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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올렛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루시올렛
작품등록일 :
2021.03.31 19:03
최근연재일 :
2021.11.03 18:40
연재수 :
2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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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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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너희들의 한을 풀 날이 올 거니까 살아.

DUMMY

65. 너희들의 한을 풀 날이 올 거니까 살아.


호리페 군에서 몰래 빠져나온 병사가

파실리온 영주성으로 향한 병사 하나가 전부가 아니었다.

페페 자작도 한 병사의 보고를 듣고

집무실의 집기를 집어 던지는 중이었다.


"젠장! 젠장! 내가 나섰어야 했어! 젠장!"


파실리온 백작과 달리

카온이란 존재가 페페 자작에게 있어

다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요한 존재였기에

카온을 목표로 잡았다는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영지의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간 것과

카온을 잡기 위한 호리페의 작전에는 분노했다.


"병사를.. 분산 시키다니.. 기사도 아니고! 병사를!

분산을 시켜도 그렇게 멍청하게 분산시켰을 줄이야.."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페페 영지에 남아있는 병사가

고작 천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파실리온 백작에게 부탁하기에는

왕국법에 어긋나는 것이며,

이를 무시하고 부탁할 수 있으나,

이후 승리의 권리를 파실리온 가문과 나눠 가지기는커녕

모두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비밀 동맹 관계인

파비친고 가문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끝이군.. 후.."


마른세수를 하던 페페 자작이 벌떡 일어났다.


"모든 것이 카온 그놈 때문이야.. 라이거 가문 때문이야..

카온.. 라이거.. 카온.. 카온.."


페페 자작의 눈빛이 점점 광기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


- 무기를 벌이 버리고 투항하는 자는

전쟁 포로로 대우할 것이며!

페페 자작과의 협상을 통해 고향으로 돌려 보내 주겠다!


두 군이 대치하고 있는 곳에서

폴리아리스 남작의 외침이 들렸다.


"주군. 저 귀족은 나빠 보이지는 않네요."


"왜?"


"페페 군 병사들을 보세요.

정상적인 병사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아담의 말처럼 살아남은 페페 군 병사 중에는

부상자와 이미 눈빛이 죽은 병사들이 반 이상이었다.


"병사도 두 배가 넘고, 저쪽은 기사도 있죠.

그냥 싸워도 이길 수 있는데 항복을 권하잖아요."


"살려줘서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하하 저는 그렇게 보이네요."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호리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웃기는군! 우리는 대 페페 군이다!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


"역시 저 사람은 좀.. 이상합니다."


"그건 왜?"


"음.. 뭐랄까..좀.. 미.."


- 영지전의 의미도 모르고!

라이거 가문과 손을 잡아 왕국법을 어긴

폴리아리스 가문에게 그 죄를 묻겠다!"


호리페의 이어지는 외침에 나는 말을 잇지 못했고

또 다른 질문이 아담의 입에서 나왔다.


"우리가 왕국법을 어긴 겁니까?"


"아담.

어기지 않기 위해 이렇게 떨어져서 지켜보고만 있잖아."


- 왕국법을 이건 적도 없으며!

라이거 가문과 동맹을 맺은 적도 없다!

만약 나에게 죄가 있다면

영지전은 내가 패배 한 것으로 하겠다!


"주군. 진짜 동맹 아닌가요?"


"응. 아냐.

내 가문과 폴리아리스 가문이 동맹을 체결하는 순간

남부는 온통 전쟁터가 되었을 거야."


"음.. 복잡하네요. 하하하"


- 우리 군의 기사를 죽이고! 수천의 병사를 죽인

카온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는 분명 두 가문 사이 협의가 되었을 것이며!

카온이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대의 가문이 도와주었음이 분명하다!"


"예전부터 든 생각이지만..

저 사람은.. 진짜 말 많네요..

말이 되는 말이면 고개라도 끄덕여 주겠는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만 크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 말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귀가 썩는다는 게 저 사람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아담이 중요한 걸 배웠어. 하하

그럼 우리 아담의 귀가 썩기 전에

저놈 입 좀 닫아 볼까?"


카오스의 허리를 가볍게 차며

호리페와 폴리아리스 남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나의 뒤를 당연하다는 듯 리아가 따랐다.


"뒈지기 싫으면 비키지?"


나의 작은 목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인 듯

페페 군의 병사들의 놀라며 허겁지겁 갈려졌다.


"카온! 네 이놈!"


호리페의 무시하며 지나치고

카오스에서 내려 폴리아리스 남작 앞에 섰다.


"처음 뵙겠습니다. 카온 라이거라 합니다."


"에드워드 폴리아리스 남작이오."


"어디서 이딴 연극을 하는 것이냐?!"


호리페가 어깨를 잡아당기며 끼어들었다.


"호리페. 내 기사 하나가

너 때문에 귀가 썩어들어가서 말이지."


여전히 내 어깨를 잡고 있던 호리페의 손을 쳐내며

마력을 목에 집중했다.


"일리인 왕국의 `네 기둥` 가문 중 하나인

라이거 가문의 카온 라이거다!"


마력이 담긴 외침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자

일부 병사들이 귀를 막고 주저앉았다.


"`네 기둥` 가문의 명예와

라이거 가문의 명예! 기사의 명예를 걸고!

나와 라이거 가문이 폴리아리스 가문과

동맹을 맺지 않았음을

주신 포르테님의 이름 앞에 맹세한다!"


목에 집중한 마력을 풀고 호리페를 노려보았다.


"이제 됐어?

나는 기사의 명예와 가문의 명예,

심지어 `네 기둥` 가문의 명예를 걸었다.

같은 라이거의 피를 이은 네가 `네 기둥` 가문의 명예를

걸었다는 것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너는 무엇을 걸고 라이거 가문과 폴리아리스 가문이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냐?"


"이..이..이 새끼.."


"폴리아리스 남작님.

마음만은 남작님이 승리하셨으면 합니다."


"고맙소."


다시 카오스에 올라 옆구리를 가볍게 찼다.


기사의 명예.

워낙 기사의 명예를 저버리는 기사들이 많아

기사의 명예를 건다고 큰 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문의 명예, 특히 `네 기둥` 가문의 명예를 걸고

주신의 이름 앞에 맹세한 것이

호리페의 입을 닫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명예와 맹세를 거짓으로 물들이지 않았다.


나는 폴리아리스 남작과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오늘 그의 얼굴 또한 처음 본 것이기에

동맹을 맺은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나의 맹세 속에는 `내가 폴리아리스 가문을

돕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라는 말은 없었다.


호리페가 라이거 가문의 명예와

`네 기둥` 가문의 명예를 감당할 수 있는 존재였다면

나의 맹세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반박했을 것이나

두 거대한 명예나 거론되는 순간

사고가 정지할 만큼 그의 그릇은 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한다!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라!

엎드리는 자만이 살 것이다!"


폴리아리스 남작의 외침이 등 뒤로 들렸다.


"항복은 없다! 창을 들어라!

끝까지 싸우다 명예롭게 죽는다!"


그리고 호리페의 외침이 뒤따랐다.


나에게 길을 내어주었던 병사들이

창과 활을 땅에 떨어뜨리고 엎드리기 시작했다.


"뭘 하는가! 싸우란 말이다! 일어서! 일어서라고!"


폴리아리스 남작의 외침은

승리를 가져가는 외침이었으며

호리페의 외침은

의미 없는 패배를 확정하는 외침이 되었다.


내가 다시 칠흑 기사단에 합류하는 순간

호리페는 폴리아시아 기사들에게 제압당했고

병사들은 하나씩 포박당하기 시작했다.


"카시오스.

여자들이 숨어있는 마을로 갈 준비를 해"


"네. 주군."


잠시 뒤 폴리아리스 진영 쪽에서 기사 하나가 다가와

카시오스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주군. 남작님이 땅이 묻힌 병사들의 처리를

여쭤보라고 했습니다."


"그냥. 두고 간다."


호리페의 명령에 따라 쏘아진 화살에

절반 이상이 죽었다.

어차피 그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들의 처리 또한 폴리아리스 남작에게 맡기기로 했다.


내 몫이라 생각하고 두고 간다면 굶어 죽을 것이고,

살아있는 자들만 포로로 데려간다면

그 또한 그들의 운명이라 생각했다.


"네!"


피 한방을 묻히지 않은 폴리아리스 군이

전장을 정리하는 모습을 뒤로하며

우리는 여자들이 숨어있는 마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것은

숨어있던 여자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맙고 은혜를 갚고 싶으면 열심히 살아.

열심히 살아서 너희들이 사는 곳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


순간 자결을 시도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는

기사의 말이 떠올라 말해 주려다가 하지 않았다.


비록 그 기사가 전해 달란 말이지만

내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녀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이 아닌,

다시 그 끔찍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그 기사라도 용서해 줘라.라고 말하는 것 같아

더욱 싫었다.


비록 잘못을 비는 말이지만

그 말 한마디에 지난 일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지금처럼 살아서 고향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나았다.


"에르제 여자들이 씻을 수 있는 곳을 찾아주고

가는 길에 챙기지 못하고 남기고 난

옷이 있으면 갈아입을 수 있게 해줘."


"네. 주군."


"카시오스. 시체들이 썩어서

돌아올 주민들에게 병을 옮길 수 있으니

마을 주변 시체들까지 모두 모아서 태워."


"네. 주군."


리아는 여자들을 데리고 움직이고,

카시오스는 기사단을 이끌고 시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한 집에 들어가 테이블을 치우고

똑같은 내용의 문서를 작성해 나갔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왔지만,

마을 주변의 피운 큰 불길에서 피어난 빛이

마을 전체를 밝혔다.


"주군. 데리고 왔습니다."


리아가 데리온 여자들은

비록 다른 이들이 입던 것이지만 옷을 갈아입고

씻기까지 해서 그런지 전보다 훨씬 나아 보였다.


"내일 날이 밝으면 리아가 책임지고

너희들을 집으로 데려다줄 거야.

리아. 한 장씩 전달해줘."


리아에게 작성했던 문서를 건넸다.


"너희들의 신분을 내가 보장한다는 내용과

라이거 가문의 후계자 직인이 찍혀있어."


"이건..왜.."


"세상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고..

사람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지 않아.

너희들의 가족들은 살아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포르테님께 감사하며 반길 거야.

하지만 주민들은 다르지.

대부분 너희들을 안타깝게 생각하겠지만,

그릇된 생각을 하는 놈이 꼭 하나씩 튀어나와.

그리고 사람은 긍정보다 부정에 더 빨리 물들지..

물론 너희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안타까움이나

동정의 눈이 아닌 더러운 눈으로 본다면

그 문서를 가지고 가족들과 함께 폴리아리스 영지,

그중에서도 영주성으로 가.

라이거 영지로 오라고 하고 싶은데 너무 멀잖아?

그곳 영주가 나에게 큰 빚을 갚을 것이 있으니

받아 주고, 보고해 줄고, 살길을 마련해 줄 거야."


내가 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희들을 위로하고

미안하단 말을 해도 아무 소용없어.

살아. 무엇이든 붙잡고 살아.

그렇게 머지않은 미래에

너희들의 한을 풀 날이 올 거니까 살아."


강제로 끌려와 어이없는 이유로 몸을 더럽히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긴 여인들.

이들을 위로하는 것은 알량한 돈이 아니라

호리페와 페페 자작, 더 나아가 페페 가문이

무릎을 꿇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내가 나서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흑..흑.."

"으아아앙"

"감사합니다.. 흑흑"


그녀들의 울음소리가

내 심장을 찢는 것 같아 밖으로 나오자

올 것이라 예상했던 인물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뵙습니다. 에드워드 남작님."


폴리아리스 가문의 가주이자 에르제의 아버지인

에드워드 남작이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했다.


"비록 포로지만 그들의 눈을 피해 온다고

조금 늦었습니다.

제가 올 것을 예상하고 계셨군요."


"일단 자리를 옮기시지요."


적당한 건물, 적당한 방으로 남작을 안내했다.


"우리 집이 아니라 이러는 것도 이상하지만..

우선 앉으시지요.

차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술을 하시겠습니까?"


"가능하다면 술을 했으면 합니다."


아공간에서 성도에 있을 때 사 놓았던

고급술과 술잔, 간단한 안줏거리를 꺼냈다.


"허허.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저 또한 처음이지만

밀담을 나누기에는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말을 낮추십시오.

가문을 떠나서 에르제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에르제의 이름이 나오자 남작의 눈이 붉어졌다.


"영지와 가문의 은인에게 그럴 수 없지요.

폴리아리스 가문의 가주이자 영주인 내가

가문과 영지민들을 대표해 말하겠소.

정말 고맙소. 그대와 그대의 기사들이 아니었다면

수천의 영지민들이 죽었을 것이고,

수천의 영지민들이 노예가 되었을 것이오.

정말 고맙소."


"친구와의 약속을 지켰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군을 이끌고

그곳까지 오실 생각을 하셨던 겁니까?"


나는 내가 병력을 최대한 줄이면 호리페는

페페 자작에게 원군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고

원군을 기다리는 동안

이 정보를 몰래 폴리아리스 가문에 알려

폴리아리스 군이 호리페를 정리하게 할 생각이었다.


"우선 겨울이라는 것에 그들이 영지전을

길게 가져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지요.

하지만 예상했던 날짜에 페페 군의 군기가 보이지 않아

정찰을 보냈는데 그들의 움직임이 이상했고

이후 보고에서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에르제가 성도 있을 때의 서신,

이후 둘째 딸이 보낸 서신에서 말한 카온님이라면

어떤 작전을 쓰고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답을 찾았습니다."


문득 에드워드 남작이

페페 가문에서 호리페에 대한 약혼을 진했다는 것만으로

이상함을 느끼고 약혼을 거절했던

인물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체력을 보충하고 또 다른 계획을 세우기 전,

아니면 파실리온 영지나 페페 영지로 도망치기 전에

호리페를 잡아 항복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아주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청을 올리겠습니다.

말씀을 낮추시지요.

작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공식적으로 후계자가 된 것도 아닙니다."


"허허. 자네가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그렇게 하지.

내가 이렇게 찾아온 이유는

호리페와 병사들의 처후 때문일세."


포박하여 폴리아리서 영주성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은

폴리이라스 군이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나였기에 생긴 고민일 것이다.


"그 전에 잠시 에르제와 대화를 나눠 보시지요."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 남작의 붉어진 눈이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이제는 영지전이 끝났음을

알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공간에서 통신구를 꺼내

라이거 영주성과 연결해 주고 밖으로 나왔다.


잠시 뒤 다시 들어가 본 남작의 눈이

더욱 붉어져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아직 백작님께서는 소식을 모르고 있는 듯하던데.."


"이곳 정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하하

호리페와 병사들에게 관해 말씀하셨죠?

음.. 아마 페페 자작은 호리페는 무조건

살리려고 할 겁니다."


"병사들은 아니란 말이오?"


"페페 자작은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인간이 아닙니다."


"허.. 어찌.."


"아무튼, 호리페의 몸값으로

영지에 도움이 되는 것을 요청하십시오.

광산을 달라고 해도 줄 것이지만 그랬다가는

뒤에 있는 파실리온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추수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쌀과 보리, 그리고 일정의 돈이 적당하겠군요."


"음.. 그렇지.. 피해도 없는데 욕심부렸다가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으니.."


"네. 그리고 호리페를 풀어주면서

병사들도 같이 풀어주십시오."


"병사들도? 아무 보상도 받지 않고?"


"단. 그 전에 병사들에게 `페페 가문에서는

너희들을 위해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라고

반드시 말해야 하며,

풀어 줄 때는 `남작님께서 많은 고민을 하시고

불쌍하게 생각해 풀어주는 것이다.` 라는

소문을 흘려 주셔야 합니다."


"음.. 자네가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유를 모르겠군.."


답에 앞서 비어버린 남작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아직 모든 것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페페 자작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에게 엄청난 분노를 가질 것이고

복수심이 불탈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것은 호리페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복수심에 눈이 먼 자들의 시선은

이제 오로지 라이거 영지로 향하게 될 겁니다.

지금 라이거 영지가 가장 약해질 시기이기도 하고요.

똑같은 시기가 오는 내년 겨울까지

기다릴 자들도 아니죠."


"그럼 호리페는 그렇다 치더라도

병사들까지 내어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요. 저는 그 복수심에 조금 더 불을 피우기 위해

병사를 풀어주라는 겁니다.

훈련된 병사이자 저에게 원망을 한 병사 천."


"아!"


남작이 무릎을 탁 쳤다.


"네. 페페 자작은 영지 내 모든 남자를

강제로 징집해 라이거 영지로 쳐들어올 겁니다."


"쌀과 보리를 요구하라는 것에도 이유가 있었군!"


"보상으로 받은 쌀과 보리를

창고에 잘 쌓아두시면 더 좋고요."


"자네.. 설마..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를 생각하고.."


"죄 없는 영지민이 일 년을 피땀 흘리며 지은 농사입니다.

강제로 징집된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

따뜻한 죽과 스프를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놀..놀라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이라니! 그냥 말해 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네!"


호리페에게 끌려와 모진 일을 당했던 여자들과

그녀들이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일,

그 때문에 나눠준 문서까지 이야기해 주었다.


"알겠네! 만약 그 처자들이 우리에게 온다면

가문의 명예를 걸로 보호하지!"


"감사합니다."


"아니야.. 감사는 내가 하는 것이 맞아.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네."


에드워드 남작은 술잔에 술을 한 번에 비워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루시올렛입니다~


카온의 첫뻔째 전쟁이 호리페의 일방적인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화려한 전쟁 장면을 기대하셨던 독자님들께는

먼저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겠습니다.


이 소설은 검과 마법의 판타지 소설이지만

온갖 검술과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닌,

판타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두고

현재 우리 사회의 좋지 않은 모습을 비판하는

성격의 소설에 가깝습니다.


물론, 전쟁 신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의 전쟁은 이번 전쟁처럼 허무하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카온의 가장 가까운 적인 페페 가문이

무너지는 순간부터

이 소설의 성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니

현시대의 상황과 비교해서 보시면

조금 더 재미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이 소설을 읽고 계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작가의 말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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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의 한을 풀 날이 올 거니까 살아. +8 21.05.05 3,804 7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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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금부터 쉬지 않고 달린다! +1 21.05.04 3,653 69 15쪽
62 입만 산 것은 여전하구나. +1 21.05.03 3,725 66 15쪽
61 다시 한 번 말해 줄래? +2 21.05.02 3,760 70 16쪽
60 친구의 가족과 친구의 영지도 지키려는 거야. +5 21.05.01 3,776 71 17쪽
59 마음 단단히 먹고 카온을 믿어보렴. +1 21.04.30 3,844 67 18쪽
58 남부를 너와 아이젝에게 가져다주마! +3 21.04.30 4,187 67 16쪽
57 이롭고 슬기롭게 만들겠어요. +3 21.04.29 3,936 64 16쪽
56 정보를 전하라는 것이 유언이었습니다. +3 21.04.28 3,987 68 16쪽
55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실 수 있습니까? +3 21.04.27 3,949 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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