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자 / 2.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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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 걸으려니 압생트 향기에 목이 아리다. 그 회색빛 융단은 시선이 닿는 폐허 끝까지 펼쳐져있다. 열기 아래에서 발효된 압생트 향유는 더욱 풍부하고 알싸한 정수가 되어 땅에서부터 태양까지, 온 세상에 스며들어 하늘까지 취하게 만든다.
한 걸음 한 걸음, 사랑과 욕망을 만나러 앞으로 나아간다. 위대해지기 위한 쓰라린 철학이나 교훈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태양과 저 입맞춤들, 야생의 향기들 외에는 모두 부질없게 느껴진다. 이곳은 혼자 머물기엔 좋은 장소가 아니다. 나는 주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왔고, 줄곧 그들의 밝은 미소 속에 피어나는 애정을 엿보곤 했다. 이곳에서 질서라든지 절도는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나는 바다와 자연에 온전히 마음을 빼앗긴 철저한 무신론자일 뿐이다.
부서진 유적지에 내린 봄과의 혼인잔치를 통해 폐허는 인간에 의해 강요된 형식을 벗어던지고 본연의 돌이 되어, 자연으로 귀향한다. 이 방탕한 딸들을 맞이하기 위해 자연은 꽃들을 흐드러지게도 피워놓았다. 유적지 광장의 포석들 사이로 헬리오트로프는 둥글고 순결한 머리를 내밀고, 제라늄들은 집들과 사원, 공공장소였던 곳에 피를 흘린 듯 붉게 피어났다. 수많은 학문을 쌓은 이들이 결국은 신에게로 귀착하듯이 수많은 세월의 풍파가 폐허를 어머니의 집인 자연으로 회귀시켰다. 마침내 오늘, 폐허는 과거의 손을 놓고 불가항력에 이끌려, 사그라지게 마련인 사물의 중심부로 무방비로 걸어들어 간다.
식물 압생트(上)와 술 압생트(下)
- 작가의말
Absinthe 압생트 (부연설명) :
압생트는 [초록색 요정]이라고도 불리는, 알콜 농도 약 40~70도 정도의 독주입니다. 예술가들이 사랑했다는 그 술이죠. 알콜 함유량이 높은데다가 저렴해서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 독해서 구멍 난 티스푼에 각설탕을 올려 적셔 마셨다고 해요.
독주와 예술가가 결합되니 결과가 어떨까요? 고흐가 압생트를 즐겨 마셨고, 귀를 잘랐을 때도 압생트를 마신 상태였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만큼 압생트는 마약이니 환각제니 여러 좋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실제로 압생트는 방향성 식물인 압생트(향쑥)를 베이스로 만든 술인데 향쑥 자체에 환각성분이 약간 들어있다고 합니다.
카뮈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고, 작가는 그 점을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생각합니다. 방향성 식물 압생트에서 예술가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 독주 압생트를 연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향쑥 말고 압생트로 그대로 번역하였습니다.
참고로 압생트(식물)는 이미 3000년 전부터 약용식물로 이집트 등지에서 널리 알려진 허브라고 합니다. 술로 유명해진 것은 고작 200년!
- 원문
Au bout de quelques pas, les absinthes nous prennent à la gorge. Leur laine grise couvre les ruines à perte de vue. Leur essence fermente sous la chaleur, et de la terre au soleil monte sur toute l'étendue du monde un alcool généreux qui fait vaciller le ciel. Nous marchons à la rencontre de l'amour et du désir. Nous ne cherchons pas de leçons, ni l'amère philosophie qu'on demande à la grandeur. Hors du soleil, des baisers et des parfums sauvages, tout nous paraît futile. Pour moi, je ne cherche pas à y être seul. J'y suis souvent allé avec ceux que j'aimais et je lisais sur leurs traits le clair sourire qu'y prenait le visage de l'amour. Ici, je laisse à d'autres l'ordre et la mesure. C'est le grand libertinage de la nature et de la mer qui m'accapare tout entier. Dans ce mariage des ruines et du printemps, les ruines sont redevenues pierres, et perdant le poli imposé par l'homme, sont rentrées dans la nature. Pour le retour de ces filles prodigues, la nature a prodigué les fleurs. Entre les dalles du forum, l'héliotrope pousse sa tète ronde et blanche, et les géraniums rouges versent leur sang sur ce qui fut maisons, temples et places publiques. Comme ces hommes que beaucoup de science ramène à Dieu, beaucoup d'années ont ramené les ruines à la maison de leur mère. Aujourd'hui enfin leur passé les quitte, et rien ne les distrait de cette force profonde qui les ramène au centre des choses qui tomb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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