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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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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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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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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문제랄 것도 없다.

DUMMY

문제랄 것도 없다.



벽력문의 벽력(霹靂)은 검경(劍勁)을 통한 순간적인 폭발력에서 나온 명칭이다. 요컨대 경을 숙달하지 않고서는 벽력검법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경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무술이고, 이를 완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감을 완벽히 다룰 수 있는 절정의 영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그건 정작 벽력문을 만들었던 당사자는 물론이고, 무림명을 얻었던 윤장열조차 오르지 못한 경지다.

간단히 말해 현재 벽력문이 사용하는 벽력검법이란 그저 경을 흉내만 내는 수준의 어설픈 무공이라는 뜻이다.

물론 삼재기공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엉터리는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삼재기공을 극성으로 익히게 되면 벽력검법의 위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지금 상희가 펼치는 벽력검법은 경의 원리를 따라 순간의 파괴력은 꽤 위력적이었다.

상희가 저 가녀린 체격으로 벽력문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검경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술이 기본적으로 신체적 차이에서 생기는 이점을 줄여준다고 해도 저 재능은 확실히 특별했다.


‘그렇다고 해도 벽력검법은 단점이 너무 커.’


우선 쓸데없이 검경을 활용한 초식이 너무 많다.

경은 상당한 체력과 기력을 소모하는 기술이다. 일격 필살이 되어야 하는 검경이 36개의 초식 중에 무려 9개의 초식에 포함되어있다는 점은 상당히 과했다.

절정의 영역, 살경에 이르러 기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또 다르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실력을 갖추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오직 초식을 통해 기공을 끌어내는 현재 벽력검법의 검경은 몇 번 휘두르지도 못하고 기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단순히 초식을 연마했을 뿐인데도 저렇게 지치지.’


벽력검법 36개의 초식을 모두 펼친 상희는 숨을 헐떡이며 검을 내렸다. 선선한 봄의 날씨임에도 머리에는 땀이 가득했다.


‘게다가 그처럼 큰 기술 위주로 만들어진 초식이기 때문에 각 초식간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고, 빈틈도 많다.’


쓸만하다 볼 수 있는 건 위력 정도다. 오히려 위력은 조금 과했다.

벽력검법이 통하는 비슷한 상대에게는 저처럼 강한 위력을 낼 필요가 없을 테고, 벽력검법이 통하지 않는 고수라면 오히려 빈틈만 드러내는 약점이 될 판이다.


‘몇 가지만 수정하면 제법 괜찮은 검법이 될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당장에는 어려운 일이다.

이론적으로야 구축할 수 있겠지만, 현재 채호의 경지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교정은······.


“어? 사제!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야?”

“좀 전부터요. 사저는 실력이 더 늘었네요.”

“그, 그래?”


얼마 전 봤을 때와 비교하면 좀 더 자세가 정확하고 흔들림이 줄었다. 여전히 후반 6초식에 있어서는 체력적으로 버거운 느낌이 들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저가 좀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는 수밖에 없다.

경을 발산하기 위한 체력의 소모는 단순히 몸을 단련한다고 해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근육이 적고 몸이 가벼운 지금이 체력의 소모는 덜할 것이다.


“사제의 수련은 어떻게 되가? 들어보니 여덟째랑 대련도 했다면서?”

“형편없이 깨졌지만요.”

“그런 것 치고는 실력이 상당해서 깜짝 놀랐다고 하던데.”

“그야 사형의 실력이 형편없어서 못 봐줄 정도라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죠.”


장광과 대련을 했던 것도 이제 3일이 지났다.

지난 3일 동안 채호는 약간 더 체력이 늘었고, 자신의 실력이 어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맨손의 사저 정도는 어떻게 이길 수 있나? 칼을 들면 감히 상대가 안 되겠지만.’


상희는 말없이 그냥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저의 저런 미소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저는 왜 부른 겁니까?”


어쨌건 채호가 여기서 상희를 훔쳐보고 있던 건 따로 흑심이 있거나 무공을 훔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저 본인이 불렀기 때문이다.


“그게, 사모님이 사제를 한번 내려오라고 찾으셨어.”

“어머니가요?”

“응. 마침 나도 저잣거리에 볼일이 있고, 응룡회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저야 상관없죠.”


채호의 어머니는 서강의 저잣거리에서 객잔을 하고 있었다.

벽력문의 기본적인 생활은 장원의 논밭에서 일구는 곡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었지만, 그 이외의 추가적인 수익 대부분은 바로 여기 객잔에서 나왔다.

태평객잔은 그래도 서강에서 꽤 이름 있는 객잔중 하나다.

어쨌거나 채호의 어머니는 25년 전 서강제일미라고 불린 미녀였다.

지금이야 젊었을 때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제법 고운 편이다. 25년 전 서강제일미라는 간판은 그럭저럭 손님을 끌어들일만한 힘이 있다.

게다가 음식의 맛도 일단은 좋은 편에 속했다.


“간만에 맛있는 거나 얻어먹고 와야겠다.”


채호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해서 현생의 기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생의 기억이 좀 더 흐릿하고 멀다.

굳이 채호의 인격이 누구를 기준으로 이뤄져 있느냐를 보자면 현생에 가까우리라.

그렇듯 상반된 두개의 기억은 매우 자연스럽게 현재 채호의 인격 속에 녹아 있었다.

아마 그것은 채호가 가진 본래의 성격이 전생이나 현생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탓도 있을 테고, 연령의 차이도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 까닭도 있을 것이다.

전생의 채호가 죽었던 것은 스물넷의 젊은 나이였다.

6살 정도의 차이는 무림인에게 그렇게 크지 않은 나이차였다.

전생의 채호는 고아였고, 때문에 현생의 어머니가 유일한 어머니라는 자각도 확실했다.


“그럼, 나갈 채비를 마치고 대문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도 곧 준비를 해서 나올 테니.”

“네.”


채호는 그다지 따로 준비할게 없었다. 곧장 대문 앞으로 가서 멍하니 시간을 때웠다. 금방 올 것처럼 말한 상희는 반시진이나 뒤에나 나타났다.

항상 입고 있던 회색 무복이 아니라 하늘색 경장의 차림에 머리도 곱게 빗었다. 살짝 상기된 볼을 보고 있자면 늦었다고 화를 낼 수도 없다.


“오, 오래 기다렸어?”

“살짝? 하지만 하늘같은 사저를 기다리는데 불만이 있을 수가 있나요.”

“여, 여자는 원래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야.”

“뭐, 그런 거로 합시다. 그럼 출발할까요?”

“응.”


*


태평객잔.

객잔의 주인인 과거의 서강제일미 임영신은 나이가 마흔이 넘었어도 아직은 고운 편이다. 그 과거의 명성을 토대로 중년의 손님들도 끊이질 않았지만, 워낙 차가운 성격으로 보통은 그저 말붙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요리 솜씨도 일품이어서 칙칙한 홀아비 손님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손님은 물론, 멀리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많았다.

응룡회가 섣불리 벽력문의 자본 줄이라고 할 수 있는 태평객잔에 손을 대기 어려운 까닭이다.

어쨌든 차갑기로 소문난 왕년의 서강제일미의 얼굴이 한없이 풀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둘째 아들인 윤채호가 객잔에 들릴 때였다.


“우리아들! 어디 얼굴 좀 보자. 응룡회의 그 못된 자식들에게 맞았다면서? 어디 다른 곳은 다친 데가 없고?”

“그야 멀쩡하죠. 그냥 뺨을 살짝 맞은 정도였는데요 뭘. 그보다 혹시 응룡회에서 여길 건드리거나 하지는 않았죠?”

“그럼, 그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건드리겠더냐? 혹시라도 오면 손모가지를 비틀어 내쫓으려고 내 단단히 준비를 해뒀단다.”

“하긴 석천아저씨도 계시고, 다른 사람들의 눈도 많으니 응룡회도 여기는 건드리지 못하겠죠.”


석천은 아버지인 윤장열의 사제가 되는 사람으로 현재는 벽력문에서 나왔지만 실력은 벽력문의 누구보다 높았다.

벽력문을 나가서 익힌 와호검법은 명백히 벽력검법보다 뛰어났다. 지금은 서강으로 되돌아와 이렇듯 태평객잔의 호위를 맡아 소소하게 벽력문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너도 이참에 잠시나마 객잔에 머물면서 이 어미랑 같이 지내는 게 어떻겠니? 내 벽력문을 버리고 이곳에서 계속 살자 고는 하지 않으마. 하지만 응룡회의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여기에 머무는 게 좋지 않겠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다른 사형제들도 있는데 저 혼자만 무사하자고 이곳으로 도망쳐 올 수는 없죠.”

“하지만······.”

“어머니.”

“그래, 내가 어찌 네 고집을 꺾겠느냐? 다 큰 아들을 언제까지고 품에 안고 있을 수는 없겠지.”


영신은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이미 이와 관련된 일로는 채호는 문파에 머물 기로 결정을 한지 오래된 사안이었다. 이제 와서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건 그렇고 어인일로 부르신 건가요?”

“네가 다쳤다기에 걱정이 되어서 불렀지. 그래도 어디 상한 곳은 없어 보이니 다행이구나. 상희도 함께 온 것 같으니 위에 올라가 점심이라도 먹고 쉬었다 가렴.”

“네.”


북적이는 1층에 비해 2층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빈자리에 앉은 채호에게 상희가 물었다.


“나는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네?”

“한동안은 사제가 이곳에 머무는 것 말이야. 만약 사제가 그런 선택을 한다고 해서 욕하는 사람은 우리 문파에서는 한명도 없을 거야.”

“그런 식으로 저를 보내놓고 한바탕 싸울 생각만 해도 안 됩니다. 걱정 말아요. 방법은 생각해두고 있으니까요.”

“정말?”

“그럼요.”


사실 별 생각 없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호의 입장에서 응룡회는 그야말로 볼품없는 작은 방파에 불과했다. 문제라고 할 것도 아니다. 단지 시간이 약간 필요할 뿐이다.

벽력문은 이래봬도 서강에서 수십 년이나 자리를 잡고 있는 문파다. 이래저래 다른 방파와 가진 친분도 많다.

현천방이나 서강문이 개입할 가능성을 염두 하지 않을 수 없는 응룡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정당한 방법으로 벽력문을 무너트릴 생각일 것이다.

때문에 시비가 걸렸을 때 죽이거나 큰 부상을 입히기 보다는 적당히 때려서 보냈던 거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겠지.


“아니, 이게 누구야? 벽력문의 상희 소저가 아니오?”


그때 누군가 객잔의 2층으로 올라와 상희를 향해 말을 건넸다.

이 거슬리는 목소리의 주인을 채호는 알고 있다. 상희의 얼굴이 단숨에 불편해졌다.


“이거 참 우연이군. 이런 곳에서 소저와 만날 줄 누가 알았겠소?”


우연은 개뿔.

어디선가 상희가 태평 객잔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잽싸게 쫓아 들어온 것이겠지.

벽력문이 친분이 있는 서강문에게 응룡회와의 싸움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서강문주의 망나니 같은 셋째 아들 조영출이 상희에게 툭하면 구애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했다간 얼마나 더 기고만장해질지,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러게요. 정말로 몰랐어요.”


냉랭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조영출의 반응은 변함이 없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합석을 하는 것은 어떻겠소? 내 오늘은 상희소저에게 아주 크게 대접을 하리다.”


망나니라는 것이 세간에 알려져 있긴 하지만, 어쨌건 서강문과의 친분을 생각하면 벽력문에서도 막대할 수는 없다. 그건 여기 태평객잔도 마찬가지다.

무공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상희와 비교해도 낮았다. 조영출도 그걸 알기에 그리 막무가내로 들이대지는 못했다.


“조 공자는 제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아, 자네도 있었나?”


고작 한살이 많을 뿐인데도 한참 아랫사람을 대하는 저 태도. 문파간의 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건 위치만 보면 비슷한 입장이다. 채호가 이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눈엣가시가 따로 없다는 듯 노려보는 조영출의 시선에 채호는 한숨이 났다.

이제까지는 잠자코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지.

규모는 다르지만 어차피 비슷하다.

응룡회가 되었든 조영출이 되었든,

사실 채호에게는 이미 문제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만큼 박대를 당했으면 이제 수작질도 그만 둘 때가 되었다 싶은데. 아무래도 공자는 수치심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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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연을 얻었을 거야. +3 22.08.29 1,611 40 12쪽
23 몇 가지 의문들 +2 22.08.23 1,768 44 12쪽
22 전력을 다하다. +1 22.08.17 1,817 48 12쪽
21 무흔귀곡검 +2 22.08.13 1,825 51 13쪽
20 무산이괴 +2 22.08.09 1,812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36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4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1,995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5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47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0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100 45 14쪽
12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2 22.07.15 2,163 49 13쪽
11 연회의 끝에 +1 22.07.14 2,197 41 12쪽
10 회담에 나서다. +1 22.07.13 2,228 42 12쪽
9 고수의 눈에 들다. +2 22.07.12 2,275 48 12쪽
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57 40 12쪽
7 가르침을 주다. +1 22.07.09 2,520 38 12쪽
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74 42 11쪽
5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23 44 12쪽
» 문제랄 것도 없다. +1 22.07.06 3,145 46 12쪽
3 독학치고는 쓸만하지? +1 22.07.05 3,419 55 11쪽
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59 54 11쪽
1 환생 +2 22.07.04 4,948 6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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