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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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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최근연재일 :
2024.03.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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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85

작성
22.07.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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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철두서생

DUMMY

철두서생



소수마공은 일종의 경기공이다.

경기공이란 내공을 통해 몸을 단단히 하는 기공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음기로 전환하며 양손에 막강한 경기공을 두르는 것이 바로 소수마공이며, 5성 이상의 성취를 이루게 되면 어지간한 도검이라 해도 받아낼 수 있었다.

극음의 무공이라 할 수 있는 소수마공은 그 손에 닿은 것을 단박에 얼려버릴 만큼 위력적이다.

무림맹 수색대의 무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몰아쳤다.

무림맹이라는 명함을 보자면 대단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이런 변방의 수색대라고 하면 그 실력은 기껏해야 이류를 갓 벗어난 수준에 불과했다.

비교하자면 응룡회와의 비무에서 선봉으로 나섰던 막인도나, 책사 왕주학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했다.

반면 홍의음녀의 무공은 오히려 응룡회주였던 문우강보다 높았으니, 이들 셋의 합공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그중 가장 연장자로 보이던 남자의 검격을 맨손으로 잡아낸 홍의음녀의 하얀 손에서 파리한 냉기가 피어올랐다.

챙강!

순식간에 얼어붙은 칼날을 홍의음녀는 가볍게 동강냈다.


“이럴 수가!”


홍의음녀의 손끝이 남자의 가슴을 격했고, 남자는 피를 토하며 뒤로 넘어갔다.

가장 뛰어난 실력자가 쓰러지자, 남은 둘을 상대하는 것은 한결 쉬운 일이었다.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마교도를 모욕한건가요? 어리석네요. 앞으로 다시는 마교도를 얕잡아 볼 수 없게 해드리지요.”


채호는 얌전히 그 승부를 지켜봤다.

당장에 끼어들기에는 상황이 애매했다. 홍의음녀라 불린 여인의 실력이 더 뛰어난 것은 확실했으나, 이쪽은 세 명이었다. 여기서 세 명을 돕겠다고 끼어드는 건 명분이 서질 않았다.

최소한 마교도 쪽에서 악독한 살수를 쓰려는 순간이 적합했다.


‘마교도라고 해서 꼭 악독 하라는 법은 없지. 마교가 먼저 모욕을 당한 것도 사실이고, 셋이서 한명을 공격하는 것부터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벽력문은 정도의 문파. 무림맹의 편을 들지 않을 수도 없어. 차라리 무시하고 지나갈까? 그런다고 해서 저 여자가 무림맹의 무사들을 죽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상황은 다시 급박하게 흘러갔다. 살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명백히 상대를 폐인으로 만들 만큼 치명적인 공격을 이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모른 채 할 수 없겠네.’


채호는 앞으로 나섰다. 홍의음녀는 채호가 끼어드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채호가 나선다고 해서 저 고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소협은 누구인데 끼어드는 거지요?”

“이쯤 하면 저들 역시 잘못을 뉘우친 것 같으니, 손속에 자비를 두는 건 어떻겠습니까?”

“흥, 저들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 데?”

“하면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죠. 저 역시 정도의 문파. 벽력문의 윤채호라고 합니다.”

“윤채호?”


그 이름을 들은 여자가 눈에 이채를 띄었다.


“응룡회의 책사를 쓰러트렸다는 철두서생이 바로 소협을 말하는 걸까요?”


이 웃기는 별호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무림명이라는 건 어느 정도 고수에게나 붙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수가 아니어도 종종 무림명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 행세가 워낙 특이하거나 유별날 경우, 아니면 무공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뛰어난 이들에게도 별호는 붙었다.

머리로 발경을 써서 상대를 쓰러트리는 장면이 워낙 기억에 남았던 걸까.

첫날부터 철두 철두 하는 말이 들리더니, 사흘이 지난 뒤 철두서생이라는 별호가 붙어 있었다.

별호에 대해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같은 무림명이 생겼다는 것은 높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그 이름만 듣고 단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네. 부끄럽게도 그런 별호를 얻었습니다.”

“조금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특별한 별호를 얻어 자신이 고수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가만 볼 수는 없겠군요.”

“하면, 어디 그 실력을 구경해보죠.”


대뜸 나서긴 했지만, 채호가 저 여자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몇 가지 대응책은 갖고 있다.

첫째로 홍의음녀가 쓰는 소수마공은 내력소모가 상당한 무공이라는 거다. 단숨에 저기 무림맹의 세 사람을 쓰러트렸으나, 그만큼 내공의 소모도 컸을 거다.

둘째로 소수마공은 나름 상대해본 경험이 있다. 근접전을 펼친다면 그럭저럭 버티는 건 할 수 있었다.

끝으로, 만약 온전히 상대를 죽일 각오를 한다면, 그 수단이 없지도 않다.

홍의음녀가 먼저 공격해 왔다.

차디찬 음기가 몸을 파고들었다.

채호는 삼재기공의 천류를 활용했다.

상대의 음기가 닿지 않는 투로를 찾는다.

치수의 기운을 활용해 침투한 음기로 부터 몸을 보호했다.

특기라고 할 수 있는 근접전을 시도했으나, 제대로된 공격은 한번 할 수 없었다.

싸움은 내내 수비적인 형태로 이뤄졌고,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수준이었다.

무림명을 얻은 고수.

분명, 아직 절정의 영역에는 들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거의 이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소수마공은 기본적으로 내공을 활용한 강력한 냉기를 흩뿌리는 것에 특화된 무공이다. 기예로서 보자면, 오히려 육합권보다도 부족한 감이 있었다.

워낙 강맹한 공격이라 수비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만, 단순히 버티는 것 만이라면 어떻게든 된다.

아니, 그것도 어려운가?

채호는 좀 더 간격을 좁히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홍의음녀는 채호의 머리를 유독 신경을 쓰고 있었으며, 혹여 머리로 공격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 최소한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리도 철두라는 별호를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어쨌건 한기가 가득 서린 저 양손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큭!”


뼛속까지 아려오는 한기에 슬슬 몸이 한계에 도달했다.

그나마 치수의 기운을 운용하며 한기를 계속해서 억제하고 있었지만, 길게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채호는 이를 악 물었다.

긴 호흡과 함께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냈다.

육신은 아직 예경의 초입에도 이르지 못했으나, 눈은 다르다.

전생,

제2경, 살경의 극한을 넘어 무예의 끝이라 불리는 인경의 살짝이나마 발을 담갔던 채호다.

아직 기감이 열리지 않은 상태였으나, 그럼에도 상대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은 충분했다.

지금!

쭉 뻗은 손이 홍의음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손바닥에 얼어붙을 만큼의 냉기가 느껴졌으나, 승부를 본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아.’


다만 이 육체는 역시 단련이 너무 부족했다.

가까스로 기회를 잡았으나, 그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 체력이 모자랐다.


“파, 파렴치한!”


팔목 한 번 붙잡힌 거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은 홍의음녀가 순식간에 반격해왔고, 결국 그 일장을 허용하며 채호는 나가떨어졌다.

그 짧은 순간에도 방어동작을 취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으나, 이쯤 되면 승패는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끄응, 역시 만만치 않군요.”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홍의음녀를 보고 있자니, 채호는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뭐가 음행을 일삼는 음녀란 말인가.


“고작 손목을 붙잡힌 거로 그리 수줍어 하니, 홍의음녀가 아니라 녹의순녀가 어울리겠습니다.”

“무, 무슨! 이런 식으로 본녀를 계속 희롱하겠다는 건가요?”


저러니 ‘음녀’라는 별명이 불만이 많았던가 싶다.

그 실상은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옷을 피로 물들일 만큼 잔악하지도 않고 음녀라는 말을 들을 만큼 음행을 일삼을 성격도 아니지 않나.


“후우, 그래서, 이대로 계속 하시겠습니까?”


마지막 일장에서 느꼈다.

홍의음녀의 내공 또한 거의 고갈되기 직전이다.

내공이 충분했다면, 방금 공격으로 채호는 일어날 수 없었을 거다.


“이만하면 마교도로서의 위용은 충분히 보여주셨지 싶은 데요.”

“······좋아요. 소협의 실력과 그 인품을 보아 제가 이쯤해서 양보를 하지요. 하지만, 언제가 되었든 본녀의 손목을 함부로 잡은 댓가는 치르게 될 거예요.”

“그때에는 다시 정중히 사과를 드려야겠네요.”

“흥! 가보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홍의음녀, 아니, 녹의의 순진한 여인은 바닥을 박차고 반대방향으로 경공을 펼치며 멀어졌다.

그 날렵한 움직임에, 경공만 보아도 상당한 실력임을 엿볼 수 있었다.

채호는 몸을 뒤로 돌려, 부상을 입은채 쓰러져 있는 무림맹의 무사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소협의 덕분에 살았습니다.”

“철두서생의 꾀는 마치 여우와 같고, 그 단단함은 강철도 넘어선다 하였는데, 오늘 보니 결코 허명이 아니었군요.”


죄다 좋은 말이라는 느낌은 있지만, 어째 놀린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별호였다.

목숨을 구해준 상대에게 그럴 의도는 없을 테지만, 아무래도 어서 실력을 다시 쌓아 새로운 무림명을 얻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녀의 내공을 상당히 소진시켰기에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앞으로는 상대의 실력을 살피고 싸움을 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채호는 가장 마교도에게 적대적으로 시비를 걸었던 소녀를 향해 말했다. 소녀는 고개를 숙이며 분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보니 확실히 저 잔혹한 마교도들은 얕볼 수 없는 존재임을 느꼈습니다. 소협의 덕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으니, 언제라도 무림맹 서강 지부에 들리시면 꼭 보답을 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들려야 곘는데요. 어쨌든 일도 잘 마무리 되었으니, 저는 다시 가던 길을 가 봐야겠네요.”

“가던길이라면?”

“진가장에 일이 있어, 호위의 임무를 잠시 맡게 되었거든요.”

“아! 진가장이라. 어쩌면 머지않아 다시 만날 수도 있겠군요. 이번 저희가 맡은 사건도 진가장에서 일어난 습격과 관련이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별일이 아니면 좋겠는데요.”

“저희도 그렇게 바라고 있습니다만, 저렇듯 마교도까지 나타난 걸 보면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듯 조금 불길한 대화를 끝으로 채호는 무림맹의 무사들과 헤어져, 드디어 목적지인 진가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문제는 진가장의 습격사건 뿐만은 아닌 모양이었고, 서강이 그 활동 범위라고 하나, 이곳에 마교도인 홍의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진가장은 이제 코앞이었다.


“오신다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철두서생! 윤공자가 왔으니 이제 저희도 안심할 수 있겠군요. 아하하하하!”


진가장에 도착하자마자 큰 환영을 받았다.

아무래도 무림명을 얻은 것도 있고, 둘째 사형인 서우영은 지고 넷째인 윤채호의 승리 역시 소문이 퍼졌는지 채호의 실력이 조금 과대평가되고 있는 감은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채호의 실력은 명백히 우영보다 한수 아래였다.


“사형보다는 조금 모자란 실력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진가장의 안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채호의 진가장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설마했던 코로나가 제게도 다가올 줄은 몰랐네요.

거의 대부분을 집에서만 작업하는 터라, 코로나에 걸릴 일은 없지 싶었는데..

이게 한번 걸리니 정말 엄청 쎄더군요.

이틀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지 싶습니다.

아직도 잔두통이 계속 남아있고,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닌데, 그래도 어떻게든 한편은 올려 봅니다.


되도록 주말에도 한편 올릴 계획이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않고 잘 준비하여 

우선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으로 연재를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 : 소제목을 변경하였습니다. 주인공의 별호가 첫 등장하는 게 좀더 의미있었던 내용이지 싶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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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무산이괴 +2 22.08.09 1,816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41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7 43 12쪽
» 철두서생 +1 22.07.29 2,000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7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49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3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102 45 14쪽
12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2 22.07.15 2,165 4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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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60 40 12쪽
7 가르침을 주다. +1 22.07.09 2,525 38 12쪽
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79 42 11쪽
5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27 44 12쪽
4 문제랄 것도 없다. +1 22.07.06 3,149 46 12쪽
3 독학치고는 쓸만하지? +1 22.07.05 3,427 55 11쪽
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74 54 11쪽
1 환생 +2 22.07.04 4,965 6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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