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최근연재일 :
2024.03.29 16:4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1,962
추천수 :
1,207
글자수 :
148,385

작성
22.07.15 10:06
조회
2,162
추천
49
글자
13쪽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DUMMY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채호는 쓰러진 주치혁의 맥을 짚었다.

아직 숨은 붙어있다.

긴 호흡과 함께 기의 흐름을 감지한다.

삼재기공의 네 번째 구결.

치수(治水)는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것에 탁월한 기공술이다.

이는 상한 몸을 낫게 하는 것은 물론, 몸에 침투한 독기를 빼내거나, 오래도록 쌓인 탁기를 맑게 하는 것에도 그 효능이 있었다.

다만 스스로가 아닌 타인의 기혈을 다스리는 것은 막대한 내공이 없이는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삼재기공의 첫째 구결인 천류는 대자연의 기를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의 내공이 작다 해도, 이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했다.

채호는 주치혁의 백회혈과 기해혈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삼재의 원리에 따라 기의 흐름을 다스린다.


‘이건 뱀독인가? 폐가 경화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군. 그래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거야.’


먼저 독기를 붙잡아 빼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채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다행이 그리 강한 독은 아니야. 독기만 빼내도 증상은 완화 되겠지. 치수의 기를 활용해 회복력만 올려줘도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자연적으로 치료 될 수 있을 거다.’


독기가 강했더라면 아무리 천류의 기공술을 사용한다 해도 채호가 가진 미약한 내공으로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이정도의 독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다.


“크헉! 쿨럭!”


주치혁이 크게 기침하며 새까만 피를 토해냈다.

그제야 채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치혁의 몸에서 손을 뗐다.

컥컥 거리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며 신음하던 주치혁은, 아직 의식은 되찾지 못했지만 고르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곁에 서있던 주가장의 인물이 물었다.


“독을 토해내게 했으니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한동안은 요양이 필요할 테지만요.”


채호가 지친 얼굴로 답했다.


“설마 내기를 흘려 독기를 토해내게 했단 말인가?”

“네.”

“벽력문의 넷째 제자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군. 이처럼 의술에 조예가 깊다니······.”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닙니다. 단지 요령이 좋았을 뿐이죠.”

“주가장은 이번 일을 잊지 않을 걸세. 꼭 크게 보답하도록 하지. 허나 이 일을 벌인 것이 벽력문의 둘째 제자가 맞다 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그때는 은(恩)이 원(怨)이 되어 돌아갈 걸세.”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채호는 대답을 끝내고 몸을 일으켰다.

급한 불을 껐으니 이 다음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해야할 차례였다.


*


“듣자하니 네놈과 지금 쓰러진 주치혁은 사이가 좋지 않다더군. 이번 일을 기회 삼아 우리에게 누명을 씌우고 성가신 녀석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닌가?”

“나와 주가놈이 사이가 나쁜 것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지? 악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죽일 만큼 사이가 틀어진 것 또한 아니다. 차라리 검을 들고 벤다면 모를까, 치졸하게 독살을 할 것 같으냐?”

“검을 들고 베는 것도 실력이 있을 때나 가당한 이야기. 다툼이 무서워 봉문 하듯 틀어 박혀있던 놈들이 감히 칼을 빼어 들 자신은 있나?”


응룡회주는 강하게 나오며 모두에게 들으라는 것처럼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모인 문파의 대부분은 응룡회보다 벽력문에 우호적이다. 그럴 것이 응룡회는 사파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으며, 수십 년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벽력문과 달리 이제 생겨 난지 한달이 조금 넘는 신흥 문파였기 때문이다.

확실한 명분을 내세워 벽력문을 찍어 누르는 것.

그것이 응룡회가 이 회담을 연 목적이었다.


‘왕주학이 머리를 썼지. 진범을 밝히게 된다 해도 그건 수일은 지난 뒤일 터, 이 자리에서 벽력문을 끝장내면 된다.’


문도의 수가 열 명 남짓한 작은 문파였다.

식솔을 모두 포함해도 서른 명을 넘지 않았다.

여기에 온 네 명만 제압해도 사실상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해를 청한다더니 말짱 헛소리였나? 언제까지 잠자코 모욕을 듣고 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 거지? 내 당장이라도 이 칼을 빼어 들 수 있다.”


서우영도 지지 않겠다는 듯 허리춤의 칼에 손을 가져갔다.


“화해라는 건 어디까지나 정당한 인물에게 하는 것. 독살이나 하는 잡배에게 할 턱이 있겠느냐?”

“끝가지 나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군.”

“하면 대체 주방에는 무슨 일로 혼자 가 있던 거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방으로 갔을 리가 없다. 그것이 빼놓을 수 없는 증거가 아닌가?”


우영은 말문이 막혔다.

우영이 주방에 혼자 있었던 이유는 회장에서 눈이 맞은 어느 소저가 그쪽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소저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다시 오지 않았다.


“그, 그건······.”


대놓고 여자를 꾀어냈다는 이야기도 딱히 떳떳한 발언은 아니긴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함께 있었음을 증명해줄 그 소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당했구나! 애초에 이렇게 할 작정이었나?’


우영은 그제야 자신이 상대의 계략에 완전히 걸렸음을 알았다. 그 소저 또한 필시 문우강이 붙여 놓은 인물일 것이 틀림이 없다. 아무리 찾아봤자 그런 여자는 없다고 하겠지.


“거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군. 남의 안마당에 들어와 사람을 죽이다니, 그 죄는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채호가 막 주치혁의 치료를 끝낸 시점이었다.


“아직 안 죽었습니다.”


치료를 끝낸 채호는 그제야 앞으로 나섰다.

적당히 궁지에 몰린 우영을 보고 있자니, 모두 예상대로 흐르고 있었다.


“뭐?”

“간단한 응급처치는 끝냈으니, 곧 의식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문우강은 잠시 당황했다.

그리 극독을 쓴 것은 아니다. 누명을 씌우기 위해 어디서나 구하기 쉬운 독을 사용했고, 극독이 아니었기에 살아날 가능성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다.

독에 중독되어 쓰러진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치료를 끝냈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리 쉽게 독을 치료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여기 윤소협의 말이 맞네. 주소협의 맥과 호흡은 이미 거의 안정이 된 상태로군.”


거들 듯이 나선 것은 채호가 치료를 끝낸 뒤 간단히 주치혁의 상태를 살핀 진노인이었다.


“큭, 그렇다면 오히려 벽력문이 범인인 것이 더욱 확실해 진 것이 아닌가? 미리 해독제를 준비해 두었던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지켜보고 있던 진노인은 현재 흘러가는 상황이 그저 흥미로웠다.

어쨌건 그동안 신세를 지고 있었기에 위기에 몰리면 도와줄 생각은 하고 있었던 참이다.

요 며칠 머물며 보았던 벽력문은 실력은 낮을지언정 이런 치졸한 방법을 쓸 인물들은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좀 전 주치혁의 몸을 살펴본 결과 정말로 독이 치료되었다는 점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저 수준 높은 의술의 일종이라고 생각했기겠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

채호가 보인 것은 기공술을 이용한 치료로, 엄연히 무공의 일종이라 보는 것이 맞았다.

타인의 내상을 내기를 흘려 치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그러나 저기 윤채호의 내공은 어떻게 보아도 일천한 수준이었다.

대체 어떤 술수를 부려 이 같은 일을 해낸 것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며칠 전 보였던 그 신묘한 일권에 더해 진노인이 채호에게 가진 의문은 조금씩 깊어져 가고 있었다.


“해독제는 쓰지 않았습니다. 단지 약간의 의술을 알고 있어 운 좋게 치료할 수 있었던 것이죠.”

“큭, 네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이냐?”


우강의 말에 상희가 발끈하며 답했다.


“사제는 절대로 거짓을 말하지 않아요.”


거기에 윤백양도 덧붙였다.


“지금, 우리 문파 전부를 모독하고 있는 건가? 나도 이 이상의 모욕은 좌시하지 않겠네.”

“하면 누가 독을 탔다는 거지? 네놈들 말고는 범인이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문우강의 외침에 채호가 대꾸했다.


“그거야 본인들이 가장 잘 알거라 생각을 합니다만, 어차피 인정하지 않겠죠.”

“뭣이?!”


시시콜콜한 말싸움은 여기까지다.

판은 저들이 알아서 깔아 주었으니, 이쪽은 거기에 올라서기만 하면 된다.

응룡회는 이 모든 것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완벽히 함정에 빠트렸다 생각을 하겠지만 실제는 그 역이었다.


“범인을 찾는 거야 엄밀히 조사를 진행하면 해결 될 일이겠지만, 보아하니 그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생각은 없어 보이고······.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하고 그러는 것이지? 일단 들어는 보마.”


문우강이 묻자, 채호는 생각해 두었던 말을 꺼냈다.


“어차피 이대로 말싸움만으로는 결판이 나지 않을 터. 서로간의 비무를 통해 이긴 쪽의 제안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건 필시 응룡회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오히려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비무라,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하면 이 문우강이 직접 나서주마. 그쪽에서는 벽력문주가 나서는 거겠지?”

“1:1의 방식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여기서는 좀 더 확실히 하죠. 저희 넷과 응룡회의 넷이 각기 한 번씩 붙는 것으로 결판을 내는 것은 어떠합니까?”

“넷? 2:2로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무승부로 끝내자는 말을 하지는 않겠지?”

“동점이 될 경우엔 마지막에 나서는 대장 전에서 승리한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이 역시 응룡회에게는 전혀 나쁠 게 없었다.

오히려 좋다.

비무를 기회삼아 여기에 온 벽력 문주를 비롯한 제자 셋을 완전히 박살낸다.

그 후에 뭐라 말할 수도 없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면, 벽력문은 다시 일어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좋아. 받아들이지.”

“주가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피해를 입은 당사자이니 허락을 받고 싶습니다만.”


채호는 예의상 주가장에게도 그 의향을 물었고, 주가장의 인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비무를 인정했다.


“우리는 범인이 밝혀져 그 책임을 물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어떤 형태로든 범인이 정해진다면 우리 주가장에게 그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결국 무림의 시비란 힘 앞에 모든 것이 결정 된다.

그것이 바로 무림이 가진 본질이었다.

이는 여기 모인 다른 문파에게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독살이라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으나, 결국 죽은 이도 없고 이를 대신해 두 문파의 명운이 걸린 비무가 벌어지게 되었다.

이만한 볼거리를 마다할 무림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흐음, 자신 있게 비무를 청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어떻게 봐도 상황은 응룡회가 유리해 보이는 군. 그러나 벽력문 역시 저 여아와 문주의 실력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윤채호, 저 아이가 질 승부를 벌일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으니······.’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진노인도 도울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이 싸움은 두 문파의 비무로 결판이 나게 된 것이다.

넓은 연무장으로 자리가 옮겨졌다.

윤백양은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었다.


“채호야, 이게 맞는 거냐? 확실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거겠지?”


나직하게 묻는 숙부의 질문에 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로서 더 이상 서강에서 벽력문을 얕잡아 보는 문파는 없어질 테니, 안심하고 비무에 응해주시면 됩니다.”

“흠흠, 하지만 응룡회주의 무공은 생각 외로 고강하다. 나로서도 승산을 장담할 수가 없어.”

“그 문제도 덮어두시면 됩니다. 응룡회주를 상대하는 것은 사저가 될 테니까요.”

“뭐? 상희가?”

“사저는 요 며칠 큰 실력의 진전을 거두었거든요. 제가 사저를 위험으로 몰 것이라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네가 하는 일이니 무엇인가 생각이 있긴 하겠다만······.”

“숙부께서는 져도 상관이 없으니, 마음 편히 임해 주시죠. 물론 이기는 편이 더욱 보기에 좋겠지만요.”

“허허, 이놈이 날 아주 물로 보는 구나. 네가 그리 말한다면 내 따르겠다만, 응룡회주와 싸운다 해도 내 결코 지지는 않을 것이야.”


그래도 한 문파의 장문인으로서 자존심을 보이는 숙부의 모습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

실제 응룡회주를 제외하면 숙부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나?’


채호는 며칠 동안 부어있던 자신의 뺨을 슬쩍 어루만졌다.

300년 전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으나 결국 여기 있는 윤채호의 자아는 바뀌지 않았다.

그날의 보복을 해줄 차례다.

사실은 분했던 것이다.

채호 역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야습의 결과 +2 24.03.29 254 8 12쪽
27 재주도 많은 녀석 +3 22.09.23 1,025 27 12쪽
26 서강문으로 +3 22.09.13 1,220 37 12쪽
25 열두 사도 +2 22.09.03 1,498 34 13쪽
24 기연을 얻었을 거야. +3 22.08.29 1,611 40 12쪽
23 몇 가지 의문들 +2 22.08.23 1,768 44 12쪽
22 전력을 다하다. +1 22.08.17 1,817 48 12쪽
21 무흔귀곡검 +2 22.08.13 1,825 51 13쪽
20 무산이괴 +2 22.08.09 1,812 42 11쪽
19 치료를 해주다. +2 22.08.05 1,836 46 13쪽
18 진가장 +2 22.08.02 1,834 43 12쪽
17 철두서생 +1 22.07.29 1,995 45 11쪽
16 조용할 날이 없다. +2 22.07.25 2,185 41 12쪽
15 벽력의 검 +1 22.07.22 2,147 46 11쪽
14 육합권 +1 22.07.20 2,130 49 12쪽
13 어째 수상하다. +2 22.07.18 2,100 45 14쪽
» 무림은 힘으로 결정한다. +2 22.07.15 2,163 49 13쪽
11 연회의 끝에 +1 22.07.14 2,197 41 12쪽
10 회담에 나서다. +1 22.07.13 2,228 42 12쪽
9 고수의 눈에 들다. +2 22.07.12 2,274 48 12쪽
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57 40 12쪽
7 가르침을 주다. +1 22.07.09 2,520 38 12쪽
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74 42 11쪽
5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23 44 12쪽
4 문제랄 것도 없다. +1 22.07.06 3,144 46 12쪽
3 독학치고는 쓸만하지? +1 22.07.05 3,419 55 11쪽
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59 54 11쪽
1 환생 +2 22.07.04 4,948 62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