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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개망나니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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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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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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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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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왕후의 분노(1)

DUMMY

향이 대장간에 도착하자 장영실과 노야장을 비롯한 장인들이 향을 걱정스레 살폈다.


장영실이 조심스레 물었다.


“저하, 괜찮으신지요?”


“응, 뭐가?”


“어제 중전마마께서 대장간을 혁파하시겠다며 진노하셨다 들었사옵니다.”


대충 ‘너 때문에 너희 엄마가 빡쳤다던데 무슨 일 생긴 거 아님?’이라는 말이었다.


“후후..”


향이 음산하게 웃었다.


“괜찮다. 어마마마께서 조금 놀라신 듯 하나, 내가 준비한 귀물을 보시면 기분이 풀리실 것이다. 장 별좌, 내가 지난번에 이야기한 해초 태운 재와 기름, 그리고 생석회와 물이 준비됐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는 사실에 흥분한 장영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 기름과 생석회, 잿가루를 준비해뒀사옵니다.”


“좋아! 재료들을 가지고 오게. 이제부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물건을 만들어보자고!”


여러 차례의 성공과 은상으로 잔뜩 고무된 장인들이 활기차게 답했다.


“예, 저하!”


향이 만들려고 하는 것은 글리세린!


소헌왕후를 설득할 비장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핵심 재료다.


그리고..


‘폭약의 재료지.’


알프레드 노벨이 만든 다이너마이트의 재료인 니트로 글리세린의 핵심 원료가 바로 글리세린이다.


그렇다.


향의 진정한 목적은 더 강한 폭약을 개발하는 것이지 효도에 있지 않았다.


소헌왕후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회초리를 들고 대장간으로 쳐들어왔으리라.


하지만 왕후는 아무것도 모르고 향은 글리세린을 만들 것이다.


“쿡쿡.. 다이너마이트 가즈아!”


그런데 문돌이면서 글리세린 만드는 법은 어떻게 아냐고?


향이 읽은 대체역사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꼭 하는 게 비누 만들기였고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이 글리세린이었다.


비누를 만들어서 떼돈을 번다나.


비싼데다 물량도 충분치 않은 기름으로 만든 비누가 팔려봐야 얼마나 팔리겠나 싶긴 한데..


‘뭐, 내 기준에서 비누는 부산물이고 핵심은 글리세린이니까.’


중요한 건 향이 비누와 글리세린을 만들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를 소모하거나 질문회수를 낭비하지 않고도 포인트 벌이가 가능하다는 말씀!


“먼저 생석회를 탄 물과 잿가루를 섞어라. 닿으면 살이 녹는 독액이 되니 조심해서 다루고!”


생석회를 탄 물은 수산화칼슘, 잿가루는 탄산나트륨이며 둘을 합치면 수산화나트륨이 된다.


“히익-!”


향의 경고에 아무 생각 없이 재료를 합치려던 장인이 겁을 먹었다.


“걱정 마라. 조심만 하면 문제가 없다. 계속 진행하거라. 다음은 독액과 기름을 섞고 약한 불로 데워라!”


“예..”


수산화나트륨과 기름이 섞이자 뭉근한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누와 글리세린의 합성물이었다.


향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후후..”


‘이제 글리세린이 떠오르겠지?’


향이 본 소설에 따르면 이쯤이면 글리세린과 비누가 분리될 터였다.


그런데..


글리세린이 안 나왔다.


향이 알고 있는 글리세린은 로션이나 소독제에 들어가는 꾸덕꾸덕하고 투명한 액체였다.


그러나 향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누리끼리한 덩어리였다. 아무래도 비누와 글리세린이 한데 뭉친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당황스러웠다.


향의 표정을 살핀 장영실이 조심스레 물었다.


“다른 기름으로 만들어 보시겠는지요?”


“아, 무슨 기름이 있는가?”


“콩기름과 동백기름이 있사옵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격물치지에게 부탁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향은 그러지 않았다.


‘지금 물어보면 왠지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


오로지 자기만의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실험이 다시 시작됐다.


수산화나트륨과 기름이 다시 섞이며 새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백기름의 경우 냄새가 나지 않고 조금 더 부드러운 비누가 나왔으나, 그래봤자 액체비누였다.


정작 나와야 할 글리세린은 한 톨도 나오지 않았다.


“으으.. 꼴 받네!”


향은 결국 AI의 손을 빌리기로 결정했다.


‘치지야. 생석회와, 해초, 그리고 기름으로 순도 높은 글리세린과 비누를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줄래?’


-순도높은 글리세린과 비누를 만들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생석회와 물을 섞어 수산화 칼슘을 만든다.


2.해초를 태워 다량의 탄산나트륨을 확보한다.


3.두 물질을 섞어 수산화나트륨을 만든다.


4.수산화 나트륨을 데운 기름에 넣고 젓는다.


5.소금을 부어 비누와 나머지를 분리한다.


6...


‘소금, 소금이 필요해?’


-예 비누와 글리세린을 제대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소금을 투입해 순수한 비누와 물질을 나누는 ‘염석’ 과정이 필요합니다.


향은 자신의 지식이 반쪽짜리였음을 한탄했다.


“저하?”


“장 별좌, 소금과 물을 가져오게.”


“예.”


장영실이 장인들에게 명해 소금 한 가마니와 물 몇 동이를 가져왔다.


“이 액체들에 물을 붓고 소금을 뿌린 뒤 끓이게.”


시간이 흐르자 물이 뗏국물처럼 탁하고 어두워졌다.


“탁해진 물을 다른 곳에 옮겨 담고, 다시 물과 소금을 부어라.”


3번에 걸쳐 같은 일을 반복하자 순수한 비누와 비누를 분리하고 남은 폐비누액만이 남게 됐다.


“남은 물을 모두 섞은 뒤 찌꺼기가 가라앉으면 윗물만 건져 내게. 그다음에는 내가 준비한 여과기에 액체를 붓고 유리병에 담게.”


장인들이 모래와 숯, 면과 솜을 순서대로 쌓아 만든 여과기에 윗물을 부었다.


그러자 투명하고 뭉근한 액체가 여과기 아래의 유리병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글리세린이 추출된 것이다.


-위업을 달성하셨습니다!


-위업내용: 글리세린의 발명


-위업포인트 100을 획득했습니다.


“이거거든!”


향이 기쁨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이 액체를 이용해 ‘귀물’을 만든다!”


*******


소헌왕후는 최근 들어 자식의 일 때문에 울화가 치밀었다.


-마마! 세자 저하가 머리에 총통을..


자식을 끔찍이 아끼는 소헌왕후에게 세자가 벌이는 온갖 잡다한 사건들은 왕후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들이었다.


왕후는 격노했다.


“주상은 대체 뭘 하시고 계신 것이냐?!”


“세자 저하를 하옥하셨다고..”


“하옥?! 금쪽같은 내 새끼를 왜 옥에 가둔다는 말이냐! 선대왕을 따라 폐세자를 하나 더 만들 생각이 아닌가!”


“효경을 외우면 풀어주겠다고 하셨다 하옵니다. 그저 엄히 훈육하시려 함이 아니실는지요.”


“..”


세종의 조처에 소헌왕후는 향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정확히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총통과 갑주를 만드는 것은 나랏일과 관련이 깊었다. 심지어 연철로는 국용까지 들어갔다.


아무리 왕비라 할지라도 함부로 관여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꾹 참았다.


현명하고 어진 남편이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는 믿음으로 버텼다.


기대는 배신당했다.


“마마! 세자 저하의 머리에 총통 파편이 튀었다고..”


지밀상궁(至密尙宮)의 고하는 경악스러운 소식에 왕후의 정신이 날아갔다.


“세자는, 세자는 괜찮다고 하더냐?”


“그저 모자에 나뭇조각이 박혔을 뿐 다치시지는 않으셨다 하옵니다. 그리고 알아 보니 이미 수일이 지난 일이라 하옵니다.”


“뭐라?!”


왕후의 얼굴에 분노가 깃들었다.


“수일이나 지난 일을 왜 지금 고하는 것이며, 주상과 세자는 왜 그 일을 내게 알리지 않은 것이냐.”


“군국의 일이라 하여 전하께서 입단속을 엄히 하라 하셨다고 하옵니다.”


“그래도 어미인 내게는 알렸어야지! 그래서 세자는 어찌되었더냐.”


“옥에 하루 동안 갇혔다가 풀려나 전하께 다시 화기의 시범을 보였다 하옵니다.”


“뭐!”


소헌왕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친 게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짓을 한다는 말이냐! 그래서, 주상은 뭐라 하셨다더냐.”


“세자 저하를 치하하시고 화약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하옵니다.”


“!”


잠시 경악하던 왕후에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마마..?”


왕후가 아무 말 없이 일의 지밀상궁을 지나친 왕후가 버선발로 교태전 밖으로 나왔다.


“마마!”


지밀상궁이 서둘러 중전을 쫓았다.


버선발로 교태전의 앞마당에 선 소헌왕후가 호통쳤다.


“승전색(承傳色)은 내시들을 모으고, 지밀상궁은 궁녀들을 모아라. 후원으로 가 대장간을 깨부수겠다!”


교태전의 내시들을 총지휘하는 승전색이 기겁하며 소헌 왕후를 만류했다.


“마마, 고정하옵소서. 대장간은 이미 나라의 일이라 함부로 부술 수 없사옵니다.”


“나랏일이 국본의 안위보다 중하더냐? 나는 내 자식의 머리에 무언가 꽂혔다는 이야기를 더 들을 생각이 없다. 잔말 말고 내시들을 모아라!”


“마마!”


교태전에서 벌어진 소란은 강녕전의 세종에게까지 닿았다.


소헌왕후는 세종이 직접 나섰음에도 진정하지 못했다.


“아무리 나랏일이 중하다지만 세자의 나이가 겨우 열 살입니다! 그런데 화약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진정하시오. 내가 잘 살펴보니 세자가 다 뜻이 있더..”


“갓난쟁이가 무슨 뜻을 세운답니까. 저는 제 가족을 더 잃고 싶지 않습니다!”


“..”


세종이 합죽이가 됐다.


선대왕 태종이 외척을 경계하여 소헌왕후의 아버지 심온을 죽이고 그 집안을 작살낸 지 수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기에 아직 27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남편 세종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머뭇대던 세종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중전의 뜻을 내 어찌 모르겠소? 나에게도 향이는 귀한 자식이오. 다만, 자식이 뜻을 세웠으면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것도 어버이의 일이오. 나는 내 자식이 좋은 일을 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소.”


왕후가 세종을 노려보며 그저 부들부들 떨었다.


곡괭이와 삽 따위를 들고 있던 내시와 궁녀들의 왕후와 세종의 대치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침묵이 교태전에 내려앉았다.


“향이는.. 착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똑똑하지요. 그래서 너무 자랑스러운 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 열 살 난 어린아이입니다. 소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어린아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사옵니다. 더군다나 총통과 화약이라니요! 그런 흉참(凶慘)한 물건을 어린아이에게 쥐여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함께 가봅시다.”


“그게 무슨 말이신지요?”


“나는 향이가 하는 일이 옳은 일이라 믿고 지지하고 있소. 허나, 중전은 이를 믿지 못하겠다하니 함께 향이에게 가봅시다. 그 아이가 뭘 무슨 뜻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보고 나서 대장간을 파할지 말지를 결정합시다.”


“그럼, 제 뜻이 파하는데 기운다면 참말로 대장간을 부수실 것인지요?”


“그럴 리가. 대장간은 이미 나라의 것이오. 대신 부인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세자가 장성할 때까지 화약이나 무구 같은 것에는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막겠소.”


“참말이시옵니까.”


“그렇소. 대신 세자의 말이 옳다고 여겨지거든, 이후로 세자가 하는 일을 막지 마시오. 이는 지아비와의 약속임과 동시에 군주와의 약속이오.”


세종의 선언에 소헌왕후의 눈썹이 솟고 미간이 좁혀졌다.


세종의 말에 따르는 것이 어린 향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를 따져본 것이다.


머뭇거리던 왕후의 입이 열렸다.


“좋습니다. 향이가 소첩을 설득할 수 있다면, 앞으로 다시는 향이가 대장간 일을 하는 것을 막지 않겠습니다.”


“따라주어 고맙소. 그럼 어서 신을 신으시오. 버선발로 가기에는 거리가 머오.”


“됐습니다. 그 아이가 무엇을 만드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살필 것이옵니다. 어서 가시지요.”


******


“마침내!”


귀물이 완성됐다.


향이 귀물을 들어보였다.


“후후.. 이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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