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737
추천수 :
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3.08 12:00
조회
61
추천
0
글자
12쪽

20화

DUMMY

#


”자자, 이번 물품은 동화 속 주인공들 같은 사연을 지니고 있는 모녀입니다. 아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하얗고 탱글탱글한 피부 좀 보세요, 하하 20대라고 말해도 믿겠습니다, 과연 경매 이전부터 모두가 눈독 들이던 특상품 답군요.


오, 이런. 그럼요 그럼요 아이를 빼먹을 수는 없죠. 어미를 닮아서 아주 어여쁘게 생긴 아이군요. 남편은 인천의 전(前) 메이저 클랜 파라디이스 시티의 클랜마스터였지만, 이미 영락한 패배자들에 불과하죠.


모두가 탐을 내던 당대 최고의 미녀가 누구에게 갈지는 지금 여러분들에 손에 달렸습니다!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이 두 명이 끝이 아니라는거. 지금 이 아름다운 비극의 주인공들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를 말이죠. 놀랍게도 어미의 뱃속에는 귀여운 아이가 꿈틀대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겠나요? 1+1이 아니라 1+1+1이였다는 사실을!“


진행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술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곳곳에서 속삭이며 품평하는 모습을 보니 추악함에 토가 나올 지경.


역시 흑시는 흑시라는 거겠지.

고맙다, 조금의 자비를 내릴 여지도 없게 결심하도록 해주어서.

역시 너희들에게 자비란 어울리지 않아.

인간 실격이다.


정후가 몰려든 사람들 뒤편에서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와중에도 경매는 진행되고 있었다.

”시작가는 50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작되는 경쟁. 그들의 눈에는 로브 따위로는 숨길 수 없는 탐욕이 깃들어 있었다.

”60억“

단번에 엄청난 액수가 지나간다.


”70억“

돈이야 얼마든지 내겠다는 마음으로 우후죽순으로 다들 손에 쥔 팻말을 들기 바빴다.


단상 위의 모녀는 이미 넋이 나간 상황. 그래, 더 이상의 비극은 내가 용서하지 않아. 품속에 움켜쥔 검은 기운이 감도는 부적을 찢는다.


한편 은밀하게 그녀의 뒤를 밟던 돈왕의 하수인들은 갑작스럽게 뒤바뀐 그녀의 기도에 당황하였다. 분명 특별히 강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전율스러운 기운이 이곳을 지배했다.


”이 무슨···.“


적당한 때를 노려 정후와 수민을 돈왕의 앞에 무릎 꿇리려 했던 계획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그녀의 주위를 감싸는 검은 바람.

태풍의 눈이 된 그녀.

압생트(absinthe) 빛이 감도는 눈빛으로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천천히 그녀의 손이 허공에 작은 원을 그리자 거리에는 명계의 어둠이 내리앉는다. 이윽고 로브가 서서히 벗겨지자 마침내 그녀의 정체가 밝혀졌다.


”마녀!! 마녀가 어떻게 이곳에!“

”돈왕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서 죽여!“

”도망쳐!“


그녀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본 몇몇은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검은 안개 속을 휘저어 보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허락 없이는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마녀라고 해 봐야 고작 하나, 침착해.“

누군가의 말소리와 함께 아수라장 속에서 전장의 베테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흑시를 자유로이 드다들 정도라면 고위 인사인 것은 당연하기에 그들의 호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이전에 전장에서 마주한 적이 있었지, 강하긴 하지만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오늘 나온 상품 이상으로 가지고 싶은 년이란 말이지.“


낭창낭창한 은빛 연검을 뽑아든 사내가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뛰어들자 너나 할 것 없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내의 검이 기이한 각도로 꺾여 들어가며 그녀의 급소들을 노린다. 심장을 노리고 날아든 은빛의 검이 유선형의 곡선을 그리며 그녀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잡았다!“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검격. 검날에 발라진 독은 코끼리라도 단숨에 쓰러지게 만드는 마비 독. 남자가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몸이 무너지는 순간 남자의 뒤에서 그녀가 나타나 목덜미에 손끝을 그었다.


”어떻게···?“

”너 따위는 평생 알 수 없을걸?“


그가 찔렀다고 생각한 그녀의 모습은 잔상. 남자의 인지를 초월한 속도로 그의 배후에 나타난 것이었다. 붉은 실선 하나가 공간을 가르고, 검붉은 핏줄기 만이 분수처럼 허공에 뿜어져 나올 뿐이다.


”다음.“

그녀를 어떻게 해보려던 남자들이 주춤하는 사이 발 빠르게 철창들을 부수는 정후였다.

‘지금은 당황해서 멈칫하는 거겠지만 곧 정신을 차리겠지, 우선 노예들을 해방한다.’

구속구를 박살내고,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그녀의 뒤로 수십 명의 강자들이 날아들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다섯 명의 무인들. 아니 무인들이라기보다는 흡사 암살자에 가까운 몸놀림의 그들은 철옹성처럼 단단한 그녀의 가드를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었다.


강림도령의 틈을 파고들다니, 이놈들은 진짜다.

볼에 생긴 한줄기 자상을 쓰다듬으며 그녀 또한 힘을 아끼지 않았다.

어차피 이 자리의 누구도 살려 보낼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전력으로 부숴주지, 묻고 싶은 게 많아서 말이지 수민이에게.


달빛조차 비치지 못하는 연옥에서 검은 하늘만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녀가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흑시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사이 수민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놈이 말하기를 결승전이 되면 그들 모두가 이곳에 모인다 했지.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들 중 몇이나 살아남게 될까.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고 광기에 찬 함성 속에서 목숨을 건 토너먼트가 시작되었다.


”제 54회 지하 무투대회를 시작합니다. 대회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스폰서를 지닌 16명의 참가자들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게 되겠지요.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우승자에게는 전(前) 인천의 메이저 클랜마스터가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폭풍을 부르는 마검 스톰브링어가 하사될 예정입니다. 모두 준비되셨나요?“

”와아아아아!“

”다들 준비가 되신 것 같군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밖이 시끄러울수록 대기실 내부는 고요해질 따름이었다. 폭풍전야. 살아남는 건 단 하나. 누군가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곳이 바로 인세의 지옥이지 않은가.


”첫 경기는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강철의 전사, 그리고 그 상대는 워-메이지.“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양 끝의 철문으로부터 두 사내가 걸어 나온다. 한눈에 보아도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근육질의 덩치가 강철의 전사, 그리고 마법사 답지 않게 다양한 무기를 지닌 사내가 워메이지겠지.


시작과 동시에 근육질 남성의 몸이 은빛으로 빛나며 강철화(鋼鐵化 )되었다. 이내 휘둘러지는 은빛 주먹.

이에 맞서는 사내는 입으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는 더킹으로 몸을 숙인 후 붉게 타오르는 검을 밑에서 위로 수직으로 베어낸다.


-끼이익


도저히 검과 부딪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쳇, 과연 강철이라 이건가.“


남자를 향해 다양한 마법들을 펼쳐보지만, 낙뢰에도, 불길에도, 빙하 속에서도 강철의 육체는 후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전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마치 나의 아류 같군.’

그를 지켜보는 수민의 감상은 간단했다.


강철의 전사라는 이름에 비해 너무 허접하군.

그렇게 지켜보기를 한참 결국 강철화된 육체에 목덜미가 붙잡혀 무너지고 마는 마법사였다.


”승자는― 강철! 강철의 전사!“

”우아아악!“

”자, 시작부터 화려합니다. 과연! 악명높은 범죄자들이군요. 이 기세를 몰아 다음은 스폰서가 자그마치 소돈왕. 그 이외의 정보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는 즈베리(зверь)! 하지만 상대는 저명한 연쇄살인마 잭―더 리퍼! 2회전의 막이 오릅니다!“


2회전이 시작됨과 동시에 관중들 사이에서는 베팅이 시작되었다. 2회전에 승자에 대하여 탐욕스럽게 웃음 짓는 그들,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 것일까.

선수들의 웃음 따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오로지 한순

간의 쾌락과 돈만이 그들만의 관심사겠지. 원래라면 무명의 선수따위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만 스폰서의 힘인지 베팅은 수민이1, 리퍼가 1.3에 그쳤다.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아주 좋군요. 그래요, 이것이야말로 선혈이 낭자하는 투기장이 아니겠습니까! 선수 입장!“

두 사내를 비추는 불빛을 제외한 모든 불빛이 꺼졌다.


”잭! 잭! 잭! 잭!“

”즈-베리! 즈-베리!“

각자 자신이 베팅한 선수들을 미친 듯이 응원하는 광경은 여러모로 장관이었다. 물론 응원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죽여버려 잭! 네게 3억이나 걸었다고, 죽이지 않으면 대신 죽여버리겠어.“

”즈베리, 이름값을 해라. 네가 진다면 소돈왕을 찾아갈 거야.“


응원을 빙자한 협박들이 곳곳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두 남자 모두 그런 것 따위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고요하게 상대를 파악할 뿐.

그래도 다행이군, 모두가 중 범죄자들이니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가 없겠어.


잭-더 리퍼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호리호리한 몸, 작은 체구, 무기는··· 송곳인가. 투기장인 만큼 어울려주지.


”크아아아앙.“


짐승이라는 이명에 걸맞게 울부짖는 수민은 과거 백귀들을 사냥했을 때처럼 몸에 잔뜩 힘을 주었다. 짐승과 같은 근육들이 옷을 풀어헤치고 튀어나온다.

누구라도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위압감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자명하지만 사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진한 웃음을 남기고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갑자기 어두워지다니, 아니 놈의 능력인가. 뭐 좋아. 압도적인 강함 앞에서 모든 잔재주들은 무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늦었어!“


수민의 목덜미를 향해 송곳이 흉험한 빛을 뿌린다.

하지만 뒤늦게 펼쳐진 수민의 손바닥이 만개한 꽃의 모습을 그리며 송곳을 움켜쥐었다. 사내가 화들짝 놀라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겨보지만, 수민의 손을 벗어날 수 는 없었다.


”깜찍한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군.“

수민은 붙잡은 손목 위로 손날을 내리그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잘려나가는 손목. 끈적한 핏물이 바닥을 적신다.


”끄아아악. 빌어먹을, 빌어먹을! 죽어죽어죽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과 같이 검은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보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한낱 시간벌기에 불과한 행위라는 것을.


”네 어둠은 아주 음습하고, 칙칙하고, 결정적으로 기분이 나쁘단 말이지. 그러니까, 금방 끝내주마.“

창문을 열어 제끼듯 안개를 헤집어 놓는 그의 손길에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안개가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자 황급히 품속에서 암기를 한가득 뿌려보지만, 수민의 육체는 견고한 성과 같아서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저리가, 저리 가란 말이야!“

”쫑알쫑알 시끄럽단 말이다. 마지막은 사내새끼답게 죽어.“

말을 마치고는 기어코 놈을 산채로 붙잡아 반으로 찢어버리고야 마는 수민의 행동에 모두가 열광했다.


”즈베리! 즈베리!“

”소돈왕을 스폰서로 두고 있는 이유가 있었군요.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여러분? 이 젊은 짐승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말과, 미친 듯이 환호하는 관객들. 사람이 눈앞에서 반으로 갈라져 죽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에 수민은 속으로 치를 떨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이따위 반응이라니. 역시 이 역겨운 곳은 피로써 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화 21.03.05 54 0 12쪽
16 16화 21.03.04 75 0 10쪽
15 15화 21.03.04 71 0 12쪽
14 14화 21.03.03 60 0 12쪽
13 13화 21.03.03 62 0 9쪽
12 12화 21.03.02 79 0 12쪽
11 11화 21.03.02 83 0 12쪽
10 10화 21.03.01 102 0 12쪽
9 9화 21.03.01 81 0 11쪽
8 8화 21.02.26 85 0 12쪽
7 7화 21.02.26 79 0 12쪽
6 6화 21.02.25 96 0 11쪽
5 5화 21.02.25 147 0 13쪽
4 4화 21.02.24 192 2 12쪽
3 3화 21.02.24 225 1 13쪽
2 2화 21.02.23 432 0 17쪽
1 1화 +2 21.02.23 1,006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