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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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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최근연재일 :
2024.03.29 16:48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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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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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385

작성
22.07.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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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2쪽

촌경을 보이다.

DUMMY

촌경을 보이다.



“그만큼 박대를 당했으면 이제 수작질도 그만 둘 때가 되었다 싶은데, 아무래도 공자는 수치심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군요.”

“뭐? 네 녀석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구나!”


순간 조영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주 볼만한 얼굴이었다.


“게다가 공자와 저는 배분이 같을 진데, 언제까지 그처럼 하대를 할 생각입니까?”

“네, 네놈, 지금 상희 소저의 앞이라 해서 건방을 떨고 있는 것이냐?!”


지금까지 채호는 얌전히 조영출의 망나니짓을 받아주고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지금껏 너그러이 봐주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 같은 행동을 두고 보지는 않겠습니다.”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는 구나. 상희 소저, 나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소. 소저에게 미안하지만 이것은 우리 두 사람의 일이니 끼어들지 말아주시겠소? 내 소저의 사제에게 악감정은 없었으나 오늘의 태도는 감히 봐줄 수가 없구려. 미안하지만 저 버릇을 내 단단히 고쳐놓아야겠소.”

“헛소리도 그쯤 하면 병이라지. 지금 화를 내야할 것은 나요.”

“네 이놈, 끝까지······.”

“저도 사저에게 부탁하죠. 제가 해결할 테니 나서지 말아주시지요.”


여기서 사저가 끼어들면 상황이 오히려 나빠진다. 어디까지나 이건 서강문주의 아들과 전 벽력문주의 아들간의 대결이 되어야 했다. 그것도 조영출이 먼저 싸움을 걸어야만 문제가 없다.


“자, 잠깐만 사제, 그렇지만 사제는······.”


상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채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괜찮아요. 사저도 절 못 믿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럼 거기 앉아서 식전의 유흥을 잠시 즐겨주시지요.”


상희는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채호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무언가 생각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후우, 알았어.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사제를 믿어볼게.”


이렇듯 다정하게 말하는 상희의 모습을 보고 있던 조영출은 더욱 배알이 꼴렸다.


‘크윽······. 마침 잘 되었다. 그렇잖아도 눈엣가시 같았던 놈. 내 오늘 여기서 저놈이 얼마 쓸모없는 지를 소저에게 각인 시켜주어야겠다. 무술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주제에 무슨 객기로 시비를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손을 봐주마.’


채호는 조영출의 생각이 훤히 다 보였다.

그의 행동은 모두 채호의 머릿속에 있었다.


“흥, 꼴에 허세를 부리는 구나. 좋다, 내 아우에게 선수는 양보하지. 어디 한번 그 입놀림만큼 무술실력도 있는지 봐주마.”


서강문에서 절기는 운류철진도라 불리는 도법이다. 그에 걸맞게 조영출은 허리에 도를 차고 있긴 하지만, 지금 여기 객잔에서 칼부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도 객잔의 아들을 상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할 만큼 조영출이 막나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만약 칼을 들고 싸우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채호도 무턱대고 조영출에게 싸움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실력으로 칼을 든 조영출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저런 망나니여도 채호와는 기본적으로 다르기는 했다. 상희보다는 한수 아래라고 해도, 그 실력자체가 하수라고 얕볼 만큼 형편없지는 않았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 있는 도법에나 허용되는 말이다.


“그럼 사양치 않고······.”


당연히 서강문에도 권법은 있다. 무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문파라고 해도 맨손 무술을 가르치지 않는 곳은 드물다.

운류풍연권이 바로 그것으로, 도법이 강맹한 위력을 앞세운다면 권법은 마치 구름이나 바람처럼 유연한 움직임이 특징이다.

이처럼 상반된 두개의 무공의 중심을 하나로 엮어내어 그 강점을 끌어내는 서강문은 확실히 서강제일문이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여기 망나니 공자가 그 상반된 두 가지 무술을 모두 심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채호는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접근 했다.

조영출이 선수를 양보한 것은 매우 큰 패착이다. 쓸데없이 자만을 부리지 않았다면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일단 붙은 다음에는 이쪽이 훨씬 유리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좁은 객잔이었다.

달아날 장소가 한정된 만큼, 조영출은 바짝 좁혀 온 채호를 떨쳐낼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뭐, 뭐야 이 녀석? 겁도 없이 달려들다니······. 거리가 너무 가까워. 이래서는 제대로 힘을 낼 수가 없다!’



채호는 보기 좋게 조영출을 몰아넣었다.

제대로 된 실전 경험 한번 없을 애송이.

기껏해야 같은 문도들이나 초정된 무림인과 몇 번의 비무를 한 것이 다였을 것이다.

이렇게 근접한 상대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턱이 없겠지.

그런 면에서 차라리 장광이 더 뛰어났다.


‘대체 뭐지? 무술을 거의 익히지 않은 것이 아니었나?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그런?! 말도 안 돼!’


허둥지둥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만 조영출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채호는 무엇보다 침착했다.


‘빌어먹을! 여기서 질 수는······. 이제는 살초를 써서라도······!’


이 자리에서 꼴사납게 지게 된다면 조영출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무술도 익히지 않았다고 알려진 녀석에게, 그것도 먼저 싸움을 걸어 패한다?


“그렇게 될까보냐!”


암운굉연수!

운류풍연권에서 가장 위력적인 초식 3가지를 연계한 필살의 공격이었다.

목을 노리고 쏘아진 손아귀를 채호는 진각을 밟으며 오른쪽 손등으로 올려쳤다.

이어 발을 다시 앞으로 내딛으며 몸을 돌려 왼손 팔꿈치.

삼재기공의 원리를 따라 호흡과 발 디딤, 그리고 몸의 회전을 통해 온몸의 기가 한 점에 집중되었다.

가장 기본적인 경의 원리.

극히 짧은 거리에서 최대의 타격을 발산하는 촌경.


“쿠어어억!”


볼썽사나운 비명과 함께 조영출은 바닥에 내동그라졌다.


“아무래도 승부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죽거나 기절할 만큼 강한 일격은 아니다.

딱히 힘 조절을 할 필요도 없이 그게 지금 채호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한계였다. 급소에 맞았다면 모를까, 일단은 복부에 꽂았다.

조영출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지만, 그래봤자 순간적인 충격일 뿐이다.


“크, 크윽! 네, 네놈이······.”


치욕적이다.

분노가 머리를 가득 채운 조영출은 순간 허리춤에 메인 장도에 손을 가져갔다. 이렇게 된 이상 칼을 써서라도······.


“그쯤 해 두세요. 만약 칼을 뽑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조영출이 칼의 손잡이를 잡기 무섭게 가만히 앉아있던 상희도 몸을 일으켰다.


“칼부림을 한다면 나도 지켜만 볼 수 없겠군.”


거기에 덧붙여, 언제부터 지켜보고 있었는지 태평객잔의 호위로 있는 석천이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때며 말했다.

조영출은 흥분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가 서서히 식는 것을 느꼈다. 상희는 둘째 치고 석철은 도저히 영출의 실력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내, 내가 졌다.”


여기서 더 소동을 일으켜 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영출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깔끔히 패배한 영출은 꼬리를 만 개가 되어 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었다.

허둥지둥 객잔을 벗어나는 조영출을 보고 있던 상희는 다시 자리에 앉아, 이번엔 채호에게 말했다.


“생각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정면 대결로 이길 줄은 몰랐어. 언제 그렇게 실력을 쌓은 거야?”

“제가 실력이 좋다기보다 저 망나니의 실력이 형편이 없었던 거죠. 도법이라면 모를까. 권법은 제대로 써본 적이 아마 한 번도 없을 걸요?”

“그렇지만 마지막의 촌경은 훌륭했어. 경을 쓰는 건 상당한 훈련을 겪지 않으면 불가능 할 텐데······.”

“사실 삼재기공이라면 체조 삼아 종종 수련을 했었거든요. 사저가 책을 발견하기 오래전부터 말이에요.”

“······흐응, 그래?”

“그렇죠.”


변명할 말이라면 대충 준비해두었던 참이다. 채호는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고, 상희는 약간의 의구심은 남은 것 같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난 사제의 말은 무조건 믿으니까.”


그리고 상희는 끝으로 그렇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아주 조금 멋있었어.”


*


태평객잔의 2층이 한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상희와 채호 이외의 다른 손님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방금 있었던 채호와 조영출의 대결을 지켜본 사람이 그래도 다섯은 더 있었다.

채호가 별다른 걱정 없이 조영출에게 시비를 건 것은 충분한 관객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건 조영출이 먼저 대결을 청했다는 것에 대한 증인이 있는 편이 앞으로 서강문이 어떻게 나오든 대처가 편했다.

조영출이 최소한의 자존심이 있다면 이 대결을 갖고 꼬투리를 잡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냐, 그리 수준 높은 대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지 않느냐?”

“그러게요, 하지만 둘 모두 실력이 형편없던 걸요? 할아버님이 아니라 제가 상대였어도 10초 지적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거야 모를 일이지. 권법은 어설펐지만, 그래도 움직임을 보아 그 망나니 같은 놈도 그리 간단히 당할 녀석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기 앉은 소협은 그 망나니의 머리꼭대기에 있었지. 순차적으로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연계는 비록 무술의 숙련도는 낮을지라도 감탄이 나오더구나.”

“무술실력보다 잔꾀가 높아 보이긴 했네요.”


2층 구석에 앉아 이렇듯 대화를 나누고 있던 초로의 남자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이 보기에 지금 두 사람의 대결은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도 수준이 낮아 보였다. 하지만 초로의 남자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확실히 청아의 말대로 무술의 숙련도는 낮아 보이긴 했지. 하지만 마지막의 촌경은 어쩐지 대가의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명백히 단련되지 못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경을 저렇듯 자연스럽고 무리 없이 쓸 수 있다니. 위력은 낮았지만 노부라고 해도 저렇게 부드럽게 경을 쓰기는 어려워.’


게다가 저 앉아있던 소녀의 실력도 나이를 생각하면 제법 뛰어나 보였다. 마지막에 순간 드러난 기세가 범상치 않다. 비슷한 연령대이지만, 청아와 비교할만한 인재일 지도 모른다.


‘벽력문이라. 변방의 작은 문파라 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인재가 많군. 멀지 않아 이름을 떨칠 지도 모르겠어.’


저 두 사람이 벽력문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싸움이 있을 때부터 주위에서 벽력문과 서강문의 두 자제가 시비가 붙었다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마지막에 선보인 촌경이 계속 노부의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벽력문이라는 문파에 대해서는 과거 서강에 왔을 때에도 한번 들어본 적은 있으나 어떤 무공을 쓰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경을 쓰는 것에 있어 꽤나 수준이 있는 것을 보면 벽력이라는 이름이 경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떠나기 전에 한번 들러 어떤 무공을 쓰는지 한번 견식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그건 그렇고 이 객잔의 요리도 아주 맛이 좋군.”

“네,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네요.”


노부의 말에, 심경이 그리 좋지 않아 보이던 소년도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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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연을 얻었을 거야. +3 22.08.29 1,614 40 12쪽
23 몇 가지 의문들 +2 22.08.23 1,774 44 12쪽
22 전력을 다하다. +1 22.08.17 1,821 48 12쪽
21 무흔귀곡검 +2 22.08.13 1,828 51 13쪽
20 무산이괴 +2 22.08.09 1,816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41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8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2,000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8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50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3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102 4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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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60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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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79 42 11쪽
»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28 44 12쪽
4 문제랄 것도 없다. +1 22.07.06 3,149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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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74 54 11쪽
1 환생 +2 22.07.04 4,966 6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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