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Noces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8.12.11 16:54
최근연재일 :
2023.12.29 23: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77
추천수 :
42
글자수 :
13,685

작성
23.12.23 22:00
조회
16
추천
1
글자
2쪽

제밀라 / 3. 편재遍在

DUMMY

예전에는, 바로 이 육체를 통해 세상의 글자를 해독하곤 했다. 다정함 또는 분노의 징후를 알아보았고 여름의 더운 숨결과 서릿발 같은 이빨자국을 구별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바람에 압도되고, 시시각각 기우뚱거리며 숨 막히는 저항을 계속하는 동안 나는 그만, 내 육체가 묘사하는 그림의 의미를 잊고 말았다.

내 영혼은 물결에 마모되어 윤이 나는 조약돌처럼 공손히 바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나를 펄럭이게 만드는 힘의 아주 작은 일부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 더 큰 파편이 되었고, 마침내 내 피의 맥동과 도처에 존재하는 자연의 거대한 심장에서 들려오는 박동소리가 한데 뒤섞이면서 나는 온전히 바람 그 자체가 되었다. 나를 둘러싸고 몰아치는 격정의 모습 그대로 바람은 나를 빚어냈다. 그리고는 수많은 돌들 중 하나가 된 내게, 여름 하늘 아래 홀로 선 올리브 나무나 돌기둥이 간직한 고독을 심어준 뒤 덧없는 입맞춤을 하였다.

태양과 바람의 이 격정적인 어우러짐 속에서 내 모든 생명력은 고갈되고 말았다. 내 안에는 이제 막 돋아난 날개의 파닥거림과 삐걱대는 목숨, 또는 미약한 정신의 저항 같은 것만 겨우 감지된다.

곧 온 세상에 흩어지고 잊혀지고 나 자신조차 잊어버린 채 나는 곧 바람이 된다. 그리고 바람 속에 선 저 돌기둥들, 저 둥근 아치와 열기를 더하는 포석들, 버려진 도시를 에워싼 창백한 산들이 된다. 이전엔 단 한 번도, 내가 나로부터 분리되어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djemila-tempel-1000.jpg


작가의말

소제목 고민하다 [편재]로 정해보았습니다. 널리 퍼져있다는 의미보다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의 편재遍在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 원문 -


Par elle, auparavant, je déchiffrais l'écriture du monde. Il y traçait les signes de sa tendresse ou de sa colère, la réchauffant de son souffle d'été ou la mordant de ses dents de givre. Mais si longuement frotté du vent, secoué depuis plus d'une heure, étourdi de résistance, je perdais conscience du dessin que traçait mon corps. Comme le galet verni par les marées, j'étais poli par le vent, usé jusqu'à l'âme. J'étais un peu de cette force selon laquelle je flottais, puis beaucoup, puis elle enfin, confondant les battements de mon sang et les grands coups sonores de ce cœur partout présent de la nature. Le vent me façonnait à l'image de l'ardente nudité qui m'entourait. Et sa fugitive étreinte me donnait, pierre parmi les pierres, la solitude d'une colonne ou d'un olivier dans le ciel d'été.


Ce bain violent de soleil et de vent épuisait toutes mes forces de vie. A peine en moi ce battement d'ailes qui affleure, cette vie qui se plaint, cette faible révolte de l'esprit. Bientôt, répandu aux quatre coins du monde, oublieux, oublié de moi-même, je suis ce vent et dans le vent, ces colonnes et cet arc, ces dalles qui sentent chaud et ces montagnes pâles autour de la ville déserte. Et jamais je n'ai senti, si avant, à la fois mon détachement de moi-même et ma présence au monde.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Noces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제밀라 / 7. 극복 +2 23.12.29 12 2 3쪽
14 제밀라 / 6. 죽음 +2 23.12.28 14 2 4쪽
13 제밀라 / 5. 대면 23.12.27 16 2 2쪽
12 제밀라 / 4. 이치 +2 23.12.26 15 1 2쪽
» 제밀라 / 3. 편재遍在 23.12.23 17 1 2쪽
10 제밀라 / 2. 방황 +2 23.12.22 17 2 2쪽
9 제밀라 / 1. 침묵 +2 23.12.21 19 1 2쪽
8 티파자 / 8.퇴장 +1 19.02.04 26 3 2쪽
7 티파자 / 7.기쁨 19.01.23 23 3 3쪽
6 티파자 / 6.긍지 19.01.13 26 3 3쪽
5 티파자 / 5.영광 +3 19.01.03 40 4 2쪽
4 티파자 / 4.완성 +2 18.12.28 41 4 2쪽
3 티파자 / 3.폐허 +8 18.12.27 43 4 2쪽
2 티파자 / 2.회귀 +6 18.12.25 60 5 2쪽
1 티파자 / 1.입장 +7 18.12.18 109 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