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6,692
추천수 :
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2.23 17:34
조회
428
추천
0
글자
17쪽

2화

DUMMY

#


산속 깊은 오두막.

세상과 동떨어진, 하지만 동화 속 배경이 생각나는 환상의 세계.


다시 정신을 차린 수민의 곁에는 정체불명의 한 남자가 수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정신을 잃은 탓에 잘은 모르겠으나 어루만지는 남자의 손길은 무척이나 따뜻했던 것 같다.


“너를 내 마지막 과업으로 삼으려 한다.”

단단해 보이는 기골. 반백의 머리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붉은 장포를 걸친 중년. 수민의 목숨을 살려준 것으로 보이는 남자는 담백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시덥지 않은 개소리에 정신을 차린 수민은 콧웃음을 쳤다.


“늙은이 뒈지고 싶은가 봐?”


수민이 비웃음을 날리며 힘을 끌어올리려 하지만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았다. 수민의 전신에 깃들어 있던 마기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수민을 향해 남자는 수민의 머리에 각인시키듯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읊조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금방이라도 귀에서 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픈 귀는 둘째치고 수민은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분명 벼랑 끝에 있었다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저주받아 마땅한 마기는 봉인했다. 아무리 천살성을 타고난 신체라지만 골수까지 뻗친 마기라, 네놈의 삶은 인간 백정이 분명하렸다. 걱정 마라. 그 빌어먹을 정신상태를 뿌리 채 뽑아주마.”

그 무엇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이 남자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것 만은 알 수 있었다.

마기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육체의 상태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탓에 수민은 우선 이 남자를 제압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그만이지.


순식간에 계산을 마치고 마치 본인이 무엇이라도 된 마냥 짓거리는 남자를 향해 수민은 침을 뱉었다.


카악



물론 일반인과 다름없어진 수민이 뱉은 침 따위를 그가 맞을 리가 없었고, 침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씨익.


기분 나쁘게 웃는 늙은이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오한이 생기고 남자는 단 한마디를 말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으니, 우선 뒈지기 전까지 맞고 시작하지.”

그렇게 수민은 다시 정신을 잃었다.


#


수민이 눈을 뜬 것은 그날 저녁. 온몸은 구타로 인해 검게 멍들어 있었고 갖가지 성스러운 주문과 문양이 가득했다.


팔자에도 없는 문신이라니···


어떻게든 벗어나려 애써 보지만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결국 수민은 포기했다. 그래도 흐릿하던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기에 수민은 반항하기보다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늙은이, 궁금한 게 있는데, 그날 왜 나를 구한 거지?”

지금껏 참아온 질문을 하며 수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놈이 불길을 내뿜는 순간 지상에 살아 있던 건 오직 너뿐이었다. 마기가 골수까지 뻗친 너지만 그래도 인연이다 싶어서 사람을 하나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지.”


“물론 이해를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지. 하지만 이해를 시키고 말 것이기도 하지. 자네 목숨을 살려준 늙은이의 마지막 고집이라 생각하게.”


“아, 그리고 천살성의 기운이 너무 강해 내가 직접 봉인시켰으니 아마 자네 실력으로 푸는 것은 어림도 없을걸세.”

조곤조곤 신경 쓰이게 파고드는 남자의 말은 수민의 신경을 무척이나 거슬리게끔 하였다. 말 같지도 않은 상황에 화가 난 수민은 남자를 향해 비꼬듯이 말했다.


“제멋대로 살리고, 제멋대로 봉인하고 신선놀음은 좀 재미있으신가?”

남자의 일방적인 통보에 기분이 매우 언짢아진 수민은 잔뜩 비아냥거리며 투덜댔다.


“그 생각도 골수에 파고든 마기를 뽑아낸다면 달라질걸세. 그리고 언젠가 네가 죽인 사람들이 업보가 되어 다가오겠지.”

싱긋 웃으며 마치 너에게 선택지는 없다, 결국 내 말대로 될 것이다 라고 말하는 남자의 언행에 수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야 이 개새끼야!”

수민이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지르자, 남자는 다시 수민을 구타했다.


-퍼억!


마구잡이로 패는 듯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손길 하나하나에 짙은 선기가 베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고치겠다며 남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수민을 두드려 패기 시작한다.



“나는”


늑골에 꽂히는 주먹


“너를”


명치에 박히는 무릎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니라.”


요혈을 정확하게 노려 정성스럽게 타격하는 모습은 흡사 아끼는 제자에게 추궁과혈을 펼쳐주는 것 같이 보이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며칠을 미친 듯이 팼을까. 광기와 복수심으로 불타오르던 수민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지며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을 보이는 듯 싶었다.

매일 삼시 세끼 입에 집어넣는 약초들은 수민의 찢어진 기혈을 복구하였고, 계속되는 선기의 흡수는 탁한 수민의 머리를 조금씩 정화 시킨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짐승이 단번에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 보름 만에 수민은 입을 열었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수민은 자신의 단전에 새로이 자리 잡은 선기를 느끼며 몸시 불쾌하다는 듯 핏발선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탄산수 같은 시원한 기운이지만, 수민에게는 그 무엇보다 불쾌한 기운.


선기(仙氣)는 단순히 정순한 기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선인이 등선을 위해 평생을 쌓아온 마치 용의 여의주와 같은 보물인 것이기에, 그렇게 중요한 선기를 자신의 단전에 스며들게 하는 남자의 행동은 정말인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대답해, 대답하라고 늙은이!”

“······”

수민의 고함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


“말을 해보라고. 말이 안 들려? 힘을 되찾는 순간 가장 먼저 널 비참하게 찢어 죽일 거다.” 살기 짙은 수민의 협박에도 남자는 그저 매일 같은 행위를 반복할 뿐이다.


크흐흐흐

크하하하하


입이 찢어져라 크게 웃으며 수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민은 지금껏 맞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기가 없다면 선기를 이용하면 그뿐, 그에게 있어서 선기란 마기보다 거북한 기운일 뿐이었다.


“선기(仙氣)? 선기라고 내가 언제까지나 다룰 수 없다고 생각했나? 응? 마기가 그 성질을 잃었을 뿐이지.”


-우드득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몸에 시동을 걸며 수민은 남자를 물어뜯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남자의 노력은 헛된 것이었던 것일까.


“뒈졌어 늙은이. 곱게는 죽이지 않는다!”


-파앗


청아한 기운으로 사특한 기술을 펼치는 수민의 모습은 괴이하지만, 그 손속은 누구보다 잔혹하다.


남자의 급소를 향해 폭풍처럼 수민의 주먹이 파고든다. 일격에 끝을 보겠다는 강맹한 공격.


허리를 비틀어 전신의 힘을 토해낸 왼손이 그의 안면에 부딪쳤다.

‘닿았다!’


왼손에 이어 오른손이 송곳처럼 남자의 명치를 노렸고, 왼발이 기묘한 각도를 그리며 섬광처럼 늑골에 틀어박혔다.


“···해치웠나?”

공성추와 같은 묵직한 필살의 공격을 내지른 수민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에 흙먼지가 조금씩 가시고, 서서히 보이는 흐릿한 인영.


“설마···?!”


흙먼지 속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


“재롱은 그게 끝인가?”

먼지를 뚫고 다가오는 남자의 몸은 수민의 공격이 무색하리만큼 맞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단단했고,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미친 늙은이가!”

이번에야말로 끝을 보겠다는 각오로 순식간에 남자의 후미를 점한 수민은 그의 심장을 노리며 갈고리 같은 손을 뻗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자의 손이 수민의 손목을 낚아채며 비스듬히 고개를 돌린다.


“아주 훌륭한 살인마의 눈이야.”


쩌-억!


남자는 남은 한 손으로 수민의 머리통을 잡고 얼굴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쾅

-쾅

-쾅!


수민의 눈에서 독기가 빠질 때까지 몇 번이고 폭력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은 과연 누가 마인 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쓰-벌···”

정신을 잃고 피범벅이 된 수민을 업어 들고 남자는 다시금 치료를 시작했다.


#


다음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이다. 아직은 이길 수 없음을 직감한 수민은 반항하는 것을 멈추었고 남자 역시 수민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아직도 자네가 나를 이기고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

“그렇다면 왜 자네는 나를 이길 수 없을까?”

“네놈이··· 더럽게 강하니까. 애초에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하는 현실에 수민은 수치스러움을 무릅쓰고 말했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지만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나? 자네 정도의 실력자가 내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한다는 게?”

“무슨 소리지?”

“한번 잘 생각해보게. 혹시 아나? 좋은 일이 있을지.”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서는 수민을 향해 돌멩이 하나가 매섭게 날아든다.


-휘익


맞으면 곱게는 죽지 못할 것 같이 날아오는 돌멩이. 남자는 다만 고개를 옆으로 까딱하는 것으로 가볍게 피했다.


“아, 손이 미끌어져서 그만···”

수민의 이마에 땀이 맺히고 남자는 그런 수민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민이 한걸음 다가올 때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수민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안쓰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되어 먹은 몸뚱이냐! 사람이 맞기는 한 건가?’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남자를 피해 달아나던 수민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공포감에 질끈 눈을 감았지만 남자는 그저 지켜볼 따름이었다.


“따라오게”


#


처음으로 오두막을 벗어나는 길. 작은 골짜기를 거쳐 요정이 살 것 같은 신비로운 숲을 지나 남자를 따라간 곳에는 거대한 웅덩이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느낄 수 있겠지.”

영문모를 말을 중얼거리던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수민을 웅덩이 속으로 뻥 하고 발로 밀어버렸다.


“너 이 새끼 또···”

말을 잇지 못하고 수민은 웅덩이에 잡아먹히듯 빨려 들어갔다.

#


수민을 기다리는 것은 고요한 어둠.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 치던 수민은 한계에 다달아 그 입을 열었다.


“응?”

문득 숨을 쉬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수민은 자신의 발밑에서 반짝이고 있는 무언가를 향해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반짝이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던 수민의 주변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둥둥 떠다닌다.


툭 하고 잡아 본 유리 조각 하나.

그것에는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이게 무슨?”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곳엔 수민 자신이 누군가의 심장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영상처럼 재생되고 있었다.

흐읍


설마 하고는 주위의 다른 조각들을 살펴보지만, 이 모든 것들은 수민의 손에 소중한 것들을 잃은 희생자들의 기억들이었다. 기분이 나빠진 듯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수민의 손에 잡힌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수민은 빨려 들어갔다.


#


“여기는···?”

작열하는 태양, 뜨거운 바람이 메마른 대지를 할퀴는 누군가의 기억 속. 수민은 어느 꼬마 아이의 몸에 빙의된 채로 삶을 체험하는 중이다.


허억 허억


한 남성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수민을 품에 안고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 속으로 뛰어든다. 얼핏 보이는 남자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공포.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정신없이 달리는 그의 뒤로 미세한 발소리가 흐른다.


그런 남자의 뒤를 쫓는 검은 존재들.


뚝···뚝···


남자의 옆구리에는 깊은 상처가 자리 잡고 있었고, 한 손으로 상처를 움켜줘 보지만 피가 흐르는 것은 이미 멈출 수 없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자식만은 부디··· 부디···


“아들··· 지금부터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알았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것일까, 남자는 주위를 살피며 수민을 세게 끌어안았다. 가슴속에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킨다.


사랑한다 아들.




“아빠···”


수민 또한 이 순간이 서로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샘은 고장 난 태엽처럼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아빠는 우리를 쫓아오는 무서운 아저씨들을 혼내주러 갈 거야. 아들은 아빠가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무조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도망쳐야 해. 알겠지?”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추격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아이.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가 생겼다. 그 무엇으로도 매울 수 없는 구멍이.

.

.

.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도 점차 기울어지고 시간은 어느덧 저녁을 앞두었고, 수민은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아빠가 올 시간이 됐는데···’

수민의 몸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울먹이던 중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일까?


“아빠!!”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반가운 나머지 잔해 밖으로 기어 나온 수민의 이마에 끈적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누군가의 머리가 전신을 검게 물들인 사내의 손에 잡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빠?”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를 슬퍼할 틈도 없이 사내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방긋 웃었다.



“여기 있었구나 꼬마야.”


털썩하고 시신을 바닥에 떨군 채 사내는 수민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새하얀 아이의 목덜미가 거무튀튀한 사내의 손에 의해 창백하기 질리기 시작했다. 바위마저 부숴버리는 사내의 악력이 목을 조이자 아이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온몸을 비틀었다.


끄으으읅윽


강하게 억죄오는 사내의 손에 수민은 온몸을 바둥대며 도망치려 했지만 가녀린 아이의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비명을 질러보지만 나오는 것은 비탄에 젖은 눈물뿐.


“널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단다. 너희 아빠도, 너도 정말 귀찮았다. 이건 진심이야. 나쁜 어린이는 벌을 받아야지?”

사내는 남자의 장기를 손으로 헤집으며 내장을 끌어당겼다. 고무줄처럼 쭈욱 늘어나는 대장. 맨정신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 분명하다.


“자, 보이니? 이건 간이라고 한단다.”


피로 번들거리는 손을 흔들며 아이의 눈앞에서 아비의 장기를 하나씩 꺼낸다.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치 않는 사내는 인세에 다시없을 마인이 분명했다.


“혹시 음식은 잘 먹는 편이니? 편식을 하면 아저씨는 화가 날 것 같은데···”

손에 든 간을 수민의 입에 틀어박으며 사내는 해맑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래그래 착한 어린이구나. 이렇게 잘 먹다니 아저씨는 참 기쁘네!”


콜록 콜록


우웨에에에엑


입안 가득 들어찬 것들을 토해내며 구슬프게 우는 수민의 머리카락을 사내는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수민의 눈에는 공포,경악,절망,분노,좌절의 모든 감정이 하나가 되어 회오리치고 있었고 그런 수민의 반응을 즐기던 사내는 수민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끄러운데··· 너도 어쩔 수 없는 나쁜 아이구나···.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지.”

-푸욱


말을 마친 사내는 아이의 심장에 손을 집어넣으며 팔딱팔딱 뛰고 있는 심장을 끄집어 내었다.


-핏


아이의 눈에서 생명이 사그라들고 사내가 웃는 모습과 함께 마침내 수민은 아이의 몸에서 튕겨 나왔다.


우웨에에엑


아이의 의식과 깊게 동조된 탓에 수민은 헛구역질을 하며 고통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기분이 아주 더러워, 아주 불쾌하군 아주 불쾌해!’

자신의 손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자 느껴지는 불쾌함과 한편으로는 자신의 손으로 죽인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모순 속에서 수민은 남자의 의도대로 조금씩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개 같은 장소···”

이마에 빠득 돋은 힘줄은 수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나타내는 징표와도 같았다. 하지만 수민이 여유를 부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조각들이 차례로 수민의 몸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화 21.03.05 52 0 12쪽
16 16화 21.03.04 72 0 10쪽
15 15화 21.03.04 70 0 12쪽
14 14화 21.03.03 59 0 12쪽
13 13화 21.03.03 60 0 9쪽
12 12화 21.03.02 78 0 12쪽
11 11화 21.03.02 81 0 12쪽
10 10화 21.03.01 100 0 12쪽
9 9화 21.03.01 79 0 11쪽
8 8화 21.02.26 83 0 12쪽
7 7화 21.02.26 78 0 12쪽
6 6화 21.02.25 95 0 11쪽
5 5화 21.02.25 146 0 13쪽
4 4화 21.02.24 190 2 12쪽
3 3화 21.02.24 223 1 13쪽
» 2화 21.02.23 429 0 17쪽
1 1화 +2 21.02.23 1,006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