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AI문종-200톤 괴물전차 만들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트럭운전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8
최근연재일 :
2024.06.16 08:2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330,519
추천수 :
8,782
글자수 :
247,988

작성
24.05.08 11:05
조회
11,904
추천
254
글자
11쪽

2. 비밀친구

DUMMY

입이 점점 벌어지고 눈이 찬찬히 커지기 시작했다.


“상태창!”


향이 손으로 만세를 하며 크게 외쳤다.


“저하. 부르셨는지요.”


문가에 서 있던 궁녀가 외침을 듣고 대답했다.


“크흠. 별것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 내가 따로 부를 때까지는 무슨 소리가 들리든 신경쓰지 말고.”


“예.”


궁녀의 인기척이 사라지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차피 나밖에 보이지 않을 텐데 괜시리 쫄리네..”


소곤소곤 혼잣말하던 향의 시선이 다시 허공을 향했다.


반투명한 화면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후후후..”


향이 주먹을 입가에 댄 채 실실 쪼개기 시작했다.


쬐깐한 꼬맹이가 헤실대는 뽄새가 아주 귀여웠다.


“마침내!”


한참을 더 후후거린 뒤, 향이 쬐막만한 양손을 붕붕 휘저으며 상태창을 만지작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손을 아무리 휘저어도 상태창은 변함이 없었다.


“으음.. 생각했던 거랑은 다른데.. 격물치지(格物致知)?”


‘모든 사물의 이치(理致)를 끝까지 파고들어 가면 앎에 이른다.’는 뜻으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 유명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앞구절이기도 하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걸 보고 만류인력을 발견한 것처럼 ‘하나에 빡세게 집중하다 보면 뭐든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된다~’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조선 후기 무렵 등장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이용후생(利用厚生)같은 실학적인 용어들의 할아버지격인 문구랄까.


“인공지능 이름으로는 딱이네.”


그리 생각하며 상태창을 유심히 살펴봤다.


[인공지능-格物致知]


-사용자가 요구조건을 만족해 가동됩니다.


-질문길이 레벨 0(50자)


-질문회수 레벨 0(하루 5개)


-지능 레벨 0(넷지피티 3.5)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상태창에 적힌 문구를 보고 이향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뭔지가 궁금하다 임마.”


-안녕하세요. 저는 인공지능 대화형 에이전트 격물치지입니다.


“?!”


상태창의 내용이 바뀌자 이향이 몸을 바로 하고 상태창에 집중했다.


“내 말 알아들어?”


-예 잘 알아들었습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아..”


향은 그제야 상태창의 적혀 있던 문구가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지능레벨이 넷지피티 3.5 수준이라더니 생성형 AI였나..”


생성형 AI는 ‘프롬프트에 대응하여 텍스트, 이미지, 기타 미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일종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질문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답변을 만들어주는 AI다.


그중 넷지피티 3.5는 대중적으로 사용된 첫 AI. 당연히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다.


하지만..


“없는 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차이지. 게다가 레벨이 있다는 건..”


레벨이 있다면 레벨을 올릴 방법 역시 있으리라. 확신을 가진 향이 질문을 던졌다.


“네 지능 레벨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해?”


-제 지능을 상향시키기 위해서는 위업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위업 포인트? 그게 뭐고 어떻게 획득하는 거야.”


-위업 포인트는 적절한 위업을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포인트입니다. 위업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위업을 달성해야 합니다. 위업 당 주어지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업 하: 1

위업 중: 10

위업 상: 100

위업 특: 500

국제적 위업: 2,000

역사적 위업: 10,000

전설적 위업: 100,000


‘이제야 돌아가는 걸 좀 알겠군.’


세종대왕의 아들답게 특출난 두뇌를 가진 향은 상태창의 시스템을 단박에 이해했다.


‘질문길이, 질문회수, 지능 따위에 제약이 있고, 제약을 풀려면 위업 포인트가 필요한 건가..’


오늘 할 수 있는 질문이 다섯이라 했으니 남은 질문은 단 하나.


“무슨 질문을 한다..”


고심에 빠진 향이 방을 서성였다.


한참을 끙끙대던 향이 한숨을 토했다.


“하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군.”


에잇!


벌러덩 자빠져 금침(衾枕)에 드러누웠다.


“어차피 시간이야 많고 할 수 있는 질문이야 많으니까!”


상태창을 노려본다. 굳게 닫혔던 향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날 이곳에 보낸 게 누구야? 그리고 나는 현대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가동 전 기록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오늘 질문할 수 있는 질문회수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끄응..”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역시나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현대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


세자로 사는 삶이 싫은 것도 아니고 현대에 큰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가끔 이유 모를 그리움을 느끼곤 했기에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 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마음이 편해진다.


향은 으랴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이제는 딱 앞만 보고 간다. 가즈아 초중전차!!”


초중전차를 생각하니 가라앉았던 기분이 다시 떠오른다.


“후후.. 이제 과거의 악연을 끝낼 때가 됐군.”


향은 대식이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친해진 이공계 동창과 나눴던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했다.


-대식아 뭐 만드냐?


-마우스 전차.


-뭐?


-8호 전차 마우스. 만재 200톤의 초중전차.


-200톤? 웬만한 중장비보다 무겁네. 언제 무기야?


-2차 대전 말기의 결전 병기.


-오, 잘 아네.


-취미니까.


-근데 어떻게 만드는 줄 알아?


-?


-그렇게 좋아하면 구조도 알 거 아니야.


-당연. 128mm 주포와 75mm 동축 부포..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 200톤이면 출력이 어마어마해야 할 텐데..


-..


-몰라?


-..


-아, 미안. 너 문과였지!


피식.


대식을 내려다보는 친구의 웃음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날.


대식은 접착제로 그 녀석의 머리에 마우스 전차를 붙여버렸다.


놈은 전차를 머리에 붙인 채 엉엉 울며 미용실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패자는 문송한 문돌이 대식, 곧 이향이었다.


‘그것도 이제는 옛말!’


대식은 초중전차를 만들 수 있는 자본력과 지위, 그리고 모든 공돌이를 압도하는 절대적 존재 상태창 AI를 손에 넣었다.


“마우스 전차? 마우스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진짜 전차’를 만든다!”


이향의 인생 목표가 정해진 순간이었다.


목표를 정한 이향은 곧바로 초중전차 제작에 필요한 요소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일단 심장. 엔진이 필요해.”


제대로 된 이동식 차량을 만들려면 제대로 된 내연기관이 엔진이 필수였다.


“그다음은 포와 총.”


무기가 없다면 전차(戰車)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터운 장갑.”


탱크(전차)가 왜 탱크인가!


소리만 요란한 기관총이나 비리비리한 경포(輕砲) 따위로는 감히 흠집조차 낼 수 없는 장갑으로 적들을 짓뭉갤 수 있는 것이 탱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필요했다.


동력원이 될 엔진 자체의 제작. 엔진을 돌릴 석유나 부품 제작에 쓰일 고무 등의 자원확보, 각종 공구와 부품을 제작할 공작 선반을 만들 기술력 확보 등 해야 할 일은 참 많았다.


하지만 그 모두를 합쳐도 단 하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바로 강철의 대량 생산.


엔진, 대포, 장갑은 모두 강철로 만든다.


충분한 양의 철이 없으면 탱크는커녕 탱크를 수리할 때 쓸 몽키스패너 하나도 못 만든다.


그리고 무기!


15세기는 야만의 시대다. 교역으로 물건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고무나무가 있는 중남미에서는 아즈텍에 의해 국가단위의 식인이 행해지고 있었다.


상호호혜를 이야기하며 사람 좋게 다가간다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란 말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력이 필수였고 무기는 곧 강철로 만든다.


그러므로 대량의 강철을 생산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데 15세기 조선의 제철 능력이라는 것은 현대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내가 대장간을 짓겠다고 설친 이유도 제대로 된 철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물론 성공은 못 했다.


향이 손가락으로 코를 쓱 훑었다.


“그것이 문돌이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AI 상태창을 손에 넣기 전의 이야기.


이제는 킹갓 AI를 사용해 제철 능력을 올리면 된다.


“후후.. 내일이 기대되는군.”


향은 질문회수가 초기화되는 것을 기다렸다.


수 시간 뒤, 밤하늘에 달이 휘엉청 떠올랐을 무렵에 질문회수가 초기화됐다.


“드디어!”


상태창을 킨 향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중세 시대에서 현대적인 용광로를 만들고 운영할 방법을 알려줘.”


-중세시대에서 현대적인 용광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현대 용광로에 가까운 구조를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호..”


상태창에 용광로를 만들고 운영하는 법이 꽤 상세하게 나왔다.


본다고 바로 만들 수 있을 정도는 아니나 참고하기에는 꽤 좋을 것 같은 설명이었다.


향이 콧바람을 불며 설명을 읽어나갔다.


“응?”


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것도 자원이 필요하네..”


제대로된 용광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코크스라는 물질이 필요했다.


코크스의 원료는 석탄.


얼핏 들으면 조선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밀덕이자 역덕이던 전생에서 숱하게 봤던 대체역사 소설들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나는 석탄은 연기가 안 나는 무연탄.


난방용으로는 쓸만하지만, 열효율이 좋지 못하고 코크스로 만들 수 없다.


코크스를 만들 수 있는 석탄은 역청탄으로 한반도 인근에서는 만주와 일본의 규슈 열도에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일본을 침략한다! 는 아니고..”


무기를 만들 강철이 없어 용광로를 만들 방법을 찾고 있는데, 용광로를 얻기 위해 강철이 잔뜩 필요한 전쟁을 벌인다니.


그야말로 본말전도(本末顚倒)였다.


“용광로는 포기한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두뇌 풀가동!”


오직 학문만으로 과거시험을 통과한 수백의 신하들을 압살한 세종대왕의 자식다운 천재적인 두뇌!


하늘마저 희롱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기억의 도서관 속에 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결과, 머릿속에서 나온 해법은..


“토마스 전로!”


전로(轉爐)는 일반 철을 강철로 바꿔주는 ‘전환로’다.


이건 정말 엄청난 물건이다.


여기는 15세기 조선.


조막만 한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 수천 번의 망치질을 해야 하는 곳이 15세기 조선이다.


길을 걷는 대장장이에게 철을 강철로 바꿔주는 통이 있다고 이야기해주면 정신이상자로 포도청에 끌려가리라.


전로는 그만큼 마법같은 물건이다.


강철의 생산은 전로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후후.. 어떻게 만드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상관없어 나한텐 에.이.아.이가 있으니까! 격물치지. 토마스 전로에 대해 알려줘.”


-토마스 전로는 주철, 연철, 철 스크랩 따위를 강철로 바꿔주는 전로의 일종으로..


“오오..!”


-2120년 깐따삐야 행성에서 토마스와 프렌즈가 쿠쿠루삥뽕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구체적인 제작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둘뤼를 호출한다.

2. 호잇을 외친다.

3..


“이런 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I문종-200톤 괴물전차 만들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5.10 415 0 -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오전 08시 20분입니다. +1 24.05.08 10,787 0 -
44 44. 우리는 더 이상 호구가 되지 않는다!(1) NEW +13 18시간 전 2,838 121 11쪽
43 43. 어반저수(御反抵手) +12 24.06.15 3,953 137 14쪽
42 42. 똑딱똑딱! +18 24.06.14 4,569 174 15쪽
41 41. 효경이 복사가 된다고! +27 24.06.13 4,719 189 12쪽
40 40. 삼대입국(三大立國) +19 24.06.12 5,069 178 15쪽
39 39.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5) +20 24.06.11 5,433 166 14쪽
38 38.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4) +25 24.06.10 5,554 176 14쪽
37 37.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3) +25 24.06.09 5,743 206 13쪽
36 36.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2) +16 24.06.08 5,787 192 13쪽
35 35. 명나라? 맞다이로 들어와!(1) +18 24.06.07 6,015 194 12쪽
34 34. 똑바로 서라 최해산!(2) +19 24.06.06 5,944 177 11쪽
33 33. 똑바로 서라 최해산!(1) +25 24.06.05 6,176 202 15쪽
32 32. 아, 강철이 복사가 된다니까!(3) +20 24.06.04 6,585 181 13쪽
31 31. 아, 강철이 복사가 된다니까!(2) +20 24.06.03 6,657 194 13쪽
30 30. 아, 강철이 복사가 된다니까!(1) +14 24.06.02 6,868 194 12쪽
29 29. 세종의 분노 +27 24.06.01 6,823 203 11쪽
28 28. 기물들(3) +20 24.05.31 6,921 210 13쪽
27 27. 기물들(2) +16 24.05.30 7,093 182 12쪽
26 26. 기물들(1) +19 24.05.29 7,475 198 12쪽
25 25. 전쟁, 결코 전쟁! +33 24.05.28 7,562 219 13쪽
24 24. 왕후의 분노(2) +27 24.05.27 7,462 203 13쪽
23 23. 왕후의 분노(1) +21 24.05.26 7,350 193 12쪽
22 22. 검은 돌-석탄 아님-(2) +15 24.05.25 7,413 197 13쪽
21 21. 검은 돌-석탄 아님-(1) +23 24.05.24 7,599 192 13쪽
20 20. 빵야빵야?! 너 감옥!(3) +39 24.05.23 7,703 195 12쪽
19 19. 빵야빵야?! 너 감옥!(2) +23 24.05.22 7,752 208 12쪽
18 18. 빵야빵야?! 너 감옥!(1) +18 24.05.21 7,945 218 12쪽
17 17. 세자님 퍼들법 쓰신다(3) +19 24.05.20 8,083 20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