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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철 님의 서재입니다.

정의구현에 환장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도철
작품등록일 :
2021.02.22 16:47
최근연재일 :
2021.05.21 12: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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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409,945

작성
21.0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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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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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화

DUMMY

5.

#


-구어어어어어


수민의 앞에는 수백의 백귀(白鬼)들이 땅속에서 뉘엿뉘엿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후미에는 시체가 엉겨 붙어 만들어진 거대한 플래시 골렘이 추잡한 모습으로 입을 벌렸다.


”아무래도 눈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 같은데···“

잠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찾아온 장소가 하필 이런 곳이라니.


”음···?!“

”백귀···! 사악한 종자들! 거기에 움직이는 시체 덩어리라니, 추악한 마귀놈들! 사탄의 사생아아아!!!“


지난 육 년간 쌓여온 정의가 폭발한다. 사악한 것을 배척하는 정의(正意)의 스위치가 켜진 것이다.


-우어어어어!


”정의의 철퇴로 죽어라 이 추악한 것들아!!“

수민은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 맨손으로 백귀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더럽고 추악한 놈드으으을! 빛의 심판을 받아라!“


-끼요오오옷


터질듯한 허벅지 근육을 자랑하며 허공으로 비상한 수민은 공중에서 팽이처럼 빙빙 돌며 추락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물론 너희들은 아니야!“

자문자답. 하지만 그의 주먹은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다.


백귀들의 머리가 풍선 터지듯 삽시간에 터져나가고 수민은 몰려드는 그것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달려나갔다.


-호에에에엣


강철보다 단단하게 단련된 구릿빛 근육을 자랑하며 수민은 눈이 시뻘게진 채로 전투를 벌였다.


양팔을 벌리며 달려나가는 것만으로도 하찮은 백귀들 따위는 믹서기에 갈린 편육이 될 뿐.


”성전! 성전이다아!!“


”지하드!!!!“


하산한 이후 처음 맞이한 악의 세력은 스승님의 가르침을 펼치기에 충분한 두 번 죽어 마땅한 축생들이었다.

수민이 설원 한가운데서 한 마리의 짐승처럼 포효하는 틈을 타 백귀 하나가 수민의 빈틈을 노리고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하, 어딜 감히 정의의 사도에게 감히! 가―암히!!!!!“


목을 물고 있는 백귀의 목을 고개를 돌려 역으로 물어뜯는 수민의 모습은 영락없는 정의의 용사였다.


”단련된 근육을 백귀 따위가 상처입힐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콰직!


발로 백귀의 무릎을 자근자근 아작내며 실실 웃는 모습은 그야말로 흐뭇한 아버지의 미소.

새하얀 설원을 붉은 핏물이 축축하게 적신다. 문득 지금의 모습이 도화지에 그려진 매화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정의는 아름다워.


”아아··· 오늘 하루도 정의는 승리했다!“

백귀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산 정상에서 수민은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스승님! 보이십니까. 스승님의 가르침,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수민의 눈앞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머쓱한 듯 코를 쓱 닦는 형준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수민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다 수민아! 아주 잘했어!! 그게 바로 정의다! 네가 바로 정의다!!’


-꾸에에엑


수민의 승리를 납득할 수 없다며 흉폭한 코끼리처럼 수민을 향해 돌진하는 플레시 골렘.


스승님께 바치는 첫 승리를 방해하는 그것의 눈치 없음에 또다시 수민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좋아! 정면승부다!“


-찌이이익


온몸에서 잔뜩 힘을 끌어올리자 수민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크업이 되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황철순.


터질듯한 가슴, 꿈틀거리는 삼두, 두근거리는 대흉근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수민의 상의가 터져나가며 단추가 탄피마냥 사방으로 사라졌다.


”남자다운 녀석은 싫어하지 않아.“

백귀들의 산을 달려 오르는 그것을 향해 수민은 두 팔을 벌려 새처럼 날아올랐다.


”너희들에게 은총을 내려주지!“

가슴에 두 손을 교차시키고 두 눈을 감는다.

순간 수민의 등 뒤에 한 쌍의 빛의 날개가 생긴 것과 같은 착각 속에 누구보다 경건한 모습으로 그것을 향해 하강한다.

운석이 낙하하는 것 처럼 믿지 못할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수민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수라.


진심이 된 두 남자의 진검승부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끝을 맺었다.

강한 충격에 시체들은 사방으로 비산하고, 하늘에서는 찐득한 핏물이 미스트처럼 내린다.


과연 승부는···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것은 구릿빛 광택이 멋드러진 남자, 수민과 몸 한가운데 수민 모양의 구멍이 생긴 골렘이었다.


”아아··· 좋은 승부였다. 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군. 다음 생에는 부디 악에 물들지 말고 정의의 편에서 만나자!“

산산조각난 손에 악수를 청하며 그렇게 요란한 설원에서의 첫날밤이 끝을 고했다.


#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어젯밤의 격렬함을 증명하듯 사방에는 시체들의 썩은 내가 물씬 풍기고, 검붉은 핏물이 찐득하니 굳어있었다.


ㅠ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대충 널브러진 시체들로 오두막 입구를 막고 잠을 청한 수민은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서울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군’


취잇―취잇


차가운 날씨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상남자. 이 시대의 진정한 순정마초 정수민.


붉게 상기된 몸으로 수민은 온몸에서 수증기를 내뿜는다.


치이이익


수민의 몸 위로 날아든 눈송이는 순식간에 증발한다.


뿌우우우


증기기관차 같은 소리를 내며 좀처럼 고양감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수민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짓밟으며 직진할 뿐이었다.


우지끈

.

.


쿵!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나무의 도전을 피하지 않는다.


”길을 비켜라!!“

사자후를 내지르며 폭주 기관차같이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수민은 그야말로 전차!


몇 날 며칠을 시간을 그렇게 달렸을까, 수민이 뛰어온 자리에는 불도저가 지나간 흔적만이 가득했다.

수많은 폐허들을 거쳐 마침내 도착한 곳은 거대한 철벽이 여러 겹 감싼 요새 도시였다.


푸쉬이이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수민은 꽤나 지친 듯 붉게 달아오른 몸이 제 형태를 되찾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도착한 이곳은 서울로 짐작되는 도시.


과연 인간이 만든 것이 맞는지 싶을 정도의 웅장함에 수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내 기억 속의 서울이 맞나?’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곳은 폐허가 아니라는 것 정도. 시간은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한참을 철문 앞을 서성이다 보니 장벽 위에서 눈부신 라이트와 함께 누군가가 소리쳤다.


”정지 정지 움직이면 쏜다. 사우디.“

”......? 사우디?“

”우로 삼 보 물러서 이 새끼야. 넌 뭐하는 놈인데 이 시간에 밖에 있는 거지? 그··· 그리고 왜 웃통을 벗고 있는 거야! 너 같은 새끼는 보고받은 적이 없어. 당장 옷을 입어라 더러운 놈!“

”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저는―“


수민이 오해를 풀기 위해 해명하려 했지만 초병으로 여겨지는 자는 그저 강압적으로수민을 굴복시키고자 하였다.


-팽!


귓가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잡았다.


”초인이다! 저 변태 새끼 초인이야! 쏴 죽여!.“


초병이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 하자 수민은 초병을 은밀히 제압하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수민은 잔상만을 남긴 채 바람같이 초병의 배후로 움직였다.

이어서 수민의 묵직한 주먹이 휘둘러졌다.


-쾅.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초병의 신형은 무너져 내렸다.


당황한 탓일까 조용히 일을 마치려던 수민의 의도와는 다르게 초병에게 내지른 주먹이 굉음을 터뜨렸다.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난 결과에 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마 웃통을 벗고 있던 게 문제가 아니었을까.


수민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리를 듣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명할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박해“

원으로 둘러싼 도시의 가드들이 수민의 목에 무기를 겨누며 수갑을 채웠다.


‘역시 옷이 찢어진 것이 문제였나’

수민은 그저 옷이 없었을 뿐인데 날카롭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아마 외부인에 대한 배척일 것이라 생각하며 눈을 찡그렸다.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 순순히 사로잡힌 수민의 앞에 나타난 것은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한 사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단정하게 머리 뒤로 묶은 사내는 수민이 보기에도 큰 눈과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의 지시에 따라 끌려가는 도중 바라본 도시의 풍경은 수민의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도검을 소지한 채 거리를 걷는 사람들, 마물들의 부산물을 사고파는 장터, 사람이 사람을 사고파는 모습 등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풍경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중 가장 수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전광판이었다. 지직 거리며 깜빡이는 네온사인.

도시를 대표하는 강자들을 나열한 듯 그들의 랭킹과 업적을 기록한 전광판은 세상이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하였다.


#서울

#1 피바라기

#2

#3

.

.

.

#6 검호(劍虎)

#7 권극(拳極)

#8 배틀메이지

#9 아틀라스

#10 광견(狂犬)


6년의 세월 동안 뒤바뀐 세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끝없이 탄생하는 마수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결과. 수민은 변해버린 세상이 덧없이 차갑게 느껴졌다.


사람의 가치를 힘으로 증명해야 하는 사회. 도덕과 윤리는 어디를 향해 있는 것일까.

수많은 상념들이 수민을 고민하게끔 하였다.


수민이 사로잡힌 채 끌려온 곳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건물이었다. 과거 제 2 롯데타워를 닮은 그것은 그야말로 마천루. 그중에서도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최상층에 수민은 앉아있었다.


”그래서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당신들이 내가 적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준다는 말입니까.“


수민은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 그의 정면에 앉아있는 사내는 수민의 딱딱한 말투를 들었음에도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자네가 적이 아니란 것 쯤은 알고 있다네. 세상에 어느 적이 그렇게 무식하게 야밤 중에 큰 소리가 나도록 사람을 후드려 패겠나? 물론 반라의 모습을 봤을 땐 나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말이야.“


사내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중요한 것은 자네가 초인이라는 사실이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행색을 보아하니 꽤 오랫동안 떠돌아다닌 것 같은데 이렇게 미쳐버린 세상에서 상처 하나 없다는 건 자네가 내 생각 이상의 ’강자‘라는 의미겠지?“


수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를 이 도시에 가두겠다는 겁니까?“

사내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는 너털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니, 아니. 아. 정말 딱딱한 친구로군. 도대체가 인간미라는 게 존재 하지가 않는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자네 초인 신상 등록을 하게. 그러면 자네의 신원 보증 및 주거지, 명예 이 모든 것들을 제공하겠네.“


수민은 눈앞의 사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능글거리는 어투며,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얼굴은 수민의 속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이다.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처음 보는 사내가 마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안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내가 이 조건을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분개하는 감정과는 별개로 이성은 냉철하기 그지없다.


이내 수민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대답했다.


”좋습니다. 등록하도록 하지요. 대신 그 전에 도시를 한번 둘러보고 싶습니다. 이게 과연 내가 알던 서울이 맞는지 의문이 들어서 말입니다.“


사내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좋네. 삼일의 시간을 주지. 삼일 후에 자네는 등급 테스트를 보도록 하게나. 아직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테니 자세한 건 저기 문 앞의 이유진 비서와 함께 다니며 배우시게.“


사내가 손으로 가리킨 문 앞에는 그의 비서로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무기를 든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펜을 들고 있는 그녀는 흰 블라우스에 연갈색의 스커트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사내는 그렇게 말하고는 할 말은 이게 다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깜빡했다는 듯 급하게 몸을 돌려 수민을 바라보았다.


’아, 늦었지만 내 소개를 하도록 하지. 나는 김형이라고 하네. 자네가 밟고 있는 이 도시의 ‘왕’이라고 해 두지.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는 사내. 하지만 오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보다는 조금은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수민은 작은 한숨을 내쉰 채 나직하게 대답하였다.


”도화곡의 정수민.“


사내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럼 수민 군. 궁금한 건 그녀에게 물어보도록 하고, 나는 나름 바쁜 몸인지라 슬슬 일어나 보겠네. 삼일 뒤에 보세나.“


다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는 김형.

김형이 떠난 자리에는 묘한 침묵만이 가득했다.


”이유진 씨라고 했던가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수민은 먼저 침묵을 깨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수민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는 가벼운 미소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선 식사부터 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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