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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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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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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


한편 정후는 로브로 얼굴을 가린 채 노예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시장이라고 여겨지는 거리는 역시나 비인간적인 것들이 행해지고 있는 곳이었다. 일반적인 시장이 물건들을 사고파는 것이라면 소돔의 시장이란 노예시장을 의미했으니까.


그야말로 오물과 같은 발상이 아닐 수가 없다. 너도, 나도 자신의 추악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습에 그녀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홍등가를 연상시키는 추잡한 불빛. 마치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뇌쇄적인 붉은 빛은 뒤틀린 세계의 단면 중 하나일 것이다.


인간, 요괴, 흡혈귀, 악마. 그 무엇 할 것 없이 목줄이 채워진 채로 덩그러니 가격표가 적혀있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네, 같은 인간이라는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야.“

알몸의 노예들을 상대로 추잡한 짓거리를 하는 인간군상들을 보며 그녀는 분노를 삭혔다. 하지만 거리의 가게들이 노점상이라면 그 정점을 이루는 건물 또한 존재한다.


홀로 오롯이 서 있는 5층 규모의 건물. 네온사인의 불빛이 번뜩이는 노점상들과 달리 간판조차 달려 있지 않은, 하지만 고급진 마감을 자랑하는 그것의 입구에는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나를 기다리게 할 셈이지?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차례를 지키셔야 합니다 손님.“

”차례? 그딴 건 하찮은 녀석들이나 지키는 거야. 당장 비켜! 손님이 물건을 사주겠다는데 말이야 물건을 팔 생각은 안 하고 감히 내 앞을 막아?“

사방으로 뻗친 금발에 온몸을 피어싱과 문신으로 도배한 남성이 가드를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다투는 사이 그녀는 그 틈을 이용해 조용히 내부로 진입했다.


추잡하다 못해 천박한 거리와는 달리 건물의 내부는 무척이나 고급지고 조용했다. 어디서 끌어왔는지 모를 전력으로 은은하게나마 백열등을 달아놓은 이곳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건···.“


처음에는 단순히 마네킹에 옷을 입혀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웬일로 정상적인 가게들이 나열되어 있나 싶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역시는 역시였던 것.

미세하게나마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 뒤에 새겨진 바코드는 그들이 상품으로써 이곳에 진열된 노예들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겠지.


1층이 이 정도라면 도대체 4층과 5층은 어떨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거친 숨을 내쉬는 그녀에게 직원이 다가와 상품들에 대해 소개했다.


”어머, 언니 언니 마침 딱 좋을 때 왔어. 언니가 좋아 할만한 아이들이 잔뜩 있는데 이리 와봐요.“

직원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체험장이라고 적혀있는 장소였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여럿 존재하는 이곳은 상상 이상의 곳이었다. 그녀가 입장하는 순간부터 몸 좋고 잘생긴 어린 소년들이 다가와 그녀의 발을 핥는 것이었다.


”밖에서 파는 싸구려들이랑은 질이 다르다니까. 우린 자체적으로 교육을 해서 내보내니까 굳이 길들이는 노력은 하지 않아도 돼요. 어때? 딱 언니 취향일 것 같은데? 왜 말이 없지? 아, 내가 그걸 생각 못 했네. 다들 벗어 보렴 .“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직원은 소년들의 알몸을 보여주며 얼마나 튼실하고 건강한지를 설명했다.


헛구역질이 난다. 교육? 언제부터 세뇌가 교육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거지? 불쾌하고 불편한 현실이지만 이 정도를 참지 못했다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분노를 기억하고 차곡차곡 쌓아놓을 뿐이다, 머지않아 터뜨릴 그날까지.


”아무래도 1층은 썩 맘에 들지 않는데, 2층으로 안내해 주겠어? 이런 허접한 것들 상대하자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라서.“

”2층은 이쪽 계단으로 올라가시면 돼요. 언니 취향이 아니었나 보다, 더 돌아보고 오세요.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으니까.“


직원을 뒤로하고 계단을 따라 올라간 곳은 의외로 정상적인 곳이었다. 냉장고 바람이 시원한 이곳은 정육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겠다. 각양각색의 고기들과 시식코너들이 즐비했기에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하여 식욕을 돋구었다.


그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식재료 정도는 파는 것이 정상이지. 가게들을 둘러보던 그녀는 시식 코너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왔지만, 하필 이곳이 소돔이라는 생각 때문에 쉽사리 먹을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를 유혹하는 판매원.


”오늘 고기가 참 잘 뽑혔어요. 역시 싱싱한 게 최고죠, 한 입 드셔보시겠어요?“


잘 익은 고기를 한 입 권하는 직원의 손길을 거부하기에는 지켜보는 시선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한 입 베어 무는 그녀. 입안에 기름기 가득한 육즙이 흘러내린다. 상상 이상의 맛에 그녀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고기인가요 이건?“

”아! 오늘 갓 해체한 어린아이의 늑간살이에요. 잡은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빛깔이 참 곱죠?“

”아··· 그, 그래서 이렇게 연했구나. 배가 아파서 그러는데 혹시 화장실은 어디에?“

”쭉 직진해서 저기 뱀파이어 와인점이라고 적혀있는 곳 바로 옆에 있어요.“

안색이 새파래진 채로 황급히 화장실을 향한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헛구역질을 하였다.


우에에엑

끄윽

미친 새끼들. 사람 고기도 처먹는 거였어?


인육을 먹었다는 혐오감과 죄책감, 그리고 비인간적인 행태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에 그녀는 몸을 떨었다.

그래 5층까지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겠어.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는 그녀를 유심히 주시하는 시선들이 존재하였다. 그녀가 입구에서의 소란을 틈타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김형의 사냥개들이 말이다.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익숙하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이곳 고객 같지는 않거든.“

허리춤에 작은 완드를 찬 사내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자 그의 수하로 짐작되는 인원들이 허옇게 빛나는 이를 드러냈다.


”지금 처리 할까요?“

”아니 일단은 지켜보자고, 어차피 백화점 안에 있는 한,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지. 입구에 있는 애들 다 5층으로 모이라고 전해. 5층에서 사로잡는다.“


그녀의 뒤를 밟는 존재들이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3층의 모습을 시선에 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이한 도구들이 존재하는 곳. 나무로 만들어진 삼각 목마 따위와 목줄, 채찍 따위가 널려져 있는 이곳에는 알몸의 남녀들이 지르는 교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겨워.“

난잡한 난교행위들이 그녀의 눈앞에 아른거리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순한 난교행위라면 그녀가 분노할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고통인지 쾌락인지 모를 교성을 내는 그들의 어깨에는 당연하게도 노예의 낙인이 새겨져 있었고 반 층 정도 위에서 투명한 유리 밖으로 사람들이 그들을 내려다 보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


동물원의 원숭이를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는 것. 심지어 그들이 뭐라 요청할 때마다 3층의 기구들에서 화염과 고압의 전류가 흐르며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 따로 없었다.


너무나 세게 입술을 깨물었을까 그녀의 입가엔 피가 흘렀고, 퉤 하고 입가에 고인 핏물을 뱉은 그녀는 똑똑히 뇌리에 이 개 같은 모습을 새기며 단숨에 4층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무엇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생긴 그녀가 계단을 오르자 벌써부터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러온다. 이번에는 또 어떤 것들이 펼쳐지는 걸까.


4층의 풍경은 첫눈에 보기에는 이전의 층들과는 조금 다른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있지만 도저히 무엇 때문에 웃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저 식물원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식물 하나하나를 품평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래서 이건 얼마면 되겠소? 이 정도로 아름다운 것은 처음이군. 역시 백화점, 백화점 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아무래도 손님들의 품격에 맞는 상품들을 제공하다 보니 그런가 봐요. 만족스러우시다니 더할 나위가 없는 칭찬이네요.“


어떤 식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나무와 같은 식물을 두고 이리저리 만져보는 남성의 입가에는 잔뜩 흥분한 얼굴이 보였다. 고작 식물을 두고 저렇게 극찬을 한다고? 이곳이 소돔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의심해 볼만 한 일이다.


”마법처리도 잔뜩에 아무래도 성공확률도 낮다 보니 가격대가 좀 있는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죠?“

”자네, 나를 뭐로 보는 겐가? 내 이름 석 자만 대면 서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어. 이것과 아까 2개의 관상용까지 해서 자택으로 보내주시게.“


”역시, 통도 크셔라. 아, 맞다! 너무 험하게 굴리시면 수리가 불가능하니까 조심히! 아시죠?“

식물을 두고 수리니 뭐니 하는 소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그들이 대화를 마치고 이동하는 사이 은밀하게 식물을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의 정체를 마주하는 순간,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푸른 이파리가 여기저기 자라나 있는 그것은··· 사람이었으니까.


사람이, 나무가 되어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손에서 뻗어나간 줄기들. 곧게 뻗은 다리는 뿌리가 되어 화분에 박혀있었고, 오직 여성의 얼굴과 툭 튀어나온 가슴만이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였다.


”인체 연성···.“

이미 구원하기엔 늦은 식물이 되어버린 인간들이 모형 정원 속에서 놈들의 노리개로 팔려나가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단어는 너희들에게 사치다. 그래, 그렇다면···.“

그녀의 눈이 붉다 못해 푸른 귀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무 감정조차 떠올리지 않는 모습으로 5층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의 뒤를 밟던 이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절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마녀라고 보기엔···흠 어렵군.“

”그래도 마녀라고 생각하시고 뒤를 밟으시는 거 아니셨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서울에서 본 마녀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보여서 말이지. 내가 본 그녀는 차가웠는데, 놈은 꽤나 정열적으로 보인단 말이지. 그래도 일단은 준비하도록.“


후드에 가려져서 잘 보이진 않지만, 4층에 올라온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마침내 5층에 올라온 그녀. 5층은 정말 일상적인 것들로 가득했다, 단 한 가지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백화점의 유별난 모습들과는 다르게 이곳은 보통의 야시장과 같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로브로 얼굴을 가린 채 하하호호 즐겁게 웃고 있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본다면 누구라도 이곳에서 인신매매가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은 손에 한껏 주전부리들을 쥐고 있었으며, 이것저것 물건들을 구경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흡연하는 사람들.

그 모든 것들 속에서 단 하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몸에 바코드가 새겨진 채 수갑을 차고, 재갈을 물고 있는 철창 속 노예들일 것이다.


단 하나의 철창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비극. 5층의 중심에서는 노예들에 대한 경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단순한 경매라면 밖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지만 이곳의 경매는 조금 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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