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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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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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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7.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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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벽력의 검

DUMMY

벽력의 검



이길 수 있어?

상대는 응룡회주인데?

상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싸워 본적이 없으니 몰라.’


문우강의 실력에 대해서는 들어 본 게 전부다.

중원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서강에 고수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절정에 이른 고수는 현천검객이 유일하며, 그 외의 고수를 모두 모아도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응룡회주 문우강은 대외적으로 바로 그 고수의 반열에 들어가 있다.

벽력문에서 고수라는 평가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종종 문주인 윤백양이 고수라는 평가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 본인부터가 자신이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희가 보기에도, 사부의 실력은 고수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문파를 나간 인물까지 포함하자면 현재 태평객잔의 호위를 책임지고 있는 석천의 경우 확실히 고수라고 불릴만했다.

흔히 일류의 영역이라고 하는 고수.

중원이 넓다넓다 하나, 이같은 변방에 그만한 실력자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분명 닷새 전, 상희는 채호와의 비무를 통해 기연이라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겪었다.

덕분에 한 단계 탈피에 성공한 상희였지만 아직 고수라고 불리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깨달음이란 이를 체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동반된다.

단지 아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경지를 이룩할 수 없는 것이다.

이후 있었던 진청이라는 손님과의 비무가 바로 그 체화에 있어 큰 도움이 되기는 했겠지만, 여전히 불안함은 있었다.


‘강해진 건 틀림없어. 하지만 정말, 고수를 상대로도 싸울 수 있어?’


마치, 상희의 승리를 당연한 것처럼 말하는 채호의 말에 얼떨결에 자신 있게 나서기는 했지만, 막상 연무장으로 올라서자 그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연무장에 올라선 거한.

문우강이 패도를 뽑아들고 있었다.


“정말로 상희가 응룡회주를 당해낼 수 있겠더냐?”


연무장의 아래.

백양이 걱정스런 어조로 채호에게 물었다.

큰 실력의 상승이 있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다 해도 눈앞의 상대를 보라.

팔척장신의 단련된 육체.

그 단단한 몸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압감이 있다.

무림인에게 있어 외공은 내공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경우도 있으나, 결국 기본은 외공에서 나온다.

반면 상희는 어찌 봐도 가녀린 소녀였다.

저 가는 신체 역시 오랜 수련을 통해 단련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문우강의 팔뚝의 굵기가 상희 허리둘레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니, 둘이 대치하고 있는 모양새는 어찌 봐도 균형이 맞지 않다.


“문제없을 거예요.”

“그, 그래?”


도통 알 수 없다.


“그럴 것이, 문우강의 무공은 표인참원도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표인참원도는 대단히 무서운 도법이 아니더냐? 그 무서운 마교의 수라강마대가 썼다고 들었다만.”

“표인참원도는 마교의 무공 중에서도 살기가 짙은 편이죠.”

“그 말의 의미는 확실히 알겠구나.”


문우강이 뽑아 든 패도에서 뻗어 나온 살기가 연무장을 뒤덮고 있었다. 그 강맹한 살기 앞에 선 상희의 모습에 백양은 더욱 입안이 말랐다.


“사저의 경우 오성도 대단히 뛰어나지만, 그 못지않게 기감 역시 대단해요.”

“기감이라니? 기를 감지하는 능력 말이더냐?”

“네. 살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는 절정의 경지에 올랐다면 모를까, 응룡회주의 무공은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 말인즉?”

“저처럼 강맹한 살기라면, 기감이 예민한 사저가 그 공격을 먼저 예측하고 이를 피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죠.”

“흠, 그 말에도 일리는 있으나, 그게 쉬운 일일까?”

“어쨌거나 사저의 실력은 확실히 늘었으니까요. 제 예상을 말하자면, 사저의 승리는 7할 이상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3할은 진다는 게 아니냐?”

“사저가 고작 3할의 패배를 당할 거라 보시나요?”

“하긴, 저 영리한 아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렇다니까요.”


자신 있게 말하는 채호와, 그 내용을 듣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다만 그래도 궁금한 건 있다.


“그건 그렇고, 좀 전에는 너도 대단한 승부였다. 언제 육합권은 그처럼 익혔던 게냐?”

“그저 이론으로만 조금 공부를 했었던 것인데, 막상 몸을 움직여 보니 생각처럼 잘 되더라구요.”

“허참, 재능은 있을 줄 알았다만······.”

“이런 제자가 자랑스럽겠죠?”

“흥, 그래도 아직 멀었다. 박치기가 뭐냐, 박치기가. 뻗는 주먹에 조금만 더 힘이 들어갔어도 멋지게 권으로 승부를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게 말입니다.”


말은 질책하듯 했지만, 자랑스러운 게 사실이다.

거기에 상희의 상태와, 그 아이가 상대해야할 응룡회주에 대한 철저한 분석까지.

지금껏 여러 가지로 문파내의 일을 모두 맡기고 있었지만, 이건 백양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지와 재능이었다.


‘이런 녀석들이 있으니, 우리 벽력문이 날갯짓을 할 때도 머지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벽력문과 응룡회.

두 문파의 운명을 건 비무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흐아압!”


강한 기합.

문우강이 패도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표인참원도.

범을 잡는 도법.

그 강맹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막인도가 사용하던 지옥무쌍도법, 그 이상으로 패도적이면서도 또한 상승의 묘리를 담고 있는 높은 수준의 도법임은 틀림없었다.

살기를 품고 피어오른 검기가 문우강의 패도를 휘감았다.

쏟아지는 날카로운 예기가 문우강이 내리친 패도를 타고 상희를 휩쓸 듯이 덮쳤다.


‘피할 수, 있어!’


상희는 이를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같은 검기를 쓰는 무공이었지만, 며칠 전 싸웠던 진청의 검술이 훨씬 변화도 많고 빨랐다.

한방의 위력은 문우강의 칼이 월등히 뛰어났으나, 몸을 파고드는 그 저릿한 살기는 오히려 도가 내리칠 궤적을 상희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왠지 알 것 같아.’


채호와 왕주학의 비무가 바짝붙은 근접전을 통해 서로의 힘을 억제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면, 지금 여기 두 사람의 비무는 정 반대였다.

문우강은 표인참원도의 파괴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거리를 필요로 했고, 상희는 자신의 날쌘 몸놀림을 활용하기 위해 거리를 벌려야할 필요가 있었다.

폭발적으로 휘둘러지는 패도와 유연하고 빠른 몸놀림으로 이를 회피하는 두 사람의 비무는 넓은 연무장을 빈틈없이 사용했다.


‘다시 싸우면 사저가 이기겠지만’


진청은 자신에게 다음에 다시 붙게 된다면 상희가 이길 거라 했던 채호의 말을 떠올렸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이어지는 비무를 보고 있자면, 자신이라면 과연 문우강의 패도를 저처럼 완벽히 피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속도만을 보자면 진청이 분명 더 빠르겠지만, 검의 승부는 그저 검이 얼마나 빠른지로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쾌검이 최강의 검법으로 자리잡았겠지만, 세간에는 오히려 느리게 움직이는 둔검이 있는가 하면, 속도보다는 다양한 변화에 그 중점을 두는 검술도 많았다.

무겁고, 파괴적인 힘을 내세우는 패도도 이처럼 다양한 무예의 갈래 중 하나였다.

응룡회주 문우강의 실력은 틀림없이 고수라 칭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이는 아직 고수의 문턱을 두드리고 있는 진청보다 한 수 위의 영역에 있었다.

그런 문우강의 공격을 완벽히 흘려내는 상희의 움직임에 진청은 조금의 분함을 느꼈다.

다시 싸워, 꼭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질 지도 모른다.’


이 같은 불안감을 끌어낸 것만으로, 지금 상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실력이 늘었는 지를 알게 해주었다.


“크윽!”


문우강은 초조해졌다.

분명히 밀어붙이고 있는 건 자신이었지만, 좀처럼 칼끝이 닿지 않았다.

순간순간 찔러 들어오는 날카로운 반격에 오히려 문우강이 당황했다.

앞선 비무를 보며, 혹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움직임이 읽히고 있나?’


그러나 문우강 역시 응룡회주라는 위치를, 고수라는 명예를 운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다.

자신의 문제와, 상대의 강점을 빠르게 파악했다.


‘하지만 표인참원도의 살기를 억누르는 것은 불가능해.’


결국 방법은 하나다.

더 강하게 공격한다.

최대의 위력을 담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초식으로.


‘시간을 길게 끌어, 저 계집이 지치길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것으로는 자신의 강함을, 응룡회의 힘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다.

응룡회가 쓸모가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확실히 각인 시켜야 한다.

표인참원도 절기.

아직 고작 6성의 성취에 불가했으나, 그 위력은 절기라는 이름에 부족하지 않다.


맹아굉파참(猛牙轟破斬)!


좌우 각기 두 번,

양옆으로 회피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며 내리 붓는 필살의 4연격!

상대가 죽는다 해도 이번엔 어쩔 수 없다.

생사 따위는 이제 알바 아니었다.


“히얏!”


받아낼 수 있을까?

아니, 여기선 혹여 받아낼 수 없을지라도 해내야했다.

파괴적인 검격에 맞서, 벽력검의 검경이 부딪혔다.

날렵하게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은 벽력검의 진수가 아니다.

오히려 무공의 파괴력을 따지자면, 검기보다 검경이 우위에 있다.

둥! 둥둥! 둥!

칼과 칼이 부딪혔다고는 보기 힘든 둔탁한 굉음이었다.

연속적으로 쏟아낼 수 있는 검기와는 달리, 검경은 단 일격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이전 상희가 알고 있었던 검경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아주 약간의 호흡의 변화만으로도,

단순히 초식을 넘어 자연스럽게 검경을 구현 할 수 있다.

무리하게 힘을 끌어낸 탓에, 상대의 패도적인 공격을 받아낸 충격으로 상희 역시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입에 피를 머금으면서도 상희는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여기서 멈춘다면, 이후 이어질 문우강의 공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기회였다.


‘이겨 보일 테니까!’


다섯 번째······!

아니, 여섯, 일곱 번째 검경을 이어갔다.

10성을 너머, 극한의 힘을 끌어내는 무예의 완성!

12성의 벽력진천칠연검!

벽력검법은 그리 수준 높은 무공은 아니었으나, 그만큼 빠르게 성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아직 그 절반의 성취에 밖에 이르지 못한 문우강과 달리, 상희는 벽력검법의 전부를 이뤄냈다. 아니, 새로운 진화에 도달했다.


쩌적!


일곱번의 검경을 받아낸 문우강의 패도에 균열이 일더니, 마침내 부서졌다.


카앙!


두 절기의 부딪힘.

문우강은 검경의 칠연격을 받아낸 끝에, 부서진 패도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비무의 끝에 서 있는 것은 벽력문의 셋째 제자 상희.


벽력문이 이겼다!

와아아!

저 소녀가 응룡회주를 쓰러트렸어!

맙소사, 이런 일이!


좌중이 소란스럽다.

이제 고작 십육 세.

지난 십년이 넘게 약소 문파로 무시당했던 벽력문은, 이렇듯 새로운 고수의 탄생을 알렸다.

이번 음독 사건의 진실과 문파의 명예를 건 응룡회와의 비무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벽력문이었다.


“어때?”

“음, 멋있는데요.”

“후후, 사저도 할 때는 한다구.”


좌중의 환호속에 연무장에서 내려온 상희는, 채호를 향해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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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력의 검 +1 22.07.22 2,150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3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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