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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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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
작품등록일 :
2022.07.04 04:32
최근연재일 :
2024.03.29 16:48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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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8,385

작성
22.07.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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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12쪽

회담에 나서다.

DUMMY

회담에 나서다.



경솔했다.

상대가 무력이라도 써서 접근해온다면 방법이 없을 텐데도 그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다니.

어린치기라고 해야 할지.

대뜸 가르치려는 태도에 그만 잘난 척 허세를 부리고 말았다.

채호는 자신의 실수에 후회를 했지만,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뜸 무력을 쓸 만큼 경우가 없는 인물은 아니야.’


말장난 같은 약조를 지킨다고 자신을 보내준 것을 보면, 일단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였다.


‘그래도 이정도면 나쁘지 않지.’


그처럼 삼재기공을 사용해본 것은 아주 오랜만이다.

이 몸으로는 미숙한 부분도 많았지만, 나름 흉내정도는 냈다.

요 며칠 수련한 보람이 있었다.

위력이랄 것이 없는 일권이었으나 거기에 담긴 묘리는 작지 않다.

이후 이틀이 더 지났다.

채호의 생각대로 진노인은 그 후에 별다른 간섭을 해오지 않았다.

묘한 시선을 종종 느꼈지만 그 정도는 감안할 수 있다.


“너.”

“응?”

“할아버지와 무슨 일 있었어?”


뒤쪽 언덕에서 가볍게 명상을 하고 있을 때, 진청이 대뜸 말을 걸어왔다.


“글쎄. 별일 없었는데.”

“그런데 왜 할아버지가 계속 너를 신경 쓰는 거지?”

“그거야 그쪽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렇지.”

“그렇다면 나도 할 말이 없군.”


상희와 있었던 비무의 결과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지, 진청은 매번 불만이 섞인 표정이었다.

그 와중에 채호까지 뜻하는 대로 반응하지 않자 눈썹이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흥, 그럼 힘을 써서라도 대답을 듣겠다면?”

“사저에게 이기지 못하니 그 사제에게 화풀이인가?”

“뭐? 난 지지 않았어.”

“이기지도 않았지.”

“끝까지 싸웠다면 내가 이긴 승부였어.”

“글쎄. 적어도 다시 싸우면 사저가 이기겠지만.”

“내가 질것 같아?”

“이길 것 같지도 않지.”


속을 박박 긁어놓는 채호의 대꾸에 진청은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했다.


“나이도 어린 계집의 치마폭에 있는 걸 자랑처럼 말하는 구나.”

“사형제 지간에 나이나 성별이 무슨 상관인가?”

“두고 봐라, 곧 내가 그 계집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테니.”

“그 상태로는 못할걸?”

“네놈이 뭘 안다는 게냐?”

“전쟁터에서나 어울릴 검술로 내공 싸움이나 하고 있어서야 될 것도 없지.”

“······너!”


당장이라도 칼을 빼어 들 진청의 모습에 채호는 아차했다.

이놈의 주둥이가 문제다.

이번에도 역시 감당할 자신도 없으면서 상대의 성질을 건드리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이 진청은 칼을 뽑아 들지 않고 피어오르는 분을 삭였다.


“어떻게 알았지?”


대신 물었다.


“뭘?”

“비영검술을 알고 있나?”

“아하, 그 이야기군. 그야 보면 알지. 전쟁터에서 다수를 상대로 싸우기 좋게 만들어진 실전적이고 효율을 중시한 검술을 기초로 하고 있던데. 거기에 무림에 어울릴 검기를 더해 변화를 준 정도겠지.”


다름 아닌 삼재기공의 원리를 이용해서 말이다.


“흥, 어디서 들은 건 있나보군. 나도 내 문제정도는 알고 있다. 실전에 익숙하지 않기에 지나치게 기공술에 의존하려 하지. 하지만 그건 경험이 채워줄 부분이야. 네 사저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지. 두 번째 싸운다면 난 확실히 이길 수 있어.”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 그 실전경험이 고작 비무 한두 번에 채워 질까봐? 그 나이에 그만한 내공을 쌓았으니 오히려 기공술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보지 않아도 뻔해. 네가 진노인만큼 칼을 휘두르려면 족히 수십 년은 더 실전을 겪어야 할 텐데, 그런 식으로 수련을 하는 게 너한테 어울릴 거라 보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구나. 지금 고작 그 실력으로 내게 훈계를 하려는 게냐?”

“하도 갑갑해서 하는 말이다. 그 강맹한 검기를 움켜쥐고 효율이나 따지고 있으니 제대로 힘이 나질 않지. 네 할아버지가 그건 가르쳐주질 않더냐?”


실전적이고 효율을 중시하는 비영검술이라지만, 기공술을 중점으로 하는 벽력검법보다도 오히려 더 상승의 무공이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검법을 만든 이의 실력에 있어 그쪽이 훨씬 높으니까.

무엇보다 저기 진청은 어디서 영약을 먹었는지 내공이 상당히 높다.

저런 내공과 상승 무공을 익히고 있다면 차라리 기공을 앞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니,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빠르게 실력이 늘어날 것이다.


“네 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하지만 진청의 입장에서도 자신보다 한참 하수라고 할 수 있는 채호 훈계를 마냥 좋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뭐? 갑갑해?

머리끝까지 화가 오른 진청은 결국엔 검을 뽑아들었다.

때맞춰 나타난 진노인이 아니었다면 칼부림이라도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쯤 해두거라 청아야. 윤소협의 말이 맞다.”

할아버지?


오늘도 묘하게 꺼림칙하다 했더니, 역시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 딱 맞춰 나타날 리가 없다.


“계셨습니까?”


진노인은 자신의 정갈하게 다듬어진 수염을 쓸어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던 도중에 큰소리가 들려 와봤네. 아무래도 우리 청아가 실수를 한 모양이군. 그래, 그렇잖아도 이번 여행을 통해 여러 경험을 겪으며 청아가 스스로 깨닫도록 하려 했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듣는 것도 어쩌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


비영검술은 분명 실전 위주의 검술이다.

그러나 또한 높은 수준의 기공술을 다루는 상승무공이기도 했다.

진노인은 실전 검술에 가까운 형태로 비영검술을 완성했으나, 진청 또한 그와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었다.

같은 무술이라고 해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시작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지금 저 녀석의 편을 드는 겁니까?”


그러나 진청은 진노인의 대응이 영 탐탁지 않았다.


“이거, 소협의 말이 맞다 해도 그러는 구나.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줄 테니, 우선 그 검부터 집어넣거라. 손님으로 와서 그게 무슨 짓이더냐?”

“······알겠어요.”


진청은 칼을 집어넣으면서도 채호를 지그시 노려봤다.

진노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헌데 자네는 어디서 그런 지식을 익혔나? 이곳의 제자들은 비영검술에 대해 모르던 눈치던데, 자네는 한번 봤음에도 비영검술에 대해 잘 알고 있군.”

“그리 잘 아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보고 느낀 것을 간단히 말해봤을 뿐이죠.”


그럴 리가 없다.

이틀 전 보았던 그 독특한 기술도 그렇고, 분명 무언가 대단히 수준 높은 무학서를 읽었을 가능성이 컸다.


“지닌 무공에 비해 지식의 깊이가 남다르니, 어디 남모를 비급이라도 감추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비급이 있었으면 고작 이런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도 않았겠죠. 제가 가진 지식이라고 해봤자 노사의 수준에서는 별로 대단할 것도 없을 텐데요.”


진노인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건 채호의 말을 긍정한 것이 아니라, 이번 대화에서는 깔끔히 물러나겠다는 선언이라 볼 수 있다.


“꼭 그러라는 법도 없겠다만, 뭐 그런 셈 쳐두지. 한데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겠나? 내일은 응룡회와의 회담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죠.”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응룡회와의 회담.


“듣자하니 단순히 두 문파의 회담이 아니라 인근의 다른 문파에서도 몇몇이 초대를 받는 모양이더군. 어떤가? 노부도 괜찮다면 청아와 함께 참여를 했으면 싶은데.”


응룡회의 목적은 뻔히 짐작이 갔다.

벽력문을 확실히 무너트리고, 이를 널리 퍼트릴 관객들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제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싶군요. 먼저 문주님께 여쭙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윤백양 문주에게는 이미 이야기를 했네. 그랬더니 자네에게 물어보라지 않나?”


채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이놈의 숙부님은 무슨 생각인지.

문파의 중대사가 어린 제자에 의해 돌아간다는 것을 사방팔방에 알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제가 거절을 할 수는 없겠죠. 함께 가시죠.”

“허허,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거 기대가 되는 군. 그럼 내일 보세나. 자, 청아도 이만 가자꾸나.”

“자, 잠깐 할아버지!”


저 둘이 함께 와준다면 벽력문에 있어서는 나쁠 게 없다.

혹여 일이 틀어지더라도 든든한 전력이 되어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진노인의 실력은 이런 지방의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에 올라있었다.

싸움이 일어난 뒤에 꼭 저들이 벽력문을 도와줄지는 모르겠으나, 그 존재만으로도 나름의 역할은 할 것이다.

진노인과 함께 진청이 저 아래로 멀어졌고, 채호는 요 며칠 수련의 영향인지 아직 근육통이 남은 어깨를 두드렸다.


“슬슬 둘째 사형이 올 시간이네.”


그러나 둘째 사형인 서우영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좀 더 일찍 올 수도 있었지만 우영이 호위로 있는 진가장이 요즘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모양이다.

희귀병을 앓고 있다는 진가장의 딸이 병세가 악화되었고, 거기에 더해 불순한 무리들이 주위에 보인다나 뭐라나.

사숙에게 인사를 마친 우영은 채호의 머리를 우왁스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이 녀석, 듣자하니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다며?”

“그냥 움직여나 보는 거죠.”

“뭐가 됐든 시작했다는 게 좋은 거지. 사백께서도 흡족해 하실 거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좋을 텐데.


“아무튼 이 사형이 왔으니 이제 걱정은 붙들어 매라. 후딱 끝내고 나면 기루에라도 같이 가보는 건 어떻겠냐? 너도 이제 성인인데 함 즐겨봐야지. 안 그래?”

“하하하······. 사저의 눈빛이 무서운 데요.”


상희가 지그시 뜬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사매. 이 녀석도 이제 슬슬 남자가 되어야······.”


아무리 둘째 사형이어도 사저에게 당할 수는 없다.


“남자는 무슨! 그런 소리는 적어도 제가 없는 곳에서 해주겠어요?”

“아니, 난 그냥 그, 뭐시기······.”


간만에 문파의 분위기가 화목하게 달아올랐다.

조금 경박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믿을만한 사람이다.

실력은 사숙이나 사저에 비해서도 살짝 아래라고 할 수 있지만, 응룡회의 간부와도 싸울 수 있는 확실한 전력이었다.


*


다음날.

응룡회가 준비한 회장에 여러 인물들이 모여들었다.

서강문이나 현천방은 물론, 주가장을 비롯한 몇몇 중소 문파에서도 참여를 했다.

이렇게 모인 무인의 수가 거의 오십이 넘었다.

그중 이번 회담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벽력문의 문도들 또한 응룡회의 대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벽력문주 윤백양.

벽력문 둘째 제자 서우영

벽력문 셋째 제자 상희

벽력문 넷째 제자 윤채호

벽력문 객원 진노인

벽력문 객원 진청

이상 여섯.


“조영출도 왔네. 너한테 된통 깨졌다며?”

“살짝 조언을 했을 뿐이죠. 서강문에서는 문주인 조원호를 대신해 두 아들과 딸을 보낸 모양입니다.”

“현천방에서는 옥장로 혼자인가? 아니, 제자들도 둘 정도 온 것 같군. 그리고······. 주가장에서는 저 더러운 자식이 왔고.”


주가장의 주치혁.

우영과는 한때 앙숙으로 썩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늘은 얌전히 제 말을 따라주셔야 합니다. 엉뚱하게 싸우고 다니지 말고요.”

“걱정마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오늘 싸워야 할 놈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놈들이라는 거잖냐.”


우영이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룡회주 문우강과 그 책사 왕주학이 저 앞에 서 있었다.


“네, 그렇죠.”


채호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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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육합권 +1 22.07.20 2,130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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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손님이 오다. +1 22.07.11 2,359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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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싸움의 준비 +1 22.07.08 2,676 42 11쪽
5 촌경을 보이다. +1 22.07.07 2,824 44 12쪽
4 문제랄 것도 없다. +1 22.07.06 3,147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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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찮은 일은 해결해 둘 필요가 있다. +2 22.07.04 4,164 5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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