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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698
추천수 :
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3.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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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화

DUMMY

#


품속에서 콩알만 한 구슬들을 꺼낸 그녀는 그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그것들을 던졌다.


-퍼퍼펑


폭발과 함께 일어난 자욱한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틈을 타 빠르게 수민을 구하기 위해 날아든다.


”누구냐!“


타탓


신속하게 수민을 등에 메고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녀의 뒤를 노리고 날아드는 공격.


-쾅!

-쾅!

-쾅!


공간을 격하고 날아드는 무형의 기운을 오히려 발판삼아 더욱 멀리 도약한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손에 들어왔을 텐데. 점이 되어 사라진 그녀는 아마 지금쯤이면 중심지를 벗어났을 것이다.


”마녀로군.“

”이제 어떻게 할 거죠, 다 잡은 물고기도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뽀로통한 얼굴로 볼에 공기를 잔뜩 담은 그녀에게 그는 아무 문제 없다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혼자서도 서울을 빠져나가기 힘든데 짐까지 달고서는 불가능하지. 추격대가 발견하고 쫓기 시작한다면 우린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그만이야.“

과연 그의 말대로 만신창이가 된 수민과 조용히 서울을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골목마다 쏟아지는 초인들을 상대하는 것은 제아무리 그녀라 해도 혼자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누군가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비수가 그녀의 빰을 스친다.


”전장에서 마주치면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것들이 어딜.“

무미건조한 음성이지만 말 속에서 차가운 분노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의 분노와 관계없이 점점 몰려드는 추격대는 끝이 없고, 상처는 늘어만 간다.


”마녀는 내가 갖도록 하지.“

수민보다 그녀를 눈독 들이는 하이에나 같은 버러지들 역시 늘어나고 있던 것.


”항상 품고 싶었단 말이지, 하하하.“

”순순히 따라온다면 살려는 드릴게.“

그녀를 조롱하는 말들이 이어지고 막다른 골목이 나타나며 이렇게 끝이구나 싶은 순간.

골목의 벽을 뚫고 누군가가 나타났다.


-콰앙!


”이곳으로.“

정체 모를 남성의 말이지만, 이미 고민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남자를 따라나섰다.


”당신은?!“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그녀가 본 것은 방금 전 술집의 바텐더였다. 이 얼마나 우연인가. 아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를 구하러 갈 것 같아 보여서 말이죠. 아무리 ‘마녀’라지만 여자 혼자 놈의 소굴로 들어가는 건 사지로 뛰어드는 무모한 행동인 거 아시죠?“

도시의 밖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면서도 그녀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일단은 고마워서 고맙다만은.“

”쉿. 영업 비밀이라서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도시 밖으로 안내하는 것이 답니다. 그리고 이게 필요하실 것 같네요.“

남자가 주머니에서 꺼낸 함에는 농밀한 향의 작은 단약이 하나 놓여있었다.


”이건···“

”이 정도는 되어야 그를 살릴 수 있지 않겠어요? 부디 행운이 함께하시길.“

”당신! 이름은?“

다급하게 물어보지만, 그는 대답 대신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존재. 당신이 어릴 적 당신의 아버지와 함께 우린 만났었던 적이 있지요. 저는 여기까지만 함께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그럼 이만,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스르륵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의 모습에 그녀는 멍하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우리는 서울을 벗어났다.


#


꿀꺽


알 수 없는 존재의 도움으로 서울을 벗어난 그녀. 곽을 열고 약을 꺼내어 인근의 숲에서 수민의 입에 넣고 삼키는 것을 돕는다.


‘대환단(大還丹)이라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

이제는 그 비전이 사라져 실존하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전설 속의 그것이 수민의 치료를 위해 쓰인 것이다. 이 사람은 이게 얼마짜리인 줄은 알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영약인데 말이다.


수민의 단전을 감싸며 대환단의 기운을 세맥 곳곳으로 유도하는 작업은 그녀에게도 쉽지 않았다.


하아


구슬땀을 소매로 훔치며 일을 마친 그녀는 지켜보는 일만이 남았다. 정말 손이 많이가는 남자라고 생각하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이 사람은 알까?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꾸드드득


부러진 뼈가 붙고, 찢어진 피부가 재생한다. 찌그러진 몸 곳곳이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크아아아!


”김형!!!“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 날 아침.

상처가 심각했기에 회복하는 시간 또한 많이 든 것이다.


”드디어 일어났네, 너 죽을 뻔한 건 알아?“

자신의 고생을 모르는 것이 야속한 듯 괜히 그에게 눈치를 주자, 수민은 잠시 어제의 일을 회상했다.


으음

”확실히··· 이성을 잃고 뛰어든 내 잘못이 컸지.

미안해

그리고

구해줘서 고마워. 이건 진심이야.“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 감사를 표하자 그녀는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무···무슨 갑자기 인사야, 그렇게 고마우면 앞으로 혼자 행동하지마.“

수민이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은 몰랐던 그녀는 그의 사내다운 면모가 내심 마음에 들었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어쨌든 서울의 음모도 알아냈고, 네가 찾던 친구도 그런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함께하는 일만 남았네?“

”서울의 거대한 악을 방치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악(巨惡)이니, 약속은 지켜야지.“

”아마 정의에 환장한 너라면 분명 마음에 들어할 거야.“

서울을 지배하는 거대한 악, 김형. 그리고 스스로의 정의를 관철하는 수민. 두 남자는 다른 뜻을 가슴에 품은 채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사실 수민이 그녀와 함께하는 것에 동의한 것은 단순히 사람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같아서인 것만은 아니다.

그녀와 함께하는 길에 그토록 찾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 결코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정의에 환장하다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표현이 과격하네. 난 그저 이 세상을 밝힐 희망을 찾고 싶은 것 뿐이야.“

첫 만남과 달리 이들은 전보다 솔직해진 대화를 나누었다. 아마도 알 수 없는 이끌림을 서로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그거나 그거나. 생긴 건··· 야만 전사 그 자체인데 혀가 좀 길다?“

”너도 생긴 건 예쁘장해서는 말하는 건 영락없는 양아치야. 털털한 건지 걸걸한 건지 모르겠네.“

전장을 함께한 탓에 만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스스럼없는 사이가 된 것. 역시나 목숨을 맡길 수 있는 관계는 이런 것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호감이라기보다는 동경 혹은 운명과 같은 이끌림을 서로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거울과 같은 둘은 서로 묘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여행을 떠났다.


#


여정을 축복하듯 하늘에서도 새하얀 눈꽃이 반겨주었다.


뽀드득

뽀드드득


순백의 세상에 울려 퍼지는 발걸음 소리. 백지를 까맣게 물들여가듯 둘은 그들의 족적을 남기며 나아갔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과는 다르게 천천히 걷다 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죽음이 끝이며 동시에 시작이듯 멸망한 세계에도 봄이 찾아왔다.


타들어 간 잿더미 속에서 꽃이 피고, 시체가 즐비했던 거리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사실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것은 인간이 아니었을까.’

그녀와 함께하는 여정 속에서 수민은 많은 것들을 느꼈다.


어쩌면 세상은 망한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거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뒤늦게 수민은 이 여정의 목적지를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총단“

그녀는 아직도 몰랐냐며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수민을 마주 보며 대답하였다.


”그러니까 그 총단이 어딘지를 묻고 있는 건데.“

답답하다는 듯 되묻는 수민의 말에 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설악산. 용아장성. 소청봉 그곳에 총단이 있어. 생각보다 금방이니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좋네. 설악산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지.“

수민의 궁금증이 풀리고 설악산을 향한 여정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클랜 이름이 뭐였지? 거기에도 너와 같은 강자들이 있어?“

처음만 어려웠지 한번 질문을 시작하자 수민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연옥. 나를 제외하고도 강한 사람들은 많아 다들 공개적이지 않을 뿐이지.“

거듭되는 수민의 질문 공세에도 그녀는 차근차근 수민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이 세상이 연옥과 같다고 여긴 사람들이 모인 곳이야. 사연이 가득한 곳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쇠락한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너처럼,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곳이야.“


”뭐랄까 애증의 관계 같은 거로군.“

대화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면서 둘의 사이는 한층 더 가까워졌다.


”뭐 그런 셈이지. 이번에는 내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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