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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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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최근연재일 :
2024.03.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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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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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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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385

작성
22.08.0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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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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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1쪽

무산이괴

DUMMY

무산이괴



채호는 주로 고용된 무사들 먹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당연히 진가장의 식속들은 이곳에서 밥을 먹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째 상황이 달랐는데, 소미가 채호의 옆에 딱 붙어 앉아 함께 밥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다소곳하게 옆에 앉은 소미를 두고, 채호는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건가 싶었지만 밥 먹는 내내 별다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오전의 수련시간에도 곁에서 함께 내공 수련을 했다.

기왕 같이 심법을 하게 되었기에, 채호는 소미의 상태를 조금 봐주었는데,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었지만 내기의 소통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어 치료가 성공적으로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굳이, 제가 더 이상 봐줄 필요는 없을 텐데요. 혼자서도 지금처럼 하면 됩니다.”

“네?”

“그, 심법을 봐주었으면 해서 온 거 아닙니까?”

“아닌데요.”

“그럼, 왜?”

“그, 그야······.”

“그야?”

“갈래요.”

“엥.”


채호는 영문을 모를 따름이었지만, 소미의 입장에서는 살짝 화가 났다.

자신에게 그런 짓까지 해놓고, 어떻게 저런 태도를 할 수 있담.

하지만 소미에겐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미 일은 벌어진 상황이 아니겠는가.

혹시 윤공자는 그날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건 소미에게 있어 재앙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고 저렇고 이런 일까지 했는데.

이에 대해 홍이는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윤공자는 그런 면에서 조금 둔한 부분이 있으니까, 어쩌면 정말 모르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 그런 걸까?”

“이렇게 된 이상, 아가씨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어쨌건 홍이의 판단에 의하면, 아무래도 진소미는 색기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꾸미는 것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소미다. 하지만 병이 나아지고, 혈색이 돌아온 소미는 제법 예쁜 아가씨라고 할만 했다.

식욕도 정상적으로 돌아와, 비쩍 말라 해골이나 다름없던 얼굴도 적당히 살이 붙어 보기 좋았다.

여전히 오랜 병을 앓은 탓에 피부는 하얗다 못해 조금 파리했고, 전체적으로 너무 말랐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가녀린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홍이의 평가였다.

그렇게 해서 평소 잘 입지 않던 치렁치렁한 복장에, 머리에도 귀여운 장신구를 더해 예쁘게 단장하고 채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는데, 진가장에서는 이번에 상당히 큰 건수의 물자를 팔게 되어 대부분의 인원이 상행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진가장의 호위에 빈틈이 생기게 되었고, 그렇지 않아도 습격 사건에 대한 의문이 남은 시점에 채호는 신경을 쓸 부분이 많아졌다.

느긋하게 함께 있을 기회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안채에 머무는 것이 좋을 텐데요.”

“유, 윤공자가 지금 가문에 남은 가장 뛰어난 호위이니까, 윤공자의 옆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한 게 아닌가요?”

“남은 무사들 중에서도 저보다 뛰어난 사람은 많죠. 제 실력은 아직 보잘것없는 수준입니다.”

“호위대장인 무성 아저씨도 윤공자의 실력을 높게 봐주던데요?”


무성이라하면 이곳 진가장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무사였다.

벌써 십 수 년 동안 진가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었으며, 그 실력은 거의 고수에 영역에 다다라 있다.

진가장에 머무는 동안 간단한 비무를 해보기도 했는데, 3번의 비무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렇다 해도 삼재기공의 3성에 이른 지금이라면 전력을 다할 경우 꼭 지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단련의 정도에서 쿤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었다.


“저로서는 한판도 이기지 못했는데요.”

“무 아저씨도 윤공자에게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고 했어요.”

“그야 서로 전력을 다하지 않고 중간에 멈추었으니······. 아마 끝까지 싸웠다면 제가 졌을 겁니다.”

“아버지도 윤공자가 함께 있으면, 산책을 나서도 좋다고 했어요. 너무 겸손을 떠는 것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네요.”

“딱히 겸손인건 아닙니다만, 그러면 오늘도 산책을 나가실 겁니까?”

“아니요. 그냥, 윤공자와 대화를 나누려고 나왔을 뿐이에요.”

“저랑 대화를 해도 그리 재미있지는 않을 텐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채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쯤 되면 아무리 둔한 채호여도 상대방이 자신에게 큰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정도는 알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고생하던 병을 고쳐주었으니, 그에 따른 감사의 표시가 아닐까 짐작을 해봤다.


“그런데, 윤공자는 어째서 검은 익히지 않은 건가요?”

“그게, 날붙이는 아무래도 서투른 감이 있거든요.”


그건 이전의 생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기술을 익히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예기를 다루는 것에 있어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주먹과 달리, 칼에는 정도가 없다.

애초에 채호는 무예에 대한 재능이 그리 높지 않았다.

운 좋게 선인을 만날 수 있었고, 운 좋게 깨달음을 얻어 높은 경지를 이룰 수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만들게 된 삼재기공 역시, 그 본질은 강력한 무공보다는 스스로가 익히고 있던 무공의 체계를 정리하여 가다듬은 것에 가깝다.


“무림인이 날붙이를 어려워한다니, 이상해요.”

“가능하면 피를 안보고 이길 수 있다면 좋겠죠.”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는 오래 무림인을 할 수 없을 걸요?”

“그럴까요. 정 안되면 머리로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봅니다.”

“그래서 철두서생이군요? 후후.”


이렇듯 잘 웃는 아가씨가 바로 얼마 전만해도 표정에서 웃음기 하나 찾기 어려웠다는 것을 떠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화사하게 미소 짓는 소미의 얼굴에 채호는 나름의 보람을 느꼈다.

피식 웃는 채호의 얼굴에 소미는 수줍은 얼굴로 가슴을 두근거렸다.


*


낮에는 그렇듯 분위기가 좋았으나, 밤이 되자 진가장에는 불온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이번 상행으로 인해 진가장에 남은 무사의 수는 스무 명 남짓.

가주인 진원필이나 호위 대장인 무성이 남아있긴 했으나 평소에 비하면 반절이 못되는 숫자였다.

그런 진가장에 찾아온 손님들이 있었으니, 무산이괴를 필두로 한 무사집단이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찾아왔는지는 들었나?”

“그게, 붉은 용이 그려진 옥패를 찾는다 합니다.”

“붉은 용?”

“혈룡패를 받으러 왔다. 그것이 무산이괴가 전하라던 말입니다.”

“혈룡패라. 나로선 들어 본 적이 없군. 부총관은 어디 감이 잡히는 것이 없나?”

“글쎄요. 하지만 그 이름을 봐서는 혹, 아수혈사와 관련이 있지 않겠습니까?”


아수혈사.

이는 서강에서 50년도 전에 일어났던 아수혈교와의 치열한 전투였다.

당시 삼마라 불린 아수혈교의 3대 주교중 하나, 광마와의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것이 이곳 서강으로, 수많은 무림인이 그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아수혈사라면 아버지도 참전했었다고 들었지. 그러고 보면 아버지의 유품에서 비슷한 물건을 본 것도 같군.”


전 가주인 진석웅이 죽은 것이 6년 전이다.

아수혈사에 참전하여 광마와 싸웠던 것은 진석웅의 자랑거리중 하나로, 당시의 전리품으로 몇 가지 물품을 챙겼다는 말은 들었다.

그리고 그 중,

아버지가 남긴 유품 중에 검붉은 옥패를 봤던 것 같은 기억이 진원필에게 남아있었다.


“부총관, 아버지의 유품을 살펴 저들이 찾고 있는 혈룡패가 있는지를 찾아보게. 그리고 남은 무사들은 모두 싸울 채비를 갖춰 모일 수 있도록 준비를 부탁하지.”

“예!”


무기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자, 이미 진가장 안으로 들어선 무산이괴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명백히 고수라 할 수 있는 저 둘을 상대로 버틸 수라도 있는 인물은 진가장에 단 둘 뿐이다.

호위대장 무성과 최근 호위로 들어와 딸아이의 병을 고쳐준 철두서생 윤채호.

이 둘이 힘을 합한다면 무산이괴 중 한명 정도는 어떻게든 상대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하나.

전면전에 들어간다면 무사의 수에서도 크게 앞선다고 볼 수 없는 현재 진가장으로서는 낭패를 볼 가능성이 더 컸다.


“좋지 않군.”


진원필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정 상대하기 어렵다면 저들이 바라는 혈룡패인지 뭔가 하는 것을 넘겨주면 될 일이다.

애초에 지금껏 그런 물건이 있는 줄도 모르던 진원필이다.

대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문을 위해서라면 그깟 옥패쯤이야 간단히 넘겨줄 수 있다.


“드디어 납시었군. 그래, 혈룡패는 가져왔소?”


무산이괴중 한명,

동생인 운소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5척이 넘는 널찍한 환도를 사용했는데, 순수하게 무공만 따지자면 형인 지헌보다 높았다.

둘은 서로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로, 형인 지헌의 경우 암기술이 뛰어나, 무공은 조금 낮을지라도 동생인 운소 이상으로 위험하다 여겨지는 남자였다.


“혈룡패는 어떤 이유로 찾는 건지 물어도 되겠소?”

“그것을 알아서 무엇을 할까. 설마 우리 두 협객이 아수혈교의 뒤를 봐주기 위해 찾고 있을 리는 없으니, 안심하고 넘겨주어도 좋겠지. 만약 혈룡패를 끝까지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면, 진가장이야말로 아수혈교의 앞잡이가 되었다고 여겨 우리가 직접 벌을 내리겠소이다.”


터무니없는 억지였다.

그러나 본래 무림의 논리는 늘 이런 식이다.


“자, 대답을 들었으니, 이제 혈룡패를 내놓으시겠소?”


진원필은 고민했다.

이대로 자신이 혈룡패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지금 찾아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가?

그게 아니면 자세한 내막을 드러내지 않은 채, 혈룡패를 찾을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하는가.


“중요하게 보관되어 있는 터라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하오만. 그보다 정말로 혈룡패만 내어준다면 돌아갈 거라 믿을 수 있겠소?”

“흥, 그런 거짓으로 어설프게 시간을 끌려 하다니, 믿을 수 없다면 어쩔 테지? 이대로 우리를 상대로 싸워볼 생각인가? 운소,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다. 혈룡패를 끝까지 감추면 어찌 될지, 직접 겪어 보게 해주거라.”


지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운소가 앞으로 나섰다.

이는 무력을 통해 진가장을 제압하겠다는 표명이었다.


“윤소협은 어디에 있지?”

“아가씨와 함께 이곳에 오는 중입니다.”

“소미를 살피고 있나 보군. 혹여 양동으로 공격해 온다 해도 소협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어떤가 무성, 자네가 저 남자를 막아설 수 있겠나?”


상대 쪽에서도 전면전을 펼치기보다 일대일의 비무로 승부를 보려 한다는 점에서 진가장에서도 나쁠 건 없었다.

아마도 확실한 무력을 선보여 이쪽이 알아서 엎드리게 할 생각이겠지.

무성은 자신의 장창을 앞으로 세워 들었다.


“어찌 됐든 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둘이 함께 덤비지 않는다면, 이쪽에도 승산이 있을 겁니다.”

“자네만 믿겠네.”


무성은 양가창법을 기초로 한 군용 창술의 달인이었다.

순수한 무공의 수위로 비교한다면 무산이괴에 겨룰 수 없겠지만, 실전이라면 다르다.


“자신 있게 나선걸 보니 제법 실력이 있는 모양이지? 내 어디 그 실력을 확인해 주마.”


운소는 그 말을 끝으로 환도를 휘두르며 달려 들었고, 무성이 창을 뻗으며 이에 부딪혀 들어갔다.

그렇게 두 무인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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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학교
    작성일
    22.08.19 11:20
    No. 1

    좋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영점
    작성일
    22.08.27 21:17
    No. 2

    비무가 아닌 생사결 아닐까요?
    지키려는 무성과 빼앗으려는 무산이괴 중 동생인 운소의 대결은 적당하게 합을 맞추는 비무가 아닌 생사결로 봐야할듯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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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33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1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1,993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0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43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25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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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독학치고는 쓸만하지? +1 22.07.05 3,412 55 11쪽
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49 54 11쪽
1 환생 +2 22.07.04 4,932 6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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