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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님의 서재입니다.

노후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전학생
작품등록일 :
2014.06.13 23:49
최근연재일 :
2014.09.12 14:24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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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6,771

작성
14.07.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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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노후던전 - 25

DUMMY

나는야 박시정. 성녀님에게 사장놈을 혼내주라고 사주한 위대한 알바시다. 인류에게 닥친 종말이 이 일로 인해 조금이나마 옅어졌을 거라 확신한다.


“오늘은 국이 맛있네.”

“그.. 그래요?”

들.. 들켰나? 평소 짜증나서 일부러 간을 짜게 했었다. 오늘부터 기대되는 일이 있었기에 간을 짜게 하는 것도 잊었나보다.


“그래 오늘은 간이 맞아.”

“우연인가 보죠.”

“그래, 우연도 필연이 될 수 있지. 노력하면 할 수 있어. 너 앞으로 국이 짜면 군대로 돌아가라.”

“네?”

돌아가라니? 급 당황스러웠다. 돌아가면 삼촌에게 쳐 맞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 발로 나갔으면 나갔지 자존심상 짤릴 수는 없었다.


“머리 좋다는 놈이 몇 일째 요리하면서 간하나 못 맞추고. 평소에 할 일 없어서 티비나 보고 컴퓨터나 하고 있으면 되겠냐? 사람이 발전이 없어요 발전이. “

“…”

사장놈의 잔소리는 30분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그래, 이 참에 요리학원이나 나가봐.”

“네? 네.. 알겠습니다.”

티비나 보고 컴퓨터나 하는 건 사장놈도 그러면서 나만 갖고 그런다. 내가 사장하든지 해야지 이거 원. 안 한다고는 할 수 없었기에 대답했다. 한달 정도만 다니면 되겠지?



아침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한 후 바로 1층에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사장놈과 성녀일행의 아침 첫 일과는 던전 내에 위치한 인스턴스 전장을 클리어 하는 것이 정해진 일과 증 하나였다.


지난 저녁에 성녀에게 간언을 했으니. 오늘부터 무언가 조치가 있을 터였다. 그래서 사장놈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고생이 훤해 보이는 사장놈의 미래를 실시간으로 볼 수만 있다면 1층에서 죽치고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근처 요리학원 알아봐야 하는 일이 하나 생기긴 했다. 아직 급하진 않으니 패스! 이 머리 좋은 내가 요리학원이라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서울대 재학중인 내가 요리학원이라니!!!!!!!!

눈물이 갑자기 차 올랐다. 하지만 이 슬픔도 사장놈이 고생할 생각을 하자 눈빛에서 광기가 흘러나왔다. 그래!! 당한 만큼 복수하면 되는 거야!!


점점 8시가 다가왔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야. 단계별로 진행하기엔 사장님의 정신이 너무 나약해. 알보칠로 혓바늘을 녹이듯이 한번에 나약한 정신을 도려내야 돼.”

최근 사장님이 입에 좋은 약이라며 전해준 알보칠이 생각나는지 둘은 몸을 떨었다. 살짝 발랐을 뿐인데!!


“그런데 사장님이 저희에게 정 떨어지면 어떡하죠?”

“정? 알보칠을 전해준 우리에게 사장님이 정이 있다고 생각해?”

“그렇죠?”

“그래. 그리고 최대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연기하라고. 우리 그런 거 전문이잖아. 뒤통수 치고 미안하다고 하는 거 말이야. 이렇게 소심하게 복수하는 우리도 정에 약하잖아. 보니까 사장님도 정에 약해.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

성녀와 성기사단장 헤론의 영어로 된 대화였다. 4층에서 3층으로 내려오면서 하는 이야기로 잘 안 들리긴 했으나 어렴풋이 내용이 전달되긴 했다. 그래! 지금이구나!! 나의 입가에도 잔인한 미소가 지어졌다.


성녀 일행이 내려오기 전에 얼른 1층 화장실로 가서 숨었다. 성녀일행과 사장놈이 던전으로 내려가길 기다리면서.


성녀 일행이 지하로 내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놈도 지하로 내려갔다. 드디어 시작하나 보다!!! 나도 얼른 살금살금 지하로 내려가 던전 문을 열었다.


멀리서 말소리가 들리는걸 보아하니 아직 입장하기 직전인 듯 했다. 그리곤 몇 분 지나자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인스턴스 전장에 입장한 거 같았다. 나는 인스턴스 전장이 있는 골목까지 가서 고개만 내밀고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15분정도 지났을까? 조용하던 던전이 갑자기 사장님의 화난 목소리로 가득 찼다. 벽에 기대어 있던 나의 머리를 다시 빼꼼히 내밀고 골목 안을 내다보았다.


“미안하다고?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성녀면 다야?”

갑자기 사장님이 성녀의 멱살을 확 낚아챘다. 눈물이 흐르는 성녀의 얼굴엔 미안함이 역력했고, 처분은 알아서 하라는 듯이 양팔을 늘어뜨리곤 목에서도 힘을 풀었는지 고개가 옆으로 뉘어졌다.


한 폭의 못된 놈이 착한 여자를 못살게 구는 그림이었다. 리얼일까 사실일까. 나도 헷갈렸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사장놈이 성녀에게 된통 당했다는 것을! 아 꼬소해라!!! 내 입가엔 함박미소가 지어졌다.


어떻게 성녀를 처리할까 고민하는 듯 하던 사장놈이 갑자기 고개를 획 돌렸다.


“…”

엇! 시발! 들켰나? 사장놈과 눈이 마주친 나는 함박미소가 굳어진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씨발!!!!!!!!!!!!!!!!!”

내가 보고 있다고 생각이 들자 사장놈은 갑자기 욕을 내지르시더니 성녀를 내던지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나가면서 나를 보긴 했지만 그저 눈길이 한 번 왔을 뿐이었다.



성녀도 나를 봤는지 가까이 다가왔다.


“나 어땠어요?”

“네?”

“내 연기 어땠냐고요.”

“네? 연기요?”


나는 당황하는 척 했다. 1층에서 듣긴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물으니 막상 대답하기도 그랬다. 몰래 들었으니 말이다. 화장실로 숨는 내 발소리를 들었나? 어쨌든 나는 모르쇠로 일관할 수밖에 방법은 없었다.


“우리 성녀들은 필수과목이 있어요. 황제에게는 황제에게 맞는 교육이 있듯이 성녀도 마찬가지에요. 그 중에 표정교육이란 게 있는데 슬픈 표정, 위엄 있는 표정. 기품이 서려 있는 표정 등 여러 가지 표정 연기를 배워요. “

“…”

“괜찮았어요? 아까 다 본거 같았는데 말이에요.”

“네…”

달리 대답할 말은 없었다.


“아차! 박알바님께서는 잠시 올라가 계세요. 저희 따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그리고 수고스럽겠지만 애들 다 불러 주시면 고맙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나눌 이야기가 있나 보다. 이런 큰 사건이 있었으니 당연했다.


좀전의 사장놈의 분한 모습이 다시 떠오르며, 나는 기분 좋게 희희희 거리면서 올라갔다. 밖에는 하늘이 푸르겠지. 밖을 보지 않아도 내 맘은 푸르렀다. 새들은 지저귀고 말이다. 희희희희희희희.




박알바는 갔고. 성기사들이 전부 지하에 모여들었다.


“누구야?”

“..”

성기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질문이 너무 간단했던 탓이다.


“누가 박알바에게 사장님에 대해서 읊은 거야?”

“…”

성기사단장 헤론은 뜨끔했다. 바로 어제 박알바와 대화한 장본인인 자신은 억울 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모두 눈 감아.”

아무 반응이 없자 성녀는 눈을 감게 시켰다. 흔한 방법일지 모르지만 이게 확실했다.


“자수해봐.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조용히 손만 들어.”

2초정도 지나자 한 명이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손 내리고 모두 눈 떠.”

재빨리 내리는 손과 동시에 모두 눈이 떠졌다. 역시 눈보단 손이 빠른 법. 아무도 눈치채는 이가 없었다.


“성기사단을 책임지는 기사단장 한 명 남고 모두 나가 있어.”

부기사단장을 포함하여 성기사 단원들은 부리나케 던전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미쳐 빠져나가기도 전에 매타작은 시작되었다.


“니가 감히 날 능멸해?”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아니라구요!!!!!!!!!!!!!!!!!!!!!!”

맞고 때리는 우정속에서도 입은 계속 움직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때리는 입장에선 입과 주먹이 같이 나가고, 맞는 입장에서는 맞는 아픔에 입이 저절로 움직인 달까.


“그런데 어떻게 알아?”

“전 아니라고만 했다구요!!”

“니가 분거 맞네!!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그래 안 그래?”

“아닙니다!!!!!!!!!!!!!!!!!”

“그래. 아니지. 아니야.. 호호호호호”

미친듯이 날라오는 주먹과 발에 기사단장의 몸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와 같이 이러 저리 휘날렸다.


기사단장은 그렇게 단원으로 강등당하고 부기사단장이 단장에 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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