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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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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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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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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회의 끝에

DUMMY

연회의 끝에



“응룡회주 문우강이외다. 여기까지 와준 손님들께 우선 인사를 드리지.”


문우강이 말했다.


“이번 모임은 응룡회와 벽력문간 있었던 지난 갈등에 대한 화해를 겸해, 여기 서강의 무림 동도들이 다함께 친목을 다지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여 이렇게 초대를 했소이다.”


말은 잘한다.

팔척은 됨직한 큰 키, 다부진 체격.

거기에 화통한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 되었다.


“우리 응룡회가 개파를 한지도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소다. 그동안 벽력문과는 거의 처음부터 갈등이 생겼던 것이 사실이오. 신흥 문파라는 이유로 무시당할까 싶어 우리 쪽에서 과하게 힘을 쓴 것도 있겠소.”


실제 갈등이라는 표현자체가 우습긴 했다.

일방적으로 응룡회가 주위의 저잣거리를 자신의 세력권임을 밝히며 공격을 해왔다는 것이 좀 더 맞는 표현이었다.

그전에 벽력문에서도 행패를 부리고 다니는 응룡회의 무사들을 훈계하는 일도 있었으나, 직접적인 무력 다툼은 명백히 응룡회에서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이 좁은 서강에서 이렇게 서로 싸워보았자 무슨 득이 있겠는가? 이렇듯 서로 눈치를 보며 아옹다옹 하느니, 회포를 풀고 화해를 하는 것이 맞다 싶어 내 이렇게 청했소.”


여기까지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윤백양이 문우강의 말에 되물었다.


“그 말인즉, 앞서 있던 다툼이 응룡회의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는 건가?”

“잘못이라. 그렇군.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않는 제자들을 핍박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 우리 쪽에서 과하게 힘을 쓴 것은 사실이니, 그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지.”


말은 사과를 하고 있지만, 은연중에 벽력문의 제자들 업신여기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다.


“내 일찍이 화해를 청하고 싶었으나 벽력문이 봉문이라도 한 마냥 문을 꼭 닫고 나오지 않는 통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 아니겠소?”

“그렇군. 하면 이렇게 시비가 분명한대 단지 말뿐인 화해의 말로 끝내는 것은 어떨까 싶소만. 그에 합당한 제대로 된 사죄가 필요하겠지.”


윤백양의 그 얍삽한 얼굴은 단지 폼으로 생기지 않았다.

응룡회의 도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우선의 이득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뜸 금품을 요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여기 벽력문주 윤백양이었다.


“하하하. 벽력문은 꽤 청렴한 문파라고 알고 있었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군. 하지만 그것도 맞는 말이야. 사과를 하는데 있어 어찌 그저 말만 오갈 수 있겠나? 그에 맞는 성의가 있어야만 하지.”


강도나 다를 바 없는 응룡회였기 때문인지, 오히려 윤백양의 발언이 무척 마음에 든 문우강이었다.


“준비해둔 물건을 가져와라.”


어쨌건 화해의 선물 역시 나름 준비는 해둔 것 같다.

곧 작은 함이 윤백양에게 전달되었다.


“직접 제작해본 영약이지. 묵환단이라고 하오. 그리 큰 효능까진 없지만, 대략 3년 정도의 내공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거요.”


영약!

확실히 3년 내공이라고 하면 큰 효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런 지방의 작은 문파에서 소림의 대환단이나 소환단을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3년 내공만 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기는 하겠지.’


영약을 얻었다고 해서 그걸 채호가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저만한 영약이어도 그 가치는 상당히 높았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며, 회해의 선물로는 충분했다.

윤백양은 응룡회가 건네준 함을 열고 영약을 확인했다. 살짝 냄새를 맡아 보고 채호에게도 건넸다.


“어떠냐? 진짜인 것 같으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그 말에 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은 진짜가 맞는 듯해요. 이건 잘 보관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죠.”

“그래, 그렇게 해야겠군.”


백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을 챙겼다.


“성의는 잘 받았소. 응룡회의 화해를 받아들이지.”

“잘 생각하셨소이다. 이렇게 서로가 오해를 풀고 친하게 지내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군! 자, 그럼 연회를 즐기도록 하지!”


그렇듯 다짜고짜 연회가 시작되었다.

화해를 위한 회담이라는 게 이처럼 간단히 끝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쩔 생각인거지?”

“글쎄요. 이대로 연회만 하다 끝나도 저희로서는 나쁠건 없죠. 하지만 아마 녀석들도 이렇게 조용히 끝낼 생각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원하는 데로 적당히 먹고 마시다가 받아쳐야죠.”


옆에서 듣고 있던 우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일단 먹고 와야겠다. 녀석들, 돈은 많나 보군. 이런 산해진미를 가져다 놓다니.”

“적당히 먹어요. 너무 먹으면 배가 거북해서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못 움직일 테니까.”


상희의 충고에도 우영은 듣는 채 마는 채 하더니 음식이 쌓인 식탁들을 살피러 갔다.


“그럼 우리도 먹자.”


상희도 결국 포기한 듯 맛있게 차려진 식사로 시선을 돌렸다. 본인도 얼른 먹고 싶었던 거겠지.


“근데, 독이라도 들어있는 건 아니야?”


그런 와중에 이런 쓸데 없는 걱정은 잘도 한다.


“이렇게 사람들을 초대해놓고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요.”

“그것도 그렇네.”


전체적으로 연회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이 식탁 저 식탁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음식을 먹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문파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짜여있다. 주로 사파에서 유행하는 방식으로, 정숙한 것을 좋아하는 정파에서는 살짝 생소할 수도 있다.

채호도 전생에 비슷한 경험을 몇번 해봤다.

300년 전 녹림에 잠시 머물 때에도 이처럼 먹었었다. 그때는 정말 매일같이 연회를 해댔지.

적당히 먹고 싶던 고기 요리가 있는 곳에 앉으려는데, 하필 조영출과 마주쳤다.


“날 때려 눕혔다고 아주 동네방네 소문을 다 냈더구나.”

“그렇소?”

“네놈이 그렇게 떠벌리고 다닌 게 아니더냐?”

“내가 왜 그런단 말이요? 그때 보았던 누군가 소문을 낸 것이겠지. 그리고 그날의 일은 이처럼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의미로 기억을 하오만.”

“마음에 안 들면 네 녀석이 편히 말을 하던지 해라. 나는 네놈에게 격식을 차릴 생각 따위는 없으니.”

“그럼 그렇게 하지.”

“그날 고작 주먹 한방 먹인 것으로 날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칼을 들것도 없이 제 실력만 다 내었어도 너는 죽은 목숨이었으니. 머지않아 네놈을 온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찍어 눌러주마.”


그렇게 말한 조영출이 휙하니 멀어지고, 그 다음에는 조영영이었다.


“키득키득, 오라버니를 아주 시원하게 때려 눕혔다면서요?”


조영출의 여동생.

서강 문주 조강철의 넷째 딸.

상희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미색이 뛰어난 소녀다.

그러나 무공 실력은 그에 한참을 못 미쳤다.

기껏해야 삼류 무사의 수준을 간신히 넘어선 정도였다.


“별로 시원하게 때려눕힌 것도 아니오. 소문이 과장되어 났군.”

“다음에 또 그럴 일이 있다면 꼭 구경을 해야겠네요. 몇 번을 더 혼나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

“그래도 오라비인데, 너무한 거 아니요?”

“당하는 게 나만 아니면 된 것이죠. 혹시 둘째 오라버니는 어떻게 안 되나요?”

“조영석?”


조영영의 시선을 따라가니, 조영석이 음식을 나르고 있는 여급에게 추근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호색한은 여동생인 저에게 까지 치근덕거린다니까요. 무슨 안마를 해준다며 툭하면 제 몸을 만지려는 탓에 소름이 돋지요.”

“그거야 안 된 일이군.”

“어때요, 당신이라면 몰라도, 당신의 사저 정도 되면 저 호색한도 혼내줄 수 있지 않겠어요?”

“그가 사저에게 헛짓거리를 하러 온다면 생각해 보죠.”

“이기지도 못할 상대에게 다가갈 만큼 대범한 인물도 못되는 것이 문제라서요. 그런 면에선 차라리 셋째 오라비가 낫지요.”


서강문주도 아주 골치가 아프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굳이 남의 문파 사정에까지 관여할 생각은 없다.

응룡회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귀찮아 죽겠는데, 무슨 서강문처럼 커다란 문파의 사정까지 살펴야 한단 말인가?

자기 여동생까지 건드리려 한다는 쓰레기와 비교할 바는 아니겠지만, 벽력문의 둘째 제자 역시 열심히 예쁜 소저들에게 작업을 거느라 바쁜 모양새였다.

먹을 것을 찾으러 간다더니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어느 소저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얼굴이 화끈 거린다.

저 꼴을 응룡회가 못 봐야 할 텐데.

조씨들이 모두 멀어지고 난 다음에는 사저가 다가왔다.


“뭐라고 해? 혹시 시비를 걸어?”

“아뇨, 그냥 인사나 좀 했습니다.”

“저 둘이랑 사제가 무슨 인사를 해? 혹시라도 무슨 협박이라도 하거든 말해. 나도 그때는 참지 않을 테니까.”


연회는 점차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의도가 어찌되었든 각 문파의 인물들은 연회의 목적에 맞게 잘 어우러져 놀았다.

그 와중에 갑자기 진청이 칼을 빼어 들었다가 진노인에게 혼이 나는 둥 약간의 소란은 있었으나, 그 정도야 어느 연회에서나 있을 법한 사소한 사건이었다.


“채호야, 둘째가 어디로 갔는지 혹시 봤더냐?”


그때 숙부가 다가와 물었다.


“흠, 웬 소저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 가는 건 봤지만, 아직 안 왔습니까?”

“도통 보이질 않는 구나. 괜히 어디서 사고나 치지 않으면 좋겠는데.”

“알아서 하겠지요. 사형이 어린애도 아니고, 진가장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다만······.”


숙부의 걱정도 이해는 되었다.

둘째 사형의 행실이야 큰 걱정은 없었으나, 적진에 들어와 혼자 있다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뜸 붙잡아가거나 공격을 하진 않겠지만, 괜한 술수에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응룡회가 빨리 움직이는 것은 채호가 원하는 바였다. 슬슬 배도 찼고, 더 이상 시간을 끌기도 지루한 참이었다.


“끼야아아아악!”


그리고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다.


“이게 무슨 일이더냐!”


주가장의 주치혁이 음식을 먹던 도중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피를 토하며 쓰러진 주치혁은 누가 봐도 독에 당한 모습이었다.


‘이건······.’


응룡회가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이제야 그림이 그려졌다.

함정이 있다면 걸려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얌전히 있었지만, 이건 조금 도가 지나쳤다.


“누구 독에 정통한 사람이 없나? 의원, 의원을 불러와라!”


소동이 회장을 장악한 가운데, 응룡회주 문우강도 나섰다.


“어느 누가 감히 우리 응룡회의 안마당에서 추악한 독살을 꽤한단 말이냐!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찾아내라!”


썩 훌륭한 연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범인이 때맞춰 나타나 준다면 연기력은 그리 큰 상관이 없었다.


“여기, 수상한 자를 붙잡아 왔습니다.”


그렇겠지.

그래야 말이 되지.

채호는 끌려온 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서우영.

둘째 사형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거 놔라!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


응룡회의 무사 몇 명에게 잡혀온 서우영이 문우강의 앞으로 끌려 나왔다.


“호오라, 이게 누군가? 벽력문의 둘째 제자가 아닌가? 화해를 청하러 온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사건을 일으켰단 말인가?”

“되도 않는 소리.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소.”

“그러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이지? 설마 내가 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누가 이 같은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나는 아니오. 굳이 범인을 찾는다면 이 자리를 만든 응룡회가 아니겠소?”

“흥, 우리가 누굴 죽일 작정이었다면 이런 치졸한 수를 쓸 것 같더냐?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아두고? 누명을 씌울 생각이었겠지만 너무나도 생각이 얕구나!”

“누가 할 소리!”


채호는 저 되도 않는 연극에 장단을 맞출 생각은 없었다.

둘째 사형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일단은 응룡회가 바라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 편하다.

거기에 누가 되었든 사람이 죽는 꼴을 그냥 지켜 볼 수도 없었다.


“제가 독에 대해 조금 압니다.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채호는 쓰러진 주치혁의 옆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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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연을 얻었을 거야. +3 22.08.29 1,602 40 12쪽
23 몇 가지 의문들 +2 22.08.23 1,758 44 12쪽
22 전력을 다하다. +1 22.08.17 1,809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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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무산이괴 +2 22.08.09 1,804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27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27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1,989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73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38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21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092 45 14쪽
12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2 22.07.15 2,153 49 13쪽
» 연회의 끝에 +1 22.07.14 2,186 41 12쪽
10 회담에 나서다. +1 22.07.13 2,219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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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48 40 12쪽
7 가르침을 주다. +1 22.07.09 2,509 38 12쪽
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62 42 11쪽
5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11 44 12쪽
4 문제랄 것도 없다. +1 22.07.06 3,130 46 12쪽
3 독학치고는 쓸만하지? +1 22.07.05 3,406 55 11쪽
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41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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