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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우주에서 돌아오는 중 ☽

Noces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이웃별
작품등록일 :
2018.12.11 16:54
최근연재일 :
2023.12.29 23: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76
추천수 :
42
글자수 :
13,685

작성
18.12.27 22:15
조회
42
추천
4
글자
2쪽

티파자 / 3.폐허

DUMMY

압생트를 으깨 문지르며, 폐허를 어루만지며, 호흡을 자연의 소용돌이치는 숨결에 맞추려 애쓰며 보낸 시간들이여! 야생의 향기와 곤충들의 몽환적인 합주 속에 묻혀, 열기로 가득 찬 저 하늘의 감당할 수 없는 숭고함에 나는 눈과 가슴을 연다.

본연의 존재가 되는 것, 내면 깊은 곳의 진가를 되찾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슈누아 산맥의 단단한 등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묘한 선명함에 가슴이 고요해지곤 했다. 숨 쉬는 법을 배우며 동화되고 완성되어 갔다. 다 오르고 난 뒤엔 보상을 약속받은 그 언덕을 한 발 한 발, 기어오르곤 했다. 고대의 기둥들이 태양의 운행을 측정하는 옛 사원에 서면 마을-하얀 벽들과 장미들, 초록색 베란다를 가진 집들이 늘어선- 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옛 성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동쪽 언덕의 대성당 또한 그랬다. 발굴하다 만 석관들이 성당 주변으로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늘어서 있었는데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은 아직 땅 속에 묻힌 채였다. 과거엔 주검이 들어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세이지와 갯무가 자라난다. 세인트 살자 대성당은 기독교계 사원이었다. 그러나 열린 통로를 통해 볼 때마다, 언덕 비탈에서 자라나는 소나무와 삼나무들, 그리고 거의 20m에 걸쳐 하얀 강아지가 뒹구는 듯한 저 파도가 보여주는 삼라만상의 선율이 전해져오곤 했다. 세인트 살자를 떠받치는 언덕은 정상이 편편하여 주랑현관을 통과하는 바람마저 드넓게 불어온다. 아침햇살 아래 부푼 행복감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ruines-romaines-tipaza-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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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사진 / 티파자의 로마 유적지 


-원문 

Que d'heures passées à écraser les absinthes, à caresser les ruines, à tenter d'accorder ma respiration aux soupirs tumultueux du monde ! Enfoncé parmi les odeurs sauvages et les concerts d'insectes somnolents, j'ouvre les yeux et mon coeur à la grandeur insoutenable de ce ciel gorgé de chaleur. Ce n'est pas si facile de devenir ce qu'on est, de retrouver sa mesure profonde. Mais à regarder l'échine solide du Chenoua, mon coeur se calmait d'une étrange certitude. J'apprenais à respirer, je m'intégrais et je m'accomplissais. Je gravissais l'un après l'autre des coteaux dont chacun me réservait une récompense, comme ce temple dont les colonnes mesurent la course du soleil et d'où l'on voit le village entier, ses murs blancs et roses et ses vérandas vertes. Comme aussi cette basilique sur la colline Est : elle a gardé ses murs et dans un grand rayon autour d'elle s'alignent des sarcophages exhumés, pour la plupart à peine issus de la terre dont ils participent encore. Ils ont contenu des morts ; pour le moment il y pousse des sauges et des ravenelles. La basilique Sainte-Salsa est chrétienne, mais chaque fois qu'on regarde par une ouverture, c'est la mélodie du monde qui parvient jusqu'à nous : coteaux plantés de pins et de cyprès, ou bien la mer qui roule ses chiens blancs à une vingtaine de mètres. La colline qui supporte Sainte-Salsa est plate à son sommet et le vent souffle plus largement à travers les portiques. Sous le soleil du matin, un grand bonheur se balance dans l'espace. 




 (원문은 첨부하지 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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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Personacon 二月
    작성일
    18.12.28 10:29
    No. 1

    하얀 강아지가 뒹구는 듯한 저 파도... 표현이 참... 캬~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18.12.28 21:31
    No. 2

    배우는 중입니다. 히히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검고양이
    작성일
    18.12.30 22:43
    No. 3

    이웃별님 열심히 건필하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3.12.19 08:42
    No. 4

    사진들도 글 아래에서 어울리면서 아침부터... 산책부터 다녀와야겠네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19 18:24
    No. 5

    이방인과 달리 Noces / suivi de Lété 이 작품은 번역이 까다로워서 (문맥의 뜻을 알아도 문장으로 다듬기가 너무 힘들어요ㅠ) 카뮈의 향기가 변질될 것 같아 손을 놓았었는데..
    나인님 산책 다녀오시듯 저도 조금씩 다시 시작해보아야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3.12.19 21:42
    No. 6

    같은 부서 동료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을 번역 출간했었어요. 그 시집은 국내 처음이라서 어렴풋한 기억에도 엄청 고마워하면서... 기억될 흔적이겠어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19 23:43
    No. 7

    멋져요! 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나오는 릴케 밖에 모르지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이웃별
    작성일
    23.12.19 23:47
    No. 8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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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티파자 / 8.퇴장 +1 19.02.04 26 3 2쪽
7 티파자 / 7.기쁨 19.01.23 23 3 3쪽
6 티파자 / 6.긍지 19.01.13 26 3 3쪽
5 티파자 / 5.영광 +3 19.01.03 40 4 2쪽
4 티파자 / 4.완성 +2 18.12.28 41 4 2쪽
» 티파자 / 3.폐허 +8 18.12.27 43 4 2쪽
2 티파자 / 2.회귀 +6 18.12.25 60 5 2쪽
1 티파자 / 1.입장 +7 18.12.18 109 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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