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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노후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전학생
작품등록일 :
2014.06.13 23:49
최근연재일 :
2014.09.12 14:24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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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6,771

작성
14.07.2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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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노후던전 - 27

DUMMY

PC방에 들려서 2시간 남짓 때우다가 밖으로 나온 박시정은 요리학원에 다시 들렸다. 수업 시작시간 약간 전이라 사람들이 강의실 밖 대기실에 북적북적 했다. 강의실 안에서는 곧 있으면 끝날 2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시정도 남자라서 그런지 수업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외모가 눈에 가장먼저 들어왔다.


‘제길.’

대기실을 전광석화같이 훓어 본 결과 이쁜 여자들은 없었다. 이쁜 여자가 있어도 별 볼일은 없을 거라고 박시정은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차피 신혼부부거나 요리에 뜻을 둔 아줌마나 아저씨들일 테니까 말이다.


성비는 대충 여자가 12명에 남자가 3명이었다. 남자들은 젊은 사람은 없었다. 하긴 지금 저녁 5시에 요리 학원에 다닐 남자라면 왠지 성공한 사람일 듯 했다.


‘나는 빼자.’

박시정 자신은 성공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떤 측면으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자신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아주 간당간당한 알바일 뿐이었다. 물론 박시정 본인은 분명히 자각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잘 처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명하신 사장님을 모시는 유일한 사람이면 성공한 것이냐고 물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설명하라면 박시정은 설명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성공은 중요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성공과 알바는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근본적인 중요한 한가지가 필요하다고 평소에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그 중요한 한가지가 충족되지 못해 사장놈의 집에서 식모 노릇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사장놈을 떠나겠다는 건 아니다. 갑과 노예 보다는 좀더 자신에게 유리한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면 사장놈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 점을 부각시킬지 난감했다.


식사, 빨래, 청소를 하는 식모는 누구라도 좋은 사람을 데려다 쓸 수 있었다. 자신을 쓰는 이유는 그저 귀찮은 일을 해줄 사람이 마땅히 없었는데, 그 마땅할 때에 자신이 있었을 뿐이었다. 언젠가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내쳐질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전투도 별로고 말이야.”

박시정 자신은 전투능력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지만 머리 쓰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라 지금 새로이 열린 시대에는 맞지가 않았다. 기본적인 체력은 있지만 격투가들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요즘에는 머리보다는 힘 위주의 시대기 때문에 예전이었으면 일반인 체력이었을 터지만 지금은 일반인 중에서도 밑바닥에 해당될 터였다. 군대에 있을 때는 의무적으로나마 운동을 했지만 지금은 움직이는 거라곤 음식을 할 때와 청소 빨래 할 때뿐이었다. 근육이 감소하지 않는 것만해도 감지덕지였다.


박시정은 상념을 뒤로하고 수업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처음 보는지 몇 번의 눈길이 몸을 훓는 걸 느꼈다. 한창 대학교 다닐 놈이 여기 있으니 신기하기도 할 터였다.


얼마간 기다리자 진행 중이던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밖으로 사람들이 나왔다. 금새 대기실은 왁자지껄 해지고 대기하던 사람들이 강의실로 들어갔다. 박시정도 그들 따라 들어갔다.


강의실 자리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었는데도 깨끗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주변을 둘러보는 도중에 강의실 앞문이 열리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쳇. 아줌마시잖아. 하긴 요리엔 아주머니가 제격이시지. 20대의 같은 또래의 여자가 요리를 가르쳐준다고 하면 나조차도 약간의 거부감이 생길 듯 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새로운 분이 한 분 오셔서 인사 시켜드릴게요. 박시정님입니다. 모두 박수 한번 가시죠~”


짝짝짝~

신입으로 젊은 남성이 와서 그런지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제가 잠시 시간이 있어서 찾아봤는데요. 무려!! 성녀님과 한집에 사시는 분이시랍니다!!”

“와~~~~~~~~~~~”

“어머!!!! “

아주머니들의 환호가 장난 아니었다. 거기다가 눈빛은 왜 그리 갑자기 야시시 해지는지.


“안녕하세요. 박시정이라고 합니다. 성녀님과 같이 사는 건 아니구요. 그냥 같은 건물에 거주할 뿐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시정은 해명도 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마무리했다.


“어쨌든 주목 받는 인사가 오셨으니 오늘은 평소보다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보도록 하죠~”

“네~~~~~~~~~~~”

나이들도 많으신 분들이 아주 애들처럼 활기차시다. 선생님 말씀 하나하나에 반응들이 삶의 활력소가 가득 베어 있었다. 활기찬 모습에 박시정 자신도 기분이 업되었다. 아무래도 밖으로 나오길 잘한 거 같았다.


“자 그럼 오늘은 맛있는 제육구이를 해볼게요.”

“네~~~~~~~~~~”

오. 맛있는 제육!! 고기!! 벌써부터 입가에 침이 고였다. 그래! 이거야! 배워서 바로 써먹고 싶었다. 매일 간단한 것만 인터넷에서 찾아 간단하게 해먹던 박시정은 새로운 요리를 보고는 의욕이 샘솟았다.


“우선 돼지고기에 바를 양념장부터 만들어보도록 할게요. 앞 화면에 보이시는 재료들을 볼에 섞어 주시면 되요. 벌써 절반이 끝났어요. 참 쉽죠?”

요리 선생님은 대형 티비에 나온 요리 재료들을 가리키며 참 쉬운 듯이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화면에 나온 재료들을 볼에다 넣기 시작했다. 재료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계량기도 있어서 재료 양을 재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렇게 다들 볼에다 넣고 준비를 마쳤다.


“돼지고기는 한 입에 넣기 좋은 사이즈면 됩니다. 각자 좋아하시는 사이즈에 맞게 썰어주시구요. 아시겠지만 각자 집에 들고 가서 맛있게 드실 요리니까 정성을 기울여 주세요.“


수강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에 한편에 마련된 돼지고기 뭉태기를 조금씩 썰기 시작했다. 박시정도 남들 하는 것을 보곤 가로 3cm 세로 3cm 두께는 약 3mm 정도로 썰기 시작했다.


“자 다 돼셨으면 아까 마련한 양념장을 고기에 바를게요.”

선생님은 양념장까지 바르게 시킨 다음 수강생 쪽으로 다가왔다. 다들 잘 하고 있나 살펴보시면서 한 명 한 명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고추장 양념은 절대 두껍게 바르지 않도록 하세요. 두껍게 바르시면 고기가 안 익고 양념이 타버려요. ”

박시정은 고기 맛은 양념 맛이라며 양념을 듬뿍 바르고 있었는데, 들킨 모양이다. 이내 요리붓으로 고기에 묻은 두툼한 양념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자 다 되셨으면 고기 재울 시간이 필요하니 잠시 이야기나 나눠볼까요~”

수강생들은 고기 재우는 거 까지 마치곤 요리 선생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 새로 오신 박시정님께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게요. 나중에 개인적으로 같은 질문 반복적으로 받고 반복적으로 대답해주는 거보단 괜찮을 거 같은데.. 박시정님 괜찮으시죠?”

“네? 네..”

박시정은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곤욕을 치르긴 하겠지만 반복적인 질답은 피하고 싶었기에 요리 선생님의 요청에 응했다.


“저요 저요!!”

“저부터요!!”

요리 선생님이 한 명을 지목해주자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밥은 혼자 드세요?”

“아니요. 사장님하고 같이 먹습니다”

요리 학원 이라 그런지 요리 관련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그럼 요리는 누가 해요?”

“제가 합니다.”

사소한 질문이 몇 개 오가고, 수강생들은 박시정에 대해서 조금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짝~

“자 그럼 질문시간은 이만 마치구요. 고기가 다 재어졌으니 구어볼까요?”

요리 선생님은 박수를 치며 질문 시간을 마치고 고기 굽기로 바로 들어갔다.


“제육구이가 타거나 익지 않으면 자격증 시험에서 결격 사유가 되니까 타지 않게 완전히 익혀야 해요. 그리고 시험이 아니더라도 먹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타지 않고 완전히 익혀야겠죠?

수강실에 조금씩 고기 냄새가 피어 올랐다. 고기가 육즙을 내며 지글지글 익어가며 고기 냄새가 코를 자극 했다. 냄새뿐만 아니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광경이었다.


“고기가 다 구어지면 한 입씩 먹어보세요. 익혔을 때 바로 먹어야 맛있거든요. 나머지는 집에 싸가시면 됩니다.”

각자 한 입씩 고기를 입에 물었다. 냠냠. 다들 맛있게 먹었다. 밥이 없던 터라 다들 조금씩 먹고 가져온 밀폐용기에 고기를 담기 시작했다.


“박시정님, 이건 처음 오신 분들께 드리는 밀폐용기에요. 다음에 오실 때도 가져오시면 집에 가실 때 지금처럼 싸가실 수 있으세요.”

요리 선생님이 박시정에게 밀폐용기를 건넸다. 제육구이 담기에는 조금 큰 사이즈였지만, 요리학원에 계속 다니면서 다른 음식도 많이 할 테니 적당한 사이즈 같기도 했다.


“각자 요리하신 자리 청소하시고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 할게요. 모두 내일 봬요~~ 박수~”

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수강생들의 힘찬 소리와 함께 수업은 끝이 났다.


박시정은 오늘 배운 요리 제육구이를 들고 집으로 룰루랄라~ 향했다. 한 손에 들린 제육구이 생각에 절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사장 몰래 혼자 먹을까?’

집으로 가던 중 악마의 유혹이 들려왔다. 어떻게 혼자 먹을까 궁리를 하던 박알바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먹을까 말까?’

혼자 먹을려고 햇반까지 샀건만, 맛있는 햇반을 눈앞에 두고도 박알바는 고민했다. 지금은 8시 10분. 오늘부터는 요리수업 때문에 식사시간이 조금 늦어지게 되었다. 보통 7시에 저녁을 먹었으니 사장님이 한창 배고플 시간이실 텐데...


그래.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사장님을 버릴 수는 없지. 안 그래도 오늘 힘드신 분인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햇반을 하나 더 사고는 편의점을 나섰다.



집에 도착한 박알바는 충격을 받았다.


거실엔 먹다 남은 피자와 치킨이 있었고, 주문 했을 주인은 거실에 없었다.


잠시 충격에 가만 있던 찰라!

“따당~ 쓰리고!”

고스톱 소리가 사장놈 방에서 들리자 박알바는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씨발.”

자신은 사장놈을 생각해서 맛있는 제육구이를 입도 안대고 왔구만!

사온 것도 아니고, 직접 만든 건데!!!!

지 혼자 맛있는 거 처먹고 고스톱이나 치고 있었다. 역시나 정이 안가는 사장놈이다. 내가 미쳤지. 편의점에서 그냥 먹고 올걸. 한 손에 들린 제육구이가 부들부들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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