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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문종-200톤 괴물전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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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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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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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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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0. 궁극의 장치(1)

DUMMY

“저하, 소인에게는 시우쇠를 뽑아내는 가마를 만들겠다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헌데 총통이라니요! 사고를 치신 지 얼마나 되었..”


장영실이 시뻘게진 얼굴로 우다다 말을 쏟아내는 것을 향이 냉큼 잘랐다.


“사고라니, 무슨 사고?”


뻔뻔한 향의 태도에 기가 막힌 장영실이 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 왜?”


“그..”


달싹이던 장영실의 입이 닫혔다. 이미 임금도 용서한 일이다.


괜히 옛이야기를 들먹이다가 세자에게 밉보이면 그게 더 골치 아팠다.


“소인이 실언을 했사옵니다. 가마를 짓겠다는 말씀에 따라 그와 관련된 이들을 데려온지라 당황해 헛말이 튀어나왔사옵니다.”


“아, 난 또 뭐라고.. 가마야 당연히 지어야지! 그런데.. 재료가 없어.”


“재료요? 가마를 짓는데 무슨 재료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옵니까?”


“도요(陶窯)에서 쓰는 백토(白土)와 생석회를 많이 가져다 달라 했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더라고.”


장인들이 눈을 끔뻑였다.


“백토면 자기 굽는데 쓰는 그거 아닌가?”


“가마를 짓는데 웬 백토에 생석회를..”


장영실이 다시 앞서 나와 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하, 송구하오나 백토와 생석회가 가마를 쌓는 데 무슨 필요가 있는지요?”


장인들 역시 향을 미심쩍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불을 다뤄 정철을 더 강하게 만든 것 확실히 대단하지.’


‘하지만 그것과 가마 만드는 게 같나! 평생을 가마 앞에서 산 나도 모르는 가마 만드는 법을 알고 있을 리가..’


이게 바로 장인들의 생각이었다. 이미 장인을 겪어본 향이 바로 그 분위기를 눈치챘다.


“못 믿겠다는 눈빛이구만?”


장인들을 이끌고 온 노야장이 얼른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옵니다. 저희 같은 천것들이 어찌 저하의 말을 의심하겠사옵니까!”


“그렇사옵니다!”


“됐다. 그럴 수도 있지. 그냥 원리를 간단히 설명해주마.”


향이 발을 슥슥 그어 바닥에 도자기 모양 그림을 그렸다.


“자, 여기서 문제. 도자기는 불에 강할까 약할까?”


“강합니다요. 무쇠를 만들 때 쓰는 무질부리가마가 아닌 이상 녹일 수 없습죠.”


“그렇지. 그럼 자기의 재료가 되는 백토가 열에 강하겠나 약하겠나?”


“그거야 당연히.. 아!”


노야장이 탄성을 터트리고 장영실의 귀가 쫑긋했다.


‘그럴싸하다!’


장인들 역시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향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였다.


“그래. 백토는 열에 강하지. 거기에 생석회는 어떠냐? 이 역시 불에 강하고, 집을 지을 때 쓸 만큼 튼튼하다. 그러니 이 둘을 섞어 벽돌을 만든다면 능히 열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오오..”


장영실과 장인들의 감탄에 향의 어깨가 으쓱 솟았다.


그 순간, 장영실이 딴지를 걸었다.


“하온데, 생석회는 물에 닿으면 아주 뜨거워지옵니다. 고령토와 석회를 어느 비율로 섞어야 할지요?”


“석회가 너무 많으면 반죽이 과하게 끓어 튈 우려가 있으니 고령토를 더 많이 섞어야겠지. 비율은.. 벽돌 서넛을 말린 뒤 물부리 가마에 넣어서 제일 튼튼한 녀석을 골라서 쓰는 걸로 하지.”


“예!”


“자, 이쯤 하면 설명이 됐을 테니 이제 총통으로 돌아가지. 이제 우리는 그 어떤 갑옷도 뚫을 수 있는 궁극의 총통을 만들걸세.”


일행의 얼굴이 다시 바뀌었다.


불안과 초조, 그리고 긴장이 섞인 오묘한 낯빛이었다.


노야장이 바들바들 떨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저하.. 꼭 총통을 만드셔야 겠는지요?”


야장들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화약은 쉬이 불이 붙는 성질이 있어 자칫 잘못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것이옵니다. 저하께서 가까이할 물건이..”


“응 써봤어.”


“그리고 총통을 만들려면 청동을 녹여 쇳물을 만들어야..”


“응 청동 안 쓰고, 쇳물도 필요없어.”


“그럼 어찌?”


“다 방법이 있어. 내가 너희보다 불에 대해서는 잘 알잖아.”


“..”


“할 말 없죠?”


거들먹거리는 향을 본 장인들의 입이 굳게 다물렸다.


‘재수없다!’


심지어 노야장은 속으로 향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모든 무기를 막는 무적의 갑옷’을 만든 사람 앞에서 잰 채를 할 수 있는 야장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헌데, 총통은 대체 왜 만드시는 것이옵니까?”


“꼴 받잖아!”


“?”


“내가 소꿉장난하자고 대장간을 짓자는 것도 아니고, 다 나라를 위한 건데 거기서 왜 국용을 낭비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이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장영실의 눈빛이 짜게 식었다.


‘말하는 뽄새나 하는 짓을 보면 솔직히 놀려고 만드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장영실은 아직도 총통을 머리에 겨누며 헤실헤실 웃고 있던 향의 모습을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눈은 즐기는 자의 눈이다!’


세종의 명으로 천문기구를 만들던 시절의 본인이 그랬기에 단숨에 알 수 있었다.


‘세자는 나랏일 때문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를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어찌 됐든 세자는 공을 세웠고 주상께 허락을 받아 이 대장간을 짓고 있다. 사고를 쳐 실기(失機)하지 않는 이상 따르는 게 맞아. 그리고..’


‘끌린다.’


세자가 제시하는 청사진은 장인의 심금을 울릴 만한 것들이었다.


무적의 갑옷, 철을 숨풍숨풍 뿜어내는 기적의 가마와 궁극의 총통까지. 쇠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만약 세자가 정말 제대로 된 총통을 만든다면..’


그때는 마음으로 따르리라.


장영실은 그리 결심하고는 열심히 설명을 늘어놓는 향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니까.. 내가 만들려는 총통은 이렇게 쇠를 말아서 만든다.”


노야장이 찬탄을 쏟아냈다.


“오! 이리하면 쇠로도 총통의 몸체를 만들 수 있겠습니다. 헌데 뒤는 어떻게 막으실 건지..”


“아, 그거? 다 방법이 있네. 그러니까 일단 가마를 만들 때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게. 가마가 있어야 뭘 하든 할 게 아닌가!”


“예!”


******


“계속 대장간을 짓고 있다고?”


세종은 박내관을 불러 향이 벌이는 일을 보고 받았다.


“예, 전하. 작은 가마가 다 지어지면 곧바로 총통을 만들기 시작할 거라고..”


쾅-!


“고얀 놈!”


세종의 두꺼운 손에 얻어맞은 서안이 부르르 떨었다.


“군기감에 가지 말랬더니 아예 궁에 군기감을 차리려 들어? 어처구니가 없구나!”


박내관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전하. 령을 내려주시면 이번에야말로 세자가 일을 벌이는 것을 막겠사옵니다.”


“됐다.”


세종이 분노를 가라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놈이 내 말을 곡해해 장난질을 친 것은 사실이다만 그렇다고 내 령을 어긴 것도 아니다. 아직은 두고 볼 테니 잠자코 세자를 호종하거라.”


“예, 전하.”


“아, 그래도 화약이 손에 들어가는 것은 결단코 막아야 할 것이다. 화약이 없는 총통은 그저 두꺼운 몽둥이에 불과하니 다칠 염려가 적으나 화약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각골명심하겠사옵니다!”


세종이 손가락으로 서안을 톡톡 두들겼다.


“흐으음.. 그래도 총통이 완성되면 쓸모를 확인하기는 해야 할 테니 총통이 완성되거든 내게 오거라. 내가 화약과 총통을 관리하고 시험할 자를 보내겠다.”


박내관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자 세종이 손짓으로 그를 물렸다.


내관이 떠나간 뒤 세종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장자라는 놈이 애비 속을 이리 썩이니.. 그나마 경학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니 다행인가.”


향은 세자시강원의 스승들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십삼경을 깨우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지학(15세)이 되기 전에 십삼경을 뗄 것이 확실하다는 말을 들었다.


아비로서도 군왕으로서도 상당히 기쁜 소식이었다.


“뭘 하든 인성(人性)이 먼저다. 경학을 배워 인륜과 도리를 알고, 일의 경중을 구분할 수 있어야 송휘종처럼 참람(僭濫)된 일을 하지 않을 텐데..”


걱정이 태산 같았다.


******


총통을 만들 가마가 완성됐다.


그 소식을 들은 향은 곧바로 대장간으로 향했다.


조말생에게 부탁(?)해 10명으로 숫자가 불어난 야장들과 장영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아. 준비는 다 해뒀겠지?”


“예 저하. 하명하신 대로 참쇠, 아니 강철로 된 철봉과 연철판을 만들어 두었고, 나무 몸체를 만들 목장도 데려왔사옵니다.”


향은 대장간을 짓자마자 복잡한 철의 분류를 세가지로 줄였다.


쇳물을 이용해 만드는 무쇠는 선철(銑鐵), 잘 늘어나는 시우쇠는 연철(軟鐵), 그리고 가장 강한 참쇠는 강철(鋼鐵).


“그래그래! 그럼 곧바로 일을 시작하지. 자네는 철판을 데우고, 거기 자네는 틀을 준비하게.”


향의 명을 받은 야장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쿡쿡-.”


향이 비릿하게 웃었다.


“이 무기만 완성되면 북적(北狄)과 왜구(倭寇) 따위는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향의 선언에 장영실이 매의 눈으로 작업장을 살폈다.


‘제작법은 확실히 혁신적이다!’


지금까지 총통은 청동을 녹인 쇳물을 주물틀로 굳혀 만들었다.


청동의 가격이 상당했음에도 이 방식은 계속 유지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는 쇠의 종류를 따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쇳물을 틀에 넣어 굳히는 방식에 쓰이는 선철(무쇠)은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어진다.


이게 무슨 말이냐.


화약 폭발이라는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 무쇠로 만든 총통은 곧바로 산산조각이 난다.


그렇게 조각난 파편은 총을 쏜 사수를 피반죽으로 만들어 버린다.


고로 무쇠는 기각.


그럼 질기고 튼튼한 강철?


이쪽도 답이 없다.


일단 틀에 넣고 굳힐 수가 없다.


만약 틀을 써 굳히면 완성품에 강철 특유의 성질 때문에 기포가 잔뜩 낀다.


이렇게 되면 화약이 터졌을 때 기포가 낀 곳을 따라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무쇠처럼 산산조각이 나지는 않겠지만 포가 깨지는 것은 똑같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철을 두드려 총신을 만들려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개같이 멸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쇠를 두드려 철봉을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걸 대체 뭔 수로 구멍을 낼 것인가?


장영실이 알기로는 강철에 흠을 낼 수 있는 건 강옥이나 금강석 같은 귀물뿐이었다.


총통에 구멍을 내자고 보석을 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느니 차라리 조금 비싸도 청동을 쓰는 게 맞았다.


이 결론은 송나라가 총통을 처음 개발한 이래 수백 년 동안 변치 않았다.


그런데 향이 이 흐름을 깼다.


향은 연철(시우쇠)이라는 소재에 집중했다.


시우쇠는 아주 질겨 선철처럼 깨질 일이 없고, 강철처럼 다루기가 어렵지도 않았다.


총을 두들겨 만든다면 연철만 한 것이 없었다.


그 증거로 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야장들은 벌써 총통의 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연철판을 강철봉 아래 끼워 넣은 뒤 판을 두들겨 둥글게 만다라. 적은 공력(功力)으로도 총통의 모양이 쉽게 잡히는군!’


장영실이 감탄하는 사이에 길다란 총열이 모양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후후.. 생각대로군!”


향이 강철봉을 감싼 연철봉을 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탕-. 탕-.


야장들이 돌아가며 쉼 없이 내리친 결과, 짧은 시간 만에 연철봉의 이음매가 접합됐다.


노야장이 기쁜 표정으로 향을 찾았다.


“저하, 봉을 다 말았사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할지를 알려주시지요!”


“그래 이제 다음 작업을 할 차례지. ‘그것들’을 가져와라!”




작가의말

1.고령토와 석회는 내화벽돌을 만들 때 쓸 수 있습니다.


2.총열 만드는 과정:

유튜버 David Hammer님의 ‘Forging a gun barrel’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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