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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문종-200톤 괴물전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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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6.1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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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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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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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 총맞은 것처럼~(3)

DUMMY

어린 세자를 보살피는 역할을 맡은 박 내관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하! 잡기를 다루는 일보다 부모를 모시는 일이 더 중하옵니다. 예와 효를 잊지 않으셔야 하옵니다.”


박 내관의 절절한 읍소에도 향은 요지부동이었다.


“어허, 나는 아바마마께 신하로서 더 좋은 철을 만들어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아비에 대한 효도 중하나 군주와의 의리는 대의(大意)가 더 중하다.”


어거지였다.


향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향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향도 자기가 개소리를 늘어놨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꼴 받잖아!’


향의 정신은 멀쩡한 성인이었으며 향이 가진 지식 역시 확고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태도는 차가웠다.


가만두면 알아서 성과를 가져올 텐데 다들 무시하고 의심하기 바빴다.


그 사실이 향을 빡치게 했다.


“오직 결과만이 진실이다. 내 제대로 된 결과를 들고 가기 전까지는 환궁할 생각이 없으니 그리 전하라!”


“저하!”


박내관이 눈물을 좔좔 흘리며 몸을 날려 엎드렸다.


“저하께서는 이 나라의 국본(國本)이시옵니다. 백성들을 생각하셔서라도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응 안가.”


그러나 향은 완고했다.


“저하 이곳엔 비루한 쪽방밖에 없사옵니다. 궁으로 돌아가시지요”


“잘 방이 있어? 개꿀이네!”


“..”


“아,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방을 구해두게. 자네들도 자야할 것 아닌가.”


“저 말이옵니까? 저는 군기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옵..”


“뭐래. 전하께서 군기감에 갈 때는 항시 자네와 함께 있으라 명하셨네. 그러니 자네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해.”


“?”


“뭐하나 어서 가지 않고!”


장영실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명을 받드옵니다..”


장영실이 방을 찾으러 사라진 뒤, 박내관도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궁으로 돌아갔다.


“뭣들 하나. 얼른 일들 하지 않고?”


세자의 독촉에 야장들이 거멓게 죽은 얼굴로 일을 재개했다.


******


“허허. 방금 뭐라 하였느냐?”


세종이 박내관에게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세, 세자가 말하길 ‘아비에 대한 효도 중하나 군주와의 의리는 대의(大意)가 더 중하다.’고..”


“허허..”


콰드득-.


세종이 들고 있던 서책이 그의 큼지막한 손에 처참히 꾸겨졌다.


“이를 어쩌나. 책이 상하고 말았군.”


그 모습을 슬쩍 본 박 내관은 그저 와들와들 떨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 놈이 하고 싶다는 대로 하게 해주거라.”


“예?”


“뜻대로 하게 두라고 말했느니라. 녀석과 약조한 바가 그랬으니 지켜야지. 다만..”


세종이 매서운 눈으로 박 내관을 흘겼다.


“아바마마께서 형님이 난행을 일삼을 때 왜 내관을 못살게 굴었는지 이제 알겠구나.”


선왕은 폐세자 양녕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의 내관의 볼기를 때렸다.


박 내관은 곤장에 맞아 엉덩이가 터져나가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내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했다.


사시나무처럼 떨던 박내관의 몸이 태풍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슥슥-.


[사관은 논한다. 선왕이 폐세자를 대신해 내관을 때린 것은 인의에 맞지 않은 일이다. 이를 이야기해 신하를 겁박함은 옳지 못하..]


“사관은 이 일을 적지 말라.”


슥슥-.


[이 일을 적지 말라 하시니 이는 또 부당한 일이오..]


“어허.”


[‘어허’라 겁박 함은..]


조용히 붓을 놀리는 사관을 본 세종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마음대로 쓰거라!”


사관과 세자를 향한 세종의 분노가 박 내관에게 쏟아졌다.


“가거라. 가서 세자가 일을 잘 해내길 빌거라.”


“예..”


******


또 하나의 철판을 완성했다.


“저하. 다 만들었사옵니다. 이제 어찌할런지요?”


“다시 불에 넣고 노랗게 달궈라.”


명령을 받은 야장들이 철판을 불속에 집어넣어 달구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판이 노랗게 달궈졌다.


“이제 풀무질의 횟수를 줄여 화력을 천천히 낮추다 불을 꺼라.”


야장들이 지시에 따르자 달궈졌던 철판이 천천히 식기 시작했다.


이번 과정은 불림(normalizing).


목적은 표면의 균질화다.


철의 강도는 탄소의 함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같은 철안에서도 탄소의 배치와 함량은 제각기 다르다. 당연히 구조 역시 다르다.


불림을 거치면 이렇게 제멋대로 배열된 철 조직이 비교적 균일한 형태로 재배열된다.


이 과정에서 철은 더 단단해진다.


“다 식었사옵니다.”


“그럼 다시 불을 올려 노랗게 될 때까지 달궈라.”


“..”


야장들의 표정이 뚱해졌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노야장이 그들에게 눈치를 줬다.


‘임금에게도 막 나가는 세자다. 야장 따위야 파리 목숨으로도 안 보일 테지.’


겁을 잔뜩 먹은 노야장이 야장들을 닦달했다. 잠시 뒤 가마의 불이 다시 오르고 철판이 다시 노랗게 달궈졌다.


“이제 철판을 꺼내 물에 담구거라.”


치지직-.


물에 들어간 철판이 빠르게 식으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노야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담금질이 아닌가!’


담금질(Quenching)은 가열된 상태의 금속을 빠르게 식혀 조직 구조를 바꾼다.


이를 통해 철이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이 담금질은 제대로 된 도검을 만들 때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담금질한 쇠는 단단해지나 강한 충격을 받으면 무쇠처럼 깨지기 쉬워진다. 망치질 한방이면 산산조각이 나겠지.’


노야장의 눈이 실망이 들어찼다.


‘그럴싸하게 일을 시키기에 혹시나 했더니 역시인가. 에잉, 괜한 고생만 했군..’


다른 야장들의 눈빛 역시 비슷했다.


그러나 향의 눈은 달랐다.


향이 형형한 눈빛으로 다음 지시를 내렸다.


“판을 다시 가마에 넣되 풀무질은 하지 마라. 불도 최대한 약하게 만들어 어두운 붉은색이 되게 해라.”


“?”


야장들의 눈에 의문이 깃들었다. 담금질이 끝났는데 또 무슨 일을 한다는 말인가.


“명이 들리지 않는가?”


향의 서슬 퍼런 시선을 받은 야장들이 후다닥 움직여 철판을 가마에 집어 넣었다.


가마에 들어간 철판이 다시 달궈지기 시작했으나 온도가 낮아 색이 변하지는 않았다.


이 작업은 바로 뜨임(Tempering).


불림과 담금질을 통해 강해진 철은 단단해지는 대신 깨지기 쉬운 성질을 갖게 된다.


이를 취성(脆性)이 높아졌다 하는데, 뜨임은 이렇게 깨지기 쉬워진 철의 구조를 안정화시켜 취성을 낮춰준다.


노야장이 걱정했던 담금질의 단점을 극복하는 열처리의 핵심이었다.


“자, 이제 됐다. 철판을 꺼내 물에 담갔다 꺼낸 뒤 내 앞으로 가져오라.”


야장들이 지시대로 철판을 향의 앞에 가져다 두었다.


“좋다. 이제 망치로 철판을 내리쳐 보거라.”


야장 중 가장 젊은 야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향의 말대로 철판을 내리쳤다.


“이야-!”


팅-!


“!”


야장들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야장이 내려친 망치가 철판에 맞아 튕겨져 나왔다.


그렇다.


튕겨져 나온 것이다.


철판은 약간의 흠집을 제외하면 멀쩡했다.


바로 옆에 있는 기존 철판이 망치에 맞아 우그러들었던 것에 비하면 손상이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수준이었다.


“어떤가. 괜찮지?”


향의 선언에 세 야장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 흠칫했다.


노야장의 눈이 잘게 떨렸다.


‘분명 담금질했거늘 어찌 깨어지지 않는고!’


요술 같았다.


노야장이 향을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 담긴 것은 경악과 존경이었다.


“저하!”


노야장이 쓰러지듯 엎드려 절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미천한 소인이 저하의 혜안을 의심했사옵니다! 다섯 명검을 만든 구야자(歐冶子)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쇠를 다루는 이치를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옵니다!”


“그래. 내가 좀 치지.”


그 순간, 상태창이 갑자기 나타났다.


-위업을 달성하셨습니다!


-위업 내용: 열처리 기술을 도입


-이미 달성된 위업이라 등급이 하향 조정됩니다.


-위업등급(상)


-위업 포인트 100을 획득했습니다.


좋은 소식이었다.


그럼에도 향은 티를 내지 않았다.


‘일단은 넘어가자.’


보는 눈이 여럿이었다.


능력을 드러내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지금은 계획을 밀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미안하네. 내가 고심하다 보면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어.”


향이 머쓱하게 웃자 노야장이 얼른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깊이 궁구하시다 보면 그러실 수 있지요.”


“고맙네. 그럼 다음 일을 해야 하니 사람을 더 불러오게. 갑주를 만드는 야장이면 좋겠군.”


“다음 일이라 하심은..”


“이리 좋은 철판을 만들었잖나. 이를 잘 활용한다면 창검은 물론이고 어떤 활로도 뚫을 수 없는 무적의 갑옷을 만들 수 있을 걸세.”


야장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이건 진짜다!’


망치질조차 튕겨내는 철판으로 만든 갑옷이라면 어떤 공격이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총통도 막을 수 있을지 몰라.’


노야장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총통.


화약을 사용하는 이 가공할 무기는 사람이 들 수 있는 작은 것조차 단 일격에 갑주를 찢어발길 수 있다.


원샷원킬. 그야말로 궁극의 무기.


그래서 갑주를 만드는 야장들은 자조 섞인 어조로 총통이 늘어나면 갑옷이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니냐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총통을 막는다?


조선군은 그 어떤 무기로도 해할 수 없는 무적의 군대가 될 것이다.


야장들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상상만 해도 멋졌다.


향이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역시 장인들답군. 자, 그럼 어서 야장들을 더 데려오게. 최강의 갑옷을 만들어야지!”


******


“정말 더 강한 쇠를 만들었다고?”


“예, 전하!”


이향을 대신해 세종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러 온 박 내관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세자가 자기 말을 입증했으니, 이제 박 내관의 엉덩이가 터질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바로 돌아올 일이지 어찌하여 군기감에서 밤을 샜다는 말인가.”


“더 나은 쇠로 갑주를 만들어 전하와 신료들께 그 성능을 보이려 한다 했사옵니다.”


“갑주?”


세종의 눈에 우려가 섞였다.


‘쇠를 다뤄 처음 만든 게 병장기라.. 좋지 않구나.’


힘에 의한 패도정치를 멀리하고, 도덕에 의한 왕도정치를 지향하는 나라가 조선이다.


국시(國是)에 따르면 병장보다는 백성에게 이로운 농기구 따위를 만드는 게 옳았다.


‘대간들이 시끄럽게 떠들겠군.’


세종의 예상은 옳았다.


해가 뜬 뒤, 경연(經筵)에 나간 임금은 곧바로 신하들의 아우성을 들어야 했다.


경연 시간 내내 신하들은 이향이 군기감에 간 것을 두고 세종을 쪼아댔다.


아침부터 시달린 세종은 열이 잔뜩 올라 씩씩대며 편전으로 향했다.


용상에 앉은 세종에게 여러 대신들이 보고했다.


세종은 열이 올랐음에도 차근차근 업무를 처리해갔다.


구석 자리에 앉은 사관이 임금과 신화들의 대화를 정리했다.


“전하 사신이 이질에 걸렸다고 하옵니다.”


“사신이 이질로 고생한다고?”


“예. 상태가 위중하지는 않사오나 아픈 것은 확실하다 하옵니다.”


“그래 그럼 우부대언 김자에게 약을 딸려 보내 문병토록 하라.”


“명을 받드옵니다.”


“아, 그리고 양녕대군의 처소에 곡식을 내리고자 한다. 갑진년부터 해마다 술쌀(酒米) 30섬과 밀(少麥) 10섬을 내어주면 어떨까 하는..”


세종의 말이 끝맺어지기 전에 정전으로 늙은 내관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저으은하, 큰일이옵니다! 세자, 세자 저하께서..”


세종이 눈살을 구겼다.


“세자가 또 왜!”


“새로 만든 갑옷의 강도를 증명하시겠다며 손수 갑옷을 입고 자신에게 총통을 쏘았다고..”


쾅-!


“이 미친 자식이!”


그날, 세자 이향은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감옥에 갇혔다.


사관은 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세자는 역시 답이 없다.]







작가의말

1. 이향이 만든 흉갑의 모습과 제작과정

(Youtube)ArmorySmith, 'How to make cuirass. Forging armor' 영상을 참고해주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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