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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개망나니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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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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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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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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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4.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되지 않는다!(1)

DUMMY

이화영이 말끝을 흐리자 세종이 그를 닥달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씀하시오. 몇이나 쳐들어올 것 같소?”


“아무리 낮춰 잡아도 수천은 될 것이옵니다.”


“..”


세종의 입이 다물어졌다.


신하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여진 기병 하나가 병사 열을 상대한다고 하였소. 동북면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수만을 동원해야 하는 게 아닌지..”


“맞습니다. 옛 송의 하북로검할(河北路鈐轄) 이간(李侃)이 2천의 병사로 금나라 기병 17명과 싸워 패했다 하였습니다. 수천의 여진 기병은 너무 위험합니다.”


이화영이 말을 이었다.


“만약 설치한 군진의 병사들이 패사(敗死)한다면, 경성 등 함길도까지 여진 기병이 밀어닥칠지도 모르옵니다.”


그의 이야기에 소란스럽던 정전이 조용해졌다.


이화영이 꿋꿋이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수천의 여진 기병이 한데 모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협이옵니다. 허나 그조차도 여진 기병이 모였다는 사실에 비하면 작은 위협에 불가합니다. 여진이 자신들의 힘을 깨닫고 한데 뭉친다면 ‘완안부’가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완안부라는 말에 세종이 얼굴을 딱딱히 굳혔다.


완안부.


고려가 동북면을 정복하기 위해 보낸 17만 대군을 수년의 격전 끝에 격퇴했던 여진 부족이다.


세종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완안부는 지나간 역사다.”


“뒤를 잇고자 할 자는 얼마든 있사옵니다. 동북면의 여진인들은 고려의 10만 대군이 갈라수의 싸움에서 완안부의 여진 전사들에게 패했던 것을 잊지 않고 있사옵니다.”


“..”


세종이 말이 없자 이화영이 제 할 말을 이어갔다.


“고려를 꺾은 완안부가 요와 송을 연파하며 화북의 패자가 됐던 것을 잊지 마소서. 저들은 영락했다 할지라도 그들의 후예이옵니다.”


고려를 꺾은 완안부는 이어 요나라에 반기를 들어 요나라를 멸망시킨다.


그리고 곧바로 송나라와의 전쟁을 일으켜 송 휘종과 흠종을 사로잡고 북송을 멸망시킨다.


그 국호가 바로 금나라.


여진족이 세운 최초의 대제국이었다.


이화영은 조선에 대항하여 한데 뭉친 여진이 한 지도자 아래 뭉치는 것이 너무도 두려웠다.


‘여진이 한데 뭉쳐 옛날의 힘을 되찾는다면 동북면의 고려인들은 모두 끝장이다!’


그럼 고려에 귀부해 고려인이 된 자신의 친지들과 그들이 모여 사는 동북면의 여러 촌락도 모두 불타 사라지리라.


어떻게든 전쟁은 막아야 했다.


세종은 덜덜 떠는 이화영의 모습을 보고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눈치챘다.


“함길도가 위태로울 일은 없으니 걱정 말라. 함길도 절제사 하경복은 자타가 공인하는 조선 최고의 무장이요. 그가 이끄는 함길도의 병사들은 정병 중 정병이라 고작 야인 무리에 패하지 않을 것이다.”


“하경복은 확실히 뛰어난 장수이옵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장수는 하나뿐이니 홀로 어찌 수천을 감당하겠사옵니까?”


이화영의 부정적인 대답에도 세종이 그를 다독였다.


“여진의 무리가 수천이라 할지라도 함경도를 지키는 아조의 병사만 수천이다. 몰려오는 적을 막는 것이라면 필히 이길 것이다.”


그럼에도 이화영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동북면으로 백성을 옮기고 거주시키는 과정에서 여진과 아조 모두 많은 목숨이 사그라들 것이옵니다.”


“..”


명백한 사실이었기에 세종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바로 그때.


이화영의 절절한 호소에 공감한 신하들을 움직였다.


예조판서 황희가 조심스럽게 진언했다.


“전하, 판부사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벌시온에 도호부를 설치하는 것은 훗날로 미루시는 게 어떠하겠사옵니까.”


호조판서 이지강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사옵니다. 동시에 7개의 진을 차리고, 또 그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옵니다. 또 만에 하나 판부사의 이야기대로 여진족이 뭉칠 수 있다면, 그것은 전쟁이옵니다. 적어도 수만의 병사가 필요할 텐데 이는 만금(萬金)이 드는 일이라, 쉬이 정할 일이 아니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여러 신하가 함께 쩌렁쩌렁하게 외치니 그 소리가 굉장했다.


하지만 모두가 대열에 합류한 것은 아니었다. 병조판서 조말생, 병조참판 최사강과 이화영을 제외한 무관들은 입을 꾹 다문 채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세종이 그들에게 물었다.


“경들은 할 말이 없소?”


‘너희는 누구 편이냐?’는 세종의 암묵적인 질문에 조말생이 대표로 나서 고개를 숙였다.


“신은 그저 성심에 따를 뿐이옵니다.”


‘임금님 편인데, 직접 나서기에는 좀 거시기하네요ㅎ’라는 답을 들은 세종이 조말생을 노려봤다.


그것도 잠시,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세종이 신하들을 둘러봤다.


세종의 시선을 느낀 신하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세종의 한마디를 기다렸다.


“지난해..”


세종이 입을 열었다.


“지난해 4월에 올적합의 무리 이백이 경원진을 공격했다가 첨절제사 전시귀에 의해 격퇴됐다. 그때 내가 금군을 보내자 했을 때 경들은 뭐라 했는가?”


그 당시 세종은 세 의정과 육조의 판서들과 함께 여진을 막을 계책에 대해 논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있음에도 입을 여는 이는 없었다.


“경들은 ‘이는 작은 도적이라, 그 도(道)의 군사만으로도 넉넉히 방어할 것이오니, 금군(禁軍)을 멀리 보낼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틀린가?”


조말생이 앞으로 나서 고개를 숙였다.


“분명히 그리 말씀하셨나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북면에 있는 야인의 수는 같다. 왜 말이 달라졌는가?”


이화영이 말문이 막힌다는 표정으로 세종을 살짝 올려봤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곤 할 말을 했다.


“전하, 일개 부족 하나가 들고 일어나 변경을 약탈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나, 변경의 모든 부족이 들고일어나는 것은 수백 년에 한 번 있을 일이옵니다. 경우가 다르옵니다.”


쾅-!


“다르다?”


“그렇사옵니다.”


세종이 옥좌의 팔받침을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문제다!”


갑작스러운 세종의 노호성에 신료들이 깜짝 놀라 세종을 쳐다봤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작은 부족이 변방을 침노하는 것은 큰일이 아니고, 큰 부족이 변방을 침노하는 것은 큰일이냐? 둘 다 외적이 나라를 범하는 것이다!”


세종이 옥좌에서 완전히 내려와 이화영의 앞에 섰다.


“변방 사람인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여진이 침노(侵擄)할 때마다 작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의 백성이 목숨을 잃거나 놈들에게 사로잡혀 간다. 아니냐?”


코앞에 들이닥친 세종에 당황한 이화영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어찌 수시로 일어나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는 여진의 침략은 ‘자주 있는 일’이라 쉽게 말하면서 일어나지도 않은 여진의 규합을 걱정해 군사를 부리기를 주저하느냐.”


“완안부라는 옛 사례가 있는데 어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라 하시옵니까. 옛 일을 생각하시어 여진이 뭉치는 것을 막으시옵소서.”


세종이 입가를 비뚜름히 하며 냉소했다.


“가만히 있어야 여진을 막는 것이냐?”


“?”


“변경의 여진이 쳐들어오는 그저 막아내는 것으로 여진이 크는 것을 막을 수 있냐는 말이다!”


세종이 시뻘건 얼굴로 다시 혀를 찼다.


“에잇, 대신이라는 자가 어찌 10살 아이만도 못한 대답을 하는지..”


“그게 무슨..”


“세자가 이리 말했다!”


******


감옥에서 빠져 나온 향은 곧장 세종을 만났다.


“네가 옥에서 나와 나를 곧장 찾은 건 이번이 처음 같구나.”


“효경을 책으로 펴내며 많은 고심하였사옵니다. 아무리 기술이 중하다 해도 효를 잊은 것은 소자의 잘못이 맞는 것 같아서.. 송구하옵니다.”


향이 진심으로 사죄했다.


세종의 눈물이 망나니의 마음을 자극한 것이다.


세종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어 다행이구나. 앞으로는 숨기는 일이 없도록 하라. 또 나를 기망(欺罔)한다면 등사기 없이 효경 100권을 펴내게 할 것이다!”


향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다음 장비를 쓴다 해도 100권은 빡센데..’


세종이 폭소했다.


“하하! 왜, 네가 생각한 기물로도 100권은 힘들겠느냐?”


향이 바싹 엎드려 외쳤다.


“앞으로 다시는 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겠사옵니다!”


“그거 참 ‘아주’ 마음이 놓이는 구나.”


세종의 힐난에 향의 고개가 땅에 처박혔다.


‘내가 생각해도 사고를 아예 안 칠 자신이 없기는 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세종이 얼굴을 펴며 말했다.


“됐다! 그만하면 됐으니 고개를 들라. 네게 물을 것이 있다.”


“하명하소서.”


“벌시온에 도호부를 세울 생각이다. 헌데, 벌시온은 함길도에서 너무 멀다. 어찌해야겠느냐?”


“그것은 국책이 아니온지..”


“내가 네게 시계를 완성하면 국정에 관여할 기회를 주겠다 했다. 허나, 식견이 모자람에도 무조건 기회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 네 식견을 보고자 함이니 한 번 말해보거라.”


세종의 설명의 향의 낯빛이 달라졌다.


“선대왕께서 하셨던 대로 경원부를 회질가로 올리고, 와무허와 다온평 등 여러 지역에 군진을 설치해 동북면의 여진족들을 완전히 복속하거나 쫓아내야 하옵니다.”


벌시온에 역청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뒤 향은 동북면 인근의 지리와 관련된 사건들을 쭈욱 알아봤다.


그랬기에 세종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할 수 있었다.


향의 강경한 답변에 세종이 눈살을 찌푸렸다.


“벌집을 쑤시는 꼴이다.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야.”


“그게 문제가 되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여진족이 변경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옵니다. 어차피 한번은 솎아내기를 해야 할 터이니 단칼에 반호(叛胡)들을 쳐내소서.”


“솎아내기?”


“답을 드리기 전에 한 가지만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호기심이 동한 세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물어보거라.”


“숲에서 뻗어 나온 크고 무성한 잡초가 논밭을 가려 해를 못 받은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그래서 잡초의 줄기를 계속 잘라내 봤으나 뿌리가 그대로 남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논밭을 가리옵니다. 이때 잡초를 어떻게 해야겠..”


세종이 향의 말을 가로챘다.


“뿌리를 뽑아야겠지.”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여진이 잡초구나.”


“그렇사옵니다. 변경을 어지럽히는 여진 무리를 막는 것은 잡초의 줄기를 자르는 것에 불과하옵니다. 미봉책이지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뿌리를 뽑아야 하옵니다.”


“그건 나뿐 아니라 조선의 관료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 못했지. 왜인 것 같으냐?”


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명나라 때문이옵니다. 명은 만주를 관리한다며 만주의 여진 족들에게 벼슬을 뿌렸습니다. 그 결과, 조선을 침노하는 불측한 무리의 추장들도 명의 관직을 가지게 됐지요. 그러니 그들 부족을 치는 것은 명의 영토로 넘어가 명나라의 관리를 치는 것이 되옵니다.”


이는 명나라의 조선 견제책이기도 했다.


조선이 정복전쟁을 벌여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경계해 조선 인근의 여진 부족들을 대항마로 키운 것이다.


“많이 공부했구나. 맞다. 그래서 아조는 여진을 칠 수 없다. 그러니 솎아내려 해도 솎아낼 수 없지. 너는 이를 어찌 해결하려 하냐?”


“동북면을 지렛대로 삼으시면 되옵니다.”


“?”



작가의말

1. 17대 2000

송나라 기록 삼조북맹회편에 따르면 금나라 사신 17명과 송나라 군대 2000명이 싸워 송나라 군대가 패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거의 반절이 죽었다는군요. 어메이징..

 

2.올적합 200기

세종 5년 4월 8일, 올적합 기병 200기가 경원부를 공격했습니다.

 

3. 갈라수 전투

7~12만으로 추정되는 고려군이 공험진 전투에서 패한 뒤 퇴각하다가 여진의 추격을 받아 벌어진 전투입니다. 결과는 여진의 대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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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여진의 침략 +19 24.06.22 5,471 190 13쪽
49 49. 아이고, 방법을 아는데 왜 막지를 못하니!(2)-수정 +20 24.06.21 5,648 196 12쪽
48 48. 아이고, 방법을 아는데 왜 막지를 못하니!(1) +22 24.06.20 5,781 197 12쪽
47 47. 들불처럼 번지는 +15 24.06.19 6,172 197 13쪽
46 46. 수신불량(修身不良) +35 24.06.18 6,228 206 13쪽
45 45.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되지 않는다!(2) +25 24.06.17 6,378 212 13쪽
» 44.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되지 않는다!(1) +15 24.06.16 6,406 188 11쪽
43 43. 어반저수(御反抵手) +15 24.06.15 6,571 189 14쪽
42 42. 똑딱똑딱! +21 24.06.14 6,823 226 15쪽
41 41. 효경이 복사가 된다고! +28 24.06.13 6,769 238 12쪽
40 40. 삼대입국(三大立國) +20 24.06.12 7,040 222 15쪽
39 39.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5) +22 24.06.11 7,363 208 14쪽
38 38.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4) +25 24.06.10 7,401 218 14쪽
37 37.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3) +25 24.06.09 7,522 2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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