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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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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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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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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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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385

작성
22.08.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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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몇 가지 의문들

DUMMY

몇 가지 의문들



채호가 눈을 뜬 건 이틀이 지난 정오 무렵이다.

최소 보름은 정양해야하는 내상이었다.

하지만 채호는 삼재기공의 네 번째 구결 ‘치수’를 활용해 몸을 스스로 돌볼 수 있었고, 사흘이면 회복하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놈들이 습격해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상대를 향해 살기를 드러낸 것은 매우 오랜만의 일이었다.

벽력문의 넷째 제자 윤채호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난생 처음이다.

저 같은 놈들이 ‘협’이라는 글자를 쓴다는 것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오직 정파의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협이라는 글자를 내세웠던 이들.

처음 그 별호를 얻을 당시에는 무산이협이 시작이었을지 모르나, 적어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도저히 협이라고 부를 수 없는 작자들이었다.

하나가 죽었으니, 이제는 무산일괴라 불러야 할까?

온몸이 쑤신 상태에서 방밖으로 나오자, 거기엔 홍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공자님! 일어나도 괜찮으셔요?”

“썩 괜찮진 않지만 그래도 움직일 만은 해. 상황은 어떻지?”

“그때 왔던 불한당들은 이제 완전히 물러난 것 같아요. 공자님이 없으셨으면 어찌 되었을지······. 정말로 감사드려요.”

“진가장의 호위무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가주님은?”

“지금은 안채에서 일을 보고 계십니다.”

“찾아 뵈도 괜찮을까.”

“그렇지 않아도 공자님이 깨어나면 꼭 말씀을 달라 하였습니다.”

“좋아. 그러면 직접 가보지.”


당장의 위험은 벗어났지만, 이 사건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혈룡패의 존재를 생각한다면 놈들이 이렇게 간단히 물러날 거라 볼 수 없다.

너무나도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드러냈다.

생각해볼 부분이 많았다.

응룡회, 홍의음녀, 무산이괴까지.

하면, 마교가 드디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그들은 혈룡패를 손에 넣어 무엇을 하려는 거지?

이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면,

응룡회가 벽력문을 노렸던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아쉽지만 내가 가진 정보만으로 이 연결점을 찾기는 어려워. 하지만 진가주 님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 채호에게 진원필은 새로운 정보를 들려주었다.


“혈룡패는 본래 아수교의 물건이었지. 삼마라 불리던 아수교의 삼대주교. 그 중 이곳 서강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광마의 유산중 하나라네.”


채호에게 부족한 정보는 아수교에 대한 내용이다.

아수교.

아수혈교.

혈교.

셋 중 뭐라 불러도 큰 상관은 없다.

마교로 부터 분리된 아수혈교는 300년 전, 권선 윤채호가 죽은 이후에 만들어졌고, 약 50년 전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벽력문의 윤채호가 태어나기 전에 사라진 문파였다.

그러나 아예 모르지는 않다.

벽력문의 개파조사라 할 수 있는 할아버지가 광마의 토벌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다.

그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자리가 다름 아닌 지금 벽력문이 세워진 장소라는 것은 어린 시절 몇 번이나 들었다.


“그렇다면 혹여 아수교가 다시 나타났다는 말이 될까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군. 어쩌면 마교가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 먼 과거 아수교와 마교는 한 몸이었다지 않나? 마교에서 혈룡패에 무언가 의미를 두고 찾고 있을 가능성도 있네.”


채호는 홍의음녀를 떠올렸다.

홍의음녀는 서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교의 고수.

그런 그녀가 서강에 나타난 것이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역천의 심법을 연성하지 않았다.

역천의 심법이 가진 위험성은 100년 전쯤부터 마교도들도 꺼려하기 시작했고, 근래에 이르러 역천의 심법을 통해 내공을 높인 마교도의 수는 몹시 드문 편이었다.

그보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던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

구호의 존재가 가장 의심되었다.

그 실력은 얼핏 짐작해도 응룡회주보다 월등히 높았다.

고수라 불릴 만한 무산이괴를 누군가 부리고 있다면, 그쯤 되는 실력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어찌되었든 혈룡패와 관련 된 일은 이미 진가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네. 정말 아수교, 또는 마교가 움직이고 있다면 이런 작은 상가 따위는 순식간에 끝장나겠지.”


아수교가 무너진 지 50년.

그러나 그 저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아수교가 지난 50년간 힘을 모으고 있었으며, 이번에 혈룡패를 손에 넣어 다시금 기지개를 피려하고 있다면, 그들이 키우고 있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혈룡패를 서강문, 또는 현천방에 보낼까 생각하고 있네.”


서강문은 이곳 서강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문파였으며, 현천방에는 무림 100대 고수 중 한명인 현천검객이 있다.

그들이라면 어떻게든 혈룡패를 지킬 수 있으리라는 것이 진원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그 같은 임무를 맡기기는 어렵겠지. 가는 도중 습격이라도 당한다면 큰일이 날 테니. 해서, 자네의 몸이 나아진다면 그 일을 맡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저는 진가장에 고용된 몸입니다. 잘 해내보겠습니다.”

“자네에게 이렇듯 무거운 짐을 맡겨 미안하군. 말이 조금 늦었네만, 몸은 좀 어떤가? 혹여 내상이 심하다면 다른 사람을 보내는 것도 괜찮네.”

“당장은 좀 아프지만, 이틀 정도 더 쉬면 문제없이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너무 무리하는 건 아니겠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철두서생에겐 다 생각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대체 그 쾌검은 뭐였나? 이제 더 이상 철두서생이라 부를 수도 없겠어.”

“운 좋게 배우게 된 검술이지만, 남에게 내세울 만 한 건 되지 못합니다.”


이건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다’의 완곡한 표현이었다.

애초에 무흔귀곡검에 대해 말하려면 전생에 대해 꺼내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을 세상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진원필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아참, 내 벽력문에는 자네에 대해 기별을 넣었네. 아마 저녁이나 내일쯤 해서 벽력문에서 사람이 올 것 같군.”

“굳이 알리지 않으셔도 되었는데요.”

“귀한 인재가 이리 몸이 상했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나?”


채호의 활약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실제 그날 밤 있었던 전투를 승리 할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채호 혼자의 활약에 가깝다.

상황에 따라서 멸문까지 갈 수 있던 위기에서 구했으니, 어찌 대단한 소년이 아닌가.

미래의 사윗감.

진원필의 마음에서는 거의 확고하게 그 위치가 정해져 있었다.

그때, 때맞춰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가주님, 벽력문에서 손님들이 왔습니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전서를 보낸 것이 어제였으니, 거의 받자마자 즉시 준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이처럼 빠른 시간내에 도착하기는 어렵다.


“말하기가 무섭군. 자네도 많이 아낌을 받는 모양이야.”

“그도 그렇네요.”


진원필은 곧 나가겠다는 말을 밖으로 전했다.

자신을 보러 벽력문에서 사람이 왔기에 채호도 원필에게 인사를 한 뒤 안채를 먼저 나섰다.

문 밖에는 소미가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 몸은 괜찮으신 거예요? 깨어나자마자 이쪽으로 왔다는 말에 서둘러 달려왔어요.”

“네, 몸은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에요.”


소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이틀을 채호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소미였다. 다들 부상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혹시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이렇게 멀쩡히 일어나 웃는 얼굴을 보니 어찌나 안심이 되는지.


“아! 저희 가문을 구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려요.”


간소하게나마 격식을 차려 소미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신의 병을 고쳐준 것에 더해, 이쯤 되면 가문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뭘요, 진가장에 고용된 무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채호는 실제로 자신이 특별히 진가장에 은을 만들었다고 여기지 않았다.

돈을 받은 만큼 일했다.

운이 좋아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아니, 무성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아쉬움이 남는다.

그 씁쓸함을 묻고 채호는 말했다.


“그럼 저는 사문에서 사람이 왔다는 모양이라서, 가볼까 합니다.”

“아, 저도 들었어요. 제가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손님을 대접하러 나가야 할까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다면 같이 갈까요.”

“네.”


벽력문에서 온 손님들은 진가장의 객실에서 채호를 기다리고 있는 도중이었다.

그 손님들에 사저가 포함되어있을 있다는 거야 짐작대로의 일이었으나, 함께 온 다른 사람들은 조금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사제!”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요.”


상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채호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름 아닌 진노인과 진청.

벽력문의 손님으로 와 있던 두 사람이 함께 와 있었다.


“멀쩡하네?”

“멀쩡하다니요. 온몸이 쑤셔서 죽겠습니다.”


겉보기에는 상처하나 없기는 했다.

오히려 이전 응룡회의 왈패들에게 얻어맞았을 때보다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내상을 얕볼 수는 없다.

상희 또한 응룡회주와의 비무에서 입은 내상이 완전히 낫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거다.


“어디 다치지 않았으면 됐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해도 상희는 채호가 큰 부상을 입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럴 것이 상대는 그 무산이괴가 아닌가.

무산이괴와 겨룬 끝에 그들 중 하나를 쓰러트리고 끝내 물러가게 했다고,

그 이후 힘을 다하여 쓰러졌다는 이야기에 큰 부상이라도 입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며 달려온 것이다.

한데 이렇게 상처 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여기까지 둘의 대화가 이어졌을 때, 뒤에 함께 온 소미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왔다.


“벽력문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이후 간단한 통성명이 이어졌다.

소미가 자신을 소개할 때 상희의 눈매가 조금 가늘어졌다.

예쁜 아가씨였다. 게다가 묘하게 채호와의 거리가 가깝다.

반면 채호의 바로 옆에 서있는 소미 역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면 소문은 들었다.

벽력문의 셋째 제자가 그렇게 예쁘다던가. 미래의 서강제일미가 아니겠느냐 하는 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렇게 보고 있으면 그 소문에 신빙성이 생겼다.

소미는 자기도 모르게 채호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갔고, 상희는 살짝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보다 사제. 사부님께서 전하라는 말이 있었으니까, 잠깐 둘만 볼 수 있겠어?”

“사부님이요?”

“응.”


상희는 그렇게 채호의 팔을 덥석 붙잡고는 밖으로 끌고 나왔다.


“후, 아주 살판났구나? 어여쁜 소저에게 공자소리도 듣고, 좋겠어 정말.”

“그건 또 무슨 소리랍니까.”

“어쨌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주어가 빠졌어요.”

“무산이괴를 사제가 쓰러트렸다니, 그것도 엄청난 쾌검이었다고 소문이 자자해.”

“벌써 그렇게 소문이 났습니까?”

“말 돌리지 말고. 벽력검법에 그런 쾌검은 없어.”

“우연찮게 익힌 검입니다. 별로 대단치는 않아요.”

“그런 거로 했으면 하는 거야?”

“······.”

“내게도 말해줄 수 없어?”

“미안합니다, 사저.”

“······알았어.”


조금 섭섭한 기분도 있었지만, 채호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건 그런 거다.

상희는 채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고, 그건 조금의 비밀이 있다 해서 흔들릴 부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로 괜찮아서 다행이야. 걱정했어.”


여기까지 오는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무사한 채호의 모습만 봐도, 사실 상희는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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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흔귀곡검 +2 22.08.13 1,825 51 13쪽
20 무산이괴 +2 22.08.09 1,812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36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4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1,995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5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47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0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100 4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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