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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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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945

작성
21.0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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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DUMMY

7.

#


이튿날


수민은 동이 틀 무렵 설화만을 등에 걸치고 집을 나섰다. 테이블에 잠시 도시를 둘러보고 오겠다는 메모만을 남긴 채.


’그녀가 본다면 화를 내려나?‘

싱거운 생각을 하며 온몸으로 서울의 공기를 느끼는 수민. 이른 시간이지만 거리에는 열기가 가득했다.

달짝지근하게 풍겨오는 노점상의 음식 냄새가 수민의 식욕을 자극하고, 각양각색의 볼거리 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우선은 아침이지. 먹지 않으면 근손실이 올 수 있으니까.‘


여행의 묘미는 식도락이라는 생각으로 이른 아침부터 밥을 먹을 생각에 설렌 수민이 번화가를 뒤적거리며 맛집을 찾았다. 허름한 간판부터 불빛이 화려한 간판까지 서울은 곧 죽어도 서울인 만큼 번화가 만큼은 세상이 망했다고 느낄 수 없는 활기를 보였다.


“무봉니 순대국? 역시 아침은 국밥이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면 하루가 든든하니까 말이야.”

군침을 삼키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허름한 인테리어에 비해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집 틀림없는 맛집이다.


빈자리 하나 없는 가게를 보며 수민은 확신에 찼다. 기분이 좋아지며 손님들이 먹는 순대국을 바라보니 역시, 푸짐한 머릿고기가 가득했다.


“다음 손님.”

입구에 앉아있기를 얼마간 수민의 차례가 돌아왔다.


“네!”

잔뜩 상기된 얼굴로 황급히 빈 자리에 착석하고는 미리 생각해둔 메뉴를 주문했다.

“순대국(특)에 다데기 잔뜩, 들깨 가루, 깍두기 잔뜩이요!”

“네네, 금방 나갑니다.”

곧 나올거라는 기대감에 잔뜩 흥분한 수민은 애타게 주방을 바라보며 다리를 동동 굴렸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사람다운 음식인가. 스테이크를 먹은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이라면 역시 국밥이지.


먼저 나온 음식들을 구경하던 와중 수민 시선을 강탈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국밥 두 그릇을 시켜놓고 밥을 말아먹는, 하지만 묘하게 기품있는 모습이 눈에 띄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이 인상적인 여인 말이다.


처음엔 두 그릇이나 먹는 것에 놀랐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이런 곳에 있을 법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더욱 더 시선이 집중된 것이었다.

국밥을 먹는 와중에도 허리춤에 찬 검과 답답해 보이기까지 하는 갑주를 벗지 않는 것을 봐서는 아무래도 초인인 모양.


범상치 않은 외모와 무장으로 보아 평범한 여인 같지는 않지만 중요한 것은 국밥을 먹는 것이기에 수민은 때마침 나오는 국밥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국밥. 도화곡에 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진수성찬이다. 우선은 음식에 대한 예의를 지키도록 하자.

우선은 들깨 세 스푼.

다데기 한 큰술.

새우젓 조금.

그리고 청양고추 조금.


참을 수 없는 냄새다.

하지만 우선은 국물부터.

음!

역시는 역시.

아주 진하다. 국물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향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만족감이 몸을 달아오르게 한다.


다음은 순대.

순대국에 순대가 빠질 수 없지.

순대국이 아닌 일반 순대를 먹었을 때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촉촉함이 느껴진다. 입안 가득 퍼지는 돼지의 마음.


축사가 아니다. 광활한 초원을 뛰어놀며 자유를 만끽하는 데이빗.

분명 그 어떤 돼지보다 행복한 돼지였을 것이다. 이만한 식감이라면 고통 없이, 죽은 줄도 모르고 하늘로 떠나지 않았을까.

야생의 돼지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전율.

전신에 번개라도 맞은 듯 찌릿한 소름이 돋았다.

하늘에서도 웃고 있겠지.

데이빗이 두툼한 앞발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아른거린다.


어이 젊은 친구


데이빗···


내 몸은 어땠지?


만족할 수 있었을까?


최고였어···


눈물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안녕 데이빗


흐르는 눈물을 속으로 삭이며 다음으로 머릿고기로 눈길을 돌린다.

순대가 이 정도라면 머릿고기는 도대체···

쌈장을 올린 후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본다.


“···!!”

이건···

달라


순대가 자유로운 돼지였다면 이건··· 완벽하게 다듬어진

그래

‘난’ 이다.


모름지기 난이란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식물이다. 조금이라도 신경 쓰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는.

애인이라고 생각하며 대해야 비로소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그런 식물.


이것은 데이빗과는 달라.

순대에서 광활한 초원의 기상이 느껴졌다면, 머릿고기는··· 수없이 정성을 들인 트리플A급 한돈(韓豚).

특급 관리를 받으며 자란 정성이 느껴진다.


“이모···”

수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음식을 나르는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네~ 갑니다.”

절래절래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그냥··· 감사합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는 눈물 젖은 국밥을 먹는 수민의 모습에 두 그릇의 국밥을 먹던 그녀가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수민은 미친 듯이 국밥을 들이켰다.


“이모, 잘 먹었습니다 정말···”

자리에 돈을 올려놓고 가게를 벗어나자 어느덧 오전이 지나갔다.


서늘한 날씨지만 거리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고, 햇살은 눈이 부셨다. 자연스럽게 걷다 보니 사람들로 인해 길이 막히는 구간이 나타났다.

웅성대는 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인파를 헤치고 맨 앞으로 다가가니 화려한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옷의 어린아이가 넘어져 다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옆에서 가슴팍에 푸른 늑대 무늬의 표식을 새긴 무장한 남성이 아이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아주 시건방진 꼬맹이구나.”

아이의 복부에 발길질을 하는 남성과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아무도 나서서 돕지 않는 이 광경은 이상하다 못해 무서울 지경이다.


“아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아파요, 살려주세요.”

어른의 발길질, 그것도 무장한 성인 남성의 발길질은 순식간의 아이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수민은 재빠르게 아이의 앞을 가로막으며 발길질을 하는 남성의 발을 손으로 잡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너무한 것 아닙니까.”

단호한 어조로 선을 긋듯 남자의 발을 내친다.


“내 앞길을 막은 게 무슨 의미인 줄은 알고 이러는 걸까, 어디서 굴러온 개 뼈다구 같은 새끼가 감히 청랑(靑狼)의 간부를 막아서는 거지?”

등 뒤에서 칼을 뽑아 들며 수민의 목에 칼을 겨누는 남자의 행위에 수민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아이를 감싸기 위해 숙였던 몸을 펴자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수민이 터질듯한 근육을 자랑하며 남자를 내려다 보았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려 줬으면 좋겠어.”

수민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조소를 머금자 남자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하며 수민의 목덜미로 검을 내리그었다.


“애새끼와 쌍으로 죽여주마”

살기 가득한 목소리와 달리 남자의 검은 수민의 목을 끓어내지 못하고 철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왔다.


“후우, 멍청아 그런 허술한 검으로 단련된 몸이 베일 리가 없잖아.”

맨손으로 검을 잡아 부숴버리고는 수민은 남자의 복부에 짧게 주먹을 끊어쳤다. 퍽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끊어진 연처럼 허공에 붕 떴다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사람답게 살자 우리.”

다친 아이를 한 손으로 안고 병원으로 향하는 수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낯익은 모습의 여성이 중얼거렸다.


“정의(正義)라···밥만 잘 먹는 줄 알았더니 의외네. 하지만 경솔했어. 조금 도와줘 볼까.”

수민의 걸어간 길을 지긋이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였다.


#


“좀 어떻습니까?”

아이의 상처를 의사에게 보이며 걱정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애 아빠이다. 조금 더 일찍 데려왔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무렵 의사가 아이의 몸을 조금 더듬대고는 대답했다.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는 아니네요. 그래도 아이가 이 정도 상처를 입는 건 보기 드문 일인데 어쩌다가···.”

“못된 어른들의 잘못 때문이죠.”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으니 찢어진 부분만 꿰매면 문제없을 겁니다. 대금은 어떻게?”

의사는 아이의 환부를 소독하며 수민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되겠습니까?

주머니에서 유진이 사용하라고 준 돈주머니를 주섬주섬 꺼내놓는다.


”카운터에 두고 가시면 됩니다. 얼마 안 걸릴 테니 나가계시면 수술 후에 불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원 밖을 나서는 수민이었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수민이 잠시 밖에서 기다리는 사이 거리의 끝에서부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저기다! 덩치 큰 곰 같은 놈. 뛰어!“


우르르 몰려오는 그들의 어깨에는 아까 수민과 드잡이질을 했던 남자와 같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청랑(靑狼)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벌집을 건드린 것 같다는 생각과 여기서 일이 더 커지면 유진씨에게 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수민은 고민을 시작했다.


”포위해!“


수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각기 무기를 뽑아 들고는 수민을 향해 겨누는 그들은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감히 청랑(靑狼)을 건드리고도 서울에서 사지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얼굴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흉악해 보이는 남자가 오함마를 빙빙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다.

역시 안되겠다, 이것들은 글러 먹었어.

수민이 한숨을 내쉬며 날아드는 오함마를 향해 정권을 뻗으려는 찰나 어디선가 연막탄이 날아 들어와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이쪽으로.“

귓가에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찌 되었든, 곤란했던 차에 다행이다 싶었던 수민은 목소리를 따라 몸을 빼냈다.


후미진 골목들 사이, 인적이 드문 곳들을 통해 빠져나오자 수민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는데 덕분에 벗어났네요.“

”오랜만이었어.“

”네?“

”정의(正意). 요즘 그런 단어 쓰는 사람도 없고, 행동하는 사람도 없거든.“

그녀는 수민을 신기하다는듯 말하며, 조금은 흥미가 동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가 어른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있는데 내버려 두는 건 사람 된 도리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무모했어. 사람들이 정의로울 수는 없어도 바보는 아니니까. 그저 지켜만 보는 건 이유가 있었던 거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뒤 상황을 다 고려하면 결국 현실과 타협하게 될 테니까.

그건 정의롭지 못한 행위입니다. 도움에는 감사하지만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저는 또다시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거니까. 그게 옳은 것이니까.“


올곧다

이 남자

정말인지

너무 올곧아서

부러질 것 만 같다


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모습은 그녀가 생각하는 누군가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찰나지만 아련함이 감돌았다. 마치 누군가를 추억하는 것처럼.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수민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에 수민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언가 익숙하다 싶었더니 아침에 음식점에서 보았던 그녀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수민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닮았어.“

”···무슨?“

수민의 반응에도 그녀는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

”싫어하지 않아. 너 같은 남자. 하지만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한 번 지켜볼게.

이틀 뒤 맞지? 시험. 용기일지 만용일지 한 번 증명해봐, 이긴다면 인정해줄지도.“

그녀가 무심코 던진 말은 파문이 되어 수민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그걸 어떻게?“

”그렇게 큰 소란을 만들어 놓고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 길 가던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당신 얼굴 보면 다 알걸. 유명해 당신.“

할 말을 마치고 뒤돌아선 그녀는 수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홀연히 안개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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