옆자리를 확인한 나고봉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거래하고 싶어요.”

-조건은?


차분하게 반응하는 권왕의 태도에 잠시 고민했다.


‘웬만한 조건으로는 허락하지 않을 거야.’


말이 협의지 충족의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다.

당장 그의 허락을 맡아야 하므로 보다 신중한 답변이 필요했다.

생각 외로 답은 간단했다.

요리의 맛에 진심인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맛을 보여드릴게요.”

‘새로운 맛?’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런 특별한 맛일 거라고 자부해요.”


권왕은 침묵했다.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중식, 양식, 일식, 한식, 퓨전을 비롯해 만한전석까지 두루 섭렵한 그였기에 더 그럴지도 몰랐다.


‘자신이 있나보군?’

“요리의 맛이 새롭지 않다면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드리죠.”


뜻밖의 답변에 권왕은 말문이라도 막혔는지 입을 다물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권왕은 고민이 깊어졌는지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는 대정공원에 도착할 때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과연 그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선택은 그의 몫이니까.

잠시 기다렸다가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하얀 벚꽃 나무들이 가로등처럼 길게 늘어진 대정공원의 풍경이 보였다.


‘사람 많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에 나고봉은 긴장감이 밀려왔다.

동네 마라톤 대회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행사장 쪽으로 걸어갔다.

운영, 취재, 대회본부 등의 다양한 부스들이 좌우로 배치돼 있었다.

그 앞에는 선수 포스의 사람들이 몸을 풀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가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어?”

“참가잔가?”

“에이, 설마. 주최 측 알바생이겠지.”

“그렇겠죠?”


힐끗거리거나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워낙 비대한 몸이니 이목이 쏠리는 것도 당연했다.

그간 너무 많이 겪어온 일이라 나고봉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하지만 기분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속으로 한숨을 불어내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다가가 줄을 섰다.

그때 몇몇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마라톤 참가자세요?”

“아, 네.”

“거봐, 맞잖아.”

“진짜요?”

“예.”

“몇 km뛰세요?”

“저, 10km요.”

“예? 몇 km요?”

“······10km요.”

“헐. 힘들 텐데······.”


그 말을 끝으로 자기들끼리 투덕거리더니 힘내라는 듯 주먹을 불끈 쥐곤 웃으며 돌아섰다.

주변의 모두가 쳐다보면서 험담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저 몸으로 무슨 3km도 아니고 10km 신청했느냐, 그냥 출전에 의미를 둔 거다, 따위의 말이었다.

이젠 대수롭지도 않았다.

그런 걸 생각하면 멘탈이 꽤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악마 같은 놈들이 무서워서 4년 동안이나 방구석에서 처박혀 있던 걸 생각하면.

모든 게 권왕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웬지 위축되는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나고봉은 꿋꿋하게 버텼다.

그동안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생각해서.

30분 정도 기다렸을 때,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나고봉은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인적이 드믄 곳으로 찾아갔다.

배번호와 스피드 칩을 세팅한 후 가볍게 몸을 풀었다.


“와, 살 봐.”

“저런 몸으로 뛰는 게 가능하긴 한가?”

“절대 못 뛰지.”

“뛰다가 호흡 곤란 오면 어떡해?”

“의료팀 대기하고 있잖아.”

“한 180kg는 넘겠지?”

“쉿! 조용해. 다 들리겠어.”


사방에서 쏟아지는 비난 섞인 시선과 목소리에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권왕이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조건을 수락하지.’


반색한 나고봉의 표정이 환해졌다.


“진짜요?”

-무를까?

“아, 아니요.”


어색하게 웃다가 머릿속으로 치밀한 작전을 세운 뒤에 차분히 말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진 않았다.

그랬다간 융통성이 심하게 결여된 권왕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 테니까.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써 그를 안심시키며 도와줘야할 부분을 확실하게 강조했다.

바로 체력 고갈 이후 육체의 회복과 혹시 모를 혼절 이후의 상황 대비였다.

확고한 대답을 얻어낸 나고봉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됐다!’


이제 완주는 누워서 떡먹기였다.



*



“안녕하십니까, 구독자 여러분! 뛰는 것에 미친 남자 러너맨입니다! 오늘은 대정공원 벚꽃 마라톤 대회에 나와 있는데요. 날씨가 정말 끝내줍니다!”


오프닝 멘트를 친 크리에이터 박경수가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하늘 쪽으로 뒤집었다.


“보이십니까? 크흐! 저 하늘 좀 보십시오! 아름답지 않습니까? 이런 날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대회장의 풍경을 소개하며 오늘 참가 코스를 말했다.


“제가 도전할 코스는 10km입니다. 하프도 아니고 웬 10km냐고 묻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 약간의 변명을 하지면 제가 지난번에 허리 부상을 좀 당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회복도 할 겸, 겸사겸사 10km에 도전한 것이니 큰 오해 없으시길 양해 부탁드립니다. 물론 목표 등수는 1등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규모가 큰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순위권 입상의 경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방 구 단위의 마라톤 대회, 그것도 풀코스도 아닌 10km 1등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등수였다.

그렇게 대회를 소개하고 있을 무렵, 그의 시선 안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응?’


대회장 한쪽 구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참가자가 보였다.

비대할 정도로 살이 찐 초고도비만자였다.

1120번이라는 배번호도 보였다.

박경수는 약간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뭐야, 저 돼지새끼는?’


수많은 마라톤 대회를 참가하면서 저런 돼지는 처음이었다.

과연 뛰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속으로 주제 파악도 못하는 놈이라고 욕하던 그의 눈동자가 돌연 반짝였다.


‘잠깐만? 꽤 괜찮은 소재가 될 거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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