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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문종-200톤 괴물전차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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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6.16 08:2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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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270
추천수 :
8,770
글자수 :
247,988

작성
24.05.0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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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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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글자
11쪽

3. 총맞은 것처럼~(1)

DUMMY

이향의 얼굴이 구겨진 종잇장마냥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뭔..”


그러거나 말거나 AI는 계속 헛소리를 늘어놨다.


-마지막으로 주의 사항입니다. 호이가 계속되면 둘뤼인 줄 알 수 있으니, 토마스 전로를 만들 때는 고길똥을 배치해 현실을 인식시켜줘야 합니다. (공학 전문도 레벨0)


터무니없는 개소리의 향연이었다.


AI의 화려한 활약을 기대하고 있던 향으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설마!”


뒤늦게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AI 환각.”


AI 환각은 생성형 AI가 가진 치명적인 단점이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AI가 환각에 빠져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나 인물, 이론 따위를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나불댄다.


“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어째 너무 잘 굴러간다 했다.


“빡대가리 AI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능을 높일 수 있다는 건가.”


위업 포인트를 얻어 지능 레벨을 올리면 넷지피티 3.5를 넘어서는 고성능 AI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위업을 달성해 포인트를 확보하는 게 먼저겠어.”


결론을 내렸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다.


“첫 번째 위업은.. 그래 그걸로 하자!”


첫 번째 목표는 바로 갑옷!


갑옷을 만들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성능이 확실하고 보여주기 쉽다

향은 이 시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무적의 갑옷을 만들 방법을 알고 있다. 만들기만 하면 성능을 입증하는 것은 아주 간결하다.


둘째,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다.

갑옷은 딱 한 가지만 충족되면 매우 빠르고 쉽게 제조할 수 있다.


셋째, 범용성이 높다.

갑옷 제작에 쓰이는 기술은 단순히 갑옷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갑옷 제작에 쓰이는 특수처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문제는 한번은 AI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건데..”


일단 AI가 해당 정보를 알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격물치지. 100도 단위로 온도별 불꽃의 색깔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까?”


-불꽃의 색상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적색에서 청색으로 색이 바뀝니다. 가장 약한 불꽃의 색상은 어두운 빨강이며..


“좋아쓰!”


다행히 알고 있는 정보와 AI가 말한 정보가 일치한다.


‘이거라면 된다!’


확신이 들었다.


“내일 아침, 문안인사에서 군기감에 들를 수 있도록 허락을 맡는다!”


목표도 섰고 방향도 섰다.


이제는 전진이다!


******


다음 날 아침.


향은 문안인사를 위해 세종의 거처인 강녕전을 찾았다.


27살의 젊은 세종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향을 맞이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셨는데 역시 살이 너무 찌셨어..’


과도한 편식과 나쁜 생활 습관 탓에 세종은 젊은 나이임에도 꽤 후덕(?)했다.


향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세종대왕은 위대한 위인이기 이전에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소중한 아버지였다.


‘당뇨에 안질, 강직성 척추염까지.. 이대로라면 늘그막에 고생만 하시다 가신다!’


세종의 건강을 유지할 방법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허허, 왜 그리 가만히 있는고? 아직 잠이 덜 깨었느냐.”


“아, 별것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기체후 일향 만강하셨는지요?”


“그래. 잘 있었다. 어제 장 별좌에게 듣기로는 동궁에 대장간을 지으려고 했다고?”


세종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향에게 질문을 던졌다.


“..”


향의 입이 꾹 다물렸다.


‘저 표정은 사기다!’


향은 지난 1년간의 경험과 세자의 기억을 통해 세종의 인자함 뒤에 냉철한 판단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내가 대장간을 지으려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거야. 그럼..’


세종이 할 일은 뻔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은 못하게 하면 그만. 내 손에 쥐어준 패를 뺏으려 하시겠지.’


그리고 이향이 손에 쥔 패는 단 하나뿐이었다.


‘장영실!’


참으로 공교롭게도 향이 빙의를 겪을 무렵, 천문기구를 만든 공을 높이 산 세종과 조정이 장영실을 상의원 별좌에 임명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이향은 후다닥 세종에게 달려가 기기를 배우고 싶다는 명분으로 그를 낚아챘다.


‘장영실과 함께라면 내게 부족한 능력을 보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살아생전에 초중전차를 만들려면 향을 대신해 움직여 줄 공돌이가 한 트럭은 있어야 했다.


그런 면에서 장영실의 영입은 꿈을 향한 이향의 위대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었다.


“왜 대답이 없느냐.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를 불러놓고 삽질이나 한 것이 부끄러워서 그러 하냐?”


“!”


“내가 장영실을 노비에서 면천하여 상의원 별좌에 임명한 것은 그가 만든 천문기구의 신묘막측(神妙莫測)함 때문이다.”


쾅-.


세종이 서안을 내리쳤다.


“천문은 나라의 근본이 되는 농사일에 중히 쓰이는바, 그의 재주는 나라의 근간을 바꿀 만큼 크다 할 만하다. 헌데..”


세종이 조곤조곤한 어투로 향을 혼내기 시작했다.


“그런 상의원 별좌를 얻어다 네가 한 것이 무엇이냐?”


향의 이마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여기서 말실수하면 장영실을 빼앗긴다!’


“네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용을 뗐다는 말에 기꺼워 네 청을 들어줬다.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다고 하나 뜻을 세운 바가 있어 그러려니 했지.”


세종의 시선이 이향을 향했다.


“그러나 네가 하고자 한 바가 동궁에서 흙장난이나 하는 것이었다면 아비로서도 군왕으로서도 실망이 크겠구나.”


평이한 어조였고, 단 한마디의 욕설도 없었다. 그러나 향은 세종의 눈빛과 어투를 통해 그가 단단히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안타까웠사옵니다.”


향이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찔금 흘렸다.


“안타깝다?”


“소자가 생각한 쇠를 정련하는 방법이라면 더 튼튼하고 질 좋은 철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사옵니다. 하오나, 군기감에서 이를 실증할 수 없다고 하니 아쉽고 슬픈 마음에 자선당(資善堂)에 대장간을 지으려 한 것이옵니다.”


세종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태조 이성계의 혈통다운 큰 키에 살집이 더해져 곰처럼 거대한 덩치를 가진 세종이 날카롭게 쪼아보자 향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군기감에 가지 못했던 게 분했던 것은 아니고?”


뜨끔.


‘어떻게 알았지? 관심법인가!’


향은 자신의 꼬장이 들켰다는 사실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를 감지한 세종이 눈가가 푸들거리기 시작했다.


향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호통이 터지기 직전에 보이는 행동이었다.


향이 오체투지하며 크게 외쳤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요동치던 세종의 눈가가 잠잠해졌다.


“대학의 구절이구나. 성리학의 근간에 대한 이야기고. 왜 격물치지를 입에 담은 것이냐?”


“불과 쇠에 대해 진득하니 생각하다 보니 쇠와 불의 이치를 깨달았사옵니다.”


“허, 생각한 것만으로 쇠를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는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말이냐.”


세종은 이향의 주장에 어이가 없었다.


격물치지는 사물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지혜를 얻음을 이르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이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궁리하는 것으로 사물의 이치에 통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대장간은커녕 망치조차 쥐어본 적이 없는 세자가 가만히 앉아 쇠를 다룰 방법을 알아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맞사옵니다.”


“네 학문의 경지가 높아졌다고 들어 기뻐한 것이 다 허사로구나. 고작 열 살에 진리를 깨우쳤다고 말하다니. 공자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세종의 말은 간단히 말해 니가 공자보다 잘났냐는 뜻이었다.


“그야 실사구시(實事求是)하면 될 일이지요.”


“실사구시라. 하간헌왕의 이야기를 말함이냐?”


이향은 세종의 말에 벙쪘다.


조선후기 실학파를 요약하는 어구를 세종이 알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럴싸하게 말하려고 한 건데 원전이 있었구나.. 그나저나 아바마마는 이걸 어떻게 아시는 거지? 인간 위키인가!’


현대인 김대식의 지식이 말하길 이럴 때는 그냥 ㄹㅇ ㅋㅋ만 하라고 했다.


“예? 예..”


세종이 미소를 지었다.


“하간왕은 옛 서책을 모아 이를 배우고, 서책에 적힌 사실을 토대로 진리를 탐구했다. 이를 두고 수학호고 실사구시(修學好古 實事求是)라. 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네가 직접 군기감에 나아가 네가 말한 이론을 입증하겠다는 뜻이냐?”


“예.”


향은 ㄹㅇ ㅋㅋ만 쳤다. 뭐 결론만 보자면 세종의 이야기가 맞기도 했고.


그와 상관없이 세종이 푸근한 미소를 되찾았다.


“네가 분수를 모르고 방자하게 날뛰는 게 아니라 무언가 뜻하는 바가 있다는 게 맞다니 다행이로구나. 허나 군기감에 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무기는 인명을 해치는 것이라. 연치가 어린 네가 갈만한 곳이 못 된다.”


단호한 거절이었다.


‘여기서 물러선다면 장영실을 지킬 방법이 없다!’


여기서는 어떻게든 세종을 설득해야 했다.


‘그렇다면 필살기다!’


“이용(利用)이 있은 뒤에야 후생(厚生)이 있고 후생이 있어야 정덕(正德)이 있사옵니다.”


“처음 듣는 말이구나 네가 만든 말이냐?”


“그렇사옵니다. 백성들이 이롭게 쓸 수 있는 물건(利用)이 많아야 풍족한 삶(厚生)이 있고, 그 뒤에야 도덕(正德)이 서옵니다. 좋은 물건을 만들 방법이 있는데 이를 무시함은 도덕을 세우지 않겠다는 말과 같사옵니다!”


사실은 아니다.


문돌이 삼대천왕인 문.사.철 중 사학과에서 학부 생활을 마친 미래인 김대식의 기억 속에서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또 다른 갈래인 ‘이용후생’을 기억해 말했을 뿐이다.


물론 그건 이향만 알았다.


세종은 이향의 언변에 경악했다.


‘이것이 어찌 열 살 아이가 만든 말이라는 말인가. 이용후생이라.. 어구를 헤아릴수록 그 향이 깊고 고아한 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구를 만든 아이가 하는 말이라면 빈말이 아니리라.


세종은 그런 확신을 느꼈다.


세종이 껄껄 웃었다.


“하하! 결론이 다소 과격하다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구나. 공자께서 부유하고 가난한 것(富庶)을 말씀하신 것이나 맹자께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산(恒産)에 대해 말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 같은 데 맞느냐?”


“맞사옵니다!”


향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논어와 맹자는 향이 세자시강원의 스승들에게 배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이 정도로 깊게 생각했다면 정말 뭔가 얻은 바가 있는 거겠지. 한 번 믿어보마.”


세종이 순식간에 웃음을 거뒀다.


“허나, 네 뜻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어찌할 것이냐? 좋은 쇠를 만들지 못하면 어찌할 것이냐 이 말이다.”


아비로서의 세종은 지금까지 이향이 보여준 바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하지만 군왕으로서의 세종은 달랐다. 임금에게는 세자도 신하.


허황된 말을 해놓고서는 그를 증명하지 못한 신하를 처벌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말을 마친 세종이 이향의 신색을 살폈다.


어린 아들이 자신의 말에 움츠러들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오산이었다.


이향은 사납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젊은 날의 태종을 보는 것 같았다.


‘사냥에 나설 때 아바마마가 보여주시던 모습 같구나. 어찌 열 살짜리가 저런 미소를 짓는다는 말인가!’


세종이 속으로 놀람을 감추는 사이, 향이 말문을 열었다.


“장영실과 미래를 걸겠사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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