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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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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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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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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8.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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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연을 얻었을 거야.

DUMMY

기연을 얻었을 거야.



진노인은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무산이괴에 대해서는 진노인도 어느 정도 안다.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으나, 이를 상대했던 무인들로부터 이야기도 들었다.

절정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진노인에 비할 바는 아니나 충분히 고수의 영역에 들어간 자들이다.

고작 보름사이에?

게다가 쾌검을 통해 상대를 쓰러트렸다는 말을 듣고는 채호에 대한 의심이 한층 더 깊어졌다.

대체 어떤 비급을 손에 넣은 것일까?

하지만 진노인이 이곳 진가장까지 굳이 발걸음을 옮긴 것은 채호가 가진 무공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혈룡패.

그리고 아수혈교.


진노인이 여기 무림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서강까지 찾아온 것에는 아수혈교의 동향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한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진노인이 벽력문에 머물렀던 것 역시 아수혈교와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았다.

54년 전, 광마와 최후의 싸움이 있었던 장소.

그곳이 바로 벽력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벽력문에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사건은 진가장에서 터졌다.

혈룡패를 노리는 무리들.

그들의 뒤에 아수혈교가 서 있음은 분명했다.

혈룡패는 광마의 유산이니까.


“현천방보다는 서강문을 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채호가 말했다.

혈룡패를 어느 세력에 맡겨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도중이었다.

둘 중 어느 문파가 더 신뢰할 수 있는 가를 보자면 현천방이다.

서강에서 가장 명망이 높은 방파였으며, 현천방에는 절정의 고수라 할 수 있는 현천검객이 있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고수는 이곳 서강에 없었다.

하지만 문파의 규모나 위치에 있어 서강문을 고려해볼 수 있다.

서강문의 본파가 있는 헌류산은 천혜의 요새에 가깝다.

규모로 보자면 서강에서 가장 커다란 문파.

그만큼 여러 분파가 퍼져 있었으며 또한 제자의 숫자도 많았다.

전쟁이라도 치를 인원이 없다면, 아수혈교에서도 쉽사리 공격해 올 수 없다.

혈룡패를 지켜야 한다면, 서강문이 가장 안전하다고 보는 게 맞다.

게다가 서강문에는 또 다른 광마의 유산이 남겨져 있다.

진혈파황검.

광마가 썼다고 하는 무기다.


“내 생각도 그렇네. 현천방은 믿을 수 있는 문파이긴 하나 상대의 전력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는 만큼 가장 큰 문파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겠지.”


진원필이 대답했다.

분명 신뢰도라는 점에서 서강문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서강문주인 조강철은 정의로운 인물이긴 했으나 지나치게 냉정하고 계산적이다.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조강철이라 해도 아수혈교와 손을 잡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윤소협이 가기로 했다고?”


진노인이 물었다.


“네. 그렇게 됐습니다.”

“하면 노부도 함께 가도록 하지.”

“아니오, 노사께서는 혹시 진가장에 남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혹여 그들이 다시 진가장을 공격해 온다면 현재 남은 무사들로는 당해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노사께서 진가장에 머물러주신다면, 저도 안심하고 서강문에 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흐음, 확실히 그도 그렇군.”


채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진노인은 잠시 고민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문이야 언제라도 들릴 수 있다.

그전에 아수혈교의 흔적이 이곳 진가장에 남아있다면 이를 조사해 봐야할 필요도 있다.

아니, 어쩌면 이건 괜찮은 기회일 수 있었다.


“좋아. 그럼 노부는 잠시나마 진가장에 남아있도록 하겠네. 소협이 돌아오는 게 빠를지, 노부가 서강문에 들르는 것이 빠를지는 모르나 곧 다시 보도록 하지.”

“네.”


진원필도 진노인의 이러한 결정에는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듣기로는 상당한 실력을 숨긴 고수라고하니, 이만한 실력자가 남아준다는 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저희 가문을 도와주신다니 가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노사께서 여기 진가장에 머무르시는 동안 최고의 편의를 약속드리죠.”


회의는 그것으로 끝났고, 그제야 채호는 다시 쉴 수 있었다.

출발은 모레로 잡았다.

일단은 멀쩡한 척 했지만, 내일 하루 동안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몸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삼재기공의 네 번째 구결, 치수.

자신에게 주어진 객실로 돌아온 채호는 가부좌를 틀고 운공을 시작했다.

진기가 기맥을 따라 흘렀다.

치수의 구결은 물의 형질을 띈다.

물은 피어오른 열을 식히며, 강한 생기를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상한 몸을 회복하는 것에 있어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채호가 소주천을 끝마쳤을 때, 몸의 상태는 훨씬 개운해져 있었다.


‘과거에 알던 무공을 쓴다고 해도 상대가 절정고수라면 이길 수 없어.’


채호의 고민은 이 부분이다.

사건의 규모가 커졌다.

서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다툼이라면, 기껏해야 간신히 고수의 영역에 들어간 이들이었을 테고, 채호가 가진 모든 능력을 꺼낼 경우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대는 아수혈교가 되었다.

마교에서 떨어져 나온 분파라 하나, 그리 만만히 볼 수 없다.

절정급 고수, 또는 그 이상의 실력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대책이 필요해.’


벽력문은 너무 작은 문파다.

응룡회가 아수혈교와 관계가 있다면, 반드시 벽력문을 공격한 것에는 그 이유가 있다.

게다가 벽력문이 세워진 장소는 과거 광마와의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곳.

벽력문이 다시 놈들의 목표가 되어도 이상치 않다.

혹여 절정의 고수가 쳐들어온다 해도 이를 막아낼 힘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공이란 정직하다.

내공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전생에 아무리 높은 경지에 올랐다 해도 내공을 쌓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방법.

순도가 높은 영약이라도 먹지 않는 한 불가능 한 일이다.

그도 아니면,

역천의 내공을 쌓는 것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위험성이 너무 높아. 기껏 정순한 내공을 쌓아올렸는데, 여기서 무너트리는 건 썩 좋은 방법이 아니야.’


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특별한 무기는 어떨까.

신기라 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를 손에 넣는 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강문이 보관중이라고 하는 광마의 무기, 진혈파황검쯤 되면 상당한 위력을 보일 수도 있다.

어차피 역천의 무공이 아니면 제대로 활용하기도 힘들 테지만.

서강문이 진혈파황검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 단 한 번도 이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였다.


서강,

서강이라.


무림의 변방이라 해도, 떠도는 전설이 아예 없지는 않다.

50여 년 전의 아수혈사도 그렇고, 서강문이 있는 현류산의 저 바닥에는 이 땅을 지키는 신수가 살고 있다던가 하는 전설도 찾아볼 수 있다.

정말로 신수라고 불릴만한 뭔가가 있다면, 그 내단을 손에 넣어 나름의 효과를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역시 떠도는 전설일 뿐.

무엇이 되었든 당장의 수단은 없다.

우선은 차근차근, 정석대로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먼저 몸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지.’


채호는 소주천에서 끝난 운공를 재차 이어갔다.


*


“들었어?”


오후.

늦은 시간 찾아온 상희가 물었다.


“뭘 말입니까?”

“진소협도 같이 갈 거라고 하던데.”

“진소협이라면······.”


진가장에 진소협이라 부를 사람이 있던가?

진가주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딸인 진소미가 전부였다.


“진노사의 손자 말이야. 진청 소협.”


그러고 보니 진청도 진노인과 함께 이곳에 와 있다.


“그 사람이 서강문으로 함께 간다고요? 금시초문인데요.”

“진노인이 그리 말했으니, 아마 같이 가게 되지 않겠어?”

“노사께서 그리 말했습니까? 따라온다고 하면 딱히 거절할 필요는 없겠죠. 진소협정도면 그 실력도 믿을만하니까.”

“당연히 나도 갈 거야.”

“그건 저도 압니다. 사저 혼자 여기에 남는 것도 이상할테고요. 설마 제가 사저에게 이대로 돌아가라고 할 리가 없잖아요.”

“그, 그래?”


상희는 자기가 따라가겠다는 말에 별다른 대꾸도 없이 바로 허락한 채호에게 당황했다.

물론 채호가 무슨 말로 거절을 하던 반드시 쫓아갈 생각이었지만, 이렇듯 손쉽게 허가를 하자 오히려 하려던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었지.


“저기, 응,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네.”

“그, 진소저와는 사이가 좋아?”

“글쎄요. 들었겠지만 이번에 제가 진소저의 병세를 낫게 하는 것에 조금 도움을 주었거든요. 진소저도 이를 고맙게 여기고 있으니 사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겠죠.”

“그게, 전부?”

“뭔가 더 있습니까?”

“아니, 아니, 그냥.”


병을 고쳐준 것에 대해서 소식을 듣기는 했다.

그러나 진소미의 태도는 단지 은인을 대한다고 하기에는 어째 다르지 않나 싶었다.

어제 채호의 옆에 딱 붙어 손님을 받던 모습이나, 오늘 이곳에 올 때에도 채호가 있는 객실 근처를 서성이던 모습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때 자신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다.

윤공자는 아직 병상에서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푹 쉬어야 한다며 짧은 잔소리도 했다.

그 말은 상희도 동의하는 바였지만, 그래도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기에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진청이 합류 하게 되었다는 것과, 자신도 서강문에는 같이 갈 거라고 확실히 말해둘 필요가 있었으니까.

출발 당일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어쨌건 진소미가 자신을 단순히 손님이 아닌, 마치 연적을 대하듯 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 말은 곧······.


“그래, 알았어. 사제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뭐가 또 그렇다는 겁니까?”

“아니야. 나는 이만 나가볼 테니 푹 쉬어. 몸은 정말 괜찮겠어?”

“하루를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네요. 내일이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어제만 해도 죽겠다더니, 그렇게 금방 낫는 거야?”

“가벼운 내상이었거든요.”


가벼운 내상?

하루를 꼬박 깨어나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상희 역시 응룡회주와의 비무에서 무리하게 힘을 끌어내는 바람에 내상을 입었고, 이제야 간신히 회복이 끝난 참이었다.

그러나 채호가 무산이괴와의 생사결을 치른 것은 고작 사흘 전.

정말로 몸이 회복 된 걸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성장속도를 생각하면, 이제와 채호가 무슨 짓을 벌였다고 해도 딱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당초 지난 수년 동안 고치지 못했던 진가장의 딸의 병세를 낫게 했다는 것부터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럴 것이 벽력문에는 의서라고 할 것이 없다.

채호는 의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한데 응룡회에서도 음독을 당한 이를 재빨리 구해냈었지.

이 모든 변화가 있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어제 있었던 대화를 통해, 상희는 한 가지 확신을 굳히고 있었다.


‘쾌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했지.’


그날이다.

채호가 응룡회의 왈패들에게 맞고 온 다음날.

갑자기 무공서를 보기 시작했던 그때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전후를 기점으로,

채호는 무언가 기연을 얻었다.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했다.

그것도 사저인 자신이나 사부님에게 조차 말할 수 없는 기연이다.

누군가 기연을 베풀었다면, 그 부탁일 수도 있다.

어쩌면 얻게 된 기연이, 쉬이 밝히기 어려운 특수한 형태일 가능성도 있었다.

혹 마교의 비급을 손에 넣었다거나.


‘마교의 비급이 아닌, 그 어떤 것이어도 나는 상관없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채호는 채호였다.

채호가 혹여 마인이 되었다고 해도, 상희는 조금도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할 이야기를 모두 끝낸 상희는 채호가 머무는 객실에서 나왔고,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진소미와 다시 눈이 마주쳤다.

상희가 먼저 말했다.


“윤공자는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니었나요?”

“그쪽이 이미 휴식을 방해한 참이니까요. 저도 윤공자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눈을 똑바로 마주친 소미는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상희를 지나쳐 객실로 들어섰다.

상희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진소저와 사제가 눈이 맞았다면, 그래서 어쩔 건데?’


그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가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희가 뭐라 말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바보.’


상희는 속으로 작게, 투덜거리듯 중얼대며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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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서강문으로 +3 22.09.13 1,223 37 12쪽
25 열두 사도 +2 22.09.03 1,500 34 13쪽
» 기연을 얻었을 거야. +3 22.08.29 1,614 40 12쪽
23 몇 가지 의문들 +2 22.08.23 1,774 44 12쪽
22 전력을 다하다. +1 22.08.17 1,821 48 12쪽
21 무흔귀곡검 +2 22.08.13 1,828 51 13쪽
20 무산이괴 +2 22.08.09 1,816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41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8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2,000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7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49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3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102 45 14쪽
12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2 22.07.15 2,166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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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담에 나서다. +1 22.07.13 2,234 42 12쪽
9 고수의 눈에 들다. +2 22.07.12 2,283 48 12쪽
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60 40 12쪽
7 가르침을 주다. +1 22.07.09 2,525 38 12쪽
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79 42 11쪽
5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27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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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74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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