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Noces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8.12.11 16:54
최근연재일 :
2023.12.29 23: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73
추천수 :
42
글자수 :
13,685

작성
23.12.26 21:00
조회
14
추천
1
글자
2쪽

제밀라 / 4. 이치

DUMMY

그렇다. 그렇게 나는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더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는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왔다. 마치 모든 날이 현재인 무기징역수처럼, 혹은 내일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고, 모든 날이 똑같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왜냐면 현존에 대해 자각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영혼의 형태를 가진 풍경이 있다면, 그것은 가장 초라한 모습일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에 이끌려 이 장소를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내게 속한 것이 아닌, 이 장소 자체에 속해있는 무엇, 우리 모두에게서 나는 죽음의 냄새 같은 것에 이끌려.

이제 그림자가 비스듬히 드리워진 기둥들 사이, 대기에는 상처받은 새들처럼 두려움이 녹아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비정한 통찰력이 차오른다. 두려움은 산 자의 가슴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곧 평온이 찾아와 살아있는 이 심장을 감싸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아는 이치의 전부다. 날이 저물어감에 따라 소리와 빛은 하늘에서 내려앉은 잿더미에 질식하고 스스로에게 버림받은 나는 거부를 종용하는 내 안의 불가항력적인 힘을 느꼈다.


포기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거절이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 더 나은 일상이나 신분 같은 말이 이곳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정신적 진보는 또 무슨 의미일까? 만약 내가 완강하게 세상의 모든 « 훗날에 »를 거부한다면 반대로 현재의 풍요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죽음이 다음 생을 열어준다는 말을 나는 믿고 싶지 않다. 내게 그 문은 열리지 않을 것 같다. 내게 죽음은 이 생에서 다음 생으로 건너는 여정이 아니라 끔찍하고 불결한 여행 같은 것이다.

djemila_4.jpg


작가의말

- 원문 -


Oui, je suis présent. Et ce qui me frappe à ce moment, c'est que je ne peux aller plus loin. Comme un homme emprisonné à perpétuité - et tout lui est présent. Mais aussi comme un homme qui sait que demain sera semblable et tous les autres jours. Car pour un homme, prendre conscience de son présent, c'est ne plus rien attendre. S'il est des paysages qui sont des états d'âme, ce sont les plus vulgaires. Et je suivais tout le long de ce pays quelque chose qui n'était pas à moi, mais de lui, comme un goût de la mort qui nous était commun. Entre les colonnes aux ombres maintenant obliques, les inquiétudes fondaient dans l'air comme des oiseaux blessés. Et à leur place, cette lucidité aride. 

L'inquiétude naît du coeur des vivants. Mais le calme recouvrira ce cœur vivant : voici toute ma clairvoyance. A mesure que la journée avançait, que les bruits et les lumières étouffaient sous les cendres qui descendaient du ciel, abandonné de moi-même, je me sentais sans défense contre les forces lentes qui en moi disaient non.

Peu de gens comprennent qu'il y a un refus qui n'a rien de commun avec le renoncement. Que signifient ici les mots d'avenir, de mieuxêtre, de situation ? Que signifie le progrès du cœur ? Si je refuse obstinément tous les « plus tard » du monde, c'est qu'il s'agit aussi bien de ne pas renoncer à ma richesse présente. Il ne me plaît pas de croire que la mort ouvre sur une autre vie. Elle est pour moi une porte fermée. Je ne dis pas que c'est un pas qu'il faut franchir : mais que c'est une aventure horrible et sale.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3.12.28 16:04
    No. 1

    '내가 아는 이치의 전부'
    이치...
    암튼 속뼈까지 실핏줄까지 스며들어 있는 알베르 카뮈 흔적.
    고맙습니다, 이웃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28 22:18
    No. 2

    감사합니다. 나인님도 연말연시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Noces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제밀라 / 7. 극복 +2 23.12.29 12 2 3쪽
14 제밀라 / 6. 죽음 +2 23.12.28 14 2 4쪽
13 제밀라 / 5. 대면 23.12.27 16 2 2쪽
» 제밀라 / 4. 이치 +2 23.12.26 15 1 2쪽
11 제밀라 / 3. 편재遍在 23.12.23 16 1 2쪽
10 제밀라 / 2. 방황 +2 23.12.22 17 2 2쪽
9 제밀라 / 1. 침묵 +2 23.12.21 19 1 2쪽
8 티파자 / 8.퇴장 +1 19.02.04 26 3 2쪽
7 티파자 / 7.기쁨 19.01.23 23 3 3쪽
6 티파자 / 6.긍지 19.01.13 26 3 3쪽
5 티파자 / 5.영광 +3 19.01.03 40 4 2쪽
4 티파자 / 4.완성 +2 18.12.28 40 4 2쪽
3 티파자 / 3.폐허 +8 18.12.27 42 4 2쪽
2 티파자 / 2.회귀 +6 18.12.25 59 5 2쪽
1 티파자 / 1.입장 +7 18.12.18 109 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