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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Noces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8.12.11 16:54
최근연재일 :
2023.12.29 23: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66
추천수 :
42
글자수 :
13,685

작성
23.12.2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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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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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쪽

제밀라 / 6. 죽음

DUMMY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밀라의 이 황폐한 풍경 앞에서, 이 음울하고 엄숙한 돌의 비명 앞에서, 태양이 낙하하는 이 비인간적인 풍경 속, 이 희망과 색채의 죽음 앞에서 나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삶의 끝까지 도달해 본 자들만이 인간이란 이름을 누릴 수 있고, 적어도 그런 이들이라면 일대일로 죽음을 마주했던 그 상태로 되돌아가 지금껏 자신에게 속했던 관념들을 부정하고, 고대인들의 운명에 비친 빛나는 순결함과 진실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게 죽음을 껴안고서야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병보다 더 경멸스러운 것은 없다. 그것은 죽음을 대비하게 만드는, 죽음에 대한 치유책 같은 것이다. 병은 죽음에 대한 실습과도 같은 것인데, 그 첫 단계인 자기 자신을 연민하는 감정을 익히게 만든다. 병이란 완전한 죽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고군분투를 지원하는 셈이다.

그러나 제밀라여... 문명의 진정하고 유일한 진보는 때때로 인간이 집착하게 되는 의식적인 죽음을 창조해내는 것이라는 걸, 이제 확실히 느낀다.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그토록 신속하게 정립하면서 죽음에 대해서는 초라할 정도로 빈약한 생각뿐이니 놀랍기 그지없다.좋은 것이라든지 나쁜 것, 두려운 것, 호명하는 것(그렇게들 말한다) 등. 하지만 단순하게 표현되는 것들은 모두 우리의 이해를 아득히 초월한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파란색이란 무엇인가? 파란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죽음에 대해서도 똑같이 어렵다. 색깔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해 우리는 논의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에 무겁게 누워 내 미래를 예언하듯 보여주는 눈앞의 이 사내는 내게 중요하다. 내가 그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나는 생각한다. - 나는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그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은 믿을 수도 없고 내가 가진 경험은 오직 타인의 죽음뿐이다. 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았다. 특히 죽어가는 개들을 보았다. 그들을 만질 때 혼란이 소용돌이쳤다. 꽃들, 많은 미소, 여인을 향한 정욕,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죽음에 대한 그 모든 두려움은 삶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나는 여전히 살아갈 자들, 피어나는 것들, 그들의 살과 피가 감각할 여자에 대한 욕망을 질투하는 것이다.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기에는, 나는 삶을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질투한다. 영원이라는 것이 그런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침상에 누운 채, 어느 날, 이런 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 당신은 강합니다. 그러니 당신에게 솔직해지겠습니다 : 당신은 곧 죽을 것입니다. »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두 손에 삶을 움켜쥐고 골수 깊숙한 곳에서 비롯된 두려움을 안고 흐린 눈을 한 채 그저 살아있는 것뿐. 관자놀이에서 피의 물결이 맥동하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으스러트릴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뿐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Djemila-6.jpeg


작가의말

Et je ne sais pourquoi, devant ce paysage raviné, devant ce cri de pierre lugubre et solennel, Djémila, inhumaine dans la chute du soleil, devant cette mort de l'espoir et des couleurs, j'étais sûr qu'arrivés à la fin d'une vie, les hommes dignes de ce nom doivent retrouver ce tête-à-tête, renier les quelques idées qui furent les leurs et recouvrer l'innocence et la vérité qui luit dans le regard des hommes antiques en face de leur destin. Ils regagnent leur jeunesse, mais c'est en étreignant la mort. Rien de plus méprisable à cet égard que la maladie. C'est un remède contre la mort. Elle y prépare. Elle crée un apprentissage dont le premier stade est l'attendrissement sur soi-même. Elle appuie l'homme dans son grand effort qui est de se dérober à la certitude de mourir tout entier. Mais Djémila... et je sens bien alors que le vrai, le seul progrès de la civilisation, celui auquel de temps en temps un homme s'attache, c'est de créer des morts conscientes.


Ce qui m'étonne toujours alors que nous sommes si prompts à raffiner sur d'autres sujets, c'est la pauvreté de nos idées sur la mort. C'est bien ou c'est mal. J'en ai peur ou je l'appelle (qu'ils disent). Mais cela prouve aussi que tout ce qui est simple nous dépasse. Qu'est-ce que le bleu et que penser du bleu ? C'est la même difficulté pour la mort. De la mort et des couleurs, nous ne savons pas discuter. Et pourtant, c'est bien l'important cet homme devant moi, lourd comme la terre, qui préfigure mon avenir. Mais puis-je y penser vraiment ? 

Je me dis : je dois mourir, mais ceci ne veut rien dire, puisque je n'arrive pas à le croire et que je ne puis avoir que l'expérience de la mort des autres. J'ai vu des gens mourir. Surtout, j'ai vu des chiens mourir. C'est de les toucher qui me bouleversait. Je pense alors : fleurs, sourires, désirs de femme, et je comprends que toute mon horreur de mourir tient dans ma jalousie de vivre. Je suis jaloux de ceux qui vivront et pour qui fleurs et désirs de femme auront tout leur sens de chair et de sang. Je suis envieux, parce que j'aime trop la vie pour ne pas être égoïste. Que m'importe l'éternité. On peut être là, couché un jour, s'entendre dire : « Vous êtes fort et je vous dois d'être sincère : je peux vous dire que vous allez mourir » ; être là, avec toute sa vie entre les mains, toute sa peur aux entrailles et un regard idiot. Que signifie le reste : des flots de sang viennent battre à mes tempes et il me semble que j'écraserais tout autour de moi.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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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3.12.29 23:40
    No. 1

    몰랐던 모습도 보이네요. 젊은 시절 글이라서 그런가요? 이십 대 제 모습도 떠올랐어요. 소중하지만, 참 볼 만한 꼴들이었지요. 눈이든 비든 내리면 아린 속이 쫌, 후우... 고맙습니다, 이웃별님.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30 13:08
    No. 2

    카뮈는 지독히 현실적이라서 반대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몇 개의 키워드로 분류해 어떤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있겠지만.. 저 시대에 내가 태어났더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싶어요. 어떤 키워드는 같을지도 모르고 어떤 키워드는 달랐겠지요. 그럼 나는 어떤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일까? 싶어요.
    카뮈 본인도 그러했을 거예요. 환경이 바뀌고 자신이 믿었던 (연약한) 정의나 선이 힘을 가지게 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든 그 힘을 행사하게 되었을 때, 또다시 고민하게 되었을 거예요..

    + 젊은 시절... 20대라서 다 괜찮았던 모습이었겠죠? ^-^//
    저의 20대는, 1년 빼고 모두 외국에 있어서 그게 누구였을까? 싶어요. 어쨌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은 아프고 맵고 써도 아름다웠다고 정리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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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밀라 / 7. 극복 +2 23.12.29 12 2 3쪽
» 제밀라 / 6. 죽음 +2 23.12.28 14 2 4쪽
13 제밀라 / 5. 대면 23.12.27 15 2 2쪽
12 제밀라 / 4. 이치 +2 23.12.26 14 1 2쪽
11 제밀라 / 3. 편재遍在 23.12.23 16 1 2쪽
10 제밀라 / 2. 방황 +2 23.12.22 17 2 2쪽
9 제밀라 / 1. 침묵 +2 23.12.21 18 1 2쪽
8 티파자 / 8.퇴장 +1 19.02.04 26 3 2쪽
7 티파자 / 7.기쁨 19.01.23 22 3 3쪽
6 티파자 / 6.긍지 19.01.13 25 3 3쪽
5 티파자 / 5.영광 +3 19.01.03 39 4 2쪽
4 티파자 / 4.완성 +2 18.12.28 40 4 2쪽
3 티파자 / 3.폐허 +8 18.12.27 42 4 2쪽
2 티파자 / 2.회귀 +6 18.12.25 59 5 2쪽
1 티파자 / 1.입장 +7 18.12.18 108 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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