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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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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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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9,945

작성
21.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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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DUMMY

#


사악한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둘의 대화에 수민은 도저히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


숨어있던 건물의 뒤편에서 뛰쳐나오는 수민의 눈시울은 어느 때보다도 슬퍼 보였다.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사악한 종자들아!“


수민의 전신이 도시를 뒤덮는 환한 빛으로 물들고, 노을처럼 붉게 물든 눈가에서는 한 방울 눈물이 흐른다. 한 방울의 눈물에 여러 감정이 휘몰아친다. 남자의 눈물은 그런 것이다.


”악(惡)을

.

.

.

구축한다!“

체중을 실은 묵직한 찌르기가 대기를 가르며 맹수와 같이 놈의 심장을 노렸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던 일격은 너무나도 쉽게 가로막혔고, 이어지는 놈의 반격에 수민은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크윽“


수민의 단련된 근육으로도 김형의 주먹에 실린 사악한 기운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날 찾으러 여기까지 온 거니? 우리 귀염둥이.“


”뭐?

정의의 편?

빛의 심판?

유치하기 짝이 없구나 정말.“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수민을 향해 걸었다.


두둑


깍지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공포감을 조성한 그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수민 또한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한번 광기에 물든다. 육체의 고통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욱 컸기에 고통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며 이를 악물고 소리친다.


더럽고!

추악한!

악마!!


크아아아아


수민을 붙잡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정의의 스위치가 켜진다.


-촤아악


상의가 찢어지며 다시금 드러나는 단련된 근육은 그야말로 야생 그 자체. 야만전사와 같은 모습으로 양손으로 창을 붙잡고 악을 심판한다.


”막을 수 있었지만 방관한 죄··· 죽음으로 갚아라!“


힘찬 기합과 함께 김형을 향해 맹렬하게 창을 휘두른다. 수민이 노리는 정수리, 미간, 눈, 사타구니 그 어느 곳도, 급소가 아닌 곳이 없다.


-텅.텅.텅.텅.텅!


급소를 노리고 날아오는 창날을 그는 맨손으로 받아낸다. 역시 이성을 잃은 채로는 그와 같은 강자를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까.


팔꿈치로 창날을 튕겨내며 수민의 빈틈에 정권을 쑤셔박는다.


”지난번의 그 정교한 초식은 어디 가고 이런 단순한 짐승만이 남은 거지?“

동작이 커진 수민의 빈틈을 항해 주먹의 연격을 꽂아 넣는다.

기대 이하로군, 마치 힘만 믿고 설치는 아이 같지 않은가.


”잘난 정의는 누구의 편이지? 응?

뭐라고, 승자의 편이라고?“

뒷짐을 지고 수민의 공격을 한 걸음씩 움직이면서 고개를 젖히는 것으로 여유롭게 피하며 조롱하자 수민은 빠득 이를 갈았다.


”내가! 정의다! 내가··· 내가!“

그 추악한 주둥이로 정의를 모욕하지 마!


그가 내지른 주먹을 수민은 손을 활짝 펴고 두 손으로 움켜쥔다.


주먹을 부셔버릴 듯 꽉 움켜쥐는 수민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는다. 어째서 악의 무리 주제에 이렇게 강한 것일까, 수민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힘과 힘의 대결.


근육질의 수민과 달리 평범한 모습의 그는 순수한 근력만으로도 못지 않았다.


”자네 실전 압축 근육이라고 들어봤나? 무식하게 큰 근육은 오히려 둔해질 뿐이지.

소근육도 확실하게 단련했었어야지!“


지면이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몸을 중심으로 움푹 주저앉았다.

그는 씨익 웃으며 왼발을 축으로 수민을 붙잡고 반대편으로 엎어 친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수민은 한 움큼의 피를 토했다.


”커헉“


”한심하군 한심해. 힘만 믿고 날뛰는 꼴이라니. 이래서야 써먹을 곳도 없을 것 같은데, 유감이네.“

쯧쯧 혀를 차는 모습에 멀어져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수민은 벽에 기대어 일어섰다.


”크르르르륵“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할 때가 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대충 마무리하고 생포해요. 마녀도 잡아야죠.“

지겹다는 듯 하품하며 그를 재촉하는 그녀는 직접 수민을 기절시키기 위해 품속에서 주사기를 꺼내어 수민의 배후로 접근했다.


#


한편 정후는 전반적인 서울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로 녹아들었다. 이미 도시는 안팎으로 정신없는 상황.

외부로는 대요괴의 침입, 내부는 수민을 잡기 위한 추격대가 편성되어 도시의 구석구석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정말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녀 또한 서울의 분위기가 무척 과열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놈의 위치만 알려주면 우리도 외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

”아니 글쎄 그분께서 직접 공표하셨다네. 신고만 해도 최소 중심부에 거주할 권리와 돈을 준다더군.“

”근데 광견을 죽인 그자라면 창절(槍絶)이라는 이명을 가진 랭커 아닌가?“

”아니 글쎄 놈이 만신창이라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멀리서 지켜보다 신고만 해도 그게 어딘가?“

일반 시민들마저도 수민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다. 아무래도 일이 좀 복잡하게 꼬인 것 같은 느낌.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니까.


북적거리는 인파를 벗어나 추격대의 상황과 도착하지 않은 지원군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기 위해 그녀는 인근의 술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술집만큼 다양한 정보가 모이는 곳이 없지.


짤랑


네온사인이 깜빡이는 우중충한 분위기의 술집의 문을 열자, 이미 대낮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인 듯 벽면에는 지명수배자들의 얼굴과 신상이 기록된 자료들이 한가득 붙어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귀를 기울이는 사이 바텐더가 다가와 메뉴판을 가져다 준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바텐더를 빤히 쳐다보던 그녀는 의자에 팔을 기대고는 어색하지 않게 말했다.

”올드 패션드, 가능해?“

”물론입니다.“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어 조각하는 사이 그녀는 능글맞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여긴 대낮부터 시끌벅적하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겠죠? 서울은 처음이신가 봅니다?“

”그래보이나? 역시 숨긴다고 완벽하게 숨겨지는 건 아닌가 봐, 이런 건 체질에 맞지 않아서 말이지.“

”어디서 왔는지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술 앞에선 모두가 평등한 것인데.“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그의 태도는 바텐더의 귀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뎅···뎅


아메리칸 위스키가 베이스가 되는 구릿빛의 칵테일을 크고, 투명하고, 각진 멋진 얼음을 넣어 스터로 젓는다. 몇 안되는 재료를 필요로 하지만 ‘클래식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이것은 단순한 만큼 분명히 맛이 있다.

”마라스키노 체리는 넣지 않는 건가?“

”넣을 수 있다면 넣고 싶지만, 이런 세상에서 일개 바텐더가 그런 것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 웃으며 완성된 칵테일을 내어놓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방구석 주정뱅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게 좋은 것이지.


”훌륭하군.“


한 모금 들이키자 코를 감싸는 향긋한 오렌지의 향. 달짝지근한 설탕의 맛이 혀끝에 맴돈다.

역시 클래식한 것이 좋은 법이지. 우연치 않게 들른 곳에서 훌륭한 칵테일을 만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녀는 본래의 목적을 상기했다.


”그나저나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 장소라면 아는 것도 많을 것 같은데··· 말 상대를 해주겠나?“

”이것저것 주워들은 건 많지만 원하시는 대답을 드릴 수 있을지는··· 하하, 궁금하신 게 무엇인가요?“

더는 숨기지 않고 그녀는 솔직하게 원하는 것을 말했다. 그런 그녀의 당당한 태도가 호감이었던 듯 그는 흔쾌히 정보를 제공했다.


”외곽의 대요괴는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만, 어떤 클랜도 움직이지 않았으니 그것을 믿는 사람은 적지요. 오히려 경보가 울린 순간부터 창절에 대한 수배지가 붙었으니까요.“

다른 테이블에 잔을 보내며 그는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더 알고 있는 게 있지?“

”술 한 잔 값으로는 부족하지만, 뭐 서비스로 치죠.“

”대요괴가 인위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물론 김형이 주도한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지만요. 그 증거로 지원군으로 편성되어야 하는 메이저 클랜들이 오히려 사라진 창절을 쫓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였나.“

가장 큰 궁금증이었던 지원군의 부재가 해결되면서 이 모든 것이 그를 낚기 위한 개미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에 도사리는 음모에 한 발을 걸친 이상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마음과 수민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지금의 상황은 창절을 잡으면 일확천금의 기회와 함께 중심부에 거주할 수 있다는 말에 다들 미쳐있는 상태죠. 신고만 해도 그 정도이니 추격대가 받을 보상은 정말 어마어마할 테니, 안타깝지만 그 사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죠.“

”그런가, 술 한 잔 값으로는 과분한 정보로군.“


언제부터인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늘기 시작하더니 살기 어린 기운들이 주변에 아른거렸다. 그녀도 변화를 느끼고는 슬그머니 자리를 뜰 준비를 마쳤다.


일촉즉발의 상황.


짝짝짝!


바텐더가 박수를 치며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이곳은 중립지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말과 동시에 그의 기도가 급변하며 장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름한 술집의 바텐더치고는 아는 것이 많다 싶었더니 역시, 평범한 술집 주인은 아니었던 걸까.


덕분에 빠져나갈 준비를 마친 그녀는 눈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살며시 자리를 피했다.

‘수민이 위험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이상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여긴 그녀는 수민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두억시니와의 전투 직후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걸레짝이 된 수민에게 김형과의 전투는 전투불능이 되기에 충분했다.

흐릿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 과도한 출혈로 붉게 물든 시야를 씻어내려는 찰나, 유진의 손에 들린 주사기가 수민의 목덜미에 박혔다.


평상시라면 가볍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의 수민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만 버티고 어서 쓰러져줄래? 포기하면 서로 편하잖아.“

가슴으로 수민을 끌어안으며 귓가에 속삭이는 그녀는 선악과를 부추기는 간교한 뱀과 같았다. 약효는 전신에 퍼져 신체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었지만 그는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

여기서 무너진다면 스승을 뵐 면목이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노려보는 모습에서는 정의감 이상의 그 무언가가 느껴졌다.


-퍼억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난 그녀는 수민의 무릎을 걷어차며 무릎을 꿇렸다.


악!!!


”찌증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저기요 아저씨, 좀 기절하라고!!“


쫑긋


수민을 찾던 정후의 귀에 그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심상치 않은 목소리에 그녀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달린다.

걱정하지마, 그는 강한 사람이니까··· 별일 없을 거야.


자그마치 도시 하나의 거리를 일 분도 지나지 않아 주파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릎을 꿇고 있는 수민이었다.

무너진 건물들과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갈라진 대지로 보아 큰 전투가 있었고 수민이 졌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자리에 있는 것은 둘. 김형과··· 친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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