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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개망나니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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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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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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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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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9. 아이고, 방법을 아는데 왜 막지를 못하니!(2)-수정

DUMMY

재물이 없다.


얼핏 들으면 두루뭉술한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이만큼 정확한 표현이 없었다.


“비누와 활액을 만드는 데는 많은 양의 소금과 기름이 들어가고, 소주는 귀한 백미를 잔뜩 써야 겨우 만들 수 있는 값비싼 술이옵니다. 그러니 방도가 있다 한들 모든 백성이 쓸 수는 없지요.”


세종이 어두운 얼굴로 끄덕였다.


“그러하다. 백성이 먹고도 남을 정도로 쌀이 남아돌고, 기름이 넘쳐난다면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만백성이 누릴 수는 없을 듯 하구나.”


“하지만 궁에 한정해서라면 쓸 수 있사옵니다. 제 꿈에 나온 것처럼 마마가 궁궐까지 범한다면 소자가 말한 방식을 쓰시지요.”


세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다. 국용을 대신 내탕고를 헐어 궁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소자는 대장간에서 비누와 소금, 소주의 생산을 늘리겠사옵니다.”


“요즘 대장간에서 소주도 만드느냐?”


“소주에 들어있는 주정(酒精)만을 뽑아내 그 특성을 연구해보고 있사옵니다. 주정의 농도가 높을수록 다양한 기물을 만드는 데 쓸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향은 위스키를 생산할 때 쓰는 거대한 단식 증류기를 만들었다.


‘5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도 알 수 있는 단순한 구조라 만들기도 쉬웠지.’


구리를 주조해 만드는 것이라 주물틀을 짜는데 좀 고생을 하기는 했으나 완성품은 매우 훌륭했다.


“하나의 증류기에서 한 번에 500리도(리터)의 소주를 증류할 수 있사옵니다. 이를 작은 증류기에서 한 번 더 증류하면 사람이 마시기 힘들 정도로 주정이 아주 많이 든 독주가 150리도 쯤 나옵니다. 이를 차곡차곡 모아 일부는 대장간의 예산을 대기 위해 경매에 붙이고 나머지는 실험에 쓰고 있사옵니다.”


“허, 이제는 대장간이 아니라 만물간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구나. 그래도 기름은 모자랄 것 같은데 이는 어찌할 것이냐?”


“어유(魚油)를 써보려 하옵니다.”


세종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유? 물고기에서도 기름을 짜낼 수 있느냐?”


“예, 정어리나 청어, 고등어 따위를 잡은 뒤 기름이 많은 부위를 꺼내 푹 끓이며 기름이 떠오르옵니다. 사람이 먹기에는 비릿하고 쓸모가 없으나 비누와 활액을 만드는 데 쓸 수 있사옵니다. 특히 비누의 경우 질은 떨어지겠사오나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으니 백성들도 쓸 수 있을 것이옵니다.”


세종이 손뼉을 쳤다.


“그뿐이랴! 석탄을 구할 때 품삯을 주듯 해안에 사는 백성들에게 품삯을 주며 어유를 캐게 하면 백성들의 항산이 크게 늘 것이다.”


“어유를 짤 때 따로 빼둔 살은 염장해 젓갈로 팔고, 어유를 짠 찌꺼기는 비료로 만들어 쓴다면 더욱 좋을 것이옵니다.”


향의 장담에 세종이 날카로운 지적을 날렸다.


“염장을 하려면 소금이 아주 많이 필요할 텐데?”


“그에 대한 방도도 고심 중이옵니다. 잘만 하면 소금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 같사옵니다.”


“정말 그리된다면 백성의 삶이 몇 배는 나아지겠구나. 그 방법이 무어냐?”


향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소금의 제법을 논할 때가 아니옵니다. 서둘러 마마를 막을 수 있도록 궁궐에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옵니다.”


“그건, 그렇구나.. 상선에게 내탕고를 열라고 이야기해둘 터이니 필요한 재물을 꺼내 쓰도록 하라. 그런데..”


세종이 향을 지그시 쳐다봤다.


“아직 마마를 완전히 퇴치할 방법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 상세히 고하라.”


짧게 고개를 끄덕인 향이 말을 이었다.


“소자는 세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한 이후 병의 종류가 무수히 많은 이유가 그만큼 세균의 종류가 많기 때문이라 생각하였사옵니다.”


“그렇겠지. 세균도 동물이니 세균마다 먹는 것이 다르고 움직임이 다를 테니 병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느냐.”


“맞사옵니다. 이는 달리 말해 비슷한 질병이라면 같은 세균에 의한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옵니다.”


세종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옳다. 사람이라 하여도 회회인처럼 생김과 사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이들이 있는데 미물이라고 아니 그러하겠는가. 같은 갈래이나 생김과 식성이 다른 세균이 있을 법하다.”


향이 눈빛을 빛냈다.


“소자는 바로 그 부분에 집중하였사옵니다. 같은 종이되 식성이 다른 세균이 있다면, 마마균 역시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흐음.. 계속해보거라.”


“예컨대, 사람을 공격하는 마마균이 아니라 우마를 비롯한 가축 등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마마균도 있을 것이옵니다. 그런데 마마는 한번 걸리면 다시 걸리지 않습니다. 이 두 사실을 합쳐보니 놀라운 결론에 도달하였사옵니다.”


“무엇이냐.”


“다른 동물이 앓는 마마균을 사람에게 이식한다면 사람이 걸리는 마마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옵니다.”


“!”


세종의 눈이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크게 확장됐다.


향이 말하는 바를 단번에 이해했기 때문이다.


“갈래가 다를 뿐 같은 마마균이니 확실히 효험이 있겠구나!”


세종이 작게 감탄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헌데, 문제가 하나 있구나.”


“다른 동물의 마마균이라 한들 마마균이다. 그 역시 사람에게 아주 해롭지 않겠느냐.”


“그렇사옵니다. 예컨대 잔나비(원숭이)처럼 사람과 비슷한 형상인 동물이 앓는 마마균은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사옵니다.”


원숭이가 앓는 천연두인 원숭이 두창은 현대에도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질병이었다.


‘그 원숭이 두창도 천연두 백신을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고 했으니 반대로 원숭이 두창을 겪고 나면 천연두에 걸리지 않을 수 있겠지. 죽지만 않는다면.’


그런 이유로 다른 동물의 천연두균을 무작정 몸에 집어 넣는 것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가지 예외가 있었다.


“가축이라면 다르옵니다.”


“가축?”


“예. 사람이 기르는 가축은 사람과 오랜 시간 맞닿아 있사옵니다. 만약 가축이 가진 마마균이 사람에게 치명적이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사람이 눈치를 챌 수밖에 없사옵니다.”


“하긴, 가축이 걸리는 마마가 사람에게 옳았다면 임금인 내 귀에 안 들어왔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가축이 앓는 마마는 사람이 앓는 마마보다 약하겠지. 사람에게 옮겨가도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세종이 상기된 표정으로 외쳤다.


“마마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가축을 찾아 부스럼을 찾은 뒤 이를 사람의 몸에 넣는다면 마마를 막을 수 있겠구나!”


향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서는 가축에서 마마균을 찾는 것이 어렵사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소자가 알아본바, 마마와 비슷한 부스럼이 생기는 병을 가진 가축은 돼지와 닭이 있었사옵니다. 허나, 돼지와 닭을 키우는 이중 부스럼이 나는 병에 걸려본 자가 없었사옵니다.”


세종의 얼굴에 실망감이 감돌았다.


“사람에게 옮지 않는 것으로 보아 돼지와 닭이 걸리는 병의 세균은 마마균과 다른 모양이구나.”


“예. 돼지와 닭이 앓는 부스럼 병이 마마균 때문이었다면, 그를 기르는 사람도 약하게나마 마마를 앓았어야 하옵니다.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아 세균 자체가 다른 게 분명하옵니다.”


사실이 그랬다.


우두와 마두가 천연두에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향은 AI를 닦달해 천연두에 효과가 있는 두균을 가진 동물을 찾았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원숭이두 같은 변종 두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나, 치명률 등의 이유로 알아도 소용이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과 닭과 돼지 등이 가진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봤으나 그 역시도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고, 우두처럼 교차면역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세종이 불현듯 생각났다는 얼굴로 말했다.


“소나 말은 어떠하냐. 부스럼이 있는 소나 말은 찾지 못하였느냐?”


“아직은 찾지 못하였사옵니다. 은상을 걸고 중국이나 달단의 가축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싶사옵니다.”


“흐음.. 그래. 일단 아조의 땅에 그러한 가축이 있는지 찾아보자꾸나.”


“소자의 생각으로는 국내에서 가축을 찾는 것과 별개로 외방(外邦)의 가축을 구하는 것이 옳다 사료되옵니다.”


세종은 향의 주청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국내에서 세균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냐..? 외방에서 가축을 구하려면 재물이 많이 들 것이다.”


“그래도 구해야 하옵니다. 이참에 아조의 가축들을 개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옵니다.”


세종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향의 의도를 짐작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진 것이다.


“개량이라.. 잘 모르겠구나. 설명해주겠느냐?”


“흔히 명마는 좋은 암말에 붙여 종마로 쓰잖사옵니까? 중국의 경우, 한혈마처럼 외국의 명마를 들여 교잡하기도 하지요. 헌데, 소나 돼지는 그러한 경우가 잘 없사옵니다.”


“듣고 보니 그렇구나. 그럼 네 말은 마마에 걸린 가축을 구하면서 겸사겸사 씨가 좋은 가축을 구해 번식시키자는 것이구나.”


“그렇사옵니다. 분명 조선에 없는 좋은 가축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세종이 옥좌의 팔걸이를 탁하고 내려쳤다.


“좋다! 세자는 내일 조강에서 대신들에게 현미경을 시연토록 하라. 그리하면 내가 대신들에게 세균의 개념을 설명하고 외방에서 가축을 들이도록 공론을 조성하겠다.”


“알겠사옵니다.”


******


“조선 놈들이 또 왔다고?”


모련위에 속한 작은 부족을 이끄는 추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예! 잡곡 수십 섬을 내고 검은 돌 다섯 수레를 가져갔습니다.”


“흐흐.. 지천에 깔린 돌조각이 곡식이 되어 돌아오니 이리 좋을 수가 있나.”


수개월 전. 부족민 중 하나가 가별초에 들어가 조선에 정착하게 된 친족을 만나러 갔다가 희한한 소식을 물어왔다.


-조선의 세자가 불에 타는 검은 돌을 찾는 자에게 백미 300섬을 내리겠다고 했답니다. 마침 저희 부족 근처에 그러한 돌이 있으니, 제 친족을 통해 조선에 검은 돌을 바쳐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추장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이야기였기에 그리하라 했다. 그랬더니 친족에게 나눠 받았다며 백미 한 수레와 조선의 관원을 데려왔다.


그 뒤로 조선의 관원들이 잡곡을 내놓으며 정기적으로 검은 돌을 가져갔다.


그야말로 수지(收支)맞는 장사였다.


하지만 모든 부족원이 이 거래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부족민 하나가 걱정 섞인 표정으로 추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버일러(貝勒), 놈들이 왜 검은 돌을 사 가는 것일까요.”


“그야 모르지. 불에 태우면 잘 타지만 연기가 심해 써먹기 어려운 돌인데, 왜 그리 환장하는지..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냐. 우리는 곡식이나 받으면 된다.”


“저는 놈들의 의중이 의심스럽습니다. 검은 돌이 조선 놈들에게 귀물이라면 검은 돌을 빼앗고자 군대를 몰고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게 걱정입니다.”


추장이 부족민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푸하하! 여기는 모련위다! 명의 황제가 자국의 땅이라 못박은 땅이라 이 말이야. 조선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곳에 군대를 보내겠느냐? 우리는 그냥 돌을 주워다 곡식과 맞바꾸면 된다.”


“하지만 혹시라도..”


“헛소리는 그만하고 가서 돌이나 주워 와라. 돌을 제대로 주워 오지 않는다면 네게 돌아갈 곡식은 없다!”


“..”


부족민이 불퉁한 표정으로 조용히 물러났다.


바로 그때.


부족민 하나가 말을 몰아 마을 안으로 들어왔다.


추장이 눈을 찌푸렸다.


“마을 안에서 말을 몰지 말라고 했을 텐데?”


“버일러, 큰일 났습니다!”


“뭔데 그리 소란이냐?”


“올적합 놈들이 조선을 친답니다!”


“!”


작가의말

1. 단식 증류기

(Youtube) 바텐더는 공부중, ‘스카치 위스키 제조과정 증류 : 단식증류기에 관하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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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유전자 도핑 +25 24.06.26 5,748 2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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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 조선의 반격 +17 24.06.24 6,265 224 13쪽
51 51. 아빠 달려! +25 24.06.23 6,386 216 14쪽
50 50. 여진의 침략 +19 24.06.22 6,483 212 13쪽
» 49. 아이고, 방법을 아는데 왜 막지를 못하니!(2)-수정 +20 24.06.21 6,591 218 12쪽
48 48. 아이고, 방법을 아는데 왜 막지를 못하니!(1) +22 24.06.20 6,679 217 12쪽
47 47. 들불처럼 번지는 +15 24.06.19 7,059 216 13쪽
46 46. 수신불량(修身不良) +35 24.06.18 7,098 2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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