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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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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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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945

작성
21.0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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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DUMMY

8.

#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병원으로 돌아온 수민은 아이를 품에 안으며 당당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말했다.


”많이 아팠지?“

아이의 말을 끊고 이어진 수민의 한마디가 아이를 울렸다. 그 누구도 물어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작금의 세상에서 구원이라는 단어는 가장 거리가 먼 단어이지 않을까. 그 누구도 대가 없는 도움을 주지 않았다.


척박한 세상, 무자비한 환경, 차가운 인심.


아이 혼자서 견뎌내기에는 너무나도 냉혹한 세계이다.


”많이 힘들었지?“

수민의 따듯한 말 한마디는 아이를 울게 만들었다.


”이런, 울게 만들려고 한 건 아닌데···“

말실수라도 한 것 일까, 아이는 당황한 수민의 품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흐느끼는 아이를 토닥이는 수민이었다.


#


유진의 집으로 돌아온 수민의 손은 혼자가 아니었다.

”에에에에? 아니 말도 없이 나가서 치고 박고 싸우더니, 애까지 데려왔어요? 아이고 머리야.“


유진이 머리를 감싸 쥐며 골치 아프다는 듯 연신 혼잣말을 해대자 수민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를 혼자 놔둘 수는 없잖아요. 평가 이후엔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며칠만 부탁해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수민. 누가 집주인인지 알 수가 없다.

”후··· 이렇게 사고치고 다니면 곤란해요, 정말. 일단은 수민씨가 데려왔으니까 수민씨가 돌봐요. 난 아직 육아에는 관심 없거든요!“


툴툴대면서도 결국 허락해주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놀고만 다녀도 괜찮아요? 평가전 쉽지 않은 상대일 텐데.“

나름 자신을 걱정하는 그녀의 말에 수민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유진씨 말대로 그 정도로 강한 상대라면 삼일이라는 시간 동안 수련을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까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준비는 항상 되어있어요. 그렇게 훈련받아 왔으니까.“

”지금은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 보려고 해요.“

사람 좋은 얼굴로 미소를 짓는 수민의 모습에 그녀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정말인지 걱정을 하루라도 안 할 수가 없는 사람이네요 수민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는 그녀는 답답한 마음 뿐이었다.


#


삼일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이제는 그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한다. 평가는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했지만, 현재 자신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수민도 조금은 궁금해졌다.

그리고, 스스로를 증명해 보라는 그녀가 남긴 말은 수민의 가슴 속에 응어리처럼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진은 문 앞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수민을 향해 경고 아닌 경고를 하였다.


“준비는 충분히 했나요? 상대는 바로 그 광견이에요. 대도시에서도 손에 꼽히는 랭커!”

그녀는 단촐한 수민의 복장을 눈으로 흘겼다. 이 남자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면서 이러는 걸까. 답답한 유진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민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제가 걱정되시나 봅니다?”

수민은 유진의 말에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화답했다.


“허름한 무복에 창 한 자루만 덩그러니 가지고 싸우겠다고 하면 누구나 걱정을 하죠.”

더군다나 상대는 악명높은 ’광견‘이라고요. 그리고 아저씨네 가게에 좋은 무기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낡은 창을 가져올 생각을 해요!“




『 광견(狂犬)


대도시 서울의 랭킹 10위에 당당히 올라있는 초인.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홀로 대형 클랜을 몰살시킨 전적이 있는 희대의 살인마.

대인전에 특화되어 있어서 사람을 상대할 때는 두, 세 단계는 더 강할 것이라 평가받는 범죄자. 』


어느 누구도 이런 상대를 평가전에서 마주치려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사람이 상대했던 클랜들의 위성 클랜들이 현재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그런 곳이 되었단 말이에요. 이제 좀 실감이 가요?“

유진은 연신 궁시렁 거리며 수민에게 핀잔을 주었다.


”범죄자라··· 그렇다면 용서할 수 없지. 최선을 다해서 단죄하는 수밖에.“

상대가 살인마라는 말을 듣자 수민의 머릿속에서 툭 하고 정의의 스위치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남자 조금은 진심이 된 걸까.


상대에 대하여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려주며 도착한 연무장.


넓다란 크기의 대리석 바닥. 그 차가움이 신발을 관통하여 느껴진다. 주위를 둘러싼 장벽은 로마의 콜로세움을 모방한 것인 듯 묘하게 분위기를 달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시험장에는 이미 수많은 스카우터들과 기자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첫 등장이 요란했었다 보니 많은 클랜들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물론 며칠 전 수민과 갈등이 있었던 청랑(靑狼) 역시 이 자리에서 수민의 몰락을 바라며 앉아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높은 옥좌에는 김형, 그 남자가 걸터앉아 거만하게 수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민은 몸을 빳빳이 세운 채로 고개를 들어 김형을 바라보며 외쳤다.


”김형, 약속을 지키러 왔다!“


이전과는 달라진 수민의 모습에 그는 흥미롭다는 듯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것일까 김형이 예상했던 모습 이상으로 수민에게선 강자의 냄새가 났다.


”우리 사이에 섭섭하게 이러기인가? 나는 자네가 무척이나 반가운데 말이지.“

곧 벌어질 대련을 생각하며 그는 내심 설레는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입꼬리에 걸린 미소를 숨기지 않은 채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휘잉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연무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사람들은 감히 김형에게 함부로 하는 수민에게 점차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 모일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으니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하지. 그날 자네의 기도가 범상치 않아 특별한 사람을 데려왔다네. 행운을 비네“

수민이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한 전투가 서울의 한복판에서 지금 시작되었다.


#


철컹.


연무장은 본격적으로 콜로세움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맞은편 입구의 철창이 열리며 수민의 상대로 짐작되는 남자가 들것에 실려 나온다.


검은 안대와 입에 물린 재갈, 손발이 수갑으로 묶인 채 호송되어 나온 남자는 광견. 미친개라는 이명에 걸맞게 과거 미친개처럼 날뛰며 서울의 클랜 여럿을 몰살시킨 전적이 있는 강자이다.


거대한 나팔 소리와 함께 광견을 감싼 구속구가 풀리며 동시에 그의 무기 또한 해방되었다.


봉두난발의 걸인과도 같은 모습. 그러나 2M가 넘는 거구의 터질듯한 근육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손목 전체를 감싸며 괴기스러운 열 개의 각기 다른 송곳니를 자랑하는 그의 건틀렛은 지옥 아귀의 주둥이를 닮아 있었다.


광견의 눈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시험이 시작되었다.


-쿵!



광견의 발이 지면을 구르자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불길한 두 개의 보랏빛 안광이 그림자처럼 일렁이며 나타났다.


광견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달려드는 광견의 일격을 피하며 수민은 창으로 노을빛 기운을 뿜어내었다.


-콰앙!


수민의 일격에 맞서서 광견 역시 붉은색의 기운을 불태우며 잔상을 남기고 있는 상태였다. 진정한 강자들이 맞서고 있는 것이었다.


두 안광이 교차했다.


경천동지할 두 무인의 격돌에 관중석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지를 아득하게 초월한 전사들의 대결.


언 듯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잔상만이 아른거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무장이 개박살 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벽이 박살나고 지면이 뒤집히는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유진아 사람들 대피시켜!“

”아,알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악!!!

-무너진다아아아

-우리 훈련장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에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마구잡이로 도망쳤다. 그야말로 야비규환 그 자체인 것이다.


인원들은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고 그나마 유진이 동분서주 하면서 대피시키고 있지만, 유진 역시 패닉에 빠진 상태로 보였다.


그만큼 둘의 싸움은 시험의 범주를 넘어선 것이었다.


노을빛 파도가 하늘을 가리고, 붉은빛 주먹이 하늘을 부순다. 유리 조각처럼 부서지는 창기(槍氣)의 파편은 주변을 초토화 시켰다.


수민은 거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매서운 창격을 날렸고, 광견은 묵묵히 쏟아지는 창격을 막으며 거리를 좁혀갔다.


싸움은 점차 고조되어 순식간에 절정을 향해 치솟았다.


자신의 투로가 점점 좁아진다고 생각한 수민은 창끝에 힘을 집중했다. 그리고 힘껏 휘두른 일격.


수민의 맹공에 맞서 흉악한 송곳니가 달린 광견의 건틀렛이 크게 펼쳐졌다. 동시에 붉은색 권기(拳氣)가 광적으로 뿜어져 나오며 수민의 초월적인 강격을 받아냈다!


-콰과광


”크하하하, 과연 연쇄살인마! 그 무기조차 조악하구나!“

광견을 향해 신명나게 몰아치는 수민은 끊임없이 입을 놀리며 그를 자극했다.


모든 방위를 점하여 피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신속의 찌르기.


얼핏 보기엔 단 한 번의 찌르기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은 인간의 동체 시력을 넘어선 여덟 번의 찌르기가 펼쳐졌다.


머리를 노린 찌르기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광견의 볼에 한 줄기 상처가 그어졌다.

여덟 방위의 찌르기를 하는 와중에도 광견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미묘하게 창날을 비틀었던 것.


수민의 도발이 먹힌 것인지 광견은 더욱 흥분하여 조금씩 동작이 커졌고, 그 찰나의 틈을 수민의 창이 노리고 찔러 들어간다.


”어디서 너 같은 놈이 튀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주둥이 반드시 찢어주마“

온몸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아지랑이. 끊어질 듯 팽팽해진 근육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미친개와 같았다.


이어지는 짧고 강렬한 신음.


핫!

공간을 찢어발기는 광견의 날카로운 이빨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크윽“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이 수치스러웠던 듯 수민은 분개하면서 창을 내질렀다.



”일섬(一晱)“

지금까지의 전투와 달리 수민의 앞발이 대지를 울렸다.

폭발하는 진각과 함께 수민의 창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고무줄처럼 늘어진 잔상을 남기며 뻗어나갔다.


음속을 초월한 속도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뒤늦게 터지는 충격파.


-쾅


일순간 공간을 압축시킨듯한 움직임.


섬광과도 같은 수민의 일격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광견의 어깨를 꿰뚫었다.


-핏


수민의 일격을 피하지 못한 광견의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피를 흘리는 광견은 광기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크하하하하. 좋아! 좋아! 좋아!!! 좀 더 즐겁게 해 다오!“


미친 개새끼마냥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오는 광견. 수민은 더 이상은 실력을 숨길 수 없다고 여기고 도화곡의 무공을 펼쳐내었다.


”도영만천(桃影滿天)“

광기가 가득 찬 광견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수민은 절초를 내보였다. 형준의 은거 이후 육 년 만에 세상에 다시 펼쳐진 천화령.

창끝이 흔들리며 수십 장의 꽃잎들이 하늘을 수놓은 그 순간.


희미한 복숭아 향이 주위를 물들이고 미칠 듯이 펼쳐지는 노을빛 창기(槍氣)들이 지면과 대기를 울리며, 파멸적인 창격을 쏘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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